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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제목

[살인죄와 사망보험금]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1686 판결 [살인[인정된 죄명: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사기] 대전고등법원 2020. 8. 10. 선고 2017노202 판결 [살인{인정된 죄명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사기],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살인(예비적죄명: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기] 대전고등법원 2017. 1. 13. 선고 2015노358 판결 [살인(예비적죄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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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와 사망보험금]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11686 판결 [살인[인정된 죄명: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사기대전고등법원 2020. 8. 10. 선고 2017노202 판결 [살인{인정된 죄명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사기],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1549 판결 [살인(예비적죄명: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기대전고등법원 2017. 1. 13. 선고 2015노358 판결 [살인(예비적죄명: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기],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5. 6. 10. 선고 2014고합271 판결 [살인, 사기]



[살인죄에서의 고의와 상해사망보험금의 자살의 고의는 동일한 의미이고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가 살인이 될 수 없듯이 보험사건에서도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가 자살이 될 수 없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처럼 고의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http://insclaim.co.kr/21/8635664

[고지의무위반과 보험사기 상해사망보험금, 자살보험금 보상사례]보험계약체결전 알릴의무 고지의무 청약서내용과 고지의무위반, 보험계약해지와 고지의무위반 제척기간 3, 5년 그리고 보험사기와 보험계약의 무효, 취소, 사망보험금, 자살보험금으로 상해사망보험금지급여부/ 고지의무위반과 보험계약해지 그리고 보험계약체결후 3년이 경과한 경우 보험금지급여부 No.2-2.

 

http://insclaim.co.kr/21/8635659

[심신미약 심신상실 자살보험금 보상사례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은 우울증 , 조현병 ,불면증 , 공황장애 , 스트레스 , 음주 , 수면제 , 마약 , 본드 등 극도의 흥분상태에 자살한 경우 자살보험금으로 재해사망이나 상해사망보험금 보상사례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1549 판결 [살인(예비적죄명: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기

판시사항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 살인죄와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필요한 주요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의 증명 정도

 

[2] 거액의 보험금 수령이 예상된다는 금전적 이유만으로 살인 범행의 동기를 인정할 때 유의할 사항 / 금전적 이득이 살인의 범행 동기가 될 수 있는 경우

 

[3] 피고인이 피해자 갑과 혼인한 후 피보험자를 갑,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다수의 생명보험에 가입하였다가,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자신의 승합차 조수석에 갑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 갓길 우측에 정차되어 있던 화물차량의 후미 좌측 부분에 피고인 승합차의 전면 우측 부분을 고의로 추돌시키는 방법으로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갑을 살해하였다는 내용으로 주위적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고의로 갑을 살해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살인죄와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주요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고, 그 하나하나의 간접사실이 상호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함은 물론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유죄의 인정은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고의적 범행이 아닐 여지를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2] 일반적으로 금전적 이득의 기회가 살인 범행의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행위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클수록 더욱 강한 동기로 작용하여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감행하는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경험칙상으로도 충분히 수긍이 된다. 그러나 거액의 보험금 수령이 예상된다는 금전적 이유만으로 살해 동기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다른 간접사실들의 증명 정도와 함께 더욱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편 금전적 이득만이 살인의 범행 동기가 되는 것은, 범인이 매우 절박한 경제적 곤란이나 궁박 상태에 몰려 있어 살인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를 모면하려고 시도할 정도라거나 범인의 인성이 원래부터 탐욕적이고 인명을 가벼이 여기는 범죄적 악성과 잔혹함이 있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증오 등 인간관계의 갈등이나 치정 등 피해자를 살해할 금전 외적인 이유가 있어서 금전적 이득은 오히려 부차적이거나 적어도 금전 외적인 이유가 금전적 이득에 버금갈 정도라고 인정될 만한 사정이 있어야 살인의 동기로서 수긍할 정도가 된다. 더구나 계획적인 범행이고 범행 상대가 배우자 등 가족인 경우에는 범행이 단순히 인륜에 반하는 데에서 나아가 범인 자신의 생활기반인 가족관계와 혈연관계까지 파괴되므로 가정생활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감내하고라도 살인을 감행할 만큼 강렬한 범행유발 동기가 존재하는 것이 보통이다.

 

[3] 피고인이 피해자 갑과 혼인한 후 피보험자를 갑,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다수의 생명보험에 가입하였다가,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자신의 승합차 조수석에 갑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 갓길 우측에 정차되어 있던 화물차량의 후미 좌측 부분에 피고인 승합차의 전면 우측 부분을 고의로 추돌시키는 방법으로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갑을 살해하였다는 내용으로 주위적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졸음운전인지 고의사고인지 단언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없으므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여러 의문을 떨쳐내고 고의사고라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 간접증거나 정황증거가 충분하다거나 그러한 증거들만으로 살인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종합적 증명력을 가진다고 보기에는 더 세밀하게 심리하고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도, 피고인에게 충분히 수긍할 만한 살인의 동기가 존재하였는지, 범행방법의 선택과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의문점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사고 당시의 상황이 고의로 유발되었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지 등에 대한 치밀하고도 철저한 검증 없이, 피고인이 고의로 갑을 살해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27조 제4, 형법 제250, 형사소송법 제307, 308/ [2] 형법 제250, 형사소송법 제308/ [3] 형법 제13, 250조 제1, 형사소송법 제307, 308, 325

 

참조판례

[1]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10895 판결,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1902 판결(2011, 1352),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231 판결(2012, 1367)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이홍훈 외 4

 

원심판결

대전고등법원 2017. 1. 13. 선고 201535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참고자료 및 탄원서의 각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231 판결 등 참조). 한편 살인죄와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주요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고, 그 하나하나의 간접사실이 상호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함은 물론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10895 판결 참조). 그러므로 유죄의 인정은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고의적 범행이 아닐 여지를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2. 원심은, 원심에서 변경된 부분을 포함하여 다음과 같은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모두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 피고인은 2008. 1. 21. ○○○○ 국적의 피해자(, 24)와 혼인하였다. 피고인은 2008. 6. 20.경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한화생명 무배당 유니버셜CI보험에 가입하고, 2014. 6. 5.경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고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보험금이 최대 약 31억 원에 달하는 삼성생명 플래티넘 스마트변액유니버셜보험에 가입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4년경까지 한화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우체국 등 11개 보험회사에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25건의 생명보험에 가입하고, 그 각 보험의 보험료로 매달 합계 약 360만 원을 지급하여 왔다. 피고인은 2007년경부터 위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보험계약대출 및 중도인출로 합계 316,924,020원을 교부받아 보험료, 대출금 상환, 생활비로 사용하는 등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위와 같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된 보험계약에 따라 약 95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4. 8. 23. 03:41경 천안시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하향방면 335.9지점에서 자신은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조수석에 탑승한 피해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차량등록번호 1 생략) 스타렉스 승합차를 5차로 길 중 5차로(갓길)로 운행하면서 5차로 도로 우측 비상정차대에 공소외 1이 운전하는 (차량등록번호 2 생략) 8t 화물차가 정차되어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위 스타렉스 승합차의 전면 우측 부분을 위 화물차량의 후미 좌측 부분에 고의로 추돌시켜 그 자리에서 피해자를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 피고인은 2014. 8. 23. 11:06경 천안시 동남구 (주소 1 생략)에 있는 △△대학교 병원에서 전화로 피해자 공소외 2 주식회사의 고객센터에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사고 접수를 하고, 2014. 8. 29.경 충남 금산군 (주소 2 생략)에 있는 외과에서 위 피해자 회사 소속 보험설계사에게 보험금지급청구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고인의 과실에 의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이 피고인이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것이었다. 피고인은 그와 같이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2014. 9.경부터 2014. 12.경까지 공소외 1에 대한 합의금, 위 화물차 수리비, 피고인의 치료비로 합계 10,757,440원을 피고인 대신 지급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금원 상당의 지급을 면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3.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을 살펴본다.

 

.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 등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살인의 점과 관련하여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은, 2014. 8. 23. 03:41경 천안시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하향방면 335.9지점의 5차로 길 중 5차로(갓길)를 따라 피고인이 운전하던 스타렉스 승합차의 전면 우측 68% 부분이 우측 도로변 비상정차대에 정차해 있던 8t 화물자동차의 후미 좌측 부분에 추돌하여 위 승합차가 직접 추돌한 전면 우측 68% 부분이 화물자동차의 적재함 아래로 파고 들어가면서 화물자동차 적재함 후미 끝부분이 승합차의 앞좌석 부근까지 밀려 들어온 상태에서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임신 7개월 상태로 승합차 조수석에 타고 있던 피고인의 처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고,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를 피보험자, 피고인을 수익자로 한 여러 건의 생명보험에 가입해 있었다는 점이다.

 

피고인은 최초 경찰 수사단계부터 일관되게 졸음운전을 하다가 추돌사고를 낸 것이지 피해자를 고의로 살해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고, 사고 발생 당시의 정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증거는 사고 지점 반대편 상행선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CCTV에 촬영된 영상 외에는 사고 발생 이후의 현장상황이 있을 뿐이다.

 

. 살인의 동기에 관하여

 

1)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해 있어 피해자가 사고로 사망하면 약 95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정이 언제나 살인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 사고가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보험에 가입한 이유 등이 무엇인지,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이 궁핍하였는지 등과 상관없이 사회통념상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므로, 위와 같은 거액의 보험금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한 가장 주된 동기라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2) 일반적으로 금전적 이득의 기회가 살인 범행의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행위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클수록 더욱 강한 동기로 작용하여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감행하는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경험칙상으로도 충분히 수긍이 된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가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고 쉽게 속단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들이 존재하므로 원심 판시와 같이 거액의 보험금 수령이 예상된다는 금전적 이유만으로 살해 동기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원심이 고의사고의 논거로 든 다른 간접사실들의 증명 정도와 함께 더욱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3) 한편 금전적 이득만이 살인의 범행 동기가 되는 것은, 범인이 매우 절박한 경제적 곤란이나 궁박 상태에 몰려 있어 살인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를 모면하려고 시도할 정도라거나 범인의 인성이 원래부터 탐욕적이고 인명을 가벼이 여기는 범죄적 악성과 잔혹함이 있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증오 등 인간관계의 갈등이나 치정 등 피해자를 살해할 금전 외적인 이유가 있어서 금전적 이득은 오히려 부차적이거나 적어도 금전 외적인 이유가 금전적 이득에 버금갈 정도라고 인정될 만한 사정이 있어야 살인의 동기로서 수긍할 정도가 된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계획적인 범행이고 범행 상대가 배우자 등 가족인 경우에는 그 범행이 단순히 인륜에 반하는 데에서 나아가 범인 자신의 생활기반인 가족관계와 혈연관계까지 파괴되는 것이므로 가정생활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감내하고라도 살인을 감행할 만큼 강렬한 범행유발 동기가 존재하는 것이 보통이다.

 

4)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보험금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처를 살해하였다는 원심 판시의 범행 동기와 쉽게 연결되지 않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이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자산이 부채를 상당한 정도로 초과하는 재산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재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사채나 악성 부채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뚜렷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피고인이 운영하던 생활용품점의 부가가치세 신고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생활용품점의 신용카드 등 카드 매출은 20% 안팎에 불과하고 현금거래가 대부분이었으며, 이 사건 사고 당시 종전보다 영업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월 수익이 900~1,000만 원 정도는 되었고, 생활용품점 수익 외에 매월 대여금 이자 500만 원, 자판기 수입금 120~150만 원 등 부수적 수입이 있어 보험료 및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의 수입에 관한 진술이 수사기관 이래 일관된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의 위 진술은 생활용품점 종업원으로 일하였던 공소외 3이나 피고인으로부터 32,900여 만 원을 차용한 공소외 4의 각 진술과도 일부 부합한다.

 

기록상 이 사건 전후로 피고인이 다른 사업 등에 거액의 돈을 투자하여 특별한 자금 수요가 있었다거나 유흥비나 도박자금 등 절박하고 화급하게 돈을 조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만한 특이사항이 드러난 것은 없다.

 

피해자의 사망으로 피고인이 수령할 보험금 합계액이 95억 원 정도에 이른다고 하나, 그중 54억 원 정도는 일시금이 아닌 정기금으로 지급받는 것이고, 피고인 단독이 아니라 피해자의 다른 법정상속인과 함께 지급받도록 되어 있는 것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한 보험은 이 사건 사고에 임박한 때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와 결혼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적게는 2건에서 많게는 9건까지 꾸준히 가입하였고, 그중 순수하게 재해사망을 보장 목적으로 하는 보험은 3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재해사망 외에 질병사망, 질병치료, 수술비용, 암 진단 및 치료, 부인질환 등 다른 보험사고도 함께 보장하는 것이거나 연금보험, 의료실비보험 등이다.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 외에도 중도 해지된 것까지 포함하면 1999. 4.경부터 이 사건 사고 무렵까지 피고인 본인을 피보험자로 한 59, 부친 공소외 5를 피보험자로 한 3, 모친 공소외 6을 피보험자로 한 4, 큰딸 공소외 7을 피보험자로 한 15, 작은딸 공소외 8을 피보험자로 한 12, 이혼한 전 배우자 공소외 9를 피보험자로 한 2건 등 자신과 위 피해자 이외의 가족을 피보험자로 한 각종 보험에 다수 가입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피고인은 이와 같이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하게 된 이유를 보험설계사들의 계속된 권유, 과거 모친이 수술하면서 가입해 둔 보험의 혜택을 본 경험, 피해자와 혼인 및 출산 후 보험의 필요성을 느껴서라고 변소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인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였던 보험설계사 공소외 3, 공소외 10, 공소외 11, 공소외 12 등은 피고인의 성격이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지 못하여 보험 가입을 권유하면 잘 거절하지 못하였다고 하고, 처음에는 거절하다가도 다시 방문하면 가입을 해주기도 하였으며, 피고인이 운영하는 생활용품점에서 보험영업에 필요한 기념품, 선물 등을 자주 구입하여 그 기회에 보험 가입을 권유하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와 같은 관련자들의 진술은 보험 가입 동기에 관한 피고인의 변소와도 상당 부분 부합한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한 보험의 보험금은 적게는 1,000만 원부터 6,000~7,500만 원, 1~2억 원 등으로 다양하고 고액으로 약정된 것은 2008. 6.경 가입한 42,000여만 원, 2011. 9.경 가입한 276,000여만 원, 2013. 3.경 가입한 83,600만 원, 그리고 가장 금액이 많고 가입 시기도 이 사건 사고일에 근접하여 범행과의 연관성을 의심해 볼 만한 것으로 사고 두 달 보름 전인 2014. 6. 5. 삼성생명에 가입한 변액유니버셜보험이 있고, 이는 사망보험금이 309,000만 원, 월 보험료가 495,000원이나 된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그 보험 가입을 권유하여 성사시킨 보험모집인 공소외 12, 2011년에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연금보험에 처음 가입하게 한 후 그 무렵부터 계속하여 다른 보험 상품에도 추가로 가입할 것을 권유하다가 2014. 4.경부터 2014. 5.경까지는 수십 차례 피고인을 찾아가 보험 가입을 권유하였고, 팀장 공소외 133~4, 영업소 대표 공소외 142회 정도 찾아가 결국에는 보험에 가입시켰으며,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과 나이 차이가 있고 태어날 아이까지 포함하면 자녀가 3명이므로 장래에 납입보험료를 중도 인출하여 학자금이나 생활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유하면서 피해자가 65세가 되면 연금보험으로 전환하여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로도 설명하였다는 것이고, 피고인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 가입도 권유하였으나 피고인은 자신 명의로 가입된 보험이 이미 많고 보험료도 600만 원 정도 된다고 하며 가입을 거절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무엇보다도 공소외 12는 피고인에게 사망보험금이 30여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설명한 적이 없고 보험금 총액이 그 정도인지 본인도 생각조차 못했으며 사망 시 일시금 15,000만 원과 65세까지 매월 600만 원씩 연금 형태로 지급된다는 사실만 설명하였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그 보험금을 일시금으로 환산하여 지급받을 경우 30여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더 나아가 피해자를 상대로 한 살인 범행을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위 보험에 가입한 것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이 사건 사고 당시 부담한 월 보험료가 400여만 원에 이르기는 하나, 피고인 본인 및 다른 가족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의 월 보험료 역시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매월 지출한 총 보험료가 800~900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 피고인이 피해자와 결혼한 2008년 이후로 위 각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동안 피고인 명의의 계좌 등에 나타난 입출금 내역 등을 살펴보아도 매월 납입하여야 하는 보험료 때문에 피고인에게 견디기 어려운 경제적 압박이 있었다고 볼 만한 현금 흐름의 어려움이나 유동성의 부족 등 이상 징후는 엿볼 수 없고, 위 기간 동안 보험료 납입을 제때에 하지 못하여 다수의 보험계약이 일시에 실효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정황도 찾아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농협, 신용협동조합, 우체국에 각 1개씩의 예금계좌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합계 잔고가 600만 원에 미치지 못하고, 그 밖에 적금, 펀드 등 다른 저축 수단이나 금융 수단은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보험 가입 후에는 보험계약대출, 보험료 중도인출 등을 활용하여 필요에 따라 수시로 돈을 이용하고 다시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보험료를 계속 적립하는 등으로 보험을 예금이나 적금과 유사한 금융거래 수단으로 활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은 보험을 순수한 사고나 질병 대비 또는 연금 목적으로만 이용한 것이 아니라 수입 중 일부를 저축하고 자금을 대출받아 사용하는 일종의 자산운용 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2회에 걸쳐 임신중절을 한 바 있으나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임신 중이었던 태아에 대해서도 임신중절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병원에서 낙태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고 하여 출산하기로 하였고, 특히 태아가 남자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모두 좋아했다는 것이며, 피고인은 2014. 5. 9.경 위 아이를 위해 2건의 태아보험에 가입하기도 하는 등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아이의 출산 문제를 놓고 의견 대립이나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 피해자가 혼인 직후인 2008년경 시부모와 동거하면서 시어머니와 사이에 고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분가한 이후로도 갈등관계가 지속되었다는 정황은 엿볼 수 없고, 피고인이 처가에도 비교적 잘하는 편이어서 피고인과 피해자를 둘러싼 가족관계에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피고인과 피해자의 부부관계에 여느 부부와 달리 특별한 문제나 갈등이 있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에게 다른 여성과의 불륜 등 이성 문제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

 

피고인에 대한 지능검사 및 심리테스트결과, 재범의 위험성 평가결과 등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유형의 지능적이고 악랄한 살인 범죄를 저지를 만한 심리적, 정서적 위험 요인이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의 범죄전력 역시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점이 없어 그로부터 피고인의 범죄성 내지 반사회성을 추단하기도 어렵다.

 

5) 위와 같은 여러 사실관계 및 사정으로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2008년 결혼 이후 6년여 동안 두드러진 갈등 없이 비교적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면서 그 사이에 만 3세의 딸을 두고 있고, 더구나 전처 소생까지 포함하여 슬하에 딸밖에 없다가 임신된 태아가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기뻐하였던 피고인이 특별히 경제적으로 궁박한 사정도 없이 고의로 자동차 충돌사고를 일으켜 임신 7개월인 피해자를 태아와 함께 살해하는 범행을 감행하였다고 보려면 그 범행 동기가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피해자 사망 시 막연히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는 사정 외에도 피고인이 보험을 가입한 이유 내지 동기, 특히 피고인이 피해자는 물론 피고인과 다른 가족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에도 다수 가입하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피고인이 가입한 대다수 보험의 계약 및 보장 내용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한 상태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피고인에게 귀속될 보험금이 얼마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는지, 피고인의 실질적 수입 내역과 생활비 등 지출 규모, 가계의 재정운영 상태 등 경제적 형편과 상황에 비추어 보험료 부담을 감당할 만하였는지, 피고인이 예금이나 적금 등 통상적인 저축 수단은 거의 보유하지 않은 채 보험 상품에 집중하여 자금을 운용한 경위, 피고인이 지속적으로 보험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납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보험약관대출 및 중도인출을 받아온 경위 및 이를 통하여 마련된 자금의 구체적 용도, 중도인출 등이 보험계약의 유지에 미치는 효과, 피고인이 가입한 보험 중 단순 보장성 보험을 제외한 예금·적금 같은 저축성 기능을 수행하던 보험의 건수, 가입금액, 전체 보험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 피고인이 매월 납부한 보험료 총액 중 저축성 기능을 수행하던 부분을 제외한 순수한 비용 지출로 볼 수 있는 실질 부담액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살펴 피고인의 보험가입 행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비합리적인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등을 세심하게 확인하고, 나아가 피고인에게 경제적 이유나 그 밖의 금전 외적인 이유가 존재하는지를 함께 살펴 피고인이 오로지 보험금만을 목적으로 이 사건 살인 범행을 감행하였다고 볼 만한지 등 범행 동기 부분을 좀 더 분명히 밝혀보았어야 할 것이다.

 

. 범행방법의 선택과 관련하여

 

1) 원심은, 피해자가 사망하면 피고인은 좀처럼 보기 힘든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하게 되는데다가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회사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피고인에게도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고 여겨질 수 있는 방법으로 사고를 고의로 유발할 수 있다고 보아, 이 사건 사고와 같은 방식의 범행이 상식을 크게 벗어난다거나 이례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피고인이 보험금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고자 계획하였다면 여러 가지 범행방법을 궁리했을 수 있다. 그 경우 예상할 수 있는 고려사항은 우선 그 범행으로 피해자가 확실하게 사망하는 결과가 달성될 수 있어야 하고, 우발적으로 갑자기 살해의사가 발동된 것이 아니고 특히 이 사건과 같은 방식으로 교통사고로 위장하고자 하였다면 범행장소나 실행방법을 사전에 탐색하는 등의 준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범죄의 실행과정에서 피고인 본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심각한 위험요소가 있는 범행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특히 보험금 등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살인 범행에서는 상정하기가 쉽지 않다. 범행이 발각될 우려를 감소시킬 것까지 염두에 두고 고도의 계산을 하여 사고로 위장하였을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지만, 피고인 본인에게 미칠 위험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면 경험칙상 쉽게 그러한 범행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리라고 단정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3) 그런 점에서 이 사건의 범행방법에는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경험칙상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원심 판시와 같이 단지 이득이 큰 만큼 큰 위험도 감수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경험법칙이나 논리적 정합성 측면에서 쉽게 이해되지 아니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이 사건 사고는 시속 60~70km로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대형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정면으로 추돌한 것으로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하여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행방법으로는 결과에 대한 예측 및 통제 가능성의 측면에서 쉽게 감행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다가 도로 우측에 정차 중인 차량의 뒷부분을 조수석 쪽만 부딪치도록 정확히 맞추어 추돌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닐 뿐만 아니라, 의도대로 조수석 쪽만 추돌되도록 맞추더라도 그런 정도의 속도로 정면 추돌을 하면 운전석에 탄 피고인 자신의 생명이나 신체에도 심각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범행방법을 택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이 사건 사고 결과 피해자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큰 상해를 입지 않기는 하였으나, 그 결과만을 놓고 이 사건 범행방법에 내재된 객관적 위험의 정도를 가볍게 평가할 수는 없다.

 

이 사건 차량은 공차 중량이 2t 정도의 그랜드 스타렉스 승합차이고, 이 사건 화물차량은 적재중량 8t의 초장축 특장차로서 대형 화물적재함이 설치된 차량이다.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에는 운전석과 조수석 뒤쪽 좌석 및 적재함에 남대문시장에서 구입한 생활용품이 가득 적재되어 있었으므로 대형 화물차량과의 충돌로 인한 충격의 정도는 쉽게 가늠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 차량의 크기 및 높이의 차이 때문에 승합차가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빠른 속도로 정면 추돌하면 승합차는 화물차량의 적재함 아래쪽에 끼게 될 수 있고, 실제 이 사건 사고로 이 사건 차량은 조수석 전부 및 운전석의 오른쪽 일부가 전면 유리창과 차량 지붕이 맞닿은 부분까지가 화물차량의 적재함 및 하부 구조물 아래쪽으로 밀려 파고 들어간 상태에서 정지하였고, 이 사건 차량의 엔진룸이 크게 뒤로 밀리는 형태로 파손되었으며, 차량 앞쪽의 엔진 구조물 및 플라스틱 대시보드, 운전대 등 조향장치 부분도 파손되어 운전자 쪽으로 밀려 들어왔다. 피고인은 사고 후 운전석으로 밀려 들어온 차량 구조물 등에 다리 등 신체 일부가 끼어 차량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상태로 있다가 견인차량 및 119구급대가 도착하여 그 구조물을 강제로 절단한 후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사건 차량 앞쪽의 직접 추돌 부위는 전면 유리창 상단을 기준으로 우측 약 68%2/3 정도에 해당하는데다가 피고인이 부상을 입은 부위도 목 늑골, 대퇴부, 슬관절 등으로 경동맥이나 대퇴동맥 등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부위에 가까운 점 등을 감안하면, 그 범행방법이 피고인의 신체나 생명에는 위험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피해자만을 살해해야 하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고,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의 충돌 부위 및 속도를 미리 조절하여 사고의 결과를 예측한 상태에서 사고상황을 적절한 정도로 통제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사고 당시 피고인은 운전을 하고 있었지만 피해자는 조수석 의자를 뒤로 젖혀 누워 자고 있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상태에서 피해자를 확실히 사망하게 할 정도로 강력하게 추돌을 하면서도, 피고인은 치명적인 위험에서는 비켜갈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하고 범행을 결행한다는 것은 그 무모함의 정도가 통상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원심은 운전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건과 같은 정면 추돌을 하는 것만이 피해자만 희생되고 피고인은 생존할 수 있는 운행방법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차량 충돌 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다양하여 그 이후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여 통제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대단히 어렵다고 보이고, 충돌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 역시 미리 가늠하기 어려워 자신의 생명은 온전히 보전한 채 안전하게 추돌할 방법을 실행하는 것이 용이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또한 피고인의 운전 능력이 원심이 정면 추돌의 근거로 들고 있는 운전경험상의 직감을 인정할 만큼 숙달된 정도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찾아볼 수 없거니와 보통의 운전자이면 그러한 직감을 한다는 것이 경험칙상 당연히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고자 계획할 경우에도 이 사건 사고의 경우처럼 매우 우연한 장소에서 우연히 대형 화물차량이 정차해 있는 상황을 만나게 되면 곧바로 추돌사고를 일으켜 범행을 실행하기로 마음먹고 고속도로를 운행하면서 적절한 범행장소를 만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계획적인 범행 수법으로는 매우 이례적이다. 사고 당시 상황을 보더라도 피고인이 고의로 사고를 일으켰다면, 사고지점에 이르기 전 마지막 커브구간을 돌아 우연히 갓길에 정차한 이 사건 화물차량을 발견하고 불과 채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순간적인 판단으로 이 사건 사고를 내었어야 하는데, 이는 미리 작심하고 범행하려는 범인이 택하는 범행방법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우연적 요소가 많다.

 

수사기관에서도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적, 피고인 및 가족의 노트북과 휴대폰 등 정보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가택 및 영업점에 대한 범행 관련 자료의 압수수색 등을 통해 범행 계획, 준비 행위와 관련된 단서 확보를 위해 노력하였으나, 범행방법을 포함하여 사전에 범행을 준비하거나 충돌방법을 연구하였다는 등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기록상 피고인이 자신의 신체나 생명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이 사건과 같은 추돌사고를 일으킬 만큼 극단적인 위험부담을 떠안을 만한 성품을 지녔다는 등의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4) 이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선택한 범행방법은 매우 짧은 시간에 범죄의 실행을 결단해야 하는 상황이고 추돌 대상 화물차량을 발견한 것도 상당히 우연적인 것으로 보이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살인을 교통사고로 위장할 의도로 이 사건과 같은 범행방법을 선택하였다고 보려면,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피고인의 운전 경력 내지 경험에 따른 운전 능력을 살피는 외에도 피고인 운전의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화물차량을 비롯한 정차해 있는 대형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시속 60~70km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정면 추돌할 경우 설령 조수석 쪽만 추돌하도록 조종한다고 하더라도 충돌 후 반동으로 차량이 튕겨 나가면서 운전자도 통제불능의 상태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 이 사건 차량의 앞부분은 일반 승용차와는 그 구조가 상이하므로 화물차량을 추돌하였을 때 화물차량의 적재함 및 하부 구조물 아래로 파고 들어가는 정도 역시 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차이는 어느 정도인지, 이 사건 차량이 추돌한 것과 같은 대형 화물차량은 통상 다른 차량이 추돌하더라도 차량 하부 구조물 아래로 파고 들어와 끼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철강 구조물을 설치해 두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과 같은 방식으로 추돌함으로써 조수석 쪽 탑승자만 치명적 피해를 입게 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범행을 감행하는 것이 능숙한 운전자라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지, 피고인이 중한 상해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살인의 의심을 피할 의도로 그러한 위험을 쉽게 감수할 정도로 무모한 성품 내지 성향의 보유자인지,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범으로서 이 사건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범행을 하려고 하였다면 피해자와 함께 ◇◇에서 서울로 차량을 운전하여 갈 때나 서울에서 이 사건 사고 장소에 이를 때까지 여러 차례 정차 중인 화물차 등 대형차량을 물색하거나 범행을 시도하려고 하였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확보 가능한 고속도로 CCTV영상 등에 그러한 흔적이 나타나는지 등에 관하여 좀 더 심리해 본 다음, 피고인을 기준으로 한 경험칙으로 볼 때 이 사건 사고가 선택 가능한 범행방법의 범주에 속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 사고 전후의 상황과 관련하여

 

1) 원심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사고 지점에 이르기 전 약 422m 부근에서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된 점, 화물차량이 정차해 있던 비상정차대 입구 부근에서 우조향하여 비상정차대 쪽으로 진입한 다음 다시 좌조향하였다가 우조향하는 방식으로 진행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이 사건 차량의 앞바퀴를 정 방향(11자형)이 되도록 하여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정면으로 추돌한 점,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의 수동변속기는 이 사건 차량의 진행 속도에 맞도록 6단에서 4단으로 인위적으로 변경되어 있었던 점, 사고 지점에 접근하면서 이 사건 차량은 앞 숙임 현상이 있었는데 이는 도로상태 등으로 보아 제동장치의 작동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큰 점,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기 전에 커브 구간이 반복적으로 있어 졸음운전을 했다면 사고를 당할 위험이 상당하였음에도 별다른 사고 없이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렀던 점 등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졸음운전과는 양립하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어서 이를 보험금의 취득이라는 범행 동기와 합쳐서 보면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이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인정한 위와 같은 간접사실들이 모두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고, 나아가 인정되는 간접사실들에 의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를 고의로 일으켰다고 단정해도 좋을 만큼 논리칙 및 경험칙에 부합하고 과학법칙에 들어맞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원심은, 기록상 나타나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여러 조사 및 분석결과 등을 토대로, 이 사건 차량 및 화물차량이 추돌 전후의 추정 위치 및 바퀴의 배열과 같은 모습으로 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차량이 사고 지점으로부터 40m 전방에서 비상정차대로 우조향 된 후 우조향 된 조향각보다 더 큰 각도로 좌조향하여 바퀴가 좌측을 향하였다가 다시 직전의 좌조향한 조향각보다 더 큰 각도로 우조향 되어야 한다고 보고, 운행 중 이러한 정도의 조향장치의 조작은 졸음운전을 하면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하고, 이는 피고인이 사고 지점에 이르러 고의적으로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추돌함에 있어 운전경험상의 직감 등에 따라 충격 후 차량이 회전함으로써 자칫 운전석에 가해질 수도 있는 위험으로부터 운전자인 피고인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심리적 동기에 기인하여 정면으로 추돌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고 객관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는 사고 장소 부근 CCTV영상에 나타난 이 사건 차량의 움직임과 들어맞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사고원인에 관한 감정의견을 제시한 공소외 15, 공소외 16, 공소외 17 등 증인들은 CCTV영상을 육안으로 관찰할 때 이 사건 사고 직전에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불빛이 사고 지점 건너편에 설치된 CCTV 영상의 고정 시선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굴절되는 변화가 관찰된다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 직전에 우조향 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할 때, 원심의 논리대로라면, CCTV영상에서 이 사건 차량이 최초에 우조향 됨으로써 상향등의 불빛이 CCTV의 초점 위치에서 멀어짐으로써 광선이 어두워진 후에 다시 앞서 우조향 된 조향각보다 더 큰 각도로 좌조향 되어 바퀴가 좌측으로 향하게 될 경우 직전에 굴절된 상향등의 불빛이 CCTV의 시선 쪽으로 향하여 다시 굴절되어 가까워지는 변화가 관찰되어야 하고, 그 후 다시 직전의 좌조향한 조향각보다 더 큰 각도로 우조향 될 경우 이와 반대의 변화가 관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를 확인하고, 그러한 변화가 CCTV영상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이유도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어야 할 것인데 기록상 그러한 점이 규명되어 있지 않다.

 

위 공소외 15, 공소외 16은 각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자신들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사고 직전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에 대하여 일관되게, 사고 지점 전방 40m 부근에서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 된 후 다시 좌조향하는 조작만으로도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가 자신들이 추정한 이 사건 화물차량에 대한 추돌 직전의 상태에 이르게 되고, 이러한 방식의 진행 경로가 충돌 후 이 사건 차량 및 화물차량의 최종적인 위치에 관한 추정에도 들어맞는 결과가 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공소외 17도 대체로 이와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원심의 판단은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의 예상 진행 경로에 대한 이들 감정인들의 일부 분석결과를 전제로 하면서도 이와 다른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심의 위와 같은 추론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 있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도 위 감정인들의 조사 및 분석결과나 원심의 추론 모두 사고 장면 CCTV영상을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영상 속의 각 시점에 따른 이 사건 차량의 움직임과 위치를 실제 사고 장소의 해당 위치와 시점별로 대응시키는 방법으로 사고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여 얻은 추정치로 보이는데, 그것이 무시하여도 좋을 정도의 오차 범위 내에서 정확성이 과학적으로 담보된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추정치를 토대로 작성된 사고 재현 CCTV영상과 실제 사고 장면 CCTV영상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사고 장면 CCTV영상에 기초한 이 사건 차량의 위치, 속도, 움직임 등 사고 당시의 상황에 대한 분석·감정을 의뢰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공소외 18은 사고 장면 CCTV영상의 화질을 기술적으로 개선한 후 영상 분석을 시도하였으나 영상 자체가 이 사건 차량의 움직임 등을 명확히 구분할 정도의 해상도 및 화각이 되지 못하고, 낮은 조도에서 촬영되고 노이즈가 강조되어 나타나며, 세밀한 영상 정보가 손실되는 등의 사유로 이 사건 차량의 정확한 위치, 속도, 움직임 등에 대해서는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기도 하였다.

 

한편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직전에 상향등이 점등된 사실과 졸음운전을 했다는 것이 양립할 수 있을지는 상당한 의심이 가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졸음운전 중이라고 하더라도 순간적인 무의식 내지 반무의식 상태에서 차량을 지속적으로 운행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므로, 졸음운전 중 운전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반응 및 상향등 조작 장치가 작동될 수 있는 가능성 등에 대한 치밀한 과학적 검증 없이 상향등이 점등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졸음운전과 양립할 수 없는 피고인의 의식적 고의행위가 개입되었다고 쉽게 속단할 수도 없다.

 

원심이 졸음운전과 양립할 수 없다고 든 이 사건 차량의 수동변속기의 조작 가능성 역시 어느 시점에 기어 변속이 이루어졌는지가 불분명하고, CCTV영상만으로 일부 감정인 의견처럼 앞 숙임 현상이 있었고, 그것이 이론의 여지없이 제동장치의 조작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영상분석 전문가인 공소외 18은 다른 전문가들과 달리 사고 장면 CCTV영상의 앞 숙임 현상은 그 화질 불량 등의 사유로 추돌 직전 제동장치의 조작에 의한 것인지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하면서, 주행 중인 차량의 앞 숙임 현상은 제동장치, 조향장치의 작동 외에 현가장치의 특성, 사고 현장의 노면 상태 및 속력 등에 의한 원인 또는 이러한 원인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므로, ‘앞 숙임 현상의 존재를 전제로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고 오로지 제동장치의 작동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3) 결국 졸음운전으로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이 일어날 수 없다는 데 대하여 더욱 과학적이고 정밀한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이 사건 사고가 고의에 의한 교통사고라고 쉽게 속단할 수는 없어 보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졸음운전 중 운전자의 신체에 나타나는 반응과 그러한 반응이 운전자의 운전 기능 및 차량의 운행 상태에 미치는 영향, 졸음운전 중에는 상향등의 조작이 전혀 불가능한 것인지,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중에 도로의 상황, 차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상향등을 조작한 뒤 다시 졸았을 가능성은 없는지, 상향등을 켠 이후로도 20초 동안 약 422m를 더 진행한 후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그 시간과 거리는 의식적으로 상향등을 조작한 후 다시 가수면 상태로 들어가 졸음운전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인지, 원심 판시와 같이 고의사고임을 전제로 비상정차대에 정차 중인 화물차량을 명확히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졸다 잠시 깬 상태에서 도로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상향등을 켠 것이라면 당시 도로 및 차선의 밝기 등 제반 사정은 그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할 만한 것이었는지, 순간적으로 졸다 깨기를 반복하는 졸음운전과 사고 장면 CCTV영상에서 확인되는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인지 등에 관한 합리적인 의문을 해소한 이후에 상향등 점등 등 이 사건 차량의 운행 상태가 졸음운전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더하여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상황 등을 조사, 분석한 감정인들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도 아니므로 감정인들이 견해 차이를 보이는 이유, 그것이 이 사건의 유·무죄를 가늠하는 핵심적인 것인지, 각자의 감정방법이 이 사건 사고 상황을 추측하는 데 타당한 방식이었는지, 그 전제로 삼은 조건들은 적절했는지 등에 관하여 감정인들이 한 자리에서 서로 각자의 견해를 개진하고 그 합리성 및 타당성을 검증하는 등으로 어느 감정의견이 더 과학적 신빙성이 있는지 밝혀보는 것도 필요하였던 것은 아닌지를 아울러 지적하여 둔다.

 

.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 등에 관하여

 

1) 원심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 내에서 피해자가 덮고 있던 이불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고, 그 혈흔으로부터 수면유도제 성분인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된 점, 사고 당시 피고인만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피해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점을 피고인이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낸 것이라는 데 대한 간접사실로 들고 있다.

 

2) 그러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이불에 묻어 있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의 수면상태에서 사고를 일으키기 위해 차안에 있던 옥수수수염차에 약물을 타서 먹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그와 같이 단정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원심은 피해자가 덮고 있던 이불에 묻은 혈흔이 피해자의 것이라고 보았으나, 이 사건 차량에서 채취된 시료 중 이불에 묻은 혈흔은 DNA 식별이 불능으로 판정되어, 피해자가 위 이불을 덮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혈흔이 피해자의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불에 묻은 혈흔에서 DNA 식별이 불능이라고 판정된 이유는 혈흔이 부패되어 DNA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시료 채취가 이불에 있던 것보다 약 1개월 뒤에 이루어진 유리창의 혈흔에서는 피해자의 DNA가 식별되었다는 것이므로 이불의 혈흔이 반드시 이 사건 사고 당시의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보인다.

 

한편 피해자의 것으로 인정되는 차량 유리창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검출되기는 하였으나, 그 혈흔이 묻은 부위가 작아 디펜히드라민만을 목표 약물로 설정하여 단일분석을 하였을 뿐 다른 약물도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한 확인 시험을 실시하지는 못하였다는 것이어서, 피해자가 수면유도제가 아닌 디펜히드라민이 포함된 다른 복합제제의 약을 복용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이 사건 차량의 에어백에 묻은 혈흔은 피고인의 것으로 판정되었는데, 거기에서도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고의사고를 일으키기 위해 피해자를 잠들게 할 목적으로 옥수수수염차 등에 수면유도제를 넣어 먹였다는 가설은 더 이상 지지받기 어렵다.

 

3)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복합제재 및 단일제재를 통틀어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복용하는 약품 중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포함된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중에 임신 7개월의 임산부가 복용하여도 태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약품이 있는지, 피고인과 피해자의 혈흔에서 공히 위 성분이 검출되었으므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그러한 약품을 복용하였을 가능성은 없는지, 수면유도제가 아니면서 위 성분이 포함된 약품을 복용하였을 경우에도 수면유도 효과가 생기는지,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한지 등에 관하여 더 살펴보았어야 할 것이다.

 

4) 한편 피고인이 서울로 올라갈 때 찍힌 다른 곳의 CCTV영상에는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았는데, 사고 당시에는 피고인만 안전벨트를 매고 피해자는 매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가 잠든 사이에 일부러 안전벨트를 풀었다고 볼 자료는 전혀 없고, 또한 피해자는 사고 당시 의자를 뒤로 젖혀 누운 상태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므로 그런 자세에서는 안전벨트가 방해가 되어 이를 풀어놓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고 당시 피해자만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이 사건 사고가 고의적인 살인을 도모한 것이라고 볼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 그 밖의 부수적 전후 사정에 관하여

 

1) 원심은, 이 사건 차량으로 서울에 갈 당시 피해자는 동행할 예정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피고인과 동행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사고 직후 이 사건 화물차량 운전자, 견인차 기사 등에게 즉시 피해자의 구조를 요청하지 아니하는 등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였고, 병원에서도 지인에게 사고의 경위에 관하여 사실과 달리 진술하기도 하였던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가 난 바로 당일 오전의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피해자의 시신을 화장할 화장장의 예약을 부탁한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약 2주 전에 휴대전화를 교체하였고, 사고 다음날 휴대전화로 이 사건 사고 관련 뉴스를 찾아 그 기사 내용 등을 여러 차례 검색한 점, 피해자가 혼인 중 2회에 걸쳐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고,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무렵 피해자가 임신한 태아에 대해서도 출산을 원하지 않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인 적이 있었던 점, 임상심리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피고인의 심리적 반응이나 성격에 일부 특이성이 엿보인다고 나온 점 등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사정도 이 사건 사고가 고의사고임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피고인의 살인의 동기와 범행방법의 선택,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 등에 대한 본질적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원심이 고의성을 추단할 만한 부수적인 간접사실로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인정의 전제가 되는 살인의 범의에 기한 교통사고임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이상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이 운전한 이 사건 차량의 운행방식에 고의를 의심할 만한 점들이 있었고, 당시 상황에 관한 피고인의 설명에 의문점이 있는 것은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는 이상, 피고인이 위와 같은 의문점을 해소해 주지 못한다고 하여 객관적 증거와 이에 기초한 치밀한 논증의 뒷받침 없이 살인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다. 단호하게 진실이라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논리적 추론과 가능성의 우월함만으로 단죄할 수는 없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은 이러한 순간에 더 의미가 있다. 원심이 들고 있는 간접사실만을 근거로 이 사건 사고가 고의적 살인을 위한 것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의문의 공백이 크다.

 

결국 졸음운전인지 고의사고인지 단언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여러 의문을 떨쳐내고 고의사고라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 간접증거나 정황증거가 충분하다거나 그러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중 살인의 점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종합적 증명력을 가진다고 보기에는 더 세밀하게 심리하고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충분히 수긍할 만한 살인의 동기가 존재하였는지, 범행방법의 선택과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의문점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사고 당시의 상황이 고의로 유발되었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지 등에 대한 치밀하고도 철저한 검증 없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권순일

주심 대법관

박병대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재형





사 건

2017노202 살인{인정된 죄명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사기 

피고인

항소인

검사 

검사

강화연(기소 및 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방기태, 우수연, 김한수 

법무법인 허브 

담당변호사 황적화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5. 6. 10. 선고 2014고합271 판결

환송전당심판결

대전고등법원 2017. 1. 13. 선고 2015노358 판결

환송판결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선고

2020. 8. 1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금고 2년에 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약 95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고의로 사고를 야기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고, 위 고의사고를 단순한 교통사고로 가장하여 보험금을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

2. 직권판단

검사는 환송 전 당심에서 당초의 공소사실을 유지하되 그 중 살인의 공소사실을 아래 '변경된 주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일부 변경하면서 아래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의 예비적 공소사실, 죄명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적용법조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형법 제268조'를 각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환송 전 당심이 위 공소장변경을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이러한 점에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원심판시 무죄 부분(살인의 점과 이를 전제로 하는 사기의 점)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항소이유로서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변경된 주위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1998. 10. 9. 첫 번째 부인인 CR와 혼인하였다가 2001. 4. 3. 협의이혼하였고, 2005. 9. 26. 두 번째 부인인 F과 혼인하였다가 2007. 4. 4.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으로 이혼하였으며, 2008. 1. 21. 당시 캄보디아 국적의 피해자(여, 24세, 임신 7개월)와 혼인하였다. 피해자는 2013. 11. 6.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다음 2014. 3. 12. AT에서 B으로 개명하였다.

피고인은 2008. 6. 20.경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CS 보험에 가입하고, 2014. 6. 5.경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고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보험금이 최대 약 31억 원에 달하는 P 보험에 가입한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2014.경까지 I, N, CF, 우체국 등 11개 보험회사에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생명보험 25개에 가입하고, 피해자의 보험료로 매달 합계 약 360만 원을 지급하여 왔다.

피고인은 2007.경부터 피고인과 가족들이 가입한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보험계약대출 및 중도인출로 합계 316,924,020원을 교부받아 보험료, 대출금 상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는 등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위와 같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된 보험계약에 따라 약 95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4. 8. 23. 03:41경 천안시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하향방면 335.9㎞ 부근에서 자신은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조수석에 탑승한 피해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AC FK 승합차를 5차로 길 중 5차로(갓길)로 운행하면서 전방 5차로 도로 옆 비상정차대에 AD이 운전하는 AE 8톤 화물차가 정차되어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위 FK 승합차의 전면 우측 부분을 위 화물차량의 후미 좌측 부분에 고의로 추돌시켜 그 자리에서 피해자를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AC FK 승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4. 8. 23. 03:41경 천안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하향방면 335.9㎞ 부근 5차로 길을 5차로(갓길)를 따라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는 야간이고 고속도로에서 주행하거나 정차해 있는 차량들이 있으므로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졸음운전을 하지 말고 전후좌우를 잘 살펴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졸음운전을 한 과실로 전방 5차로도로 옆 비상정차대에 정차되어 있는 AD이 운전하는 AE 8톤 화물차의 후미 좌측 부분을 위 FK 차량의 전면 우측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위 FK 조수석에 동승하고 있던 피해자 B(여, 24세, 임신 7개월)을 그 자리에서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3. 소송의 경과

가. 원심은 이 사건 변경 전 공소사실인 살인 및 이를 전제로 한 사기의 점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고, 이에 검사는 사실오인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나. 환송 전 당심은 위 2.항 기재와 같이 검사의 공소장변경을 허가하고, 검사의 항소이유를 받아들여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고로 사망하면 약 95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정은 이 사건 범행의 주된 동기로 볼 수 있는 점,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이 운전하던 FK 승합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의 상향등이 점등된 점, 이 사건 차량이 화물차량이 정차해 있던 비상정차대 입구 부근에서 우조향하여 비상정차대 쪽으로 진입한 다음 좌조향하였다가 다시 우조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여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정면으로 충돌한 점, 이 사건 차량의 수동변속기가 6단에서 4단으로 인위적으로 변경된 점, 제동장치에 의한 앞숙임 현상이 있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졸음운전과는 양립하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인정되고, 이 사건 사고가 고의사고임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들도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공소사실 및 이를 전제로 한 사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환송 전 당심의 위와 같은 유죄 인정에는 증명의 정도, 과학적 증거방법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오해, 논리와 경험법칙을 위반하여 합리적인 자유심증의 범위와 한계를 넘어 사실을 오인한 위법, 무죄추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상고하였다.

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환송 전 당심은 피고인에게 충분히 수긍할 만한 살인의 동기가 존재하였는지, 범행방법의 선택과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의문점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사고 당시의 상황이 고의로 유발되었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지 등에 대한 치밀하고도 철저한 검증 없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환송 전 당심판결에는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환송 전 당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환송하였다.

4.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등 참조). 한편 살인죄와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주요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고, 그 하나하나의 간접사실이 상호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함은 물론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0895 판결 참조). 그러므로 유죄의 인정은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고의적 범행이 아닐 여지를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한편, 법원조직법 제8조는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라고 규정하고,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 후문도 상고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은 하급심을 기속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법률심을 원칙으로 하는 상고심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또는 제384조에 의하여 사실인정에 관한 원심판결의 당부에 관하여 제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므로 조리상 상고심판결의 파기이유가 된 사실상의 판단도 기속력을 가진다. 따라서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그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도10572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의 쟁점

1)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점과 관련하여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2014. 8. 23. 03:41경 천안시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335.9km 지점의 5차로 길 중 5차로(갓길)를 따라 피고인이 운전하던 이 사건 차량의 전면 우측 68% 부분이 우측 도로변 비상정차대에 정차해 있던 8톤 화물자동차(이하 '이 사건 화물차량'이라 한다)의 후미 좌측 부분을 추돌하여 이 사건 차량이 직접 추돌한 전면 우측 약 68% 부분이 이 사건 화물차량의 적재함 아래로 파고 들어가면서 이 사건 화물차량 적재함 후미 끝부분이 이 사건 차량의 앞좌석 부근까지 밀려들어온 상태에서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임신 7개월 상태로 이 사건 차량 조수석에 타고 있던 피고인의 처인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한 사실,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를 피보험자, 피고인을 수익자로 한 여러 건의 생명보험에 가입해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

2) 피고인의 주장 및 객관적인 증거

피고인은 최초 경찰 수사단계부터 일관되게 졸음운전을 하다가 추돌사고를 낸 것이지 피해자를 고의로 살해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고, 사고 발생 당시의 정황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는 사고지점 반대편 상행선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CCTV에 촬영된 영상(이하 '이 사건 CCTV 영상'이라 한다) 외에는 사고 발생 이후의 현장상황이 있을 뿐이다.

3) 쟁점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공소사실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졸음운전 사고인지 고의사고인지 단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① 피고인이 보험금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처인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볼 수 있는 범행 동기가 선명하게 드러나는지, ② 피고인을 기준으로 한 경험칙으로 볼 때 이 사건 사고가 선택 가능한 범행방법의 범주에 속하는지, ③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점 등,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 제동장치에 의한 앞숙임 현상, 이 사건 차량의 수동변속기의 인위적 변경 등 검사가 주장하는 간접사실들이 모두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나아가 인정되는 간접사실들에 의하여 피고인이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졸음운전으로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이 일어날 수 없다는 데 대하여 과학적이고 정밀한 분석이 충분히 뒷받침되는지, ⑤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인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된 것을 근거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잠들게 할 목적으로 옥수수수염차 등에 수면유도제를 용해하여 먹였다고 볼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 환송 후 당심에서 새롭게 증거조사가 이루어진 증거를 포함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능력 있는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여러 의문을 떨쳐내고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이 고의사고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사건 사고의 고의성이 증명되어야 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다. 범행 동기에 관하여

1) 피고인이 가입한 보험내역 등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은 피해자와 혼인한 직후부터 별지1 보험가입내역(1)과 같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고,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피고인 혹은 법정상속인을 수익자로 한 33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중 순번1 내지 26 기재 각 보험은 이 사건 사고를 보험사고로 하고 있고, 순번27 내지 33 기재 각 보험은 이 사건 사고를 보험사고로 하지 않고 있다.

② 피고인이 별지1 보험가입내역(1)과 관련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납입하였던 월 보험료는 월 4,272,156원{=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1 내지 26 기재 각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 3,600,406원 +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27 내지 33 기재 각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 671,750원}이고, 이 사건 사고가 교통사고로 인정될 경우 피고인이 받게 될 보험금은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1 내지 26 기재 각 보험에 따라 합계 약 95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다만,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3, 8, 10, 24 기재 각 보험은 피해자의 사망시 보험금 대부분이 상당 기간 동안 정기금 형태로 분할 지급되는 보험이고, 위 순번3, 10, 24 기재 각 보험에는 예정이율로 할인된 일시지급제도가 있으나 위 순번8 기재 보험에는 일시지급제도가 없다.

③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1 내지 26 기재 각 보험 중 연금보험 4건(순번7, 12, 21, 22)을 제외한 나머지 22건은 모두 보장성 보험이다. 위 보장성 보험 중 순번2, 3, 4, 8, 10, 20 기재 각 보험은 사망에 대한 보험인데, 위 순번2, 3, 8, 10 기재 각 보험은 변액유니버셜보험1)으로서 투자 기능도 일부 가지고 있다. 나머지 순번1, 5, 6, 9, 11, 13 내지 19, 23 내지 26 기재 각 보험은 재해사망뿐만 아니라 질병사망, 질병치료, 수술비용, 암 진단 및 치료, 부인질환 등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이다. 다만, 위 연금보험 4건은 저축성 기능 이외에 사망에 대한 보장기능도 일부 있으나 저축성 기능이 주된 기능이어서 사망보험금이 적은 편이다.

④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중 저축성 보험(순번7, 12, 21, 22, 29, 31)의 월 보험료 합계는 1,437,550원이고, 보장성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는 2,834,606원이며, 위 보장성보험 중 이 사건 사고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는 2,762,856원이다(한편, 위 보장성 보험 중 투자 기능을 일부 가지고 있는 변액유니버셜보험인 순번2, 3, 8, 10 기재 각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는 1,412,600원이다).

⑤ 피고인은 별지2 보험가입내역(2)과 같이 피해자 이외의 본인 또는 다른 가족을 피보험자로 하고, 수익자를 피고인 혹은 법정상속인으로 한 다수의 보험계약을 채결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납입하였던 보험료는 월 5,287,509원이었다. 그 중 저축성 보험은 7건, 보장성 보험은 36건이고, 저축성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는 3,379,700원, 보장성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는 1,907,839원이며, 피고인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장성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는 784,130원이다.

⑥ 별지2 보험가입내역(2)에 따른 피고인의 사망보험금은 542,000,000원, 큰 딸 C의 사망보험금은 565,000,000원, 작은 딸 D의 사망보험금은 20,000,000원, 피고인의 부친인 X의 사망보험금은 195,000,000원, 피고인의 모친인 DT의 사망보험금은 3,000,000원이다.

⑦ 한편,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한 보험계약은 사망보험금이 없는 연금보험 1건을 해지한 것 이외에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었고, 피고인 본인 또는 C, D, F(전처) 등이 피보험자로 된 보험계약들 중 일부는 별지3 보험해지내역에 기재된 바와 같이 가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 해지되었다.

⑧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별지1 보험가입내역(1)과 별지2 보험가입내역(2)에 따라 납부한 총 보험료가 449,316,975원이었고, 위 보험에 기한 총 중도인출금은 113,894,901원이었으며, 위 보험에 기한 총 약관대출원금이 155,440,000원이었다. 한편,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소멸된 보험에 따라 납부한 총 보험료는 571,971,107원이었고, 위 보험에 기한 총 중도인출금은 49,862,176원이었으며, 위 보험에 기한 총 약관 대출원금은 253,489,977원이었고, 해지환급금은 94,550,123원이었다.

⑨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던 G 생활용품점(이하 '이 사건 생활용품점'이라 한다)의 월 수입, BH에 대한 대여금 채권에 기한 약정이자 월 200~500만 원 상당, 보험에 기한 중도인출금 내지 약관대출금 등으로 매월 보험료 9,559,665원 및 생활비를 지출하였다.

2) 유죄로 의심되는 간접사실 등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은 각 보험계약서에 월 수입을 500만 원으로 기재하였고, 피고인의 부가가치세 신고를 대신해주었던 M도 피고인의 월 수입이 l,000만 원을 하회할 것으로 보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매월 피고인 본인뿐만 아니라 C, D 등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의 보험료 합계 5,287,509원에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의 보험료 합계 4,272,156원을 더하여 총 9,559,665원의 보험료를 부담하였다.

② 피고인은 2013. 4. 30. Q조합으로부터 5,000만 원을 대출받았으나,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까지 원금을 변제하지 못한 채 월 이자만 변제해오고 있었고, 피고인의 주거래 계좌에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거의 매월 보험약관대출금 또는 중도인출금이 입금됨과 동시에 월 보험료가 출금되었으며, 2014. 7. 11. 카드론 1,300만 원을 수령하여 일부는 동생 CK에게 송금하고, 일부는 위 보험약관대출금 등을 상환하였으며, 2014. 8. 14. EZ로부터 2,300만 원을 대출받아 위 카드론 및 위 보험약관대출금 등을 변제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피고인의 Q조합 계좌 잔고는 238,580원, R은행 계좌 잔고는 3,676,619원, 우체국 계좌 잔고는 2,031,691원에 불과하였다.

③ 피고인은 2014. 4.경부터 S, BD에게 상황이 어려우니 빌려준 돈을 갚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하였고, BD은 약 4 ~ 5년 전부터 피고인의 장사가 잘 안된다는 말을 주위에서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④ 피고인은 피고인 본인 또는 다른 가족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은 여러 개 해지한 반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은 연금보험 1건을 해지한 것 이외에 매월 276만 원 상당의 보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보장성 보험 대부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⑤ 피고인은 2014. 4.경부터 2014. 5.경 사이에 N 보험설계사 O, 팀장 FA, 영업소 대표 BK으로부터 보험가입을 권유받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연금보험을 추천받았으나 피해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P 보험{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8 기재 보험}에 가입하였다. 당시 피고인은 이미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당수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⑥ 피고인의 보험가입 및 운용 행태를 분석한 감정인 FB은 '피고인은 월 평균 소득이 500만 원 정도에 불과함에도 매월 900만 원 이상의 돈을 보험료로 지출하고 있었고, 이를 충당하기 위하여 주로 본인 명의의 저축성 보험에서 중도인출금과 약관대출금을 받거나 보험을 해지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였다. 피고인은 자신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은 주로 저축성 보험으로 가입한 반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은 주로 보장성 보험으로 가입하여 유지하였고, 피고인의 저축성 보험의 중도인출금과 약관대출금 등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장성 보험의 보험료에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인이 보험 가입 및 해지 등을 통하여 금전적 이득을 보았던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인이 보험을 금융거래수단으로 활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자신의 보장성 보험을 가입함에 있어서 사망을 염두에 두기 보다는 생전에 각종 질병을 얻게 될 경우를 주로 대비하였던 것으로 사료된다. 반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보장성보험을 가입함에 있어서는 생전의 각종 질병을 얻게 될 경우보다 사망을 중점적으로 대비하였던 것으로 사료된다. 피고인이 자신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에 월 287만 원을 납입하면서도 사망보험금은 총 4억 8,000만 원에 불과하였던 반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장성 보험은 자신의 보험료보다도 적은 월 271만 원을 납입하면서 사망보험금은 총 94억 원에 달하는 점을 볼 때, 피고인의 보험 가입 형태는 특정한 목적성이 뚜렷이 나타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⑦ S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매형이 사망하여 피고인의 누나가 사망보험금을 수령하여 그 돈으로 집을 샀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의 형인 W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2년 전에 '누나, 돈 벼락 맞는 거 어떻게 생각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⑧ 피고인은 2008. 5. 29.경 DJ의 마케팅 직원과의 통화하면서 직원이 '캄보디아 여자와 결혼한 남자가 그 여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사망보험에 가입하였다.'며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사망보험의 가입을 권유하자 처음에는 피해자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필요 없다며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은 2008. 6. 13.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첫 번째 보험으로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242) 기재 보험과 순번 33 기재 보험에 가입하였다.

3) 판단

가) 일반적으로 금전적 이득의 기회가 살인 등 범행의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행위자가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득이 클수록 더욱 강한 동기로 작용하여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를 감행하는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경험칙상으로도 충분히 수긍이 된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가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고 쉽게 속단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들이 존재하므로, 검사의 주장과 같이 거액의 보험금 수령이 예상된다는 금전적 이유만으로 살해 동기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검사가 고의사고의 논거로 든 다른 간접사실들의 증명 정도와 함께 더욱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편, 금전적 이득만이 살인의 범행동기가 되는 것은, 범인이 매우 절박한 경제적 곤란이나 궁박 상태에 몰려 있어 살인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이를 모면하려고 시도할 정도라거나 범인의 인성이 원래부터 탐욕적이고 인명을 가벼이 여기는 범죄적 악성과 잔혹함이 있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증오 등 인간관계의 갈등이나 치정 등 피해자를 살해할 금전 외적인 이유가 있어서 금전적 이득은 오히려 부차적이거나 적어도 금전 외적인 이유가 금전적 이득에 버금갈 정도라고 인정될 만한 사정이 있어야 살인의 동기로서 수긍할 정도가 된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계획적인 범행이고 범행 상대가 배우자 등 가족인 경우에는 그 범행이 단순히 인륜에 반하는 데에서 나아가 범인 자신의 생활기반인 가족관계와 혈연관계까지 파괴되는 것이므로 가정생활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감내하고라도 살인을 감행할 만큼 강렬한 범행유발 동기가 존재하는 것이 보통이다.

나) 그런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앞서 본 간접사실 및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보험금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처인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볼 수 있는 범행 동기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① 피고인이 운영하던 이 사건 생활용품점은 금산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하고 있고, 매년 4~5월에는 어버이날 등의 기념일로 꽃 등을, 가을철에는 단감 등을, 겨울철에는 이불, 전기장판 등을 판매하여 상당한 수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금산이라는 지역사회의 특성상 현금거래도 상당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② 피고인이 각 보험계약서에 월 수입을 500만 원으로 기재하였으나 보험계약자가 자기 수입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보험설계사의 진술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액수만으로 피고인의 월 수입을 단정할 수 없고, 최근 들어 이 사건 생활용품점의 영업이 좋지 않다는 소문은 객관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③ 수사기관에서부터 월 수입에 대한 피고인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피고인의 변소처럼 피고인이 이 사건 생활용품점을 운영하면서 따로 장부를 관리하지 않았고, 일일 수입의 일부는 계좌에 입금하거나 일부는 이 사건 생활용품점에 보관하였다가 돈이 부족하면 보험약관대출금이나 중도인출금을 이용한 후 다시 일일 수입 등으로 상환하는 등의 방식으로 생활하여 피고인 스스로도 월 수입이 얼마인지를 제대로 추산해 보지 않아 이를 정확하게 진술하지 못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④ 피고인은 BH에 대하여 2억 3,000만 원, S에 대하여 1억 원, BD에 대하여 450만 원의 각 대여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BH으로부터는 매월 약정이자로 200~500만 원 상당을 지급받았다.

⑤ 피고인은 부친인 X로부터 증여받은 금산토지(충남 금산군 FC 대 525㎡ 공시지가기준 17,482,000원, FD 대 1,570㎡ 공시지가 기준 50,554,000원, FE 외 답 6필지, FF외 임야 2필지, 충남 금산군 FG 전 1,488㎡)가 있고, 서울 강서구 U아파트 V호(형 W이 실제 소유자로 보이기는 하나 피고인이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다), 이 사건 차량이 있으며, 이 사건 생활용품점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2,300만 원 등3)도 가지고 있다.

⑥ 피고인은 보험설계사가 주로 권유하는대로 보험에 가입하였고, 사망사고에 대한 보험은 주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피고인이 보험설계사에게 따로 특약 등을 요구하거나 사망보험금에 관한 내용에 관하여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하였다는 점이 밝혀진 바 없다. 또한 피고인이 가입한 대다수 보험의 계약 및 보장 내용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한 상태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피고인에게 귀속될 보험금이 얼마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⑦ 피고인이 이 사건 전후로 다른 사업 등에 거액의 돈을 투자하여 특별한 자금 수요가 있었다거나, 피고인에게 유흥비나 도박자금 등 절박하고 화급하게 돈을 조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만한 특이사항이 드러난 것은 없다.

⑧ 피해자의 사망으로 피고인이 수령할 보험금 합계액이 95억 원 정도에 이른다고 하나, 그 중 54억 원 정도는 일시금이 아닌 정기금으로 지급받는 것이고, 피고인 단독이 아니라 피해자의 다른 법정상속인과 함께 지급받도록 되어 있는 것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한 보험은 이 사건 사고에 임박한 때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와 결혼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적게는 2건에서 많게는 9건까지 꾸준히 가입한 것이고, 그 중 순수하게 사망을 보장하는 목적으로 하는 보험은 6건에 불과하며, 그 중 4건은 변액유니버셜보험으로서 투자기능 내지 예금 기능도 가지고 있다. 나머지는 재해사망 외에 질병사망, 질병치료, 수술비용, 암 진단 및 치료, 부인질환 등 다른 보험사고도 함께 보장하는 것이거나 연금보험, 의료실비보험 등이다.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 외에도 중도 해지된 것까지 포함하면 1999. 4.경부터 이 사건 사고 무렵까지 피고인 본인을 피보험자로 한 55건, 부친 X를 피보험자로 한 2건, 모친 DT을 피보험자로 한 4건, 큰 딸 C을 피보험자로 한 14건, 작은 딸 D를 피보험자로 한 12건, 이혼한 전 배우자 F을 피보험자로 한 2건 등 자신과 피해자 이외의 가족을 피보험자로 한 각종 보험에 다수가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⑨ 피고인은 위와 같이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하게 된 이유를 보험설계사들의 계속된 권유, 과거 모친이 수술하면서 가입해 둔 보험의 혜택을 본 경험, 피해자와 혼인 및 출산 후 보험의 필요성을 느껴서라고 변소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인에게 보험가입을 권유하였던 보험설계사 S, H, J, O 등은 피고인의 성격이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지 못하여 보험 가입을 권유하면 잘 거절하지 못하였다고 하고, 처음에는 거절하다가도 다시 방문하면 가입을 해주기도 하였으며, 피고인이 운영하던 이 사건 생활용품점에서 보험영업에 필요한 기념품, 선물 등을 자주 구입하여 그 기회에 보험 가입을 권유하기도 하였고, 다른 보험설계사들에게도 피고인이 보험을 잘 들어준다며 이 사건 생활용품점을 추천해 주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⑩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한 보험의 보험금은 적게는 1,000만 원부터 6,000~7,500만 원, 1~2억 원 등으로 다양하고 고액으로 약정된 것은 2008. 6.경 가입한 4억 2,000여만 원, 2011. 9.경 가입한 27억 6,000여만 원, 2013. 3.경 가입한 8억 3,600만 원이다. 그리고 가장 금액이 많고 가입 시기도 이 사건 사고일에 근접하여 범행과의 연관성을 의심해 볼 만한 것으로 사고 두 달 보름 전인 2014. 6. 5. N에 가입한 P 보험{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8}이 있고, 이는 사망보험금이 30억 9,000만 원, 월 보험료가 495,000원이나 된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그 보험 가입을 권유하여 성사시킨 보험모집인 O은, 2011년에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연금보험에 처음 가입하게 한 후 그 무렵부터 계속하여 다른 보험 상품에도 추가로 가입할 것을 권유하다가 2014. 4.경부터 2014. 5.경까지는 수십 차례 피고인을 찾아가 보험 가입을 권유하였고, 팀장 FA이 3~4회, 영업소 대표 BK이 2회 정도 찾아가 결국에는 보험에 가입시켰으며,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과 나이 차이가 있고 태어날 아이까지 포함하면 자녀가 3명이므로 장래에 납입보험료를 중도 인출하여 학자금이나 생활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유하면서 피해자가 65세가 되면 연금보험으로 전환하여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로도 설명하였다는 것이고, 피고인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 가입도 권유하였으나 피고인은 자신 명의로 가입된 보험이 이미 많고 보험료도 600만 원 정도 된다고 하며 가입을 거절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무엇보다도 O은 피고인에게 사망보험금이 약 30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설명한 적이 없고 보험금 총액이 그 정도인지 본인도 생각조차 못했으며 사망 시 일시금 1억 5,000만 원과 65세까지 매월 600만 원씩 연금형태로 지급된다는 사실만 설명하였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그 보험금을 일시금으로 환산하여 지급받을 경우 30여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더 나아가 피해자를 상대로 한 살인 범행을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위 보험에 가입한 것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⑪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이 사건 사고 당시 부담한 월 보험료가 약 400만 원에 이르기는 하나, 피고인 본인 및 다른 가족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의 월 보험료 역시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매월 지출한 총 보험료가 800~900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 피고인이 피해자와 결혼한 2008년 이후로 위 각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동안 피고인 명의의 계좌 등에 나타난 입출금 내역 등을 살펴보아도 매월 납입하여야 하는 보험료 때문에 피고인에게 견디기 어려운 경제적 압박이 있었다고 볼 만한 현금 흐름의 어려움이나 유동성의 부족 등 이상 징후는 엿볼 수 없고, 위 기간 동안 보험료 납입을 제때에 하지 못하여 다수의 보험계약이 일시에 실효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정황도 찾아보기 어렵다.

⑫ 피고인이 월 보험료를 내기 위하여 어떤 경우에는 보험약관대출을 받거나 중도인출을 하여 보험료를 지급하였으나 위와 같은 보험약관대출 및 중도인출은 피고인이 보험계약에 따라 적립한 해약환급금, 보험금 내지 적립금 범위 내에서 지급되는 것이어서 이를 순수한 부채라고 보기 어렵고, 카드론 등을 통해 대출받은 금원에 대한 지급을 연체하였다는 등의 사정도 보이지 않는바, 당시 피고인의 자금 상황이 보험료 부담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⑬ 피고인은 R은행, Q조합, 우체국에 각 1개씩의 예금계좌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사건 사고 당시 그 합계 잔고가 600만 원에 미치지 못하였고, 그 밖에 적금, 펀드 등 다른 저축 수단이나 금융 수단은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보험 가입 후에는 보험약관대출, 중도인출 등을 활용하여 필요에 따라 수시로 돈을 이용하고 다시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보험료를 계속 적립하는 등으로 보험을 예금이나 적금과 유사한 금융거래 수단으로 활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즉, 피고인은 보험을 순수한 사고나 질병 대비 또는 연금 목적으로만 이용한 것이 아니라 수입 중 일부를 저축하고 자금을 대출받아 사용하는 일종의 자산운용 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⑭ 피고인과 피해자가 2회에 걸쳐 임신중절을 한 바 있으나 1회의 경우 피해자가 치과 치료 약을 투여받아 기형아 출산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낙태하였고, 2회의 경우 작은 딸 D가 태어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데다가 시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 피해자가 둘째까지 낳아서 키우면 힘들다는 이유로 낙태를 한 것으로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사고 당시 임신 중이었던 태아에 대해서도 임신중절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병원에서 낙태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고 하여 출산하기로 하였고, 특히 태아가 남자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모두 좋아했다는 것이며, 피고인은 2014. 5. 9.경 위 아이를 위해 2건의 태아보험에 가입하기도 하는 등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아이의 출산 문제를 놓고 의견 대립이나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 피해자가 혼인 직후인 2008년경 시부모와 동거하면서 시어머니와 사이에 고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분가한 이후로도 갈등관계가 지속되었다는 정황은 엿볼 수 없고, 피고인이 처가에도 비교적 잘하는 편이어서 피고인과 피해자를 둘러싼 가족관계에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피고인과 피해자의 부부관계에 여느 부부와 달리 특별한 문제나 갈등이 있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에게 다른 여성과의 불륜 등 이성 문제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

⑮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진술분석관 AW는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 '2014. 12. 5.경 검사결과 피고인은 겉으로 보고하는 진술과 자신의 내면정서가 불일치하는 모습을 보였고, 사회적 관계에서 협동반응이나 대처능력이 결여되는 검사결과를 보였으며, 거짓말을 잘 하고,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등의 특성을 다소 가지고 있으나 정신병질자 선별도구 적용결과 9점이 나와 25점을 넘어야 인정되는 사이코패스로 진단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진술하였고, 그 밖에 피고인에 대한 재범의 위험성 평가결과 등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유형의 지능적이고 악랄한 살인 범죄를 저지를 만한 심리적, 정서적 위험 요인이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피고인의 범죄전력 역시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점이 없어 그로부터 피고인의 범죄성 내지 반사회성을 추단하기도 어렵다.

라.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가 선택 가능한 범행방법인지 여부에 관하여

1) 피고인이 보험금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고자 계획하였다면 여러 가지 범행방법을 궁리했을 수 있다. 그 경우 예상할 수 있는 고려사항은 우선 그 범행으로 피해자가 확실하게 사망하는 결과가 달성될 수 있어야 하고, 우발적으로 갑자기 살해의사가 발동된 것이 아니고 특히 이 사건과 같은 방식으로 교통사고로 위장하고자 하였다면 범행장소나 실행방법을 사전에 탐색하는 등의 준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범죄의 실행과정에서 피고인 본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심각한 위험요소가 있는 범행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특히 보험금 등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살인 범행에서는 상정하기가 쉽지 않다. 범행이 발각될 우려를 감소시킬 것까지 염두에 두고 고도의 계산을 하여 사고로 위장하였을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지만, 피고인 본인에게 미칠 위험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면 경험칙상 쉽게 그러한 범행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리라고 단정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2) 그런 점에서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보험금을 목적으로 이 사건의 범행방법을 선택했다고 하기에는 경험칙상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① 이 사건 사고는 시속 60~70km로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대형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거의 정면으로 추돌한 것으로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하여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행방법으로는 결과에 대한 예측 및 통제 가능성의 측면에서 쉽게 감행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다가 도로 우측에 정차 중인 차량의 뒷부분을 조수석 쪽만 부딪치도록 정확히 맞추어 추돌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닐 뿐만 아니라, 의도대로 조수석 쪽만 추돌되도록 맞추더라도 그런 정도의 속도로 정면 추돌을 하면 운전석에 탄 피고인 자신의 생명이나 신체에도 심각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범행방법을 택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이 사건 사고결과 피해자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큰 상해를 입지 않기는 하였으나, 그 결과만을 놓고 이 사건 범행방법에 내재된 객관적 위험의 정도를 가볍게 평가할 수는 없다.

② 이 사건 차량은 공차 중량이 2톤 정도의 FK 승합차이고, 이 사건 화물차량은 적재중량 8톤의 초장축 특장차로서 대형 화물적재함이 설치된 차량이다.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에는 운전석과 조수석 뒤쪽 좌석 및 적재함에 AB시장에서 구입한 생활용품이 가득 적재되어 있었으므로 대형 화물차량과의 충돌로 인한 충격의 정도는 쉽게 가늠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 차량의 크기 및 높이의 차이 때문에 승합차가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빠른 속도로 정면 추돌하면 승합차는 화물차량의 적재함 아래쪽에 끼게 될 수 있고, 실제 이 사건 사고로 이 사건 차량의 라디에이터가 이 사건 화물차량의 적재함 및 하부 구조물 아래쪽 3열 뒷바퀴 부근까지 파고 들어가 이 사건 차량 조수석 전부 및 운전석의 오른쪽 일부가 전면 유리창과 차량 지붕이 맞닿는 부분을 넘어 이 사건 차량 B필러(조수석 및 운전석의 등받이) 부근까지 화물차량의 적재함 및 하부 구조물 아래쪽으로 끼인 상태에서 정지하였고, 이 사건 차량의 엔진후드 및 지붕이 크게 뒤로 밀리는 형태로 파손되었으며, 차량 앞쪽의 엔진 구조물 및 플라스틱 대시보드, 운전대 등 조향장치 부분도 파손되어 운전자 쪽으로 밀려들어왔다. 피고인은 사고 후 운전석으로 밀려들어온 차량 구조물 등에 다리 등 신체 일부가 끼어 차량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상태로 있다가 견인차량 및 119구급대가 도착하여 그 구조물을 강제로 절단한 후에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사건 차량 앞쪽의 직접 추돌 부위는 전면 유리창 상단을 기준으로 우측 약 68%로 2/3 정도에 해당하는데다가 피고인이 부상을 입은 부위도 목 늑골, 대퇴부, 슬관절 등으로 경동맥이나 대퇴동맥 등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부위에 가까운 점 등을 감안하면, 그 범행방법이 피고인의 신체나 생명에는 위험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피해자만을 살해해야 하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고,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의 충돌 부위 및 속도를 미리 조절하여 사고의 결과를 예측한 상태에서 사고상황을 적절한 정도로 통제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③ 사고 당시 피고인은 운전을 하고 있었지만 피해자는 조수석 의자를 뒤로 젖혀 누워 자고 있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상태에서 피해자를 확실히 사망하게 할 정도로 강력하게 추돌을 하면서도, 피고인은 치명적인 위험에서는 비켜갈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하고 범행을 결행한다는 것은 그 무모함의 정도가 통상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보인다.

④ 이 법원의 도로교통공단에 대한 2017. 12. 13.자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조수석 쪽만 추돌하도록 조종한다고 하더라도 충돌 후 반동으로 차량이 튕겨 나가면서 운전자도 통제불능의 상태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에 관하여 '일반적인 상황의 경우 충돌대상이 전 면적이 평평한 장벽같은 경우 시속 60km 이상의 속도로 충격할 경우 관성력 및 반작용의 힘이 커서 반발력이 생기고 차량은 충돌당시 모습으로 최종 정지하기 어려우며, 또한 운전자의 핸들 및 제동조치 등 조작에 의해 충돌 후 차량이 움직여질 수 있는(통제될 수 있는) 상황은 되지 못한다.'고 하였고, 이 법원의 FJ 주식회사에 대한 사실조회결과도 위와 유사한 내용으로 기재되어 있다.

⑤ 차량 충돌 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다양하여 그 이후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여 통제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대단히 어렵다고 보이고, 충돌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 역시 미리 가늠하기 어려워 자신의 생명은 온전히 보전한 채 안전하게 추돌할 방법을 실행하는 것이 용이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⑥ 이 사건 차량과 같은 승합차는 일반 승용차보다 지상고가 높은 특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대형 화물차량 적재함 하부로 파고 들어가는 정도가 적고, 대형 화물차량에는 하부 구조물에 상대 차량이 파고 들어와 끼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강 구조물을 설치해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과 같은 방식으로 추돌함으로써 조수석 쪽 탑승자만 치명적 피해를 입게 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범행을 감행하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충돌 이후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능숙한 운전자의 경우라도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⑦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고자 계획할 경우에도 이 사건 사고의 경우처럼 매우 우연한 장소에서 우연히 대형 화물차량이 정차해 있는 상황을 만나게 되면 곧바로 추돌사고를 일으켜 범행을 실행하기로 마음먹고 고속도로를 운행하면서 적절한 범행장소를 만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계획적인 범행 수법으로는 매우 이례적이다. 사고 당시 상황을 보더라도 피고인이 고의로 사고를 일으켰다면, 사고지점에 이르기 전에 마지막 커브구간을 돌아 우연히 갓길에 정차한 이 사건 화물차량을 발견하고 불과 40초 내의 짧은 시간 안에 순간적인 판단으로 이 사건 사고를 내었어야 하는데, 이는 미리 작심하고 범행하려는 범인이 택하는 범행방법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우연적 요소가 많다.

⑧ 수사기관에서도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적, 피고인 및 가족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 정보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가택 및 영업점에 대한 범행 관련 자료의 압수수색 등을 통해 범행 계획, 준비 행위와 관련된 단서 확보를 위해 노력하였으나, 범행방법을 포함하여 사전에 범행을 준비하거나 충돌방법을 연구하였다는 등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범으로서 이 사건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범행을 하려고 하였다면 피해자와 함깨 금산에서 서울로 차량을 운전하여 갈 때나 서울에서 이 사건 사고 장소에 이를 때까지 여러 차례 정차 중인 화물차 등 대형차량을 물색하거나 범행을 시도하려고 하였을 텐데, 그러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고속도로 CCTV 영상이나 증거도 없다.

⑨ 또한 피고인이 자신의 신체나 생명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이 사건과 같은 추돌사고를 일으킬 만큼 극단적인 위험부담을 떠안을 만한 성품을 지녔다는 등의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마. 이 사건 사고 전후의 상황에 관하여

1) 유죄로 의심되는 간접사실 등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이 사건 차량은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으로 진입하여 이 사건 사고 당일인 2014. 8. 23. 02:45경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였다. 그 후 이 사건 차량은 같은 날 03:41경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335.9km 지점 부근으로서 전방에 이 사건 화물차량이 고속도로 우측 끝 비상정차대에 정차한 지점으로부터 약 814m 후방의 언덕 내리막길의 직선 구간 초입부로 들어섰다.

② 이 사건 CCTV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은 당시 통행이 금지된 갓길인 가변차로(5차로) 부근을 주행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422m 후방에서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되어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켜져 있었다.

③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점등레버는 운전대 왼쪽 아래 전방으로 5cm 이상 떨어진 위치에 설치되어 있고, 위 상향등을 점등시키기 위해서는 위 점등레버를 앞으로 밀어 걸림장치에 걸리게 해야 하는데, 졸음운전 상태에서는 위 상향등의 점등레버를 앞으로 밀어 걸림장치에 걸리게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CCTV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은 상향등 점등 전후로 큰 흔들림 없이 차로를 따라 주행한 것으로 보인다.

④ 이 사건 차량이 상향등을 점등한 지점에서 바라보면 내리막길 아래에 위치한 비상정차대가 한 눈에 들어오므로, 피고인이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키려고 한 것이라면, 피고인은 비상정차대에 이 사건 화물차량이 정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주변상황을 더 자세히 살피기 위하여 상향등을 점등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⑤ 이 사건 차량과 이 사건 화물차량의 최종 추돌 형태가 거의 정면 충돌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고, 이 사건 사고 후 최종 정차된 이 사건 차량의 좌측 앞바퀴가 좌측으로 약간 틀어져 있으므로, 이 사건 차량은 이 사건 화물차량 추돌 직전에 적어도 인위적으로 우조향 후 좌조향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⑥ 도로교통공단 사고조사연구원 AG, AH(이하 '감정인 AG', '감정인 AH'이라 한다)은 이 사건 CCTV 영상을 참조하여 상향등 점등 이전에 이 사건 차량의 구간 평균속력은 시속 70.5km이고, 상향등 점등 후 구간 평균속력은 시속 80km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또한 감정인 AG은 위 영상을 참조하여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된 후 다시 좌조향되어 이 사건 화물차량에 충돌할 때까지의 평균속력은 시속 61.7km 내지 63.6km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⑦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관 BU(이하 '감정인 BU'라 한다)는 이 사건 CCTV 영상 분석결과 위 영상의 1분 36초경에 이 사건 차량에서 앞숙임 현상이 감지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FR 소장 AJ(이하 '감정인 AJ'라 한다)는 이 사건 CCTV 영상의 프레임별로 전조등의 위치 및 높이를 점을 찍어 표시하여 위 점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분석한 결과 특정 구간에서 아래로 숙여지는 S자 곡선을 보였고, 그 구간의 점들이 듬성듬성 떨어져 있어 이 사건 사고 충돌 직전에 이 사건 차량의 속력이 줄고 앞숙임 현상이 관찰되었음을 근거로 피고인이 사고 직전 제동을 하였을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AI(이하 '감정인 AI'이라 한다)도 이 사건 사고 장소 부근에 노면의 패임 등 도로의 환경적 요인이 발견되지 않아 앞숙임 현상이 제동장치의 작동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는데, 교통사고보고서 및 현장사진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장소 부근에 노면의 패임 등 도로의 환경적 요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⑧ 피고인은 고속도로를 운행할 때 차량의 수동변속기를 6단으로 놓는다고 진술하였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AK(이하 '감정인 AK'이라 한다), AL는 '이 사건 차량 앞부분이 외부 충격에 의해 크게 파손된 상태이며, 감정당시 수동변속기 레버 부위 등이 차체와 분리되어 있는 상태였다. 변속기는 4단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된다.'라고 감정하였고, 감정인 AK은 원심법정에서 '이 변속 레버가 구조물에 몸체하고 붙어 있어야지 이 변속 레버가 막대기 역할을 하면서 이동을 할 수 있는데, 이게 지금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고정 역할은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변속 레버가 변속기의 영향을, 단수를 바꾸기는 좀 어렵다.'라고 진술하였다.

⑨ 피고인이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한 AM 휴게소에서 이 사건 사고 지점까지의 직선거리는 25.8km이고, 지도상 확인되는 커브 구간은 8개인데, 피고인은 수분 간격으로 나타나는 위 8개의 커브구간을 별다른 사고 없이 통과하여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후방 814m 부근에 이르렀다.

2) 졸음운전으로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이 일어날 수 없는지 여부

가) 피고인의 졸음운전 가능성

(1) 졸음과 운전자의 신체 반응, 운전 기능

① 수면과 비수면의 중간 상태인 졸음은 규정하기 쉽지 않고, 졸음상태에서의 운전자의 안전운전능력은 가/부 또는 흑/백으로 명확히 구분될 수 없는 것으로 졸음은 아주 미약한 피곤의 상태부터 수면도입에 이르기까지의 일직선 선상 가운데 어느 한 지점을 일컫는다.

② 피로나 졸음으로 인한 경계 능력의 감소는 경계를 잘 기울이는 건강한 상태로부터 약간 피곤한 상태를 거쳐, 실제 피로나 졸음을 느낄 때까지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운전자에게 쉽게 인식되지 않고, 짧은 순간에 순간적으로 잠이 드는 경우 운전자가 졸음 사실을 실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운전자들은 자신이 졸음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정상적이지 못한 조작행동(운전 중 의식 부재 현상이 생기거나 급격한 조향휠 조작을 하거나, 차간 간격 조정을 위해 급격한 페달조작을 해야 하는 등의 경우)을 하고 난 이후에야 지각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고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③ 국내 연구결과, 일반주행 조건에 비해 졸음운전 조건의 속도편차, 조향휠 편차, 가속페달 답력 편차 등이 다소 높게 나타났고, 졸음운전 조건이 일반운전 조건에 비해 주행안정성이 다소 저하되기는 하였으나 유의미하게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졸음운전의 조건에서 운전자 각성 수준의 저하와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이 일반운전 조건에 비해 뚜렷하게 나타났다.

(2) 졸음운전의 원인과 행동특성 등

① 졸음운전의 사망사고는 여름철(고온현상으로 인한 체력의 저하와 수면질의 저하가 운전자의 피로를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사고 직전 수면 부족 상태, 주말의 새벽 시간대(운전자의 생활리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속의 연속적인 주행 조건인 고속도로 직선 구간, 맑고 건조한 노면 상태에서 주로 발생한다.

② 졸음운전의 행동특성으로는 전방의 차량 또는 보행자와 같은 장애물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해당 교통상황에서 적절한 운전행동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위험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고, 시야범위가 줄어들며,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아니하고, 충돌 회피 반응이 나타나지 아니하며, 차선을 이탈하는 등 차선 유지가 어렵고, 특히 오른쪽 끝 부분 차선 이탈 사고가 주로 나타난다.

③ 졸다 깨다를 반복하거나 무의식 내지 반무의식 상태의 졸음운전에서 좌우로 차선을 이탈하며 주행하는 형태의 졸음운전도 경험칙상 인정되고, 졸음운전 중이라고 하더라도 순간적인 무의식 내지 반무의식 상태에서 차량을 지속적으로 운행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3) 피고인의 졸음운전 가능성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하루 전인 2014. 8. 22. 06:00경 기상하여 운동을 마치고 08:20경부터 20:00경까지 영업을 한 후 21:00경 서울 AB시장으로 출발하였고, AB시장에서 이 사건 생활용품점에서 팔 물건들을 구입한 후 새벽 식사를 마친 다음 금산으로 돌아오다가 2014. 8. 23. 새벽 03:41경 졸음운전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전날 오전 06:00경부터 다음 날 새벽 03:41경까지 약 21시간을 쉬지 않고 일을 하거나 운전 등을 하였고, 금산으로 출발하기 전 새벽 식사까지 하여 이 사건 사고 직전 피곤·수면 부족·포만감 등으로 졸렸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도 졸음운전이 잘 발생하는 여름철 주말의 새벽 시간대에 맑고 건조한 노면 상태의 고속도로에서 발생하였다. 나아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은 속도가 일정하지 않았고, 오른쪽으로 차선을 이탈하다가 충돌 회피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이 사건 화물차량을 추돌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에게 졸음운전의 원인이 있었고, 외형적으로 졸음운전의 행동특성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나) 이 사건 사고 전후의 상황

(1) 상향등의 점등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졸음운전과 양립할 수 없는 피고인의 의식적 고의행위가 개입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점등레버는 운전대 왼쪽 아랫 부분의 약 5cm 전방에 위치하여 앞으로 밀어야 조작이 가능하다. 성인 남자의 경우 운전대를 잡는 위치에 따라서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아니한 채 큰 거동 없이도 검지, 중지 등을 이용하여 점등 레버를 앞으로 살짝 미는 방법으로 상향등이 점등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고, 위 점등 레버가 운전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비교적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②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된 지점의 도로는 2.7% 경사도인 직선의 내리막길인데다가 졸음운전을 할 경우 운전대를 잡는 운전자의 습관이나 방식에 따라서는 운전대 윗부분을 잡고 있던 왼손을 떨어뜨려 점등레버를 치게 되면서 점등레버가 앞으로 밀려 상향등이 점등되는 상황이 불가능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③ 운전자가 잠드는 졸음운전이 아니라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졸음운전의 경우 순간적인 무의식 내지 반무의식 상태에서 차량을 지속적으로 운행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고, 위와 같은 형태의 졸음운전 중 인지능력 저하 등으로 상향등을 점등하고도 이를 자각하지 못한 채 주행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④ 이 사건 CCTV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점등 전후에 이 사건 차량의 주행 상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 졸음운전이 아닌 것으로 의심되기도 한다. 그러나 감정인 AH은 원심법정에서 '통상적으로 운전대가 정방향으로 되어 있을 경우 약 10~30도 정도는 유격이라고 해서 운전대를 돌려도 차량의 조향장치에 연결된 바퀴가 움직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손에 미세한 움직임까지 차체에 그대로 전달되면 위험하기 때문에 유격이 어느 정도 전달되고 약 10~20도 정도 운전대가 틀어져야 바퀴가 틀어져서 움직이기 시작한다.'라고 진술하였고, 자동차의 특성상 차량이 일정한 속도로 진행 중이었을 경우 자동차의 중량 등에 의하여 바퀴가 직진 상태로 되돌리려는 복원력이 작용하여 운전자가 짧은 순간 운전대에서 손을 놓더라도 운전대가 임의로 회전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도록 되어 있음은 경험칙상 인정된다. 이 사건에서도 이 사건 차량이 상당한 속도로 진행하는 동안 피고인이 짧은 순간 운전대에서 손을 떨어뜨리더라도 이 사건 차량의 좌우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고, 이 사건 차량을 기준으로 좌측 전방 대각선 위에 설치된 이 사건 CCTV 촬영각도에서는 원근법, 화각 등에 의하여 이 사건 차량의 좌우 움직임이 제대로 관찰될 수 없는데다가 야간에 촬영되어서 차선이나 이 사건 차량의 윤곽이 명확하게 식별되지 않으며, 상향등 불빛의 번짐이 심하여 이 사건 CCTV 영상을 단순히 육안으로 관찰하는 방법으로는 이 사건 차량의 움직임을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졸음운전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여 어떤 경우에는 일반운전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졸음운전 중 상향등이 점등되는 상황에서도 외형적으로 주행상태에 눈에 띄는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을 수 있다.

⑤ 이 사건 사고 지점의 도로는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에 8개의 조명이 달린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고, 맞은편에는 차량의 입출입이 잦은 AF 휴게소가 있으며, 가로등이 다수 설치되어 있고, 시야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없어 전방을 주시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 또한 이 사건 차량이 상향등을 점등한 곳으로 추정되는 곳 부근에는 전방에 교통단속 CCTV가 설치되어 있음을 경고하는 교통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고의로 교통사고를 의도한 경우라면 위와 같은 주변 환경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다른 차량 등 주변의 시선을 끌 수 있고, 주변에 설치된 CCTV 등에 의하여 이 사건 차량의 움직임이 촬영되어 증거가 남을 수 있음에도 이 사건 충돌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상향등을 점등하고,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이 사건 화물차량을 추돌하였다는 것은 치밀한 계획하에 발각되지 않고 우연성을 가장하려고 하는 보험금 편취목적의 살인범행 방법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

(2)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 등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 등에 관한 감정인 AG, AH, AI의 감정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고, 설령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가우조향 후 좌조향 등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실과 졸음운전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감정인들의 감정결과와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에 관한 판단

① 감정인 AG, AH의 감정결과

감정인 AG, AH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차량이 인위적인 핸들조향을 하였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 이 사건 차량의 최초 충돌 상태 및 최종 정지 상태

아래 [사진1], [사진2] 표시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의 지붕판넬 ㉣ 지점 임프린트와 ⑥ 지점 임프린트가 이 사건 화물차량 적재함 좌측 판넬 두 번째 봉과 좌측 끝 첫 번째봉의 위치와 일치하는 것으로 측정되어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지 상태는 아래 [그림 1]과 같이 이 사건 차량과 이 사건 화물차량이 모두 미세하게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고, 이 사건 차량의 손상이 전면 우측 부분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는 충돌 당시 편심력이 이 사건 차량 우측면에 작용되어 충돌 후 시계방향으로 회전되는 힘이 작용되었을 것이며, 이 사건 차량의 주된 충격부위가 무게중심을 지나고 있어 최초 충돌상태와 최종 정지 상태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사료된다(감정인 AG은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화물차량 적재함 아래로 파고 들어가 끼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위 충돌로 인하여 회전가능성이 적어 충돌 당시 모습으로 최종 정지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하였다).

[사진2] 이 사건 화물차량 후면

[그림1] 충돌 후 최종 정지 상태

○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

이 사건 사고 지점 부근에서 실제로 차량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서로 의사를 교환하여 차량의 위치나 상향등의 불빛이 이 사건 CCTV 영상과 동일하게 되도록 재현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차량 상향등의 불빛이 바뀌는 지점이 이 사건 사고지점으로부터 40m 후방인 것으로 보았고, 그와 같이 상향등의 불빛이 바뀌는 이유는 이 사건 차량이 진행방향 우측 비상정차대 쪽으로 우조향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이 사건 도로 구조에서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지점으로부터 40m 후방 지점에서 우조향을 하고, 이 사건 화물차량과 거의 정면으로 충돌한 것으로 고려할 경우 이 사건 사고지점으로부터 약 15m 후방에서 좌조향을 하면 위 각 차량의 최초 충돌 상태 및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지 상태와 일치한다.

따라서 최소한 이 사건 차량의 운전자는 우측으로 진행하는 자신의 차량을 인지하고 다시 핸들을 좌측으로 조향한 것으로 분석된다.

② 감정인 AI의 감정결과

감정인 AI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사고는 졸음운전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 이 사건 차량의 최초 충돌 상태 및 최종 정지 상태

이 사건 차량의 엔진후드 부분이 직각으로 굽힘 변형된 상태이고, 아래 [사진3], [사진4]와 같이 이 사건 차량 지붕 부분도 이 사건 차량 옆면 및 앞뒷면과 나란히 직각으로 굽힘 변형된 상태이며, 이 사건 화물차량이 비상정차대의 좌측 차선을 밟은 상태에서 나란히 정차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지 상태는 아래 [그림2]와 같고, 감정인 AG, AH의 감정결과와 같은 이유로 최초 충돌 형태와 거의 같다.

려하더라도 이 사건 차량은 이 사건 화물차량과 나란히 충돌하였기 때문에 우조향을 하였다가 좌조향한 후 다시 우조향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③ 판단

○ 이 사건 차량의 최초 충돌 상태 및 최종 정지 상태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차량의 최초 충돌 상태와 최종 정지 상태가 상이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i )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이 사건 차량에 대한 현장사진에 의하면, 이 사건 화물차량의 좌측 바퀴는 비상정차대 좌측 차선을 밟고 있는데(현장사진 23, 39, 41), 이 사건 차량 후면 중심은 비상정차대 좌측 차선을 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현장사진 13, 17), 이 사건 차량 전면은 비상정차대 좌측 차선을 밟고 있는 이 사건 화물차량의 적재함 좌측 하부에 끼인 상태에서 이 사건 차량의 전면 중심이 비상정차대 좌측 차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현장사진 20). 따라서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지 상태는 비스듬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ii) 감정인 AG, AH의 [사진1]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 지붕판넬 ⑥ 지점 임프린트에서 오른쪽(사진 기준)으로 약간 떨어진 지점에 더 눌린 흔적이 보이고, 감정인 AI의 [사진3]에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부분이 그 흔적으로 보이는데, 감정인 AI의 [사진4]에 의하면, 그 흔적은 위 ⑥ 지점 임프린트보다 움푹 더 눌린 것으로 보인다. 위 ⑥ 지점임프린트는 이 사건 화물차량 좌측 끝에 달린 봉에 의한 것이고, 감정인 AI의 환송 후 당심법정 증언에 의하면, 위 [사진3]의 화살표 표시 부분의 흔적도 같은 봉에 의한 것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화물차량에 충돌했을 때 최초 찍힌 흔적으로 보이는 위 ⑥ 지점 임프린트는 위 [사진3]의 화살표 표시 부분의 흔적까지 이동을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으므로, 이 사건 차량의 최초 충돌 상태와 최종정지 상태가 다소 상이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iii) 증인 FL4)도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 '이 사건 차량은 이 사건 화물차량 적재함 하부에 끼어 들어가고 난 다음에 정지하였다. 최초 접촉할 때 각도대로 최종적으로 끼어 있는 게 아니라 최초 접촉과 완전히 멈춘 상태 사이에 스핀이 1, 2, 3도 돌 수 있다.'라고 진술하였다.

○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차량이 비상정차대 부근으로 우조향한 사실은 인정되나, 나아가 우조향의 지점, 우조향 후 좌조향 등을 하였는지 여부, 좌조향을 하였다면 좌조향의 지점 등을 단정하기 어렵다.

i ) 이 사건 CCTV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 이외에 다른 차량(위 영상 3분 51초에 등장)이 상향등을 점등한 상태에서 이 사건 차량의 주행 경로와 유사한 경로로 주행하였는데, 위 다른 차량의 상향등에서는 이 사건 차량과 같은 상향등 불빛의 굴절이 관찰되지 않았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감정인 AG, AH의 사고 재현 CCTV 영상과 이 사건 CCTV 영상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 재현 CCTV 영상에 의하면, 사고 재현 차량이 비상정차대 쪽으로 우조향을 하였을 때 사고 재현 차량의 상향등 불빛이 굴절되어서 직진 시 하나로 보이던 상향등 불빛이 두 갈래로 보이는 장면이 관찰되며, 피고인도 이 사건 차량이 비상정차대로 우조향을 하였다는 점 자체는 부인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차량이 비상정차대 방향으로 우조향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ii) 그러나 감정인 AG, AH, AI은 이 사건 CCTV 영상을 육안으로 관찰할 때 이 사건 사고 직전에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불빛이 사고지점 건너편에 설치된 이 사건 CCTV 영상의 고정 시선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굴절되는 변화가 관찰된다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 직전에 우조향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할 때, 이 사건 CCTV 영상에서 이 사건 차량이 최초에 우조향됨으로써 상향등의 불빛이 이 사건 CCTV의 초점 위치에서 멀어짐으로써 광선이 어두워진 후에 다시 앞서 우조향된 조향각보다 더 큰 각도로 좌조향되어 바퀴가 좌측으로 향하게 될 경우 직전에 굴절된 상향등의 불빛이 이 사건 CCTV의 시선 쪽으로 향하여 다시 굴절되어 가까워지는 변화가 관찰되어야 하고, 그 후 우조향될 경우 이와 반대의 변화가 관찰되어야 한다. 그런데, 감정인 AG은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 '이 사건 차량 상향등 불빛의 굴절은 사고 재현 결과 확인된 것이지 이 사건 CCTV 영상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진술하였고, 감정인 AI도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 '이 사건 CCTV 영상에 의하면, 1분 36초와 이 사건 충돌 시점인 1분 38초 사이에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불빛이 약간 커지는 것이 관찰되어 좌조향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다른 전문가가 분석을 해야 알 수 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수사기관으로부터 이 사건 CCTV 영상에 기초한이 사건 차량의 위치, 속도, 움직임 등 사고 당시의 상황에 대한 분석·감정을 의뢰받은 감정인 BU는 이 사건 CCTV 영상의 화질을 기술적으로 개선한 후 영상 분석을 시도하였으나, 이 사건 차량의 움직임 등을 명확하게 구분할 정도의 해상도 및 화각이 되지 못하고, 낮은 조도에서 촬영되고 노이즈가 강조되어 나타나며, 세밀한 영상 정보가 손실되어 화질왜곡 및 영상왜곡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였다. 또한 이 사건 차량을 기준으로 좌측 전방 대각선 위에 설치된 이 사건 CCTV의 촬영각도에서는 이 사건 도로의 특징(내리막길에서 평평한 도로로 이어짐), 원근법 등에 의하여 이 사건 차량의 좌우 움직임이 정확하게 관찰되지 않는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CCTV 영상만으로는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불빛에 대한 변화를 관찰하여 우조향 지점과 좌조향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iii) 감정인 AG, AH의 조사 및 분석결과는 모두 이 사건 CCTV 영상을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영상 속의 각 시점에 따른 이 사건 차량의 움직임과 위치를 실제 사고 장소의 해당 위치와 시점별로 대응시키는 방법으로 사고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여 얻은 추정치로 보이는데, 이 사건 CCTV의 촬영각도, 이 사건 도로의 특징, 원근법 등에 의하여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는 움직임이 있거나 육안으로 보이는 주행 경로가 실제와 다를 수 있어 사고 재현에 의하여 얻은 위 추정치가 무시하여도 좋을 정도의 오차 범위 내에서 정확성이 과학적으로 담보된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추정치를 토대로 작성된 사고 재현 CCTV 영상과 실제 이 사건 CCTV 영상의 사고 장면 영상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앞서 본 바와 같이 감정인 BU는 이 사건 CCTV 영상의 해상도, 화각, 낮은 조도, 노이즈, 세밀한 영상 정보 손실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차량의 정확한 위치, 속도, 움직임 등에 대해서는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고 재현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차량의 우조향 지점 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iv) 감정인 AG의 2016. 8. 28.자 감정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는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40m 후방에서 우조향을 하고,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지 상태가 최초 충돌 상태와 동일하다는 전제에서 나온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한 지점을 알 수 없고,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지 상태가 최초 충돌상태와 동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위 감정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변호인이 제시하는 조건 즉,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45m 후방에서 15도 우조향한 경우,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40m 후방에서 15도 우조향한 경우,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50m 후방에서 10도 우조향한 경우의 별지4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재 결과도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지 상태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v) 감정인 AG, AH, AI의 감정결과는 이 사건 차량과 이 사건 화물차량의 구조, 접촉지점의 강도, 최초 충돌 후 최종 정지 시점까지의 과정, 회전가능성 등 추돌 과정의 다양하고 복잡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배제하고 특정 상황만을 전제로 한 의견이어서 최초 충돌 상태 및 진행 경로를 정확하게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증인 FL도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 '지붕이 직각으로 구부러졌다는 것으로 이 사건 차량이 직각으로 이 사건 화물차량과 나란한 상태로 추돌되었다고 하는 것은 최초 접촉 시 자세로부터 최종 정차 시 자세까지 회전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돌이 이루어지는 동안 차체의 회전이 발생하여 자세에 변함이 발생할 경우 최종 정차시 자세와 최초 접촉 시 자세는 다른 것이므로 사고의 최종 결과인 손상 형상에 의해 최초 접촉시 자세를 단정하여 핸들 조향동작을 추정하는 것은 모순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나) 졸음운전과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의 관계

앞서 본 바와 같이 순간적으로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졸음운전의 경우 큰 흔들림 없이 완만하게 주행하는 상태에서도 우조향을 하다가 좌조향을 할 수 있고, 다시 우조향을 할 수 있으며, 위와 같은 주행 중 어느 특정 시점에 충돌하면서 거의 정면에 가까운 충돌 형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에 대한 감정인들의 우조향 지점 및 좌조향 여부 등에 관한 의견 등은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등의 다양한 형태의 졸음운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유·무죄를 가늠하는 핵심적인 사항이 되지 못한다.

(3) 이 사건 차량의 앞숙임 현상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차량의 앞숙임 현상을 졸음운전과 양립할 수 없는 간접사실로 단정하기 어렵다.

① 감정인 AI, AJ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의 앞숙임 현상은 이 사건 차량의 제동장치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감정인 BU는 '주행 중인 차량의 앞부분이 아래로 숙여지는 현상은 제동장치 또는 조향장치의 작동, 현가장치의 특성, 노면상태(노면 위의 이물질 존재 또는 내리막길 후 평지 주행) 및 속력 등에 의한 원인 또는 이러한 원인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나,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 '노면상태가 굴곡이나 패임이 없는 상황으로 확인되고, 차량의 앞숙임 현상이 있는데 속력까지 줄은 경우라면 어떤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앞숙임 현상은) 제동장치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 조향장치의 작동, 현가장치의 특성 등에 의하여도 차량의 앞숙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감정인 BU의 의견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감정인 AJ는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 '이 사건 차량의 앞숙임은 아래로 숙여지는 현상이어서 제동장치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였고, 좌우 조향에 의하여도 위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실험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진술하여 좌우 조향에 의한 앞숙임 현상을 배제할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CCTV 영상만으로는 이 사건 차량의 움직임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어 위와 같은 앞숙임 현상이 좌우 조향에 의한 것인지, 제동장치에 의한 것인지 등을 확인할 수 없다.

② 이 사건 사고 장소 부근에 노면의 패임 등 도로의 환경적 요인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졸음운전의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 차량의 앞숙임 현상도 반드시 제동장치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4) 이 사건 차량의 수동변속기 조작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계속되는 졸음으로 인해 운전하기 힘들었다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CCTV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은 평소와 달리 5차로를 따라 주행하면서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다른 차량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60~80km의 저속으로 운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위 속도는 4단 변속에 맞는 속도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지점 부근에 이르기 전에 운전 중 졸음 등으로 인하여 평소와는 달리 속도를 줄이기 위하여 4단으로 설정하고 이 사건 도로 갓길 쪽의 5차로를 따라 진행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평소 운전습관 등과 달리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의 수동변속기가 4단으로 설정되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졸음운전과 양립할 수 없는 간접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5) 이 사건 도로의 특성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은 AM 휴게소에서 잠시 잠을 잔 후 다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였는데, 그 후에도 계속 졸음이 쏟아져 운전석 쪽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쐬는 등의 방법으로 졸음을 쫓기 위해 노력하면서 이 사건 차량을 계속 운전하던 중 FN 휴게소 부근을 지났던 것이 기억난다고 진술한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졸음운전의 유형, 운전자의 신체적 반응 등 그 범위가 매우 넓고, 졸음운전의 경우에도 일반운전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피고인이 졸린 상태에서 운전하였다고 하더라도 차량을 지속적으로 운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AM 휴게소부터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기 전까지 8개의 커브구간을 무사히 통과하였다는 사실이 졸음운전과 양립할 수 없는 간접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바.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에 관하여

1) 검사는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에게 옥수수수염차 등에 수면유도제를 용해하여 마시게 함으로써 피해자를 잠들게 하였다며, 그 근거로 이 사건 차량 내에서 피해자가 덮고 있던 이불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고, 그 혈흔으로부터 수면유도제 성분인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을 따라가면서 집에 있던 이불을 가지고 갔고,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위 이불을 덮고 있었으며, 위 이불에 상당량의 피가 묻어 있었으므로, 위 이불의 혈흔은 피해자의 혈흔으로 볼 여지가 크다. 이 사건 차량 내의 독극물을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인 BS은 수사기관과의 유선통화로 '디펜히드라민 성분은 섭취한 후 3~5일 경과시까지 혈액에서 채취될 수 있다. 디펜히드라민 성분은 감기약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감기약 복용시 디펜히드라민 성분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감기약은 디펜히드라민 외에 다른 성분들도 첨가된 복합제이기 때문에 감기약을 복용한 사람의 혈액이라면 디펜히드라민 외에 다른 성분도 검출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채취한 혈흔들에서는 디펜히드라민 성분만 검출되었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위 이불의 혈흔에 대한 감정서에 디펜히드라민 성분에 대하여는 양성, 청산염, 유기인제류, 유기염소제류, 카바메이트제류, 기타 알칼로이드류에 대하여는 각 음성 결과가 나왔다고 기재되어 있을 뿐 감기약의 다른 성분 등에 대한 검사결과는 기재되어 있지 않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014. 12. 15.자 감정서에서도 '감기약과 같이 디펜히드라민이 포함된 복합제 또는 디펜히드리네이트를 복용한 경우 복합제에 포함된 다른 감기약 성분 또는 8-클로로테오필린이 함께 검출되기도 하는데, 이는 개인의 약물대사 속도 차이, 분석기기에 대한 검출약물의 감도 차이, 함유된 약물의 함량 차이 등에 의해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검출된 사실만으로는 피해자 혈흔의 디펜히드라민이 디펜히드라민의 단일제재인 수면유도제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② 이 법원이 지정한 전문심리위원 FO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복용하였던 약품에서는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있는 약품이 발견되지 않았고, 일반 용량의 디펜히드라민의 경우에는 임산부나 태아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내용으로 의견을 제시하였고, 이 법원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대한 2017. 10. 20.자 사실조회결과도 같은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으므로, 피해자가 임산부라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사고 전에 디펜히드라민 성분의 약품이나 제품을 복용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③ 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대한 2017. 10. 20.자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국내에 유통 중인 디펜히드라민 제재유형 중 단일제의 경우는 최면진정제로 사용되고, 복합제의 경우는 비염, 가려움증, 알러지 질환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고 하고 있으며, 복합제로는 '더마큐연고(디펜히드라민염산염)', '둥근머리버물리겔(디펜히드라민염산염)', '신신파스에스(디펜히드라민)' 등 일상생활에 흔히 사용되는 제품으로 다양하다. 또한 이 사건 차량의 에어백에 묻은 피고인의 혈흔에서도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검출되었다. 따라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들어 있는 일상생활에 흔히 사용되는 제품을 사용하여 그들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검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 피해자만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점에 관하여

1) 검사는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만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피해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피고인이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2)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서울로 올라갈 때 찍힌 다른 곳의 CCTV 영상에는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았는데,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피고인만 안전벨트를 매고 피해자는 매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가 잠든 사이에 일부러 안전벨트를 풀었다고 볼 자료는 전혀 없고, 또한 피해자는 사고 당시 의자를 뒤로 젖혀 누운 상태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므로 그런 자세에서는 안전벨트가 방해가 되어 이를 풀어놓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고 당시 피해자만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이 사건 사고가 고의적인 살인을 도모한 것이라고 볼 근거가 되기 어렵다.

아. 그 밖의 부수적 전후 사정에 관하여

검사는 이 사건 차량으로 서울에 갈 당시 피해자는 동행할 예정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피고인과 동행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사고 직후 이 사건 화물차량 운전자, 견인차 기사 등에게 즉시 피해자의 구조를 요청하지 아니하는 등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였고, 병원에서도 지인에게 사고의 경위에 관하여 사실과 달리 진술하기도하였던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난 당일 오전까지 '피해자의 생사 여부를 알려주지 않으면 치료를 받지 않겠다.'며 울부짖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가 같은 날 직접 장례식장을 예약하고, 피해자의 시신을 화장할 화장장의 예약을 부탁한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약 2주 전에 휴대전화를 교체하였고, 위 휴대전화 단말기의 복구결과 2014. 8. 14.부터 같은 달 25.경까지의 사용 내역만 복구되지 않았으며, 사고 다음날 휴대전화로이 사건 사고 관련 뉴스를 찾아 그 기사 내용 등을 여러 차례 검색하여 목격자나 증거가 없는지 확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혼인 중 2회에 걸쳐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고,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무렵 피해자가 임신한 태아에 대해서도 출산을 원하지 않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인 적이 있었던 점, 임상심리결과 등에 따르면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피고인의 심리적 반응이나 성격에 일부 특이성이 엿보인다고 나온 점 등 피고인이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정황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살인의 동기와 범행방법의 선택,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 등에 대하여 피고인의 졸음운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이상 검사가 주장하는 고의성을 추단할 만한 부수적인 간접정황만으로는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인정의 전제가 되는 살인의 범의에 기한 교통사고임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자. 종합판단

1)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이 운전한 이 사건 차량의 운행방식 등에 고의를 의심할 만한 점들이 있고, 당시 상황에 관한 피고인의 설명에 의문점이 있으며, 피고인의 보험가입 행태 및 사망보험금의 액수, 이 사건 사고 전후 피고인의 말과 행동 등에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는 이상, 피고인이 위와 같은 의문점을 해소해 주지 못한다고 하여 객관적인 증거와 이에 기초한 치밀한 논증의 뒷받침 없이 살인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는 없다. 단호하게 진실이라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논리적 추론과 가능성의 우월함만으로 단죄할 수는 없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은 이러한 순간에 더 의미가 있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관련 법리 및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결국 졸음운전 사고인지 고의사고인지 단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살인의 고의에 대하여 졸음운전에 의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졸음운전을 하였을 가능성 역시 존재하며, 이를 객관적인 증거와 논증을 통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배제할 수 없는 이상, 다수 보험가입, 사고 전후 사정 등의 간접사실만으로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무죄의 추정이 직접증거가 존재하는 경우에 버금가는 간접증거들에 의하여 번복되었다고는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점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할 것이고, 살인의 점을 전제로 피고인이 사기의 범행을 하였다는 취지의 공소사실 역시 그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반하는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은 공소장변경으로 인한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범죄사실

위 제2항의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사망진단서

1. 교통사고보고(실황조사서)

1. 현장사진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형법 제268조(금고형 선택)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금고 1월 ~5년

2. 양형기준의 적용

[유형의 결정] 교통 > 일반 교통사고 > 제2유형(교통사고 치사)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 영역, 금고 8월 ~2년

3. 선고형의 결정 : 금고 2년

피고인에게 1997년 이후 동종전과가 없는 점, 부양해야 할 자녀가 있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의 졸음운전은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더욱이 임신 7개월의 피해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잠을 자고 있었으므로 주의를 더 기울여 안전하게 운전을 하였어야 함에도 만연히 졸음 상태에서 이 사건 차량을 계속 운행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그 사고로 인하여 동승하고 있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는바, 교통사고 발생에 대한 피고인의 과실이 결코 가볍지 않고, 교통사고의 결과 또한 매우 중대한 점, 또한 피고인은 딸을 잃은 피해자의 부모 등 유족과 합의하지 아니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은 정상들에 더하여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직업, 성행, 가족관계,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공판과정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점의 요지는 위 제2항의 [변경된 주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고, 사기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과실에 기한 교통사고에 의하여 사망한 것처럼 기망하여 K 주식회사로부터 보험금을 편취하였다는 것인바, 위 제4항에서 본 바와 같이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점 및 이를 전제로 하는 사기의 점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의 점에 관하여는 이와 동일체 관계에 있는 예비적 공소사실인 판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재판장 
판사 
허용석 
 
판사 
김경희 
 
판사 
박철홍 

별지 생략

1) 변액유니버셜보험은 사망보장을 주된 목적으로 하면서도 납입보험료 중 일부로 펀드를 만들고, 펀드에서 얻은 수익을 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돌려준다. 다른 보험상품과 달리 입출금이 비교적 자유로워 은행 예금과 같은 기능도 갖고 있다.

2)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24 기재 보험의 최초 가입일은 2008. 6. 13.이고, 20l3. 6. 13. 갱신되었다.

3)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살고 있던 충남 금산군 FH 공동주택 FI호는 피고인의 모친인 DT이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다. 다만, 피고인이 위 주택의 매수가격 1억 4,000만 원 중 7,000만 원을 부담하였다고 진술하였다. ○ 이 사건 차량의 진행 경로 이 사건 CCTV 영상에 나타나는 이 사건 차량의 이동 경로를 투명 종이에 표시하여 육안으로 확인되는 이 사건 차량의 우측 거동 경위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차량 및 화물차량의 나란한 최종 정지 상태, 이 사건 도로의 구조를 고려할 때 이 사건 차량은 비상정차대 시작 지점에서 우조향 후 다시 좌조향하여 이 사건 화물차량을 나란하게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점등 등을 포함한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졸음운전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감정인 AI은 환송 전 당심 법정에서 '위와 같은 사정과 이 사건 차량의 바퀴가 11자로 정렬이 되려면 위와 같이 우조향 후 좌조향한 다음 다시 우조향을 해야 한다.'고 진술하였고, 환송 후 당심법정에서는 '감정인 AJ가 이 사건 사고 직후 이 사건 차량의 좌측 앞바퀴 사진에 대한 3D재현 시뮬레이션으로 위 앞바퀴가 좌측으로 10도 정도 조향된 것으로 분석한 점을 고 4) FM연구소 소장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11686 판결 [살인[인정된 죄명: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사기]

사 건

202011686 . 살인[인정된 죄명: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 사기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외 1

 

환송판결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1549 판결

 

원심판결

대전고등법원 2020. 8. 10. 선고 2017202 판결

 

판결선고

2021. 3. 11.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환송판결이 파기이유로 지적한 사항들에 대하여 추가적인 증거조사와 심리과정을 거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의 살인의 범의에 의한 것임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 사기 부분에 대하여 이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검사는 상고장에 유죄 부분에 대하여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취지를 기재하였으나,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의 해석상 검사는 원심의 형의 양정이 가볍다는 사유를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51952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안철상

주심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강화연(기소, 공판), 박병모(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화우(유한) 담당변호사 방기태 외 4인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5. 6. 10. 선고 2014고합27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고, 이 사건 사고를 단순한 교통사고로 가장하여 보험금을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

2. 직권판단

검사는 당심에서 당초의 공소사실을 유지하되 그 중 살인의 공소사실을 아래 ‘변경된 주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일부 변경하면서 그 공소사실에 대하여 아래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의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고 그에 대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형법 제268조’를 적용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여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원심과 달라졌으므로, 원심판결 중 그 부분은 이 점에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다만 원심판결에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인의 점에 대한 종전의 공소사실과 변경된 주위적 공소사실은 대동소이하고 주된 내용이 같으며, 원심의 판단 속에 변경된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검사의 이 부분에 대한 항소이유는 사기의 점에 대한 항소이유와 함께 공소장 변경에도 불구하고 이 법원의 판단 대상으로 삼기로 한다.

[변경된 주위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1998. 10. 9. 첫 번째 부인인 공소외 19와 혼인하였다가 2001. 4. 3. 협의이혼하였고, 2005. 9. 26. 두 번째 부인인 공소외 9와 혼인하였다가 2007. 4. 4.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으로 이혼하였으며, 2008. 1. 21. 당시 ○○○○ 국적의 피해자(여, 24세, 임신 7개월)와 혼인하였다. 피해자는 2013. 11. 6.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다음 2014. 3. 12. ‘(외국성명 생략)’에서 ‘공소외 20’으로 개명하였다.

피고인은 2008. 6. 20.경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생명 무배당 유니버셜CI보험에 가입하고, 2014. 6. 5.경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고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보험금이 최대 약 31억 원에 달하는 ▒▒생명 플래티넘 스마트변액유니버셜에 가입한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2014.경까지 ♡♡생명, ▒▒생명, ∈∈생명, ●●● 등 11개 보험회사에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생명보험 25개를 가입하고, 피해자의 보험료로 매달 합계 약 360만 원을 지급하여 왔다.

피고인은 2007.경부터 피고인과 가족들이 가입한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보험계약대출 및 중도인출로 합계 316,924,020원을 교부받아 보험료, 대출금 상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는 등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위와 같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된 보험계약에 따라 약 95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4. 8. 23. 03:41경 천안시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하향방면 335.9㎞에서 자신은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조수석에 탑승한 피해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차량번호 1 생략) 스타렉스 승합차를 5차로 길 중 5차로(갓길)로 운행하면서 전방 5차로 도로 옆 비상정차대에 공소외 1이 운전하는 (차량번호 2 생략) 8톤 화물차가 정차되어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위 스타렉스 승합차의 전면 우측 부분을 위 화물차량의 후미 좌측 부분에 고의로 추돌시켜 그 자리에서 피해자를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차량번호 1 생략) 스타렉스 승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4. 8. 23. 03:41경 천안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하향방면 335.9㎞ 부근 5차로 길을 5차로(갓길)를 따라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는 야간이고 고속도로에서 주행하거나 정차해 있는 차량들이 있으므로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졸음운전을 하지 말고 전후좌우를 잘 살펴 안전하게 운전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졸음운전을 한 과실로 전방 5차로 도로 옆 비상정차대에 정차되어 있는 공소외 1이 운전하는 (차량번호 2 생략) 8톤 화물차의 후미 좌측 부분을 위 스타렉스 차량의 전면 우측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위 스타렉스 조수석에 동승하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20(여, 24세, 임신 7개월)을 그 자리에서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3.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의 쟁점

1)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별지1 보험가입내역(1) 기재 보험들에 가입하였고, 이 사건으로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그 보험들에 터 잡아 95억 원 또는 그에 근접하는 주1)사망보험금을 지급받게 됨은 분명한 사실이다.

피고인이 그와 같이 이 사건 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좀처럼 보기 힘든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받게 된다는 사정이 언제나 살인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님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정은,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이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보험에 가입한 이유 등이 무엇인지나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이 궁핍하였는지와 상관없이, 피고인이 돈에 집착하면서 평소 일확천금을 꿈꾸어왔다고 볼 여지가 있는 주2)정황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동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2) 이 사건 사고 직후 피해자의 사체를 직접 검안한 의사 공소외 21은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개방성 상처가 없는 복부 내 장기 손상을 입었고, 그로 인하여 저혈량성 쇼크가 발생함으로써 현장에서 즉사하였다고 진단하였다. 일반적으로 사망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원칙적으로 구체적인 경우마다 사망진단을 하는 의사에 의하여 개별적으로 판정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당시 검안의로서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최종적으로 판정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의사가 이 사건 사고 직후에 피해자의 사체를 직접 검안하고 내린 위와 같은 사망진단은 다른 어떤 의견보다 존중되어야 하고, 분명하고 뚜렷한 반증이 없는 한 함부로 배척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대학교 법과대학 석좌교수 공소외 22는 피해자에 대한 진료기록을 토대로 피해자에게 골절, 열창과 같은 손상이 있고 상처 부위에 인지(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출혈이 있었던 점을 근거로(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그 정도에 이르는 출혈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 직전까지 살아있었고 이 사건 사고에 의한 손상으로 사망하였다는 감정의견을 제시하였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이 운전한 스타렉스 승합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에 살아있는 상태로 승차하여 조수석에서 잠을 자다가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피고인과 함께 ◇◇을 출발한 이후부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제3자에 의하여 타살되었다거나 돌연 자연사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이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별다른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된다(이와 다른 취지에서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모두 오류가능성이 지적되었거나 추측 등을 근거로 한 엄밀성이 떨어지는 것으로서 위와 같은 판단을 좌우하기에 부족한 사정들이라고 보인다).

3) 이 사건 사고가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경우, 앞에서 본 바와 같은 범행동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이 사건 사고로 피해자에게 가해진 충격의 정도, 피해자가 실제로 사망에 이른 사고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살인의 범의가 있음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4) 그러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사고가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인지, 아니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졸음운전에 의한 교통사고인지 여부이다. 그리고 이 사건 사고가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인지의 점은 그에 대한 직접증거가 없는 이상, 졸음운전과 양립하기 어려운 간접사실 등을 증명함으로써 증명될 수 있다.

나.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나,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관련 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도507 판결 등 참조).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08조가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한 것은 그것이 실체적 진실발견에 적합하기 때문이라 할 것이므로, 증거판단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사실심 법관은 사실인정에 있어 공판절차에서 획득된 인식과 조사된 증거를 남김없이 고려하여야 한다. 형사재판에 있어 심증형성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증거에 의할 수도 있는 것이며, 간접증거는 이를 개별적·고립적으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되고 모든 관점에서 빠짐없이 상호 관련시켜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치밀하고 모순 없는 논증을 거쳐야 한다.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인바,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등 참조).

다. 졸음운전과 양립하기 어려운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의 거동(거동) 등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따라서 인정되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이 운전한 차량의 거동 등과 관련하여 졸음운전과 양립하기 어려운 여러 간접사실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이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로 봄이 타당하다.

1) 상향등의 점등

가) 이 사건 차량은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으로 진입하여 이 사건 사고 당일인 2014. 8. 23. 02:45경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였다. 그 후 이 사건 차량은 같은 날 03:41경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335.9㎞ 지점 부근으로서 전방에 공소외 1이 운전하는 (차량번호 2 생략) 토미8톤 저진동특초장축 화물차(이하 ‘이 사건 화물차량’이라 한다)가 고속도로 우측 끝 비상정차대(길이는 약 70m이고, 실제로 차량을 정차시킬 수 있는 공간은 약 28m이며, 폭은 약 2.3m이다)에 정차 중이었던 약 814m 길이의 직선구간 초입부로 들어섰다.

경부고속도로 서울방면 천안삼거리 휴게소 부근에 설치된 CCTV에 이 사건 차량이 위 직선구간에 들어설 때부터 이 사건 사고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이 촬영되었다(이하 그 영상을 ‘이 사건 CCTV 영상’이라 한다). 이 사건 CCTV 영상에 따르면, 이 사건 차량은 당시 통행이 금지된 갓길인 가변차로(5차로)를 주행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422m 후방에서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되어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켜져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나) 그런데 위 지점에서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된 사실은 아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졸음운전과 양립하기 어려운 간접사실로 볼 수 있다.

(1)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점등레버는 운전대로부터 수직하방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운전대의 왼쪽에 운전대와 수평에 가까운 전방으로 5cm 이상 떨어진 위치에 설치되어 있다.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 점등레버를 작동하여 상향등을 점등시키기 위해서는 점등레버를 안쪽으로 잡아당기거나 일정한 힘으로 뒤쪽으로 밀어서 걸림장치에 걸리게 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졸음운전 상태에서 점등레버를 안쪽으로 잡아당기는 것은 경험칙상 그 자체로 불가능하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그 경우에는 걸림장치가 없어서 점등레버가 바로 제자리로 돌아가고 상향등이 꺼지게 되므로 졸음운전 상태에서 그와 같은 방식으로 상향등이 점등되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한편, 점등레버를 뒤쪽으로 밀어서 점등레버를 걸림장치에 걸리게 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본 점등레버와 운전대의 위치를 고려할 때,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이 수직하방이 아닌 수평에 가깝게 전방으로 움직이면서 점등레버를 걸림장치에 걸리게 할 정도의 미는 힘이 유지되어야 하거나 수직하방으로 움직이는 경우에는 손가락이 상당한 정도로 펴진 상태에서 손이 움직이는 수직하방과 거의 직각을 이루어 수평에 가깝게 점등레버를 전방으로 밀면서 걸림장치에 걸리게 할 정도의 미는 힘이 유지되어야만 한다(손이 운전대를 계속해서 붙잡고 있는 상태에서 손가락만 펴져서 상향등 점등레버를 위와 같은 정도의 힘으로 뒤로 밀어 상향등을 작동한다는 것은 졸음운전 상태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인다).

그런데 졸음운전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이 운전대를 놓치는 이유는 졸음으로 인하여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의 힘이 풀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상황에서 손이 수직하방이 아닌 전방을 향하여 거의 수평으로 이동하면서 위와 같은 정도의 힘을 유지한 채 움직인다거나 운전대를 말아 잡고 있던 손의 손가락이 갑자기 상당한 정도로 펴지고 그와 같이 펴진 상태에서 손가락 끝까지 위와 같은 정도의 일정한 힘이 유지됨으로써 손가락의 끝부분에 가깝게 걸린 점등레버가 손이 떨어지는 방향과 수직방향인 전방 뒤쪽으로 밀려서 걸림장치에까지 걸리게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매우 어렵다고 보인다(일반적으로 상향등 점등레버를 뒤로 밀어서 걸림장치에 걸리게 하는 행위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섬세한 조작을 필요로 하는 행위로 보이기도 한다).

한편,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된 부근 도로의 경사도는 약 2.7°로 경사각이 크지 않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향등이 점등된 이후 이 사건 차량의 속도가 증가하였으므로 관성이 차량 뒤쪽 방향으로 작용하기 쉽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고현장의 도로조건이 운전자의 몸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기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고 보인다. 나아가 “피고인의 몸이 앞으로 쏠려서”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이 거의 수평에 가깝게 전방으로 이동하여 상향등 점등레버를 뒤로 밀어 걸림장치에 고정시키게 할 정도로 피고인이 졸았다면 이 사건 차량의 거동에 매우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그런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은 상향등의 점등 전후로 거동에 별다른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다.

(2)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손이 운전대를 계속해서 붙잡고 있는 상태에서 손가락만 펴져서 상향등 점등레버를 뒤로 밀어 상향등을 작동한다는 것은 졸음운전 상태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졸음운전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이 떨어져서 상향등 점등레버를 작동시켰다면 적어도 왼쪽 손은 운전대를 놓쳤음을 의미한다(양쪽 손 모두 운전대를 놓치는 경우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고, 졸음운전으로 운전대를 놓치는 경우라면 그 경우가 오히려 통상적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운전대를 잡고 있던 손이 떨어져서 점등레버를 밀어 상향등이 점등되는 정도의 움직임이 생겼다면, 그 순간에 운전대의 조향이 원래 그대로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고 보이고, 나아가 그 후에 한손 또는 양손 모두 운전대를 놓친 상태에서 운전대의 조향이 원래 그대로 유지되기는 한층 더 어렵다고 보인다. 이는 당시 이 사건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상당한 속도(시속 70km 내지 80km)로 주행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이 사건 CCTV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은 상향등이 점등되기 전후로 별다른 흔들림 없이 차로를 따라 적어도 350m 이상을 직선으로 주행한 점이 확인된다. 이러한 사정도 졸음운전과 양립하기 어려운 간접사실로 볼 수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관 공소외 17은 당심법정에서 ‘졸음운전 상태에서 상향등이 켜질 수도 있으나 그렇게 되면, 차가 거동되는 게 좌우로 움직이는 게 보여야 되는데 그런 게 없고, 사고지점 뒤로 후방에서 800m 되는 지점에서 불빛이 보이자마자 가변차로를 쭉 따라서 내려오는 것은 안전운전을 했다고 봐야 되는 편이 맞습니다. 정상적으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오래도록 직선으로 올 수는 없고, 일반적인 졸음운전에 의한 것은 차가 조향장치라든가 아니면 앞숙임 거동, 상향등 조작 여러 가지 동작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진술하여 위와 같은 판단을 뒷받침한다.

(3)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이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면, 피고인으로서는 의도하는 교통사고에 마침맞은 커다란 화물차량이 새벽 4시 무렵에 차량통행이 금지되어 차량이 없는 갓길(5차로)보다도 더 우측으로 벗어난 비상정차대에 다른 주행 중인 차량들과 떨어진 상태로 정차하고 있음을 발견한 경우, 그 상황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하려는 심리적 동기에서 상향등을 점등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위와 같이 이 사건 화물 차량은 차량의 크기는 물론 정차 위치 자체도 의도한 교통사고에 마침맞은 곳이었다).

실제로 피고인이 상향등을 점등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이 사건 사고 바로 직전이고, 상향등을 점등한 지점 또한 공교롭게도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화물차량이 정차된 곳으로부터 직선구간으로 422m 후방이어서 육안으로 이 사건 화물차량을 인식할 수 있는 거리인데다가 통행이 금지된 갓길을 홀로 진행하고 있는 이 사건 차량으로부터 시야가 방해되는 차량도 별로 없는 곳이어서 위와 같은 심리적 동기가 생길 수 있는 지점으로 보인다(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범행을 실행하기로 미리부터 결심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많은데, 이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는 설령 실제로는 그 지점에서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을 점등하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위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이 위 지점을 통과할 당시의 상황은 피고인으로 하여금 상향등을 점등하게 할 심리적 동기가 생기게 할 만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으로서는 상향등을 점등하기 전에는 상향등을 점등하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사정을 알 수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화물차량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점등한 상향등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굳이 끄지 않은 것이 이례적이라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는 야간에 차량들이 고속으로 질주하고 있는 고속도로였고, 피고인이 이 사건 CCTV 영상과 같은 영상이 남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어려웠다고 보이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상황에서 자신의 차량의 상향등을 점등하면 반드시 다른 자동차의 주의를 끌 수 있다고 생각하여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이 통상적이고, 그와 같은 상황에서 상향등을 점등하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이례적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2) 이 사건 차량이 비상정차대에서 우조향 후 좌조향 등을 하였는지 여부

가) 도로교통공단 대전·충남지부 안전조사검사부 사고조사연구원 공소외 15 및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사고분석개선처 사고조사연구원 공소외 16은, 이 사건 차량이 최초로 이 사건 CCTV 영상에 나타난 지점이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814m 후방이고,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된 지점이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422m 후방이며, 위와 같이 점등된 상향등의 형상이 바뀌는 지점이 이 사건 사고지점으로부터 40m 후방인 것으로 보았고 그와 같이 상향등의 형상이 바뀌는 이유는 이 사건 차량이 진행방향 우측 비상정차대 쪽으로 우조향(이하 편의상 이를 ‘우조향’이라 하고, 그 반대의 경우를 ‘좌조향’이라 한다)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공소외 15와 공소외 16은 이 사건 사고 지점 부근에서 실제로 차량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서로 의사를 교환하여 차량의 위치나 상향등의 불빛이 이 사건 CCTV 영상과 동일하게 되도록 재현하는 방법으로 위와 같이 분석하였다. 이 방법이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분석에 쓰이는 방법은 아니고, 다소간의 오차가 존재할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 방법의 기초가 되는 과학적 원리는 매우 간단하고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또한, 이 사건 CCTV 영상은 야간에 촬영된 것이고 화질이 매우 좋은 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 때문에 위 방법에 의하여 상향등 불빛의 변화를 토대로 조향각을 산정한 부분의 엄밀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하고, 위와 같은 방법에 따라 상향등이 점등된 위치 및 우조향 지점까지의 ‘거리’를 분석하고 측정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정도의 화질 불량이 장애가 된다고 보이지 않으며, 실제로 공소외 15와 공소외 16이 위와 같은 분석을 하면서 화질의 불량이 장애가 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한편, 공소외 15와 공소외 16이 분석에 사용한 사진과 이 사건 CCTV 영상에 따른 사진을 대조해보면, CCTV가 촬영하고 있는 장소 등에 관한 정보를 표시하는 문자가 나타나는 부분은 제대로 포개어지지 않으나, 좌측 상단 사각형 모양의 불빛 8개와 우측 중앙 부분의 주유소 등 분석대상의 요체에 해당하는 촬영되는 ‘실제 장소’는 상당히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두 개의 사진이 제대로 포개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소외 15와 공소외 16이 제시한 의견이 신빙성이 없다고 볼 수도 없다. 이와 같이 보면, 공소외 15, 공소외 16이 제시한 의견 중 이 사건 차량의 우조향시 조향각도에 관한 의견이 엄밀한 정확성이 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상향등이 점등된 위치 및 우조향 지점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부분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소외 15와 공소외 16의 위와 같은 분석의견은 공소외 17의 감정의견과 일치하고, 피고인 역시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된 사실 자체를 다투지는 않는다(만일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되지 않았다면 진행방향 우측의 비상정차대에 정차 중이던 이 사건 화물차량을 들이받을 수 없음은 분명하다).

나) 그런데 아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차량은 비상정차대에 우조향하여 진입한 후 좌조향하였다가 다시 우조향을 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는 졸음운전과 양립하기 어려운 간접사실로 볼 수 있다.

(1) 공소외 15, 공소외 16은 이 사건 차량이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지 않고 이 사건 화물차량의 조수석 부분을 정면으로 들이받았음을 근거로,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다시 좌조향하여 피해자가 탑승한 조수석 부분을 이 사건 화물차량의 좌측 후미 부분에 충격시켰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의견은 당심에서 추가로 시행된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여도 뒷받침된다.

(2) 이 사건 차량의 상단유리 중 조수석에서부터 운전석 쪽으로 0.96m까지의 폭에 해당하는 부분이 이 사건 화물차에 충격된 부분이다[한편, 운전석 쪽 나머지 0.44m(= 전체길이 1.4m - 위 0.96m) 부분은 충격되지 않았다]. 이 사건 사고 후 최종정차된 이 사건 차량의 앞바퀴와 뒷바퀴는 모두 그대로 전방을 향하여 11자형으로 되어 있는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관 공소외 17은 ‘스타렉스 전면 범퍼 레일 및 동 후방의 구조물이 변형된 상태이고, 엔진 후드 부분이 직각으로 굽힘 변형된 상태임, 스타렉스 지붕 부분이 직각으로 굽힘 변형된 상태임’이라고 감정하였다. 이 사건 차량의 충돌 후 최종 정차 위치는 별지2 사고 도면 1.의 기재와 같이 정차하고 있던 이 사건 화물차량과 거의 나란한 방향이다(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화물차량을 충격한 부분은 위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의 우측 부분만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주 충격부위가 무게중심 부근을 지나고 있어서 큰 회전이 발생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충격 당시 편심력이 이 사건 차량의 우측면에 작용되어 충돌 후 시계방향으로 회전되는 힘의 작용이 미약하게나마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충돌 자체는 별지2 사고 도면 1.의 최종 “정차” 위치보다 더욱 나란한 형태인 별지2 사고 도면 2.와 같은 형태로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 차량이 충격된 부분은 위와 같이 조수석부터 운전석 쪽으로 0.96m까지의 폭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그 부분에 해당하는 엔진 후드 및 지붕이 “직각”으로 구부러졌다는 것은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화물차량과 나란한 방향으로 추돌하였음을 의미한다. 우조향된 차량은 그 조향각을 유지하는 경우 선회(선회)하여 원을 그리는 방식으로 점점 더 우측으로 회전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므로 위와 같이 나란한 방향으로 충돌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그 경우에는 이 사건 차량의 전면과 이 사건 화물차량의 후면이 면(면) 대 면(면)으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화물차량의 좌측 뒤 모서리 부분과 이 사건 차량의 충돌부분 중 운전석쪽 끝부분이 점(점) 대 면(면)으로 먼저 충돌을 시작하게 되고, 그 충돌에 따라 다소간 반시계방향으로 편심력이 주3)작용하여 이 사건 차량이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서 2차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고 보이므로, 위와 같이 엔진 후드 및 지붕이 직각으로 구부러진다거나 최종 정차 자세가 나란한 방향이 되기 어렵다. 요컨대, 위와 같은 굽힘 형태나 최종 정차 자세는 이 사건 차량의 전면과 이 사건 화물차량의 후면이 면(면) 대 면(면)으로 별지2 사고 도면 2.와 같은 형태로 충돌하는 경우에 만들어지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충돌형태를 고려하면,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을 한번만 한 상태에서 이 사건 화물차량과 충돌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관하여 공소외 17은 당심법정에서 ‘저 사진 같은 경우는 직각으로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저 사진을 위에서 찍었는데 어떤 의미가 있냐면, 직각 부분이 수직 부분은 차체 옆면하고 나란하고, 밑에 있는 부분은 앞이나 뒷부분하고 나란한데, 나란한 상태로 추돌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차를 5차로에서 비상주차대 쪽으로 조금만 오른쪽으로 회전한 상태에서 부딪히면 이렇게 안 나오고 모양이 틀어져서 나옵니다. 위쪽은 간격이 좁고 밑에는 간격이 넓게 직각을 유지한 상태로 나와야 하는데, 저 부분이 의미가 굉장히 큰 부분입니다’라고 진술하여 이 점을 강조하면서 지적하고 있다.

한편,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후 최종 정차된 이 사건 차량의 앞바퀴와 뒷바퀴는 모두 전방을 향하여 11자형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형태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 사건 차량을 우조향하였다가 우조향한 조향각보다 더 큰 각도로 좌조향을 한 후 다시 우조향을 하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우조향을 한번만 한 경우에는 바퀴가 우측을 향하게 되므로 위와 같은 최종 정차시의 바퀴형태에 부합하지 않고, 우조향한 후 우조향한 조향각만큼만 좌조향을 한 경우에는 차량의 진행방향이 선회는 없더라도 계속하여 우측을 향하게 되므로 위와 같은 나란한 충돌형태가 나타나기 어렵다. 우조향한 후 우조향한 조향각보다 더 큰 각도로 좌조향을 하여 바퀴가 좌측을 향해야 당초 진행하는 방향과 나란하게 진행하게 되고, 여기에 더하여 이 사건과 같이 바퀴방향이 전방을 향하여 11자형으로 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당초 우조향한 조향각보다 더 큰 각도로 좌조향된 바퀴를 그 각도 차이만큼 다시 우조향하여야만 한다.

(3)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이 사건 차량의 속력이 적어도 시속 60km 이상인 점은 별다른 다툼이 없는데, 그와 같은 속도로 구간이 그리 길지 않은 비상주차대에서 주행하는 경우라면 운전대 자체의 복원력으로 바퀴가 11자형으로 만들어지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4) 당심에서 시행된 추가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만을 한번 한 경우에는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차 상태와 일치하지 않고, 우조향 후 좌조향하는 경우에만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차 상태와 일치하게 된다(다만 위 시뮬레이션에서는 바퀴의 방향은 고려되지 않았다).

(5)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이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면, 운전자인 피고인으로서는 상당한 속도(시속 60km 이상)로 주행 중이던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화물차량을 비스듬하게 충돌하거나 운전석쪽으로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지나치게 조수석쪽으로 치우쳐서 충돌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 차량의 우측에 외력이 가해져 이 사건 차량이 회전함으로써 예측불능의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운전경험상 직감적으로라도 알 수 있다고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사고가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면, 피고인은 자신에 대한 위험을 가늠하고 조절하기 위해서라도 차량의 충돌형태에 대하여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하고 생각해 보았을 것으로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으로서는 가급적 이 사건 차량의 전면과 이 사건 화물차량의 후면을 면(면) 대 면(면)으로 나란하게 하여 이 사건 차량의 조수석쪽을 충격하되 무게중심보다 다소 운전석쪽으로 치우쳐서 충격할 심리적 동기를 가질 수 있다(공교롭게도 이 사건 차량과 이 사건 화물차량은 그와 같은 형태로 충돌하였다고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과 같이 이 사건 차량을 우조향한 후 좌조향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 사건 화물차량을 나란한 방향에서 충돌하는 것이 이 사건 차량을 우조향만 한번 하여 충돌하는 것보다 피고인이 의도했던 사고, 즉 조수석쪽에 큰 충격을 가하면서 운전자인 자신은 확실히 살 수 있는 보다 안전하고 쉬운 방법임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고 보인다. 우조향만 한번 하여 충돌하는 경우에는 자칫 조금만 잘못된 각도로 충격해도 차량이 회전하면서 운전석쪽에도 큰 충격이 가해질 위험이 있음을 쉽사리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상적인 운전자라면 이 사건 차량을 그와 같이 충돌하는 것이 운전기술상 어렵다고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더욱이 피고인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은 3년 정도 5톤 화물차를 운전한 경험이 있다), 나아가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인이 상향등을 점등한 때부터 충돌시까지 약 20초 정도의 준비시간이 있었다고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와 같은 사정들은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하였다가 좌조향하였다거나 그 후 다시 우조향을 하였다는 앞에서 본 분석결과 등과도 부합한다.

(6) 이 사건 사고지점의 형상 및 비상정차대의 길이, 우조향 후 좌조향 또는 우조향 하였다가 좌조향 후 다시 우조향된 지점 사이의 거리 및 시간간격,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졸음운전 상태에서 상향등이 작동되었다면 피고인이 한손 또는 양손 모두가 운전대를 놓친 상태에서 주행 중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하였다가 좌조향하였다거나 그 후 다시 우조향을 하였다는 사정은 의식적인 행위가 아니라면 좀처럼 있을 수 없고, 졸음운전과는 양립할 수 없는 간접사실로 볼 수 있다.

공소외 23도 검찰에서 ‘제가 렉카차를 운전한 것이 11년인데 저는 비상주차대에서 졸음운전 사고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만일 졸았다면 화물차의 측면이나 가드레일, 중앙분리대를 박고 튕겨 나가거나 아니면 교행하는 차를 박지, 포켓에 서 있는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박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자신의 렉카차 기사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의식적인 조향이 없는 상태에서 졸음운전으로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 쉽지 않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3)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의 변속기를 6단에서 4단으로 인위적으로 변경하였는지 여부

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 공소외 24, 공소외 25가 작성한 감정서에 따르면, ‘이 사건 차량 앞부분이 외부 충격에 의해 크게 파손된 상태이며, 감정당시 수동 변속기 레버 부위 등이 차체와 분리되어 있는 상태로 식별됨’, ‘변속기는 4단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됨’이라고 되어 있다.

공소외 24, 공소외 25는 위와 같은 감정을 하면서 변속 레버와 변속기가 분리된 상태에서 그 내부의 형태를 보고 이 사건 차량의 변속기가 4단에 위치하고 있다고 감정한 것이므로, 차량의 이동에도 불구하고 변속기의 단수가 인위적으로 조작되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점에 대하여 공소외 24는 원심법정에서 ‘여기 지금 변속 레버가 있는데 이 변속 레버가 구조물에 몸체하고 붙어있어야지 이 변속 레버가 막대기 역할을 하면서 이동을 할 수 있는데 이게 지금 분리돼 있기 때문에 고정 역할은 할 수가 없는 거지요. 그래서 이 변속 레버가 변속기의 영향을, 단수를 바꾸기는 좀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차량은 다음과 같은 경로를 거쳐 이동되어 보관 중이다.

〈이 사건 사고 지점 → 경부고속도로 목천IC 인근 “☆☆렉카” 사무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 위 “☆☆렉카” 사무실 → 아산시 소재 “▽▽폐차창” → 천안시 서북구 (주소 3 생략) 소재 “◎◎◎◎” 〉

그런데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을 견인하였던 공소외 23은 당심법정에서 ‘앞 쪽에는 바퀴를 물어서 뜨는 방식으로 견인을 했고, 뒷바퀴는 “돌리”라고 바퀴 자체를 떠서 견인할 수 있게끔 하는 특수 장비로 견인을 했습니다’, ‘현재 기억으로는 그 차량이 오토인지 스틱인지 확인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앞부분이 워낙 많이 밀려들어온 상태라 스틱이 되었든 오토가 되었든 어차피 뒷바퀴는 띄워서 견인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확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단 파손이 너무 심했습니다. 기어박스 자체가 파손이 되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이 사건 차량을 ☆☆렉카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견인한 후 다시 ☆☆렉카로 견인한 공소외 26은 당심법정에서 ‘차량을 들어서 견인차 위에 올렸기 때문에 바퀴가 땅에 닿지 않은 상태에서 이동하였습니다’, ‘평상시에 움직이지 않는 고장 난 차량이라면 기어를 N으로 놔야 하는데, 그때 당시에는 차가 너무 많이 부서져서 안에 들어갈 데도 없고 해서 지게차로 뜨고 지게차로 내렸습니다’, ‘(기어를) 대충 살펴봤는데, 기어를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업어서 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어를 조작하거나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와 같이 공소외 23, 공소외 26은 이 사건 차량의 바퀴를 움직이지 않고 이 사건 차량을 이동시켰고, 그 과정에서 변속기의 위치가 변경되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그 이동 과정에서 변속기의 인위적인 조작이나 훼손은 없었다고 보인다.

다) 피고인은 원심법정에서 고속도로를 운행할 때 차량의 변속기를 6단으로 놓는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운전방식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피고인이 그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졸음운전 전에 변속기를 4단으로 바꿀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데 위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의 변속기가 이 사건 사고 당시 4단에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수동변속기의 6단과 4단의 위치에 비추어 전방에서 가해진 충격으로 6단에 있던 변속기레버가 4단으로 옮겨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이는 점, 이 사건 차량의 변속기는 클러치를 밟아야 변속이 되는 수동변속기인 점,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무렵 추정되는 이 사건 차량의 속도는 4단에 알맞은 것이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의 변속기를 6단에서 (5단을 거쳐) 4단으로 인위적으로 변경하였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이와 같은 사정도 졸음운전과 양립하기 어려운 간접사실로 볼 수 있다.

4)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의 속력이 인위적으로 증감되었는지 여부

가) 공소외 15와 공소외 16은 이 사건 CCTV 영상을 참조하여 상향등 점등 이전에 이 사건 차량의 구간 평균속력은 시속 70.5㎞이고, 상향등 점등 후 구간 평균속력은 시속 80㎞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또한, 공소외 15는 위 영상을 참조하여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된 후 다시 좌조향되어 이 사건 화물차량에 충돌할 때까지의 평균속력은 시속 61.7㎞ 내지 62.6㎞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5, 공소외 16이 제시한 의견 중 상향등이 점등된 위치 및 우조향 지점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부분은 별다른 오류가 없다고 보이고, 이 사건 차량이 그 지점 사이를 진행한 시간은 이 사건 CCTV 영상에 의하여 상당히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의 속도에 대한 위와 같은 의견은 큰 오차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나) 위와 같은 분석결과는 이 사건 사고 직전 이 사건 차량에서 앞숙임 현상이 감지되었는데 제동장치의 작동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제시된 공소외 17의 의견 및 이 사건 CCTV 영상의 프레임별로 전조등의 위치 및 높이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 사건 사고에 따른 충돌 직전에 이 사건 차량의 속력이 줄고 앞숙임 현상이 관찰되었음을 근거로 피고인이 사고 직전 제동을 하였을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법영상분석연구소장 공소외 27의 분석과 부합한다. 또한, 위와 같이 감속된 지점 및 감속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그 구간이 약간의 내리막길에서 평지로 변하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감속은 인위적인 제동에 따른 것으로 봄이 가장 그럴 듯한 설명이라고 보인다.

다)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이 고의로 유발한 교통사고라면, 피고인으로서는 경우에 따라 충돌 직전에 본능적으로 또는 충격의 정도를 조절하기 위하여 제동장치를 작동할 수 있는 심리적 동기를 가질 수 있다. 앞에서 본 분석결과는 위와 같은 심리적 동기와 부합한다. 또한, 피고인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큰 충격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제동의 정도가 매우 심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사고현장에 이 사건 차량의 급제동 흔적인 스키드마크가 없다든가 당시 다른 일을 하고 있던 이 사건 화물 차량의 운전자가 급제동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보기 어렵다.

라) 위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의 충돌 직전에 이 사건 차량의 속력이 인위적으로 감속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졸음운전과 양립하기 어려운 간접사실로 볼 수 있다[한편, 서울 톨게이트에서 이 사건 사고 지점까지의 거리는 약 67km이고, 피고인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이 위 구간을 이동하는 동안 3회에 걸쳐 약 20분가량 휴식을 취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이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한 시각은 02:45경이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03:41경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02:45경 서울 톨게이트를 출발하여 03:41경에 이 사건 사고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평균 시속 112km[67km ÷ (56분 - 20분)/60분]의 속도로 운행하였어야 한다. 피고인이 서울에서 내려올 때 휴식을 취한 경위 등에 대하여 허위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면, 위와 같은 속도는 졸음운전이나 졸음이 몰려오는 운전자가 운전한 차량이 쉽사리 유지할 만한 정도의 속도가 아니라고 보인다. 또한, 만일 피고인이 위와 같이 휴식을 취한 경위 등에 대하여 허위로 진술하였다면, 그와 같이 허위로 진술한 이유 등에 대하여 수긍할 만한 해명이 없는 이상 그 동기 등이 의심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5) 이 사건 사고지점 부근 등의 도로상황

가) 피고인의 거듭된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은 안성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10분 정도 잠을 잤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성휴게소에서 이 사건 사고 지점까지의 직선거리는 25.8㎞이고(서울 톨게이트에서 안성휴게소까지의 거리는 40km 남짓이다), 지도상 확인되는 커브 구간은 8개이다.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안성휴게소에서 사고지점까지 시속 100km로 운행하면 약 15분이 소요되고, 시속 80km로 운행하면 약 18분 정도 소요되므로, 실제 도로를 시속 80km로 운행하는 경우 20여 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그와 같이 주행하는 경우 첫 번째 커브구간은 대략 1분 35초 후(오차가 있을 수 있으나 문제될 정도는 아니라고 보인다), 두 번째 커브구간은 3분 29초 후, 세 번째 커브구간은 7분 12초 후, 네 번째 커브구간은 14분 10초 후, 다섯 번째 커브구간은 15분 27초 후, 여섯 번째 커브구간은 16분 14초 후, 일곱 번째 커브구간은 18분 46초 후, 여덟 번째 커브구간은 19분 40초 후에 나타난다(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의 평균 속력이 시속 112km라고 한다면 위 구간의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은 15분을 밑돌 수 있고 커브구간이 나타나는 시간적 간격도 훨씬 더 짧아질 것이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로부터 알 수 있는 사정들, 즉 피고인 스스로 주장하는 바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은 안성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잠시나마 잠을 잤던 점, 안성휴게소에서 이 사건 사고 지점까지 걸리는 시간은 위와 같이 20분 전후에 불과하고, 운행하는 동안 적어도 수분 간격으로 커브구간이 나타나는데, 특히 이 사건 사고 지점에 가까울수록 짧은 시간 간격으로 빈번하게 커브구간이 나타나고, 마지막 두 개의 커브구간은 이 사건 사고 지점 바로 직전에 약 1분 간격으로 나타나는 점(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CCTV 영상에 최초로 나타난 사고지점 후방 814m 지점은 좌커브 오르막 구간이 끝나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이 마지막 커브구간을 돌 무렵까지는 졸음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하고, 사정이 그와 같다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구간을 제대로 운전해오다가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러 갑자기 졸음운전을 하였다는 것이어서 경험칙상 쉽게 수긍되지 않는다.

라. 이 사건 사고가 고의사고임을 뒷받침하는 그 밖의 간접사실들

1) 피고인은 피해자와 혼인한 직후부터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고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주로 피고인을 수익자로 하는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왔다. 그에 따라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납입하여야 할 보험료는 월 4,262,906원(= 월 3,600,406원 + 월 662,500원)에 이르렀고, 이 사건 사고에 가장 근접한 2014. 6. 5.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 8 기재 플래티넘 스마트 변액 유니버셜보험계약에 가입할 무렵에 납입하여야 할 보험료도 월 3,767,906원(4,262,906원 - 495,000원)이었다.

피고인은 인구 약 5만 5,000명 정도 되는 충남 ◇◇군에서 생활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다. 피고인이 위 유니버셜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생명 측에 제출한 보험청약서에는 피고인의 월수입이 500만 원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월수입이 700만 원이라고 주장하다가, 검찰에서 1,000만 원이라고 주장하였으며, 원심법정에서는 1,500만 원에 달한다고 달리 주장하고 있다. 피고인의 부가가치세 신고를 대신해주었던 공소외 28은 피고인이 운영한 생활용품점에서의 카드결제 내역, 현금영수증 자료, 세금계산서 자료 등에 비추어 현금거래를 포함한 월 평균 ‘매출액’이 약 1,000만 원 정도 될 것이라고 추산하면서, 여기에서 비용 등을 제외한 월수입은 1,000만 원을 하회할 것으로 보았다.

이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납입하여야 할 보험료는 피고인의 월수입에 비하여 이례적으로 과도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또한, 피고인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몇 달 전에 다시 월 납입보험료가 495,000원이나 되고, 사망보험금도 30억 9,000만 원의 거액에 이르는 보험을 추가로 들었는데, 이 또한 매우 이례적인 사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하여 보험설계사 공소외 12는 2011.경부터 2014. 5.경에 이르기까지 수 십 차례 피고인을 찾아가 그에게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을 하나 체결해달라고 계속 부탁하였고, 그 때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주민등록증이 발급되면 체결해주겠다’면서 거절해 오다가 결국 피해자의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자 위 유니버셜보험에 가입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이 공소외 12에게 반드시 보험을 가입하여야만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월수입에 비하여 매우 과도한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고,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이미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의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수십 개의 보험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2달가량 전에 또다시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고 사망보험금 액수도 그 어느 보험보다 많은 30억 원에 이르며, 월 납입료도 50만 원에 가까운 보험을 추가로 가입한다는 것은 여전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2) 비록 당심에서의 주위적 공소사실 변경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사고 전에 수면유도제를 먹였다는 부분이 삭제되기는 주4)하였으나,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차량 내에서 덮고 있던 이불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었고, 그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인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되었음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피해자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 외의 다른 성분은 전혀 검출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임신 중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든 감기약 등을 복용하였다기보다는 디펜히드라민 단일제, 즉 수면유도제를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면유도제의 성분은 독실아민 혹은 디펜히드라민으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경구용 정제로 생산되고 후자의 경우 경구용 정제뿐만 아니라 액상의 디펜히드라민 성분을 연질캡슐 내부에 주입시킨 형태로도 생산된다. 순수 증류수 500ml에 디펜히드라민 염산염 500g를 녹일 수 있고 이는 정제 10,000정에 해당하는 양이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옥수수수염차 등을 ◇◇에서 미리 준비하였는데, 올라갈 때 옥수수수염차를 좀 마셨고 내려올 때 제가 먹었으니까 두병 반 정도 되는 것 같다’, ‘피해자는 옥수수수염차를 한병하고 조금 더 마셨던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당시 임신 중이었으므로 약물을 복용하는 데에 매우 신중한 시기였고, 종전에 피해자가 수면유도제를 복용한 적이 있다거나 제3자에 의하여 수면유도제가 먹여질 계기가 있었다는 점도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뒤에서 보듯이 경찰이 탐문수사를 한 결과 피고인이 살고 있는 충남 ◇◇군 소재 약국에서 피고인이 수면유도제를 구입하였음을 확인하지 못하였는데, 만일 피해자 스스로 수면유도제를 구입하였다면 피고인과 달리 구입경로를 숨길 이유가 없으므로, 위와 같은 탐문수사과정에서 피해자가 수면유도제를 구입한 점이 확인되었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그 점이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만일 피해자가 스스로 사고 전 며칠 주5)내로 수면유도제를 구입하여 복용하였다면 피고인이 그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매우 많고, 사정이 그와 같다면,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된 점이 피고인이 고의사고를 유발하였음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로서 취급되고 있는 마당에 피고인이 그에 대한 진술을 하지 않았을 리도 없다. 피고인의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을 따라 나선 이유는 피고인과 대화를 하면서 피고인이 졸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해자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되었다는 점에 대한 합리적 설명으로는, ① 피해자가 어떤 경위로든 수면유도제를 먹었고, ② 그 수면유도제는 피해자 스스로 또는 제3자에 의하여 먹여졌다기보다는 피고인이 미리 준비한 옥수수수염차 등을 통하여 먹여졌다고 보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미리 준비한 수면유도제를 먹였다면, 당연히 흔적이 좀처럼 추적될 수 없는 경로를 통하여 수면유도제를 구입하고, 이 사건 당시 수면유도제를 담았던 용기 등은 버렸을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이 사건 차량에 남아 있던 옥수수수염차나 피고인의 자택을 수색하여 압수한 약품 등에서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거나 피고인이 살고 있는 충남 ◇◇군 소재 약국에서 피고인이 수면유도제를 구입하였음을 확인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볼 수 없다.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조수석에 있는 경우에는 의도하는 고의사고를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고 보이고, 피해자가 잠들어 있는 경우에 그러한 사고를 용이하게 일으킬 수 있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라도 피해자가 사고로 사망하지 않는 경우에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경우에는 고의사고임을 감추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일 동기가 충분히 있고, 나아가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고의사고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사고 전에 잠들어 있을 것이 거의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그런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공교롭게도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잠이 들어 있었고, 그것이 수면유도제에 의한 것임을 매우 강하게 의심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한편, 당심에서 시행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에 대한 사실조회회보서에 따르면, ‘약독물 감정에 사용된 감정물은 유전자분석을 위해 소모된 부위 주변의 넓은 부위의 감정물이었기 때문에 디펜히드라민이 피고인의 혈흔에서 검출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아가 설령 이와 달리 피고인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해자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되었다는 사정이 이 사건 사고가 고의사고임을 뒷받침하는 매우 유력한 사정이 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3) 이 사건 차량은 피고인이 서울로 출발한 후 2014. 8. 22. 21:22경 충남 (주소 4 생략) 소재 대전, 옥천방향 1차로 도로를 통과하였는데, 당시의 CCTV 영상 판독 결과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지인들도 피고인과 피해자가 평소 안전벨트를 잘 착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2014. 1. 1.부터 2014. 8. 22.까지 약 8개월 동안 이 사건 차량이 촬영된 CCTV에 피고인이 안전벨트를 착용한 모습은 없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은 안전벨트를 착용했었던 반면, 피해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4)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당일 오전 11:52경 및 오후 14:48경 ◇◇◁◁장례식장 직원인 공소외 29와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공소외 29는 수사기관에서 종전에 ‘피고인의 가족들이 화장을 부탁했다’는 취지로 한 진술을 번복하면서 ‘이전부터 ▷▷▷라는 모임의 회원으로 알고 있던 피고인이 위 시점에 전화를 하여 화장예약을 부탁하였고, 그에 따라 15:00경 피해자의 사망진단서를 팩스로 송부 받아 자신이 대전 ◐◐◐에 인터넷으로 화장예약을 대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친척들은 피해자의 부모가 ○○○○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까지 피해자의 시신을 화장하지 말자고 하면서 10일장 또는 5일장을 요구하였으나, 피고인은 피해자의 친척들에게 ‘3일장이든 5일장이든 피해자의 마지막 모습은 염하는 날만 볼 수 있으니까 3일장을 하는 게 낫다’고 설득하여 3일장이 이루어졌다. 피해자의 시신을 검시할 당시 피해자의 동생이 대전에 살고 있었음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동서인 공소외 30을 유족으로 참여시켰다.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후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은 사고 당일 오전 11:52경 장례식장 직원에게 피해자의 화장 예약을 부탁하는 전화통화를 하고, 같은 날 14:25경 검사의 사체 유족인도 지휘가 있자마자 그로부터 20분가량이 지난 14:48경 다시 전화로 화장 예약을 부탁하였으며, 같은 날 15:08경 화장 예약이 완료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화장절차를 주도하면서 서둘러 화장을 진행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자신의 잘못인 졸음운전 때문에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아내인 피해자가 황망히 사망하였고, 자신 또한 다쳐서 병원에 있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유족들을 배제하면서 피해자의 사체를 화장하는 예약부터 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정으로 볼 수 있다(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화장을 서두른 이유 중 하나로 피해자에 대한 정밀한 검시 등이 이루어지는 경우 피해자의 몸에서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될 수 있음을 우려했을 가능성을 들 수 있다).

5) 피고인은 검찰에서 ‘사고 나기 2~3개월 전에 액정이 깨져서 줌 나오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그 전에 쓰던 거는 반납하라고 해서 반납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피고인은 이 사건이 있기 약 2주 전인 2014. 8. 8. 휴대전화기를 교체하였고, 이전 전화기를 반납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휴대전화 가입서에 ‘미반납’으로 표시되어 있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다음날인 2014. 8. 24.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이용하여 ‘어제교통사고’, ‘어제고속도로사고’, ‘경부고속도로사고’ 등을 검색어로 하여 뉴스를 찾아서 그 기사 내용과 첨부된 동영상을 2-3회에 걸쳐 재접속하여 확인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인이 휴대전화기를 교체한 경위가 석연치 않은 점에서 피고인이 종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기를 이용하여 이 사건 살인의 준비에 필요한 검색 등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자신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하고, 자신도 다쳐서 병원에 있는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검색어로 뉴스를 검색한다거나 그 기사내용과 첨부된 동영상을 수차례 반복하여 확인하는 것은 통상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제보자나 블랙박스 동영상 등을 염려하였기 때문에 위와 같이 접속하였다고 의심될 여지가 충분하다.

6)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 전날인 2014. 8. 22. 11:00경 ◇◇시장에서 ○○○○인인 공소외 31을 만나 함께 장을 보고, 15:00경 이 사건 생활용품점에서 1시간 정도 담소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또한, 피해자와 공소외 31, 공소외 32(○○○○ 출신이다)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전날에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14. 8. 23. 아침에 모여서 ○○○○ 음식을 해먹기로 약속하였다. 그런데 피해자는 위와 같은 아침약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2014. 8. 22. 20:00경 공소외 31에게 서울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후, 피고인과 함께 이 사건 차량을 타고 충남 ◇◇군 소재 자택에서 남대문시장으로 출발하였다.

피해자의 사촌동생인 공소외 33(○○○○ 출신이다)은 경찰에서 ‘이전에 피해자가 친구들하고 밥을 먹기로 해놨었는데, 피고인이 계속 가자고 말을 해서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나도 살게 있으니까 가자”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공소외 31은 경찰에서 ‘저녁 8시쯤인가 통화를 했는데, 피해자가 전화를 해서 하는 말이 “남편과 서울에 갔다 와야겠다”라고 해서 제가 “배도 불렀는데 왜 같이 가냐”고 물어보니까 피해자가 하는 말이 “남편이 졸리니까 같이 가자”고 말을 해서 가야 한다고 전화로 말을 했어요’라고 진술하였다. 공소외 32는 경찰에서 ‘피해자가 평소 따라간 것은 사실이나 최근 들어 임신하여 배가 불러 따라가지 않으려고 했으며, 사고 전날인 금요일 아침 10:00경 제가 피해자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여 제가 “오늘 저녁시간 있냐, ○○○○ 음식을 해먹자”고 했더니 그녀가 “신랑이 서울 가서 바쁘다, 나를 태워다 줄 사람이 없어 못가니 내일인 토요일날 아침에 저희 집에 온다”고 하여 제가 농담으로 “서울 가서 구경 좀 해라”고 했더니 그녀가 “배불러 차 타는 것이 불편하여 가지 않는다”고 통화한 것이 마지막 통화였고, 그날 12:30경 제 카톡으로 “오늘 장날이니까 ○○○○ 음식 살 거 있으면 미리 사다 놓아라, 부족한 거 있으면 전화해라”고 문자를 보내어 제가 시장가서 음식을 사다 놓았어요. 그녀가 가지 않는다고 해놓고 따라 간 것이 이상해요’라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시종일관 ‘와이프가 임신을 해서 제가 “가지 마라. 내가 혼자 갔다오겠다”고 말을 했는데, 집사람은 제가 운전하면서 조니까 대화하면서 잠을 깨워주겠다며 따라나섰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본 피해자 지인들의 진술내용과 함께 피해자가 당시 임신 7개월의 임산부였던 점, 피해자는 다음날 아침약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2014. 8. 22. 20:00경 피고인을 따라 서울로 향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요구로 피해자를 서울로 데리고 갔다기보다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피고인과 함께 서울에 가게 되었다고 봄이 사리에 맞는다.

7) 공교롭게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탑승하고 있던 이 사건 차량의 조수석 부분은 완전히 함몰되었음에 반해 피고인이 탑승하고 있던 운전석 부분은 계기판과 조향장치가 피고인의 가슴 쪽으로 다소 밀려들어오는 정도에 그쳤다.

8) 피고인과 친분관계가 있는 공소외 3은 수사기관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사건 사고 직후 피고인을 병문안 가서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하여 들은 적이 있다. 그때 피고인이 말하기를 피해자와 함께 서울로 가서 물건을 사고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졸았다가 깼다가 이런 식으로 반복을 하는 도중에 앞에 큰 트럭이 진행하는 것처럼 보였고 이 차를 그냥 따라갔는데 사고가 났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잠시 정신을 잃었는데 사고가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피해자가 눈감고 편안히 자고 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을 해서 손으로 흔들고 깨웠는데 반응이 없었고 잠시 후 구급차가 와서 병원으로 데려갔다고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그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졸음운전으로 이 사건 교통사고를 낸 것이고, 그 때문에 자신의 아내가 황망히 사망한 것이라면, 굳이 자신의 지인에게 이 사건 사고의 경위를 위와 같이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르게 진술할 이유가 별로 없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직후 이 사건 화물차량 운전자 공소외 1로부터 ‘괜찮냐’는 말을 듣고 ‘선생님. 내가 차를 박았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만일 피고인이 당시 졸음운전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냈다면 ‘어떻게 된 거냐’고 대응함이 통상적이라고 보인다. 피고인은 이 사건이 발생하고 10일 뒤인 2014. 9. 4. 최초로 피의자신문을 받으면서 경찰관으로부터 ‘사고 나면서 화물차를 피하려고 한 사실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런 적 없다. 그냥 갖다 박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만일 피고인이 당시 졸음운전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냈다면 ‘졸고 있어서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대응함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9) 피고인은 처음으로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 기사 공소외 23에게 ‘다리가 끼었으니 의자를 밀어달라’고 말하였을 뿐, 두 번째로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 기사가 피고인에게 동승자 탑승 여부를 물어볼 때까지 조수석에 피해자가 탑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공소외 1은 이에 대하여 경찰에서 ‘스타렉스 운전사한테 “사장님 혼자 탔어요. 옆에 동승자가 있어요”라고 여러 차례 물었다. 그런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동승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렉카 기사분이 왔는데 승무석에 팔이 하나 있다고 말을 하여 그때 승무석에 사람이 있는 것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10) 피해자는 피고인과 결혼한 이후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4회 임신하였는데, 첫 번째 임신과 관련하여서는 임신사실을 모르고 치과치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2008. 4. 15. 중절수술을 받았고, 세 번째 임신과 관련하여서는 태아의 발육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2011. 9. 15. 중절수술을 받았다.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로 죽은 네 번째 태아의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자에게 ‘대장암에 걸린 의심이 들고 목에도 병이 있다. 내가 죽으면 애기는 어떻게 키우냐. 애기를 지우자’고 말하면서 또다시 임신중절을 요구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산부인과에서 네 번째 임신과 관련하여 진찰을 받아 오던 중 주치의가 바뀌었음에도, 다른 의사를 주치의로 지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향후 진료 일정도 미리 정하지 않았다. 공소외 31은 경찰에서 ‘올해 피해자가 임신했을 때 ○○○○ 갔다 왔는데, 그때 저한테 남편 피고인이 몸이 좋지 않다고 아기를 낳아도 혹시 자기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아기를 유산시키자고 병원에 갔었다고 말을 했어요’라고 진술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남자아이를 출산할 예정이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11)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좀처럼 보기 힘든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하게 된다.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회사로서는 이 점만으로도 이 사건 사고의 고의성 여부를 심각하게 의심해볼 만하다. 실제로 이 사건은 고의사고를 의심한 보험회사 직원의 제보가 수사단서가 되었다.

그런데 그러한 의심의 정도는 이 사건 사고로 피고인에게 어느 정도의 위험이 초래되었는지에 반비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도 어느 정도 중대한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보이는 사고가 아니라면 위와 같은 의심에 따른 정밀한 조사를 피하지 못할 개연성이 높고, 이러한 사정은 보험에 관한 특별한 지식이 없더라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고 보인다.

한편, 피고인은 업무 때문에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서울을 다녀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피해자와 함께 다녀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고, 그와 같은 사고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일상과 연결되어 있어서 특이성이 별로 드러나지 않고 이질감이 적을 뿐만 아니라, 연습이든 실제이든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범행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고속도로에서 피고인에게도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고 여겨질 수 있는 방법으로 이 사건 사고를 고의로 유발한 것이 상식을 크게 벗어난다거나 이례적이라고만 평가할 것은 아니다.

12)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진술분석관 임상심리전문가 공소외 34, 전문수사자문위원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공소외 35는, ‘피고인이 졸음운전하여 피해자와 태아를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 우울감 등을 표현하였으나 그 정도가 일반인에 비하여 낮은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피고인의 말과 피고인의 내면 정서가 불일치함을 시사하고, 아울러 피고인이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표현하지만 대인관계가 피상적이며 감정이입적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피고인이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마. 중간 결론

이와 같이 보면, 피고인이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고, 교통사고를 가장하여 피해자 회사로부터 보험금을 편취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검사의 항소도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살인의 점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이 인정되므로 그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인 교통사고처리특레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범죄사실】

1. 살인

위 변경된 주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2. 사기

피고인은 2013. 8. 23. 11:06경 천안시 (주소 5 생략)에 있는 △△대학교 병원에서 전화로 피해자 공소외 2 주식회사 고객센터에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사고 접수를 하고, 2014. 8. 29.경 충남 (주소 6 생략)에 있는 □외과에서 피해자 회사 소속 불상의 보험설계사에게 보험금지급청구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고인의 과실에 의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위와 같이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것이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2014. 9.경 사고 상대방 운전자 공소외 1에게 합의금 730,810원, 2014. 10.경 위 화물차 수리비 8,060,000원, 2014. 10.경부터 2014. 12.경까지 피고인의 치료비 1,966,630원 합계 10,757,440원을 피고인 대신 지급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금원 상당의 지급을 면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원심 및 당심 법정진술

1. 당심증인 공소외 23, 공소외 26, 공소외 17의 법정진술

1. 원심증인 공소외 15, 공소외 16, 공소외 23, 공소외 3의 법정진술

1. 공소외 32·공소외 31, 공소외 33·공소외 36, 공소외 12·공소외 14, 공소외 28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공소외 1, 공소외 30, 공소외 37, 공소외 38, 공소외 39, 공소외 40, 공소외 41, 공소외 10, 공소외 11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의사 공소외 21이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사망진단서, 의사 공소외 42가 작성한 공소외 20에 대한 진단서, 의사 공소외 43이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소견서, 원심법원의 검증조서, 경찰 교통사고보고(실황조사서), 경찰 검시조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인 공소외 44가 작성한 감정서(피해자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검출),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 증거분석관 공소외 45가 작성한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보고서(피의자 휴대폰), 도로교통공단 대전·충남지부 안전조사검사부 사고조사연구원 공소외 15 및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사고분석개선처 사고조사연구원 공소외 16이 작성한 교통사고 분석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인 공소외 44가 작성한 감정의뢰회보(차량 내 물품 감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감정인 공소외 46, 공소외 47, 공소외 48이 작성한 감정의뢰회보(에어백·이불·유리 혈흔 감정, 공소외 40 구강 채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인 공소외 44, 공소외 49, 공소외 50이 작성한 감정의뢰회보(차량 유리, 에어백 혈흔) 및 감정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관 공소외 17이 작성한 감정의뢰회보(사고분석 종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광주과학수사연구소 이공학과 감정관 공소외 24, 공소외 25가 작성한 각 감정의뢰회보,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진술분석관 임상심리전문가 공소외 34, 전문수사자문위원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공소외 35가 작성한 임상심리평가 결과 통보, 법영상분석연구소장 공소외 27이 작성한 감정결과회보, △△대학교 법과대학 석좌교수 공소외 22가 작성한 감정서, 위 공소외 15가 작성한 감정결과 회신(CCTV 영상 속도 분석), △△대학교 의과대학 응급의학교실 교수 공소외 51이 작성한 의견서, 피의자 피고인 가족관계증명서 등, 피해자·피의자 진료기록, 출동 및 처치기록지, 교통사고처리 협조요청서 및 보험금 지급청구서 등, 공소외 20 보험금 지급예상액 일람표, 공소외 20 보험금 지급예상액 상세일람표, 병록일지 사본, 각 녹취록, 각 보험사별 대출금 잔액 현황자료, 2014. 8. 23. ~ 2014. 8. 24. 피고인 전화통화 발신 내역, 기타녹음 대화내용 녹취록, 진료기록지(공소외 20), 진료차트(공소외 20), 모바일 분석보고서 제459쪽, 제460쪽, 각 문서제출명령 회신(▲▲, ●●●, ■■■■생명, ▒▒생명), 각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결과(■■■■생명, ◆◆◆◆◆ 중앙회, ★★손해보험, ∈∈생명, ▼▼▼▼▼생명, ◀◀◀◀생명, ▶▶생명, ▒▒생명, ♠♠생명, ♡♡생명), 각 검찰 수사보고(피해자 공소외 20 화장경위 확인, 사고 당일 피의자의 보험회사 사고 접수 통화 사실 관련, 2014. 6. 5.자 종신보험 가입 관련 공소외 12 진술 추가 보고, ♤♤산부인과 최종 진료 후 차기 내원일 예약사실 없음, 피의자 피고인과 ◇◇◁◁장례식장 직원 공소외 29 간의 통화내역 확인, 피해자 공소외 20 시신 화장 경위, 이 사건 생활용품점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신고서 사본 첨부, 안성휴게소에서 사고지점 간 거리산출·커브구간 개수 확인, 공소외 12 진술 청취 보고), 각 경찰 수사보고(사고영상 확인, 피의자 명의 휴대전화, 출동 소방관 탐문, ◇◇경찰서 CCTV 판독, ◈◈◈◈ 병원 및 ◐◐◐ 화장터 탐문, 보건소 및 ◇◇군청 방문 수사, 통화내역, 보험관련, 국과수 혈흔 분석, 수면제 성분 검출, 피의자 차량 통과내역상 안전벨트 착용 여부, 피의자 피고인 스마트폰 증거분석 결과 사진 첨부, 피고인 통화내역상 서울 기지국 확인, 국과수 회신자료 종합, 피의자의 생활용품점에 설치된 단말기 매출실적, 피의자 피고인 기업은행 통장 관련, 도로교통공단 시뮬레이션 영상·일반적인 졸음운전 사고 영상, 사건당일 피의자 차량 서울 톨게이트 통과시간 확인, 보험금 증액 73억 → 95억, 피해자의 귀화 전 인적사항 확인, 수면유도제 성분이 체내에 머무는 시간 관련, 사건발생 시간,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포함된 혈흔에 대하여, 안성휴게소에서 사고지점까지 거리, 피의자 계약대출 현황, 차량결함여부 감정결과), 경찰 수사협조의뢰(☆☆▣▣소방서 - 구급일지, △△대학교, 부가가치세, 경찰 수사협조의뢰 및 회신(건축물·토지 보유 등), 현장사진, 사고영상 캡처사진, 사진 8장, 시뮬레이션·졸음운전 영상 CD, 구조영상 CD, 이 사건 CCTV 영상 CD, 안성휴게소부터 사고 지점까지의 도로현황 영상 CD, 별책 보험가입 내역 회신자료, 별책 금융거래정보 회신자료, 별책 휴대폰 기지국 회신자료, 교통사고 감정서 회신, 교통사고 감정서, 각 사진,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작성의 교통사고분석 감정회신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사실조회회보서, ☆☆렉카에 대한 사실조회회보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살인의 점, 무기징역형 선택), 제347조 제1항(사기의 점, 징역형 선택)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1호

【양형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무기징역

2. 양형기준의 적용

[유형의 결정] 제3유형(비난 동기 살인) 〉 가중영역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 계획적 살인 범행

[권고형의 범위] 징역 18년 이상, 무기 이상

3. 선고형의 결정 : 무기징역

가. 피고인은 자신의 아내인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95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음을 기화로 치밀한 계획 하에 교통사고를 가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고, 이를 단순한 교통사고로 가장하여 보험금을 편취하였다. 살인죄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 회복을 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중차대한 범죄이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사망보험금을 수령하려는 물욕(물욕)을 앞세워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였다는 점에서 책임이 더욱 무겁다. 피해자는 ○○○○인으로서 피고인과 혼인하여 한국으로 온 후 피고인이나 시댁에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남편인 피고인을 믿고 의지하면서 타국에서 나름대로 성실히 생활하다가 영문도 모른 채 믿었던 남편에 의하여 생명을 잃었다. 더욱이 피해자가 당시 피고인의 태아를 임신한 상태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처지가 더욱 애처롭고 피고인의 악성이 한층 더 두드러진다고 아니할 수 없다. 피해자가 이국에서 잘 살고 있다고 믿고 있던 피해자의 유족은 피해자가 황망하게도 남편의 손에 죽임을 당하였다는 점이 밝혀짐으로써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시종일관 범행을 전면 부인하면서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고 피해자의 유족에게 속죄하는 자세도 보이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을 우리 사회에서 무기한 격리함이 결코 무거운 형이라고 할 수 없다.

나. 다만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사회의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에서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누구라도 그것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검사의 주장에 경청할 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의 나이, 가족관계, 범죄전력, 피고인의 주관적인 악성의 정도 및 교화가능성 등 소송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들을 고려할 때, 앞에서 든 사유들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사형의 선고가 누구라도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분명하다고 보기 어렵고, 사형을 선고하기에는 주저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따라서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하여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함으로써 피고인이 저지른 죄에 상응하는 형벌을 내려 사회정의(정의) 및 인륜(인륜)을 바로 세우고 사회를 방위하는 한편, 피고인으로 하여금 소중한 생명을 안타깝게 잃은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 평생 참회하고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도록 함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므로,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내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별지 생략]

재판장 
판사 
윤승은 
 
판사 
신동헌 
 
판사 
이준명 

주1) 피해자에 대한 사망보험금의 합계액은 별지1 보험가입내역(1) 기재와 같이 95억 원을 약간 상회한다. 다만, 피해자의 사망보험금 중에는 일정한 금액으로 정기에 지급되는 것도 있고, 일부 보험금의 경우 피고인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다른 법정상속인도 함께 지급받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실제로 지급받는 보험금은 그 금액을 밑돌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그에 근접하는 매우 큰 금액인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주2) 원심판결 12쪽 및 40쪽 참조.

주3) 1차 충격지점에 해당하는 이 사건 차량의 충돌부분 중 운전석쪽 끝부분이 무게중심보다 운전석쪽으로 치우쳐 있으므로 위와 같은 충돌이 있는 경우 편심력이 반시계방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주4) 위와 같은 공소장변경은 공소사실에 살인의 핵심적인 부분만 기재하려는 취지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인다. 검사는 공소장변경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였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충분히 인정되고, 그것이 살인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이라는 주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주5) 보통 디펜히드라민 성분은 복용한 후 3일 내지 5일까지 혈액에서 검출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 건

2014고합271 살인, 사기 

피고인

검사

강화연(기소, 공판), 김석순(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B 

담당변호사 C, D, E, F, G 

변호사 H 

판결선고

2015. 6. 10.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전제되는 사실관계

가. 피고인과 피해자의 혼인생활

1) 피고인은 아래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회에 걸쳐 혼인과 이혼을 반복한 후. 2008. 1. 21. 캄보디아인인 피해자 I(이하 '피해자'라 한다)과 혼인하였다. 피고인은 첫 번째 처와의 사이에서 J을 자녀로 두고 있고, 피해자와의 사이에서 K를 자녀로 두고 있다. 한편 피해자는 아래 공소사실 기재 차량 충돌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로 인하여 사망할 당시 임신 7개월 상태에 있었는바, 출산예정일은 2014. 11. 15.이었다.

2) 피해자는 피고인과 결혼한 이후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4회 임신하였는데, 첫 번째 임신과 관련하여서는 임신사실을 모르고 치과치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2008. 4. 15. 중절수술을 받았고, 세 번째 임신과 관련하여서는 태아의 발육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2011. 9. 15. 중절수술을 받았다.

3) 피고인은 네 번째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서 피해자에게 '대장암에 걸린 의심이 들고 목에도 병이 있다. 내가 죽으면 애기는 어떻게 키우냐. 애기를 지우자'고 말하면서 또다시 임신중절을 요구하였다.

4) 피고인과 피해자는 L산부인과에서 위 네 번째 임신과 관련하여 진찰을 받아 오던 중 주치의가 바뀌었음에도, 다른 의사를 주치의로 지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향후 진료 일정도 미리 정하지 않았다.

5) 피고인은 평소 운동에 몰입하여 피해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었고, 가끔 아무

이유 없이 피해자에게 화를 내거나 욕설을 하기도 하였다. 피해자의 친척들은 피고인과 피해자 부부의 이와 같은 모습을 보고, 서로 정이 없고 무심해보였다고 한다.

6) 피해자와 피고인의 모(시어머니) 사이에도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나.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다수의 보험계약 체결 및 유지

1) 피고인은 피해자와 혼인한 직후부터 별지1 보험가입내역(1)과 같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고,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피고인 혹은 법정상속인을 수익자로 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왔다. 그에 따라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납입하여야 할 보험료는 월 4,262,906원(= 월 3,600,406원 + 월 662,500원)에 이르는 한편, 이 사건 사고가 교통사고로 인정될 경우 피고인이 받게 될 보험금은 합계 약 95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2)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 1 내지 26에 기재된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들 중 연금보험 4건을 제외한 나머지 22건은 모두 보장성보험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은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대부분 유지되어 오고 있었던 반면에, 피고인 혹은 J, K, M(전처) 등이 피보험자로 된 보험계약들 중 일부는 별지 3 보험해지내역에 기재된 바와 같이 가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 해지되었다.

3) 피고인은 '보험설계사들이 피고인 운영의 N생활용품점(이하 '이 사건 생활용품점'이라 한다)에서 사은품으로 쓸 만한 것들을 많이 구매해주었기 때문에 고객 관리의 차원에서 보험설계사들의 보험가입 권유에 응하였고,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와 같이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일 뿐이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4) 피고인의 위와 같은 주장과 관련하여, 우체국보험 소속 보험설계사 O은 몇 천 원 정도 되는 간단한 생활용품을 두 달에 한 번 정도 구입한 것이 전부라 하고, 한화생명(이하 보험회사들의 경우 '주식회사'라는 명칭을 생략한 채 상호만을 표기하기로 한다) 소속 보험설계사 P도 많게는 10만 원, 적게는 몇 천 원 정도 되는 물품들을 두 달에 한 번 정도 구입해 왔을 뿐이라 하며,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하 '메리츠화재'라 한다) 소속 보험설계사 Q 역시 20만 원 내지 30만 원 정도의 물품을 1회 구입한 것이 전부라 한다.

5) 보험설계사들은, 벌어들이는 월수입 중 본인을 포함하여 가족 전부의 보험료로 지출되는 최대 액수는 보통 그 수입액의 약 20% 정도이고, 저축성 보험의 경우에도 약 30% 정도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다.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의 경제상황

1) 피고인은 인구 약 5만 5,000명 정도 되는 충남 금산군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피고인의 부가가치세 신고를 대신해주었던 R은 이 사건 생활용품점에서의 카드결제 내역, 현금영수증 자료, 세금계산서 자료 등에 비추어서 현금거래를 포함한 월 평균매출액이 약 1,000만 원 정도 될 것이라 추산하면서, 비용 등을 제외한 월수입은 위 1,000만 원을 하회할 것으로 보았다.

2) 피고인이 삼성생명 소속 보험설계사 S의 권유로 이 사건 사고에 가장 근접한 2014. 6. 5.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 8 기재 플래티넘 스마트 변액 유니버셜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삼성생명 측에 제출한 보험청약서에는 피고인의 월수입이 500만 원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월수입이 700만 원이라고 주장하다가, 검찰에서 그 액수가 1,000만 원이라고 주장하였으며, 이 법정에 이르러서는 1,500만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 피고인은 위 별지1 보험가입내역(1)과 피고인 등 가족들을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된 별지2 보험가입내역(2)에 기재된 보험들을 이용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합계 316,924,020원(= 피해자 부분 47,244,020원 + 피고인 등 부분 269,690,000원)에 달하는 돈을 약관대출금 혹은 중도인출금 명목으로 수령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2013. 4. 30. 신용협동조합으로부터 5,000만 원을 대출받았으나,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까지 원금은 전혀 변제하지 못한 채 월 이자만 변제해오고 있다.

4)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전후에 걸친 피고인의 계좌 거래내역을 살펴보면, 거의 매월 위 보험 약관대출금이 입금됨과 동시에 월 보험료가 출금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 사건 사고 발생 무렵 피고인의 주거래 계좌인 신용협동조합 계좌의 잔고는 238,580원(2014. 8. 22. 기준), 농협 계좌의 잔고는 3,676,619원(2014. 8. 22. 기준), 우체국 계좌의 잔고는 2,031,691원(2014. 8. 21. 기준)이었다.

5) 피고인은 2014. 4.경 T에게 상황이 어려우니 빌려준 돈을 갚아달라고 요구하였고, 2014. 5.경 혹은 2014. 6.경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에도 역시 같은 취지로 빌려준 돈을 갚아달라고 요구하였다.

6) 한편,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 명의로 등기되어 있는 부동산은 10개 정도로 파악되는데, 피고인의 형수 U는 경찰에서 '피고인이 위 부동산들 중 서울 강서구 V에 있는 W아파트 202호의 명의수탁자에 불과하고 실제 소유자는 피고인의 형 X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고인의 아버지 Y도 경찰에서 '자신의 돈으로 피고인이 살고 있는 집과 자신이 타고 다니는 쏘울 승용차 등을 구입하였을 뿐, 위 재산들과 관련하여 피고인을 비롯한 자녀들로부터 도움 받은 것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7) X은 2014. 7. 10. U에게 'A이네가 조그만 가게라도 하려해서 빌려 줄 돈 없다고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했습니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적이 있고, U는 2014. 7. 24. 피고인에게 '재산세 입금했어요'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적이 있댜.

라. 이 사건 사고 발생 직전의 행적

1)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 전날인 2014. 8. 22. 11:00경 금산시장에서 캄보디아인인 Z을 만나 함께 장을 보고, 15:00경 이 사건 생활용품점에서 1시간 정도 담소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피고인 혼자서만 당일 밤 남대문시장에 가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와 Z, AA(역시 캄보디아 출신이다)는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14. 8. 23. 아침에 모여서 캄보디아 음식을 해먹기로 약속하였다.

2) 피해자는 위와 같은 아침약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2014. 8. 22. 20:00경 Z에게 서울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후, 피고인과 함께 AB 그랜드 스타렉스 승합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를 타고 충남 금산군 소재 자택에서 남대문시장으로 출발하였다.

3) 이 사건 차량은 2014. 8. 22. 21:22경 충남 금산군 군북면 내부리 소재 대전, 옥천방향 1차로 도로를 통과하였는데, 당시의 CCTV 영상 판독 결과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4) 피고인은 남대문시장에 도착하여 이 사건 생활용품점에서 팔 물품을 구입하여 이를 이 사건 차량에 적재한 다음,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다시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으로 진입하여 2014. 8. 23. 02:45경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하였고, 연이어 이 사건 사고 지점까지 주행하였다(피고인의 통화내역에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2014. 8. 23.01:45 마지막 통화를 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마.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및 피해자의 사망

1) 이 사건 차량은 위와 같이 서울톨게이트를 통과하여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335.9hn 지점 부근, 즉 AC이 운전하는 AD 토미8톤 저진동특초장축 화물차(이하 '이 사건 화물차량'이라 한다)가 전방 비상정차대에 정차 중이었던 약 814m 길이의 직선 구간 초입부로 들어섰다.

2) 경부고속도로 서울방면 천안삼거리 휴게소 부근에 설치된 CCTV에 이 사건 차량이 위 직선구간에 들어설 때부터 이 사건 사고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이 촬영되었다(이하 그 영상을 '이 사건 CCTV 영상'이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영상에는 아래와 같은 특이점들이 발견되고 있다.

가) 이 사건 차량이 당시 통행이 금지된 가변차로(5차로)를 주행하고 있었다.

나)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422m 후방에서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되었다.

다) 이 사건 차량이 사고가 일어난 장소인 진행방향 우측 비상정차대 초입 부분에 이를 무렵, 위와 같이 점등된 상향등이 마치 다시 꺼진 것처럼 보였다.

3) 도로교통공단 대전 · 충남지부 안전조사검사부 사고조사연구원 AE 및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사고분석개선처 사고조사연구원 AF,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관 AG은, 이 사건 CCTV 영상 및 직접 현장 실험(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피고인이 졸음운전을 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러 이 사건 차량의 조향장치를 이 사건 화물차량이 정차 중이던 진행방향 우측 비상정차대 쪽으로 조향(이하 편의상 '우조향'이라 하고, 그 반대의 경우를 '좌조향'이라 한다)하였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위 AE, AF은 이 사건 차량이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지 않고 이 사건 화물차량에 조수석 부분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다시 좌조향하여 피해자가 탑승한 조수석 부분을 이 사건 화물차량의 좌측 후미 부분에 충격시켰다는 의견도 제시하였다.

4) AE과 AF은 이 사건 CCTV 영상을 참조하여 상향등 점등 이전 이 사건 차량의 구간 평균속력은 시속 70.5km이고, 상향등 점등 후 구간 평균속력은 시속 80km라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아울러 AE은 위 영상을 참조하여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된 후 다시좌조향되어 이 사건 화물차량에 충돌할 때까지의 평균속력은 시속 61.7km 내지 62.6kn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5) 위와 같은 속력분석 결과는, 이 사건 사고 직전 이 사건 차량에서 앞숙임 현상이 감지되었는데 제동장치의 작동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제시된 위 AG의 의견, 역시 같은 견지에서 피고인이 사고 직전 급제동하였을 것이라는 취지로 제시된 AH의 의견, 이 사건 차량의 변속레버(수동변속기)가 당시 4단에 위치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제시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광주과학수사연구소 이공학과 감정관 AI, AJ의 의견과도 부합한다.

6) 위 Al, AJ는 이 사건 차량에서 이 사건 사고 당시 조향장치 및 제동장치에서 비정상적 작동이 일어날 만한 아무런 결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7) 피고인은 졸음운전을 하다 안성휴게소에서 마지막으로 휴식을 취하였다고 주장하는데 그곳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기까지의 거리는 25.8km이고, 지도상 확인되는 커브 구간도 8개에 이른다.

8)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탑승하고 있던 이 사건 차량의 조수석 부분이 완전히 함몰되었음에 반해 피고인이 탑승하고 있던 운전석 부분은 계기판과 조향장치가 피고인의 가슴 쪽으로 다소 밀려들어오는 정도에 그쳤다.

9) 이 사건 사고 후 이 사건 차량 내부를 살펴본 결과, 피고인이 앉았던 운전석 부분의 안전벨트는 사용한 상태에서 풀려있었고, 피해자가 앉았던 조수석 부분의 안전벨트는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래의 위치에 말려있었음이 확인되었다.

10) 그런데, 2014. 1. 1.부터 이 사건 사고 직전인 2014. 8. 22.에 이르기까지 충남 금산군 일대의 CCTV 영상에서 피고인이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피고인은 종전에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인하여 3만 원 상당의 범칙금을 받은 적도 있을 뿐만 아니라, 지인들 역시 피고인과 피해자가 평소 안전벨트를 잘 하지 않는다 한다.

11) 검안의 AK는,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개방성 상처가 없는 복부내 장기 손상을 입었고, 그로 인하여 저혈량성 쇼크가 발생함으로써 현장에서 즉사한 것으로 보았다. 반면에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두 개의 늑골을 포함하는 폐쇄성 다발골절, 무릎의 타박상, 무릎 부분의 염좌 및 긴장 등과 같은 상대적으로 경미한 상해를 입음에 그쳤다.

바. 수면유도제와 관련하여

1) 이 사건 사고 후 피해자가 덮고 있던 이불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었고, 그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인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되었다. 피해자의 혈흔에서 디펜히드라민 외의 다른 성분은 전혀 검출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임신 중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든 감기약 등을 복용한 것이라기보다는 디펜히드라민 단일제, 즉 수면유도제를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2)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면유도제의 성분은 독실아민 혹은 디펜히드라민으로 나뉘어진다. 전자의 경우 경구용 정제로 생산되고 후자의 경우 경구용 정제뿐만 아니라 액상의 디펜히드라민 성분을 연질캡슐 내부에 주입시킨 형태로도 생산된다고 한다. 순수증류수 500ml에 디펜히드라민 염산염 500g를 녹일 수 있고 이는 정제 10,000정에 해당하는 양이다.

3) 한편, 피고인은 과거 두 번째 처인 M이 집을 나가자 대전 소재 여관에서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다가 여관 주인이 문을 두드려 잠에서 깬 적이 있고, 이 사건 이후에도 잠을 자지 못한다면서 수면유도제(혹은 신경안정제)를 구하여 복용한 적이 있다.

사. 기타 정황들

1)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직후 이 사건 화물차량 운전자 AC에게 '선생님. 내가 차를 박았습니까'라고 물었고, 처음으로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 기사 AL에게 '다리가 끼었으니 의자를 밀어달라'고 말하였을 뿐, 두 번째로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 기사가 피고인에게 동승자 탑승 여부를 물어볼 때까지 조수석에 피해자가 탑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2) 피고인은 응급구조사 AM에게 '태아를 구해달라'는 말을 반복하였고, 단국대학교병원으로 후송되어 간호사 AN에게 '피해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가르쳐달라'는 말을 반복하였는데, 피해자가 사망하였음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더 이상의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한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가 있은 2014. 8. 23. 10:58경 메리츠화재에 교통사고를 접수하였다. 피고인의 형수 U는 그 과정에서 메리츠화재 소속 보험설계사 Q에게 '별 거 아니니 신속히 처리해 달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4)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가 있은 2014. 8. 23. 15:00경 AO장례식장 직원 AP을 통하여 대전시설관리공단에 화장장 사용을 예약한 다음, 5일장을 요구하는 피해자의 친척들에게 '3일장이든 5일장이든 피해자의 마지막 모습은 염하는 날만 볼 수 있으니까 3일장을 하는 게 낫다'고 설득하였다.

5)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다음날인 2014. 8. 24.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이용하여 '어제교통사고', '어제고속도로사고', '경부고속도로사고' 등을 검색어로 하여 뉴스를 찾아, 그 기사 내용과 첨부된 동영상을 2회 내지 3회에 걸쳐 확인하였다.

6)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2일 내지 3일 후에 AL에게 전화하여 '이 사건 차량이 어디에 있느냐. 열쇠꾸러미와 통장을 찾아 달라'고 말하였다. 이후 피고인의 형제들이 이 사건 차량이 있는 곳으로 찾아와 이 사건 차량 내부에 방치되어 있던 유류품들을 수거해갔다.

7) 피고인이 사용하던 휴대전화기에 대한 디지털증거분석을 실시한 결과, 이 사건 이후 피고인이 직접 자신을 촬영한(이른바 '셀카'를 뜻한다) 사진, 피고인이 손을 V자형상으로 만들어 미소 짓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이 발견되었다. 한편 위 휴대전화기의 사용내역 중 이 사건 사고를 전후한 2014. 8. 14.부터 같은 달 25.까지의 것들은 전혀 복구되지 않았다.

8)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이전인 2014. 5. 하순경 미래에셋생명, 우체국, 농협과 체결한 보험계약 내용 중 피보험자의 성명을 'AQ'에서 'I'으로 변경하였고, 이 사건 사고가 있은 후인 2014. 10.경 무렵 보험증서를 재발행 받았다.

9) 피고인은 2014. 7. 4. 피해자가 피보험자로 된 생명보험 전액을 중도인출하는 과정에서, 고객센터 직원이 실수로 'I이 피고인의 자녀인 줄 알았다'고 말하자 갑자기 화를 내며 따져 물은 적이 있다.

10) 피고인이 예전부터 T에게 '보험 잔뜩 들어가지고 마누라 죽으면 잘 먹고 잘 살려고 한다', '돈벼락 맞는 거 어떻게 생각해?'와 같은 취지로 말한 적이 있고, 이와 관련하여 돈에 대한 피고인의 집착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세간의 평도 있다.

11) 피고인이 지인들에게 '대전에서 경찰관 생활을 하였다'고 말한 적이 있으나, 실제 피고인이 경찰관 생활을 한 적은 없으며, 단지 군복무를 경찰에서 하였던 것일 뿐이다.

12) 피고인은 자영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주식회사 AR, 주식회사 AS를 사업장으로 한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2007. 8. 22.부터 같은 해 11. 28.까지 합계 3,456,920원의 실업급여를 지급받은 적도 있다.

13) 피고인은 예전에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수사 받은 적이 있고, 그가 피해자 아닌 다른 여자와 내연관계에 있다는 소문이 있다. 이 사건 사고 후 이 사건 차량 내부의 유류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성관계시 사정을 지연시키는 성분을 가진 국소마취제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14)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진술분석관 임상심리전문가 AT, 전문수사자문위원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AU은, '피고인이 졸음운전하여 피해자와 태아를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 우울감 등을 표현하였으나 그 정도가 일반인에 비하여 낮은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피고인의 말과 피고인의 내면 정서가 불일치함을 시사하고, 아울러 피고인이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표현하지만 대인관계가 피상적이며 감정이입적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피고인이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인정근거]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Q, AN, AE, AF, AH, AV, AW, S, AX, AY, AZ, AI의 각 법정진술, 제2회 공판조서 중 증인 AL, BA, AM의 각 법정진술, 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 T, BB의 각 법정진술, AA · Z, BC · BD, S · BE, R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AC, U, BF, BG, BH, BI, Y, O, P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BJ이 작성한 자술서, 의사 AK가 작성한 I에 대한 사망진단서, 의사 BK이 작성한 I에 대한 진단서, 의사 BL이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소견서, 이 법원의 검증조서, 경찰교통사고보고(실황조사서), 경찰 검시조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 화학과 감정인 BM이 작성한 감정서(피해자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검출),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 증거분석관 BN이 작성한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보고서(피의자 휴대폰), 도로교통공단 대전 · 충남지부 안전조사검사부 사고조사연구원AE 및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사고분석개선처 사고조사연구원 AF이 작성한 교통사고 분석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공학부 디지털분석과 감정인 BO가 작성한 감정의뢰회보(사고영상 디지털분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인 BM이 작성한 감정의뢰회보(차량 내 물품 감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감정인 BP, BQ, BR가 작성한 감정의뢰회보(에어백 · 이불 ·유리 혈흔 감정, BI 구강 채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인 BM, BS, BT가 작성한 감정의뢰회보(차량 유리, 에어백 혈흔) 및 감정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관 AG이 작성한 감정의뢰회보(사고분석 종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광주과학수사연구소 이공학과 감정관 AI, AJ가 작성한 각 감정의뢰회보,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진술분석관 임상심리전문가 AT, 전문수사자문위원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AU이 작성한 임상심리평가 결과 통보, AH가 작성한 감정결과회보, 단국대학교 법과대학 BU이 작성한 감정서, 위 AE이 작성한 감정결과 회신(CCTV 영상 속도 분석),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응급의학교실 BV가 작성한 의견서, 피의자 A 가족관계증명서 등, 차적조회(사륜), 피해자 · 피의자 진료기록, 출동 및 처치기록지, 교통사고처리 협조요청서 및 보험금 지급청구서 등, I 보험금 지급예상액 일람표, I 보험금 지급예상액 상세일람표, 병록일지 사본, 각 녹취록, 각 보험사별 대출금 잔액 현황자료, 2014. 8. 23. ~ 2014. 8. 24. A 전화통화 발신 내역, 기타녹음 대화내용 녹취록, 진료기록지(I), 진료차트(I), 모바일 분석보고서 제459쪽, 제460쪽, 각 문서제출명령 회신(농협, 우체국,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 각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결과(미래에셋생명, 새마을금고 중앙회, MG손해보험, 교보생명, 메트라이프생명, 알리안츠생명, 흥국생명, 삼성생명, 신한생명, 한화생명), 각 검찰 수사보고(피해자 I 화장경위 확인, 사고 당일 피의자의 보험회사 사고 접수 통화 사실 관련, 2014. 6. 5.자 종신보험 가입 관련 s 진술 추가 보고, L산부인과 최종 진료 후 차기 내원일 예약사실 없음, X · U · BW· AC 휴대전화 모바일분석 결과 검토, 피의자 A과 AO장례식장 직원AP 간의 통화내역 확인, 피해자 I 시신 화장 경위, 이 사건 생활용품점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신고서 사본 첨부, 안성휴게소에서 사고지점 간 거리산출 · 커브구간 개수확인, 메리츠화재 손해보험 조사실장 BF 진술 청취 보고, s 진술 청취 보고), 각 경찰수사보고(사고영상 확인, 피의자 명의 휴대전화, 출동 소방관 탐문, 금산경찰서 CCTV 판독, BX 병원 및 BY 화장터 탐문, 보건소 및 금산군청 방문 수사, 통화내역, 보험관련, 국과수 혈흔 분석, 수면제 성분 검출에 대한, 피의자 차량 통과내역상 안전벨트 착용 여부, 피의자 A 스마트폰 증거분석 결과 사진 첨부, A 통화내역상 서울 기지국 확인, 피의자 고용보험 · 실업급여 확인, 피의자 4차 조사, 국과수 회신자료 종합, 피의자의 생활용품점에 설치된 단말기 매출실적, 피의자 A 기업은행 통장 관련, 도로교통공단 시뮬레이션 영상 · 일반적인 졸음운전 사고 영상, 피의자 차량에서 약품, 사건당일 피의자 차량 서울 톨게이트 통과시간 확인, 보험금 증액 73억 ~ 95억, 피해자의 귀화전 인적사항 확인, 수면유도제 성분이 체내에 머무는 시간 관련, 사건발생 시간,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포함된 혈흔에 대하여, 안성휴게소에서 사고지점까지 거리, 피의자 계약대출 현황, 차량결함여부 감정결과), 경찰 수사협조의뢰(천안동남소방서 - 구급일지, 단국대학교, 부가가치세, 경찰 수사협조의뢰 및 회신(건축물 · 토지 보유 등), 현장사진, 사고영상 캡처사진, 사진 8장, 시뮬레이션 · 졸음운전 영상 CD, 구조영상 CD, 이 사건 CCTV 영상 CD, 안성휴게소부터 사고 지점z가지의 도로현황 영상 CD, 별책 보험가입내역 회신자료, 별책 금융거래정보 회신자료, 별책 휴대폰 기지국 회신자료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심리생리검사관 Bz, CA이 작성한 심리생리검사 결과 통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공학부 법심리과 검사관 CB, CC, CD가 작성한 거짓말탐지기조사 결과, 경찰 수사보고(국과수 회신자료 종합) 중 제1의 바.항 부분 : 거짓말탐지기의 검사 결과에 대하여 사실적 관련성을 가진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첫째로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둘째로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셋째로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다는 세 가지 전제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며, 특히 마지막 생리적 반응에 대한 거짓 여부 판정은 거짓말탐지기가 검사에 동의한 피검사자의 생리적 반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장치이어야 하고, 질문사항의 작성과 검사의 기술 및 방법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검사자가 탐지기의 측정내용을 객관성 있고 정확하게 판독할 능력을 갖춘 경우라야만 그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는 없는바(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5도130 판결 등 참조), 기록상 피고인에 대한 위 각 거짓말탐지기 검사가 위와 같은 세 가지 전제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므로, 위 각 거짓말탐지기 결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2. 공소사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가. 공소사실1)

1) 살인

피고인은 1998. 10. 9. 첫 번째 부인인 CE와 혼인하였다가 2001. 4. 3. 협의이혼하였고, 2005. 9. 26. 두 번째 부인인 M과 혼인하였다가 2007. 4. 4.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으로 이혼하였으며, 2008. 1. 21. 당시 캄보디아 국적의 피해자(여, 24세, 임신 7개월)와 혼인하였다. 피해자는 2013. 11. 6.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다음 2014. 3. 12. 'AQ'에서 'I'으로 개명하였다.

피고인은 2008. 6. 20.경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한화생명 무배당 유니버셜CI보험에 가입하고, 2014. 6. 5.경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고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보험금이 최대 약 31억 원에 달하는 삼성생명 플래티넘 스마트변액유니버셜에 가입한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2014.경까지 한화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우체국 등 11개 보험회사에 피보험자를 피해자,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는 생명보험 25개를 가입하고, 피해자의 보험료로 매달 합계 약 360만 원을 지급하여 왔다.

피고인은 2007.경부터 피고인과 가족들이 가입한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보험계약대출 및 중도인출로 합계 316,924,020원을 교부받아 보험료, 대출금 상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는 등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일확천금을 꿈꾸며 위와 같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가입된 보험계약에 따라 약 95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4. 8. 23. 시간미상경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에서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하던 중 조수석에 탑승한 피해자에게 불상의 방법으로 수면유도제를 먹여 깊은 잠에 빠져 들게 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2014. 8. 23. 03:41경 천안시에 위치한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335.9hn 지점에 이르러,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면서 위와 같이 깊은 잠에 빠진 피해자의 안전벨트를 풀고, 자신은 안전벨트를 한 상태에서 AC이 운전하는 이 사건 화물차량이 전방에 정차되어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상향등을 켜 이 사건 화물차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한 다음, 이 사건 차량의 우측 전면 부위를 이 사건 화물차량의 좌측 후미 부분에 고의로 추돌시켜 즉석에서 피해자를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2) 사기

피고인은 2013. 8. 23. 11:06경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에 있는 단국대학교 병원에서 전화로 피해자 메리츠화재 고객센터에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사고 접수를 하고, 2014. 8. 29.경 충남 금산군 CF에 있는 CG외과에서 피해자 회사 소속 불상의 보험설계사에게 보험금지급청구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고인의 과실에 의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위와 같이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것이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2014. 9.경 사고 상대방 운전자 AC에게 합의금 730,810원, 2014. 10.경 위 화물차 수리비 8,060,000원, 2014. 10.경부터 2014. 12.경까지 피고인의 치료비 1,966,630원 합계 10,757,440원을 피고인 대신 지급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금원 상당의 지급을 면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1)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던 중 졸다가 부지불식간에 그 조향장치를 이 사건 화물차량이 정차 중이던 진행방향 우측 비상정차대쪽으로 우조향하게 되었고2) 그에 따라 이 사건 차량으로 이 사건 화물차량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실이 있을 뿐이지, 추호도 피해자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이고안전벨트를 풀어버린 다음 고의로 이 사건을 일으킨 사실이 없다.

2) 피고인이 졸음운전을 하였을 가능성은, 그가 이 사건 사고 전날 새벽부터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21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서울 남대문시장까지 찾아가 물품을 구매하고 음식물까지 섭취하였다는 점 등과 같은 사정들로부터도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3) 한편,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당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은 이 사건 생활용품점의 주된 고객이었던 보험설계사들로부터 보험을 가입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차마 이를 거절하지 못하였기 때문인 것이지 피해자를 살해하여 보험금을타내기 위하여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 절대 아니다. 보험수익자 등 보험계약의 내용 역시 보험설계사들의 권유에 따른 것일 뿐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바 없다.

4) 피고인의 월수입과 재산이 위 보험계약과 피고인 및 그 가족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료를 모두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정도에 이르고,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도 원만하였으며, 피해자가 곧 아들을 출산할 예정에 있었고, 피고인이 사전에 이 사건 사고를 계획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는 등 이 사건 사고 전후의 제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그 어떠한 동기가 있다고도 단언할 수 없다.

3. 쟁점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한편 살인죄 등과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러한 유죄 인정에 있어서는 공소사실에 대한 관련성이 깊은 간접증거들에 의하여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므로, 간접증거에 의하여 주요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그 증명이 합리적인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그 하나하나의 간접사실은 그 사이에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함은 물론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0895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고,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 부합하는 직접증거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설시한 법리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①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남대문시장으로 가 물품을 구매하고 돌아오는 길에 디펜히드라민 성분의 수면유도제를 피해자에게 몰래 먹여 깊이 잠들게 한 다음 그 틈을 타 피해자의 안전벨트를 풀어버린 점, ② 피고인이 졸지 않은 채 이 사건 사고 지점 부근에 이르러 통행이 금지된 가변차로로 운전하다가 전방에 정차 중이던 이 사건 화물차량을 발견하고서 상향 등을 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다음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점, ③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지점인 비상정차대 진입 부분에 도달한 후 의도적으로 이 사건 차량을 우조향한 뒤 다시 좌조향한 다음, 이 사건 차량의 속력을 떨어뜨린 채 피해자가 앉아있던 이 사건 차량 조수석 부분으로 이 사건 화물차량 좌측 후미 부분을 들이받은 점, ④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한 점, ⑤ 피고인이 이 사건 생활용품점의 영업이 잘 되지 않았음에도 보험 약관대출 등을 통하여 다수의 보험을 유지하려다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자,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고 피고인을 보험수익자로 한 다수의 보험계약이 유지되고 있음을 기회로 삼아,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기로 마음먹은 점, ⑥ 평소 일확천금을 꿈꾸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일삼아 온 피고인의 성향, 원만하지 못하였던 피고인과 피해자의 부부관계 및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이 사건 사고 이후의 정황들 등과 같은 유죄의 근거로 제시되는 간접사실들이 합리적인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고, 그 하나하나의 간접사실은 그 사이에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함은 물론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 개별 쟁점들에 대하여

1) 피고인이 몰래 피해자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여 잠들게 하였는지 여부

가) 유죄의 간접사실

피해자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인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되었을 뿐 다른 약물이 검출되지 않은 사실, 국내에 유통되는 디펜히드라민 성분의 수면유도제는 연질캡슐 형태로도 발매되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액상 디펜히드라민을 옥수수차와 같은 음료에 녹일 수 있는 사실, 피고인이 종래 수면제 혹은 수면유도제를 먹은 적이 있었던 사실, 피해자가 임신 7개월 상태였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여기에다가 피해자가 남대문시장을 다녀오면서 옥수수수염차를 마셨다는 피고인의 주장 등을 덧붙여 고려해 보면, 피고인이 연질캡슐 내 액상의 디펜히드라민을 위 옥수수수염차에 녹여 이를 몰래 먹였다는 의심을 품을 수는 있다.

나)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앞서 거시한 증거들, 경찰 압수조서(수사기록 563쪽), 국립과학수사연구원대전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감정인 BP, BQ, BR가 작성한 감정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인 BM, BS, BT가 작성한 감정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인 CH이 작성한 감정서, 각 경찰 수사보고(감정서 추가회신, 피의자 제출 알약 감정의뢰, 약국 및 휴대폰업자 탐문, 금산 소재약국탐문)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실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사전에 미리 수면유도제를 구하여 두었다는 점, 피고인이 집으로 돌아가는 경부고속도로상에서 피해자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였다는 점, 그로 인하여 실제 피해자가 잠들었다는 점 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디펜히드라민 성분을 먹인 방법도 전혀 특정되지 않는다.

(1) 이 사건 차량의 유류품들 중 디펜히드라민을 녹일 수 있는 액체들 혹은 그 액체를 따라 마셨을 것으로 추측되는 도구, 즉 이 사건 차량 1열 조수석 앞쪽에 있던 옥수수수염차 300ml, 플라스틱 컵, 1열 가운데 좌석에 있던 옥수수수염차 150ml, 3열에 있던 석수, 하늘보리 10ml3)에서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물론 임신 중이어서 피해자가 마시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캔커피에서도 역시 그와 같은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사전에 수면유도제 성분이 용해된 옥수수수염차를 준비해둔 다음 이를 피해자에게 먹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2) 피고인의 자택을 수색하여 압수한 약품은 가정상비약을 포함하여 피고인이 복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고혈압 관련 약제 등이었는바 그 약품들 중에서 디펜히드라민 성분을 가지는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평소 복용하였다면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약품에서도 디펜히드라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피고인이 살고 있는 충남 금산군 소재 약국 34곳 전부를 찾아가 탐문수사까지 벌였으나 끝내 피고인이 수면유도제를 구입하였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였다.

(3) 피해자의 혈흔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혈흔에서도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검출되었다. 보통 위 성분은 이를 복용한 후 3일 내지 5일까지 혈액에서 검출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을 포함하여 그 날로부터 최대 5일 이전의 기간 중에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디펜히드라민 성분을 함께 먹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4) 그 밖에 피고인이 과거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었다든지 아니면이 사건 이후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면서 수면유도제 혹은 신경안정제를 구하여 먹었다는 것은 이 사건과 아무런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2) 피고인이 피해자의 안전벨트를 풀었는지 여부

가) 유죄의 간접사실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가 평소 안전벨트를 잘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범칙금을 부과 받은 적이 있는 사실, 조수석 부분의 안전벨트가 사용 전 상태로 말려있었던 반면 운전석 부분의 그것은 사용 상태로 풀려있었던 사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은 안전벨트를 착용한 반면 피해자는 그렇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나)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 역시 피고인과 마찬가지로 평소 안전벨트를 잘 착용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는 점, 피해자가 임신 7개월째에 있어 안전벨트를 착용하기에 무리가 있었던 점, 당시는 야간이었는데다가 피고인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졸음운전하였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어 피고인이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교통사고로 인하여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평소와 달리 안전벨트를 착용하였을 가능성도 있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불을 덮어주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보지 못하였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점 등과 같은 사정들도 엿보이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실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교통사고를 위장하는 과정에서 혼자만 생존하고자 평소 잘 착용하지 않던 안전벨트를 의식적으로 착용하고서 피해자가 착용하고 있던 안전벨트를 풀어버렸다고 추론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피고인이 졸지 않았는지 여부

가) 유죄의 간접사실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를 때까지 8개 정도의 커브 구간을 아무런 사고 없이 통과한 사실,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814m 후방에서부터 통행이 금지된 가변차로를 따라 달려오다 그 상향등이 켜진 사실, 이 사건 사고를 분석한 감정인들 중 일부는 이 사건 차량이 비상정차대에 이르러 우조향 및 좌조향되었고 충돌 직전 감속되었을 것으로 보면서 만일 피고인이 졸음운전을 하였다면 이 사건 차량이 우측방 가드레일을 들이받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사실,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차량의 조수석은 완전히 함몰되었음에 반하여 운전석 쪽 파손 정도는 상대적으로 경미하였던 사실,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고인의 부상 정도도 크지 않은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를 의도적으로 일으켰으리라는 강력한 의심을 가질 수는 있다.

나) 감정결과의 증명력에 관한 이 법원의 판단

(1) 과학적 증거방법에 대한 증명력 판단의 기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방법은 그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입증되고 그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야 법관이 사실인정을 함에 있어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진다 할 것인바, 이를 위해서는 그 증거방법이 전문적인 지식 · 기술 · 경험을 가진 감정인에 의하여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을 거쳐 법원에 제출된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채취 · 보관 · 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자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 · 훼손 · 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한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1902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된 지점과 그 조향각에 관햐여

(가) 도로교통공단 대전 · 충남지부 안전조사검사부 사고조사연구원 AE 및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사고분석개선처 사고조사연구원 AF은, 이 사건 사고 당시와 동일한 조건에서 이 사건 CCTV 영상과 동일한 영상을 얻기 위해 현장 실험을 해본 결과, 이 사건 차량이 최초로 이 사건 CCTV 영상에 나타난 지점이 이 사건 사고지점으로부터 814m 후방이고,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점등된 지점이 이 사건 사고지점으로부터 422m 후방이며, 위와 같이 점등된 상향등의 형상이 바뀌는 지점이 이 사건 사고지점으로부터 40m 후방인 것으로 보았고 그와 같이 상향등의 형상이 바뀌는

이유는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는바, 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이화학과 감정관 AG의 감정의견과 일치하고, 변호인 역시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된 사실 자체를 다투지는 않는다(피고인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나) 그러나 AE, AF이 제시하고 있는 우조향 지점과 그 조향각의 정도에 관한 의견은,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① 이 사건 CCTV 영상은 야간에 촬영된 것으로서 이 사건 차량을 정면에서 촬영한 것도 아닌데다가, 아래에서 설시하는 바와 같이 화질도 좋지 못하다.

② 이 사건 사고지점 방향으로 자리잡고 있는 고속도로 이정표에 의하여, 이 사건 차량의 전조등 형상이 마치 상향등을 끈 것으로 보이는 것처럼 바뀌는 순간(재생시간 1분 34초부터 1분 35초 사이의 부분)이 상당 부분 가려지고 있다.

③ 한편 AE, AF의 현장 실험 결과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그 오차의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 그들이 제시한 우조향 지점과 조향각은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것이고, 이를 전제로 피고인이 당시 졸음운전을 하였다면 이 사건 차량이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았을 것이고 제시된 시뮬레이션 결과도 믿기 어렵다.

㉮ AE, AF은 이 사건 차량이 질주하였던 가변차로에서 비상정차대 쪽으로 횡 이동할 때의 조향각(경부고속도로 반개 차로 정도의 폭이라 한다)을 엄밀히 산정하지 않았다.

㉯ 현장 실험에 사용된 차량의 조향장치가 가진 유격(손으로 조작하는 것과 실제 조작되는 것 사이의 차이를 뜻한다)과 이 사건 차량의 조향장치가 가진 유격이 같다는 점이 전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실험에 사용된 차량을 조작함으로써 얻은 조향각이 실제 이 사건 차량의 조향각과 같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 AE, AF이 실제 CCTV 화면과 시뮬레이션 화면을 겹쳐 정확성을 검증해본 것이라며 제시하고 있는 사진을 보면, 그 두개의 사진이 제대로 포개어지지 않아 두 겹으로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이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다.

㉱ AE은 한국도로공사 관제실에서 AF이 실시간 CCTV화면을 보면서 불러주는대로 기점을 잡았다고 진술하는데, 위 현장 실험 과정에서 서로간의 의사가 매순간 정확히 교환되었음을 확인할 만한 자료도 없다.

㉲ AE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당시 졸음운전을 하였다면 이 사건 차량이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았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한 자료를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에 관하여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였다.

④ AG도 AE, AF과 같이 이 사건 차량이 우조향하였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는 하였으나, 그 우조향 지점을 막연히 비상정차대 시작 지점이라고 지적하면서 조향각에 관하여서는 더 이상의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앞서 설시한 바와 같은 이 사건 CCTV 영상이 가지고 있는 한계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3)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좌조향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한편 AE, AF, AG은 우조향된 이 사건 차량이 좌조향되지 않고서는 별지4 사고 도면의 형상과 같이 최종적으로 정차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직전 이 사건 차량을 좌조향한 것이 틀림없다는 감정의견을 제시하였으나, 이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결과만을 놓고 본 추측에 불과한데다가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 증명력이 떨어진다.

(가) 이 사건 차량의 상단유리 중 조수석에서부터 운전석 쪽으로 0.96m까지의 폭에 해당하는 부분이 이 사건 화물차에 충격된 부분인바[한편, 운전석 쪽 나머지 0.44m(= 전체길이 1.4m - 위 0.96m) 부분은 충격되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이 사건 차량의 중심 부근으로 힘이 가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AE, AF의 의견과 같이 '주 충격부위가 무게중심 부근을 지나고 있어 최초 충돌당시 자세는 최종정지 자세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큰 회전이 발생되지 않았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의견은 타당성이 있다.

(나) 그런데, 이 사건 사고 사진(수사기록 14쪽, 16쪽)을 보면, 이 사건 차량의 최종 정차 위치가 별지4 사고 도면과 같이 오른쪽으로 약간 틀어져 있음을 알 수 있고, 충돌 당시 큰 회전력이 없었으리라는 위 감정의견과 이 사건 화물차량이 당시 비상정차대 부분에 완전히 들어가 정차된 것이 아니라 가변차로 쪽으로 약간 튀어나와 정차 중이었던 점을 감안해 보면, 위와 같은 최종 정차 자세는 졸음운전으로 인하여 이 사건 차량이 아주 미세하게 우조향된 채 그대로 이 사건 화물차량에 충돌하여 나타난 형상으로도 볼 수 있다.

(다)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하여는 자신은 반드시 살고 피해자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차량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면 부위의 2/3 정도가 충돌되었던바, 그로 인하여 운전석 부분도 거의 남지 않았고(구조영상을 보면 이 사건 화물차량 좌측 후미 부분이 피고인의 몸통 우측 부분을 근접하여 통과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차량의 앞바퀴도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피하기 위하여 조향된 흔적도 없이 그대로 전방을 향하여 11자 형으로 되어있는 상태였다.

(라)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의 이 사건 CCTV 영상(재생시간 1분 37초 부분)을 보면 그 전조등 형상이 직진주행하다 우조향하였을 당시의 모습과 매우 비슷해 보여 피고인이 다시 좌조향한 것이라는 위 감정결과에 배치되는 것이 아닌지 상당히 의문스러우나, 그 이유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이유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마) 이 사건 화물차량이 정차하였던 비상정차대의 길이도 상당히 짧은 편이어서, 피고인이 그 짧은 순간에 조향장치를 아주 미세하게 조정하여 이 사건 차량의 운전석 부분만 온전하게 남긴 채 피해자를 살해하겠다고 마음먹고 곧바로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이에 대하여 AE은 '사고가 그렇게 난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을 뿐 달리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4) 이 사건 차량의 속력이 인위적으로 증감변동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차량의 속력변화를 확인해본 결과 상향등을 켜기 전까지의 속력은 시속 70km로, 상향등이 작동된 후 우조향한 것으로 추정된 지점까지의 속력은 시속 약 80km로, 그곳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 지점까지의 속력은 시속 61 내지 62ku로 추정된다고는 하나, 위와 같은 속력의 변화가 그리 큰 것도 아닌데다가, 상향등이 작동된 지점은 약간의 기울기를 가진 내리막길이어서 별다른 조작 없이도 충분히 속력이 증가할 수 있고, 그와 같은 분석의 전제가 된 이 사건 CCTV 영상이 엄밀한 분석이 가능할 정도의 화질을 가지지 못하였으며, AE이 그 분석의 전제가 되는 주변 고정물체들에 대하여 정확하게 분석하여 위와 같은 결과를 얻은 것으로도 보이지 않아, 위와 같은 감정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한편 충돌직전 영상을 분석해본 결과 이 사건 차량에서 앞숙임 현상이 확인되는 등 급제동한 흔적이 보인다고는 하나, 그와 같은 분석기법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도 아닌데다가, 분석의 전제가 된 이 사건 CCTV의 영상의 화질이 불량하고, 당시 이 사건 차량이 내리막길에서 평지로 이동하면서 그 현가장치에 특이한 작동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그 당시 앞숙임 현상이 나타난 이 부분 노면에 다른 이물질 등은 없었는지에 관하여 전혀 알려진 바가 없는 이상, 위와 같은 감정결과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이 사건 사고 당시 변속기의 위치가 어디에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광주과학수사연구소 감정관 AI, AJ의 감정결과도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다가 검찰 2014. 12. 11.자 압수조서, 압수물보관증 사본 1부, 검찰 수사보고(피의차량 압수경위, 국과수 감정의뢰 이전 사고차량 보관장소, 증거물 채취 등), 차량사진 18매를 보태어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평소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기어를 6단에 놓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졸음운전하였음을 배제하기 어려운 이 사건 사고 당시에도 기어를 6단에 놓고 있었으리라 단정할 수 없고(사고 후의 목격자들 중 어느 누구도 당시 기어가 4단에 있었음을 확인해주고 있지 않다), 피고인이 진술하고 있는 그 당시의 기억도 온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② 이 사건 차량의 당시 평균 속력이 시속 75km 정도였고 통상적으로 그 속력에 맞는 기어는 4단에 해당한다고는 하나, 수동변속장치의 조작은 운전자의 운전습관과 운전환경에 따른 엔진회전수(이른바 RPM)에 따라 얼마든지 임의로 바뀔 수 있는 점, ③ 이 사건 차량은 이 사건 사고지점에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보관장소가 바뀌어 왔는데,4) 그 과정에서 의도적이든 아니든 사후적으로 변속장치에 변경이 가해졌을 가능성이 전혀 없으리라 단정할 수도 없고 그와 같은 이유로 위 감정인들도 다소 유보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점 등에 비추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5) 졸음운전에 관하여 제시된 기타 의견들에 관하여

(가) 피고인이 안성휴게소에서부터 이 사건 사고지점까지 졸음운전을 계속하였다면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이르기 전에 있는 8개의 커브 구간 중 적어도 1곳에서 교통사고를 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가 제출한 졸음운전 영상은 극단적인 졸음운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 피고인의 당시 졸음운전 상태가 어떠하였는지에 관하여 어떠한 확답도 주지 못하는데다가, 위 영상은 조향장치가 급격히 꺾여 사고가 발생하거나, 조향되지 않은 채 그대로 진행하여 사고가 발생하는 두 가지 형태를 모두 보여줌으로써 졸음운전으로 인한 차량의 주행형태가 어느 한가지의 형태로 특정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는바, 사정이 그러하다면 위와 같은 추측은 어느 경우에나 항상 보편 · 타당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사고 지점 후방 814m 지점 부근에서부터 통행이 금지된 가변차로를 달리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고인이 졸다가 가변차로를 4차로로 착각하거나 가변차로 통행이 허용되었다고 착각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다) 이 사건 차량의 상향등이 이 사건 사고 지점 후방 422m에서 점등되긴 하였으나, 사고지점을 3차례 주행해 본 경찰관 AZ이 '상향등을 켜지 않고도 위 지점 부근에서 전방 비상정차대가 보인다. 쌍라이트(상향등)를 켜면 더 잘 보인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지점이 내리막길이어서 평지에 비하여 샹향등의 효과가 크지 않은 점, 순간적으로 상향등을 작동시키는 것은 그렇다고 하여도 이 사건과 같이 계속하여 상향등을 작동시키는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사게 되는 이례적인 행위인바 이는 검사가 주장하는 피고인의 치밀한 성격과도 배치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졸다가 조향장치 좌측 5cm 뒤에 있는 점등장치를 손등으로 잘못 건드린 다음 그것이 작동한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채 계속하여 주행하였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 어렵다.

다) 졸음운전이 아니라는 그 밖의 정황들에 관한 이 법원의 판단

그 밖에도 앞서 거시한 증거들, 영장 집행 회신(LG U+), 모바일분석보고서 제1쪽, 제2쪽, 제186쪽, 제187쪽, 경찰청 디지털포렌직센터 디지털증거분석과 CM이 작성한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보고서, 대검찰청 디지털수사담당관실 검찰주사보 CN이 작성한 분석보고서, 검찰 수사보고(AC에 대한 압수영장 집행 및 진술서 작성 등), 경찰 수사보고(피의자 스마트폰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피해자 사용 스마트폰, 하드디스크 등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X · U 통화내용 분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졸음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나머지 간접증거들의 증명력도 크게 떨어진다. (1) 이 사건 사고 전날 저녁 전까지만 하더라도 피고인만이 남대문시장에 물품을 사러 가기로 되어 있었고 그 때문에 피해자는 AA, Z 등과 함께 이 사건 사고 당일 아침에 캄보디아 음식을 해먹기로 약속하였으나, 한편으로 AA는 '종래 딸 J이 서울에 동행하였는데 언제부터인가 피해자가 동행하여 왔다'고 진술하고 있고, Z은 2014. 8. 22. 저녁 무렵에 '피해자가 전화하여 남편이 졸릴까봐 같이 간다. 임신해도 따라가는 건 괜찮다. 아기 옷 살 거 있으면 말하라'고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2)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후 지인들에게 사고 직후의 정황을 다소 다르게 설명하고 다닌 적은 있으나, 이 사건 사고의 최초 목격자인 AC이 최초 경찰진술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졸음운전을 하였구나'고 생각했던 점, 피고인도 사고 직후 AM에게 '모르겠다. 내가 왜 여기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였던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피고인이 졸음운전하였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3)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후 태아의 안위를 걱정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 '애기엄마', 'l아'를 외치며 동승하였던 피해자를 구해달라고도 요청하였는데,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그 행동과 말이 보통사람과 다르고 상당히 강하여 마치 꾸며낸 것 같았다고는 하나, 사람마다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과 정도가 다름이 분명한 이상 그들이 느낀 주관적인 인상만으로 피고인의 감정표현이 거짓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다.

(4) 피고인이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미리 계획한 것이라면, 피고인이 남대문시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위장 사고를 일으키면 그만이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이 남대문시장에서 상당한 돈(피고인 주장에 따르면 600만 원 정도 된다)을 써가며 이 사건 생활용품점에서 판매할 물건들을 잔뜩 사서 돌아오는 길에 발생하였다.

(5) 이 사건 사고 후 장례식장의 분위기가 달리 슬퍼보이지는 않았고 피고인의 형수가 술에 취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고는 하나, 이는 피해자와 사이가 좋지 않던 시 어머니를 비롯한 시댁 가족들만이 빈소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일 뿐이다. 만일 피해자의 가족들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면, 그 분위기는 사뭇 달랐으리라 짐작된다.

(6) 이와 관련하여 AX은 '피고인이 장례식장에서 울기만 했고 다 죽어가는 모습이었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자의 사촌 BD 역시 '피고인이 처제들에게 3회 내지 4회 정도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면서 위 AX의 진술과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

(7)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피고인이 화장장 사용을 예약해놓고서는 5일장을 요구하는 피해자의 친척들에게 3일장을 권유하였으나, 그가 화장을 매우 급히 서둘렀다는 점은 확인되지 않았고, 오히려 근래에 들어 우리나라에서 5일장보다는 3일장이 훨씬 많고 화장이 주된 장례문화로 자리잡고 있어 화장장예약을 서둘러야 장례기간을 맞출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본다면,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동이 특히 이례적인 것으로까지는 여겨지지 않는다.

(8) 이 사건 이후 피고인이 휴대전화기로 '살인', '보험', '살해', '수면제', '교통사고', '사고', '돈', '도로', '수사', '수면', '추돌', '완전범죄'와 같은 검색어로 검색한 내역을 발견할 수 없었고, 피해자 등 기타 관련자들의 휴대전화기, 이 사건 생활용품점에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피고인 주소지에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서도 이 사건 사고와 연관성이 있는 내용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9) 이 사건 사고 전에 피고인의 휴대전화기가 교체된 것이 사전에 이 사건 사고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인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고, 그 휴대전화기의 사용내역 중 2014. 8. 14.부터 같은 달 25.까지의 내역이 복구되지 않은 것이 피고인의 인위적인 증거인멸행위 때문인 것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검사 역시 제7회 공판기일에서 복구가 불가능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였다).

(10) 이 사건 이후 웃고 있는 모습으로 촬영된 피고인의 사진이 발견되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그것이 나이 어린 딸 K와 놀아주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촬영된 것이라고도 볼 수도 있는바, 그것이 진실이라면 위와 같은 사진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죽음을 전혀 슬퍼하지 않았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11) 이 사건 수사는 당초 피고인이 AC과 공모하여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에서 개시된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 및 그 가족들과 AC이 접촉한 정황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수사기관에서도 AC이 이 사건 사고에 개입한 정황을 전혀 발견하지 못하였다.

4)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것인지 여부

가) 자백진술의 존재

검안의 AK가 피해자의 사인을 이 사건 사고에 따른 복부내 장기 손상으로 인하여 발생한 저혈량성 쇼크로 본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검사는 이를 토대로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한 것이 맞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였고, 피고인 역시 제6회 공판기일에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한 것 자체는 맞다'고 진술하였는바, 결국 피고인이 사망원인을 이 사건 사고로 자백한 것은 분명하고, 이는 변호인이 동석한 자리에서 진술거부권이 고지된 후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임의성도 충분히 인정된다.

나) 관련 법리

그러나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그 자백이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서 사용될 자격 즉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째로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둘째로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셋째로 자백 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3. 9. 13. 선고 83도712 판결 참조).

다) 자백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다가 경찰 수사보고(단국대병원 의사 AK 면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감정인 CO가 작성한 감정의뢰회보(법의학 사체사진 분석)를 보태어 인정되는, 사고의 정도와 피해자의 상태 등에 관한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해 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현장에서 사망하였다는 피고인의 자백은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 발생 이전에 이미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1)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차량 중 운전석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즉 1열 중앙 및 조수석 부분이 이 사건 화물차량 밑으로 밀려들어감으로써 그 형체조차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로 심하게 파손되었다.

(2) 당시 현장에 출동한 충청응급환자이송단 소속 구급차 기사 BA는 위와 같은 차량의 상태로 미루어 조수석에 탑승한 피해자의 목, 다리 등이 잘렸으리라고 보았다. 그러나 실제 피해자를 이 사건 차량에서 꺼내어본 결과, 대동맥이 지나는 부분인 피해자의 우측 허벅지 쪽에 5cm정도 길이의 심한 열상이 발견되었고, 피해자의 골반 대퇴부 쪽으로도 열상이 발견되었을 뿐이고, 그와 같은 상처들로 인하여 현장에 흘러나왔거나 응급후송장비(들것, 침대)에 묻은 피해자의 혈액도 거의 없었다.

(3) 일반적으로 사망 이후 상당 시간이 경과하여도 그로부터 1시간 이상(혹은 훨씬 더 긴 기간 동안) 산소포화도가 유지된다고 한다. 그런데 AM은 이 사건 사고가 있는 2014. 8. 23. 03:41으로부터 약 14분 후인 같은 날 03:55경 무렵부터 이 사건 차량 밖으로 나온 피해자의 오른쪽 손가락들에 측정기구를 갖다 대어보는 방법으로 6회에 걸쳐 산소포화도를 측정해보았으나, 그 수치가 모두 0%로 측정되었다.

(4) 이에 대하여 단국대학교 응급의학교실 BV는, 측정자인 AM의 실수나 측정기구의 오작동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그와 같은 사정들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는데다가(오히려 AM은 촉진 등 다른 검사도 병행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해자가 단국대학교병원에 도착한 2014. 8. 23. 04:50 무렵(이 사건 사고 발생시로부터 약 1시간 정도 밖에 경과되지 않았던 시점이다)에 측정된 산소포화도 역시 0%였던 점, 응급구조사로서 3년 이상 근무한 AM이 당시 현장상황 등을 보고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한 것이 맞는지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주장은 이론에만 근거하여 제기된 것으로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5) 천안동남소방서는 이 사건 사고를 접수하고 2014. 8. 23. 03:58경 사고 현장에 도착하여 같은 날 04:40경 구조작업(피고인, 피해자를 이 사건 차량에서 꺼내어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을 종료하였다. AM은 '현장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오른쪽 다리가 이미 사후강직이 시작된 것처럼 매우 단단하게 굽어 둘이 붙어서 겨우 다리를 폈다'고 진술하였는바, 위 구조작업의 경과에 비추어 AM이 그 사후강직의 정도를 확인한 시점은 이 사건 사고가 있은 때로부터 불과 1시간 내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상당한 정도의 사후강직이 일어났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AM은 당시 현장에서 BA에게 '이상하다. 왜 망인의 영혼이 느껴지지 않지?'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6) 임신 중인 상태에서 사망하더라도 태아는 어느 정도 더 생존할 수 있는데 현장에서 피해자의 복부를 만져본 결과 아무런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다. 게다가 임신중인 상태에서 복부충격으로 사망하게 되면 임신한 배 부위에 멍이 든다고도 하는데, 피해자가 이 사건 화물차량에 충격되어 복부에 상당한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임에도 피해자의 복부에서 멍이 발견되지 않았다.

(7)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고인보다 얼굴이 더 하얀 편임에도 불구하고, 출동소방관들과 BA 등은 일치하여 '피해자의 얼굴이 좀 검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BA는 당시 피해자가 외국인인지도 전혀 몰랐다고 한다).

(8) BA는 경찰에서 '피해자의 가슴에서부터 얼굴까지 이불이 덮여져 있던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고 제2회 공판기일에서는 '이 사건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가 얼굴조금 위까지 이불을 덮고 있었던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그것이 사실이라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불을 덮어준 것은 피해자가 추울까봐 걱정해서 한 행동이 아닐 수도 있어 보인다.

(9) 이 사건 사고에 따른 복부내 장기 손상으로 인하여 장기 내부의 출혈이 발생하였을 수는 있겠으나 그와 같은 사정들이 부검 등을 통하여 밝혀진 바 없는 이상 사인이 그것이라 속단할 수 없고, 진료기록상 피해자의 항문에서 출혈흔적이 발견되었다고는 하나 목격자들의 진술이 피해자로부터의 출혈 흔적을 거의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일치하는 이상 그것이 쇼크사를 일으킬 정도였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10) 한편, 단국대학교 법과대학 BU은, 피해자에 대한 진료기록을 토대로 열상, 골반골절에 따른 상당량의 출혈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와 같은 충격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가해진 외력이 피해자의 두개골 쪽으로 작용함으로써 피해자의 연수가 눌려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라는 감정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앞서 설시한 바와 같이 목격자들이 일치하여 피해자가 많은 피를 흘린 것 같지 않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담당 간호사 AN 역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가해진 외력이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가하였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가지고 피해자의 머리, 목 등을 살펴보았으나 뚜렷한 외상을 발견하지는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검안의 AK도 방사선촬영 결과 피해자의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 부분에서 별다른 손상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컴퓨터단층촬영을 해보지 않은 이상 골반 골절로 심한 출혈이 있었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한 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감정인 CO도 사체사진만으로 피해자의 사망원인을 어느 하나로 확정하기 어렵다고 회신한 점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위 감정의견은 현장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없이 오로지 진료기록 만에 근거한 것으로서 한계가 있다.

(11)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 직전까지 생존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2)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하여야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피해자의 사망시점을 이 사건 사고 시점으로 진술하여야 할 동기를 가지고 있다(물론, 그와 같은 진술의 동기가 피해자를 살해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를 자백한 것으로까지 해석될 수는 없다).

5) 범행 동기의 존재 여부

가) 유죄의 간접사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월수입이 객관적 자료를 통하여 밝혀지지 않았고, 그 액수도 보험계약 당시부터 경찰 수사과정, 검찰 수사과정을 거쳐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계속 증액되고 있으며, 피고인의 소유라고 주장된 재산의 실소유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진술이 엇갈리고 있고 그것들이 충분한 재산가치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점, 피고인이 상당한 금액의 대출금 채무를 부담하고 있고 이 사건 사고를 전후하여 지인들에게 빌려준 돈을 갚으라거나 자신의 형 X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생활용품점 고객들인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보험에 들다보니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또 이를 유지해오면서 보험료로 월 360만 원 정도씩 지불해온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점, 캄보디아인으로서 한국말에 서툰 피해자가 과연 그 많은 보험의 내용과 그 수익자 등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서 보험계약들을 체결하였을지 상당한 의문이 드는 점, 피고인은 자신 등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을 필요에 따라 해지해온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 2개월 전에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약 30억 원의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점, 피고인이 돈에 집착하는 등 평소 일확천금을 꿈꾸어왔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에 따라 지급될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로이 사건 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할 여지는 있다.

나)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다가 X, U, BW이 작성한 각 진술서, 사전등록신청서, 경찰 수사보고(메리츠화재 사기피해 진술)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실들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받게 될 보험금을 노리고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것이라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1) 피고인의 월수입과 재산 정도에 관하여

(가) T은 한 때 밤을 지새우며 상품포장을 해가면서 일 매출 1,000만 원을 달성할 정도로 이 사건 생활용품점이 성업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 사건 생활용품점의 주된 고객은 T, BB을 비롯한 보험설계사들이었는바, 그들은 이 사건 생활용품점에서 고객사은품으로 쓸 물품(냄비, 생활용품 등)을 많이 구매해주었고, 보험회사에 입사하는 매월 7명 내지 8명 정도의 동료 보험설계사들에게도 이 사건 생활용품점을 추천해주었다.

(나) 최근 들어 이 사건 생활용품점의 영업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돌고는 있으나 그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된바 없다. 피고인이 보험청약서에 자신의 월수입을 500만 원 내외로 기재해온 것으로 드러나긴 했으나, 보험청약서에 자신의 월수입을 제대로 밝히는 사람이 잘 없다는 보험설계사의 진술에 비추어 위 액수가 피고인의 월수입일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 한편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 8 기재 플래티넘 스마트 변액 유니버셜보험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보험설계사 s의 상급자인 BE은 피고인의 월수입을 1,000만 원 정도로 추정하였는바, 그 산정근거가 합리성을 가지지 못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라) 피고인이 BB, T 등에게 대여금채권을 가지고 있는 점, BB과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의 경우 그 약정이율이 월 10%(이자제한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한다)이고, T과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의 경우 그 약정이자가 월 100만 원에 달하고 있는 점(2014. 6.부터 약정되었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생활용품점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월수입의 대부분을 보험료로 납입하더라도, 위와 같은 대출이자와 약정이자와의 차액으로 충분히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마) 피고인의 부 Y 소유의 사찰, 쏘울 승용차, 피고인의 주거지, 이 사건 차량 등과 같은 재산이 피고인이 가지고 있던 돈으로 형성된 것인지 진술이 엇갈리고 있고, 피고인이 서울 강서구 V 202호를 형 X으로부터 대물변제받은 실제 소유자인지에 관하여도 진술이 엇갈리고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만을 토대로 피고인이 위 각 재산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으로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바) 이 사건 사고 무렵 피고인 명의 계좌의 잔고로 밝혀진 것만 하더라도 합계 5,946,890원(= 신용협동조합 238,580원 + 농협 3,676,619원 + 우체국 2,031,691원)인바, 이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2) 보험 가입 경위에 관하여

(가) 피고인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T, BB, Q, S을 비롯한 보험설계사들에게 '이런 내용으로 보장되는 보험을 가입하고 싶다'고 말하거나 '보험수익자를 반드시 피고인으로 해달라'고 말한 적이 없고(사후 혹시 있을지 모를 법률적 분쟁에 대비하여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두기 보다는 배우자 일방 혹은 자녀들으로 정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보험계약 체결 이후에도 '피해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보험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고 물어본 적도 없으며, 보장내역과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에 유달리 관심을 보인 적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계약이 정한 약관내용도 꼼꼼히 읽어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나) 보험설계사 S은 2011.경부터 2014. 5.경에 이르기까지 수 십 차례 피고인을 찾아가 그에게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을 하나 체결해달라고 계속 부탁하였고, 그 때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주민등록증이 발급되면5) 체결해주겠다'면서 거절해 오다가 결국 피해자의 주민등록증이 발급된 후 더 이상 그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채 별지1 보험가입내역(1) 순번 8 기재 플래티넘 스마트 변액 유니버셜보험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을 다수 체결하였지만, 피고인 등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도 다수 체결하였다. 피고인은 고혈압, 고지혈증 등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어 보통의 사람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과 같이 보장성보험을 가입하기는 더더욱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라)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들의 보장내용은, 대개 피해자가 생존함을 전제로 실제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암과 같은 성인병, 입원, 수술), 재해로 인한 장해 등에 관한 것들인데, 이는 피고인 혹은 피고인의 자녀 등을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된 별지2 보험가입내역(2)에 기재된 보험계약들의 보장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 보험설계사의 권유를 잘 거절하지 못하였던 피고인의 성격, 이 사건 생활용품점을 통해 벌어들이는 피고인의 월수입 정도 등으로 미루어 볼 때, 피고인은 시중금리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건 생활용품점을 찾아오는 단골고객들을 관리함과 아울러 저축도 함께 하겠다는 생각으로 다수의 보험을 가입하고 또 이를 유지하였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바) 피고인이나 보험설계사가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피고인이 수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구체적인 보험금을 계산해본 적이 없다.

(사) 피해자의 사망보험금이 일시에 지급되는 것도 있지만, 일정한 금액으로 정기에 지급되는 것도 있는 점, 일부 보험금의 경우 피고인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다른 법정상속인도 함께 지급받게 되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피고인이 수령하게 될 것으로 추산된 보험금 약 95억 원은 과장된 것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3) 기타 관련 정황들에 관하여

(가)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전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 내용 중 피해자의 이름을 'AQ'에서 'I'으로 변경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해자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여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게 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일 뿐 사전에 보험금을 수월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까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피고인이 피보험자 성명을 바꾸지 않을 경우 보험수익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면 그와 같은 간접사실이 보험금을 노린 계획 살인에 대한 중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나, 이와 같은 사정들에 대하여 전혀 밝혀진 바 없다).

(나)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직후 찾아온 BB으로부터 '보험금 청구는 하지 않느냐'는 말을 듣자 '지금 경황이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하였다.

(다)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이후인 2014. 10.경 보험증서를 재발급받은 후 같은 해 11.경 가입된 보험내역을 확인하고 담당설계사를 확인한 것으로는 보이나, 그와 같은 행위가 있은 시점은 이 사건 사고가 보험사기를 위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제보에 따라 경찰 수사가 개시된 2014. 9. 11. 이후라는 점에서, 이는 피고인에 대한 보험사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라) 게다가 (다)항과 같은 사정은,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발생 이전에 자신이 가입한 보험계약의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못하였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어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하여 치밀한 계획을 세워 피해자를 죽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전제와는 사뭇 상충된다.

(마)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이후 이 사건 차량에 대한 자동차보험에 기초하여 자신의 치료비, 이 사건 화물차량 운전자 AC의 치료비, 피해자 사망에 따른 보험금만을 청구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나머지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은 사고 직후 즉각적으로 청구하지 않았다(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도 위 자동차보험에 관련된 내용에 국한되고 있다).

(바) 피고인이 2008. 피해자와 혼인하여 그 때부터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해 왔고 여기에다가 일부 지인들이 이 사건 사고로부터 약 3년 내지 4년 전부터 이 사건 생활용품점의 영업이 잘 되지 않았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보면, 피고인이 생활고를 겪게 된 2011. 혹은 2012.경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15. 8. 23.까지 오랜 기간 동안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추가로 체결하고 더 많은 보험료를 납부해 오면서까지 피해자를 살해할 적절한 시기를 기다려 왔다고 보는 것은 다소 부자연스럽다 할 것이다.

(사) 피고인은 자녀 J, K, 부모, 전처 M 등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도 체결하고 이 사건 사고 당시 그 보험료로 월 490만 원 상당을 납부하고 있었으며 특히 K와 관련하여는 실종을 대비한 사전등록신청서까지 작성해두었음에도, 부모, 자식, 전처 등을 상대로 한 보험사기 범행은 전혀 저지르지 않았다(심지어 피고인은, M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의 경우 그녀가 가출한 이후도 그 동안 들인 보험료가 아까워 한동안 해지하지 못하였다).

(아) 경찰은 당초 이 사건을 단순 교통사고로 보았다가 BF, Q 등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이를 보험사기 사건으로 전환하여 수사하기 시작하였다. 위 보험회사 직원들이 이 사건 사고가 고의사고로 의심된다고 제보한 것은 피해자가 사망함으로써 피고인이받을 보험금이 거액이라는 점과 피고인이 사고에 비해 거의 다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과 같은 실로 막연한 이유 때문이었다.

6) 기타 간접증거들의 증명력

그 밖에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나머지 간접증거들은, 앞서 거시한 증거들에 공판기록에 편철된 이 법원의 주식회사 하나은행 업무지원센터장에 대한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 결과를 보태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증명력이 없다고 본다.

가) 피고인과 피해자의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였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상당수의 지인들은 그들 사이의 관계가 좋았다고 한다. 이는, 피고인과 피해자 부부가 곧 태어날 아기가 남자아이라는 사실에 무척 기뻐한 점, 피고인이 사망한 후인 2014. 10. 1. T에게 '피해자의 납골당에 비치할 꽃으로 된 사진액자를 만들어달라'고 말한 점, 피고인이 피해자를 통해 미화 2,500달러를 환전하여 이를 캄보디아로 송금한 적이 있는 점, 처제 BC도 '피고인이 캄보디아 처가에 잘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으로부터도 충분히 추측해 볼 수 있다.

나) 피해자가 첫 번째 낙태를 하게 된 것은 임신사실을 모르고 치과치료를 받았기 때문이고, 두 번째 중절수술을 하게 된 것은 태아의 성장이 더뎌 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인바, 위와 같은 두 번의 중절수술은 모두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다. 한편 피해자가 당시 중절수술을 받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다) 피고인이 슬하에 여자아이만 둘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3개월 후에 남자아이를 출산할 예정에 있는 피해자를 살해할 이유도 없다.

라)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전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계약에 대하여 전액 중도인출 신청을 하는 가운데 담당 직원이 I을 피고인의 자녀로 착각하자 화를 낸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나, 그것이 보험사기의 계획이 들통 날 것이라는 불안감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다.

마) 기타 피고인이 과거 고용보험료를 부당 수령한 것으로 의심되는 점, 피고인이 형제들을 시켜 이 사건 차량에 있던 유류품을 수거해간 점, 피고인이 과거에 경찰관을 한 적이 있었다고 말하고 다닌 점, 피고인이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수사 받았던 점, 피고인에게 다른 내연녀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점, 피고인의 말과 그 내심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어 왔을 것이라는 소견 등과 같은 기록상 드러나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나머지 간접사실들 전부는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

라. 소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이 사건 차량이 당시 통행 금지된 고속도로 가변차로를 달리다 상향등이 켜진 채 이 사건 화물차량이 정차한 비상주차대를 향해 우조향된 다음 이 사건 화물차량을 정면에서 똑바로 충격한 점 등에 비추어 사고 직전 이 사건 차량이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고, 충돌로 인하여 조수석 부분은 완전히 함몰된 반면 운전석 부분은 상대적으로 파손의 정도가 중하지 않고 그로 인한 피고인의 상해 역시 심각한 것이 아닌 점, 당시 피고인만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을 뿐 피해자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가 검출된 것으로 미루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이고 피해자가 착용하고 있던 안전벨트를 풀어버린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면서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피고인(혹은 일부의 경우 법정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하는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다음 상당한 액수의 보험료를 무리하여 납입해 오면서 이를 유지하였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보험사고로 인정될 경우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이 사건 전후에 있은 피고인의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들의 관점에서 납득하기 어렵거나 객관적 정황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적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상당함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혈액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되었으나 한편으로 피고인의 혈액에서도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되었는바 이는 어떻게 모순 없이 설명될 것인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이고 재운 다음 안전벨트를 풀어버린 시점, 장소 및 그 방법을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 피고인이 조수석 부분만을 함몰시킬의도로 사고 직전에 이 사건 차량을 좌조향하였는지, 피해자가 과연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한 것이 틀림없는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킬 동기가 과연 충분하였는지와 같은 여러 의문점 등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채 병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결국 피고인에게 불리한 간접증거들의 개별적 증명력이 높지 않고 그들 사이의 종합적 증명력도 높지 않다 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간접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로 피해자를 살해하였음을 전제로 한 살인과 사기의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손흥수 
 
판사 
백우현 
 
판사 
윤성헌 

별지 생략

1) 원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항 부분에서 사용한 용어와 일치시키는 것을 포함한 약간의 수정을 가하였다.

2) 변호인은 2015. 5. 22.자 변론요지서를 통해 피고인이 우조향하였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듯 보이나, 이는 변 호인이 제6회 공판기일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3) 경찰에서는 피해자가 보리차를 마신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4) ① 이 사건 사고 지점 ~② 경부고속도로 목천Ic 인근 "cI" 사무실 ~③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④ 위 "CI" 사무실 ~ ⑤ 아산시 소재 "CJ" ~ ⑥ 천안시 서북구 CK 소재 "CL"

5) 피해자가 AQ에서 I으로 개명한 일자는 2014. 3. 12.이고, 주민등록증의 발급일자는 2014. 4. 2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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