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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일반 판례

제목

[과실책임주의 과실비율산정방법 손해배상]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경우,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방법(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다224726 판결,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19다224870 판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5.04
첨부파일0
조회수
839
내용

[과실책임주의 과실비율산정방법 손해배상]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경우,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방법(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224726 판결,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19224870 판결)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224726 판결 [분양대금반환 등 청구의 소]

 

판시사항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경우,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할 때 이를 참작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 이때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그 한계

 

[2] 갑 주식회사가 을 지방자치단체에 거액의 채무부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합의를 체결하면서 지방의회 의결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을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의 답변에 따라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을 지방자치단체와 합의를 하였는데, 위 합의가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가 되어 갑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자 갑 회사가 을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손해의 공평한 분담의 관점에서 을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제한할 필요가 인정되는데도, 을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전혀 제한하지 아니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할 것이고, 나아가 그 책임제한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손해 발생과 관련된 모든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며,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아니 된다.

 

[2] 갑 주식회사가 을 지방자치단체에 거액의 채무부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합의를 체결하면서 지방의회 의결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을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의 답변에 따라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을 지방자치단체와 합의를 하였는데, 위 합의가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가 되어 갑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자 갑 회사가 을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위 합의는 기초자치단체인 을 지방자치단체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우월적 지위에서 체결한 것이 아니라 계약의 대등한 당사자로서 체결한 것인 점, 계약의 체결 절차가 법령에서 정한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계약의 효력이 부인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체결상의 과실이나 귀책사유가 쌍방 당사자 모두에게 있다고 봄이 합리적이라 할 것인데, 갑 회사에도 지방의회 의결 없이 체결되는 위 합의가 무효임을 모른 데 대하여 사회통념상, 신의성실의 원칙상, 공동생활상 요구되는 약한 정도의 부주의가 인정되는 점, 을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갑 회사 역시 위 합의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았음에도, 지방의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자문의견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만연히 합의를 체결하였는바, 을 지방자치단체가 그 과정에서 받은 자문의견서를 갑 회사에 송부한 반면 갑 회사는 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와 관련된 의견이나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도 없는 점,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인 위 합의를 체결하고 그에 기한 금원 지출의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과에 비추어 그 주된 책임이 을 지방자치단체에 있음은 분명하지만 대규모 기업인 갑 회사의 위상에 비추어 강행규정 위반의 합의를 체결한 갑 회사의 책임을 부정하고 오로지 을 지방자치단체에만 책임을 지울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의 관점에서 을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제한할 필요가 인정되는데도, 합의를 체결하면서 갑 회사에 과실상계를 할 만한 부주의가 있었다거나 을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제한한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을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전혀 제한하지 아니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393, 396, 750, 763/ [2] 민법 제35조 제1, 393, 396, 750, 763

 

참조판례

[1]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52126 판결,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385172 판결

 

사 건

2019224726 분양대금반환 등 청구의 소

 

원고, 피상고인

대우조선해양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피고, 상고인

하동군

 

소송대리인

 

피고보조참가인

피고보조참가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2. 21. 선고 20182001962 판결

 

판결선고

2022. 4. 28.

 

주문

 

원심판결 및 가지급물반환 신청에 대한 재판의 피고 패소부분 중 제2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에 대하여

 

. 관련 법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할 것이고, 나아가 그 책임제한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손해 발생과 관련된 모든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며,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52126 판결,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385172 판결 등 참조).

 

. 판단

 

1) 원심은, 원고가 기초자치단체인 피고에 거액의 채무부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이를 거치지 아니하면 계약이 무효가 됨에도, 지방의회 의결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피고 담당자의 답변에 따라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여 피고에게 계약금 110억 원을 지급하고, 그 합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체결한 연대보증약정에 기해 770억 원을 변제한 다음, 피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합의를 해제하고 위 계약금 110억 원의 부당이득반환 외에 위 770억 원의 변제 또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동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함에 대해, 피고보조참가인을 비롯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고의 또는 과실로 원고가 무효인 이 사건 합의를 하고,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 사건 연대보증약정을 체결함으로써 770억 원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위 공무원들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 원고에게 770억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는 한편, 그 책임의 제한 등에 관한 피고의 주장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배척하였다.

 

2) 그러나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민법 제35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대위변제금 770억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지만, 그 책임의 제한에 관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오히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라 알 수 있는 사정들, 이 사건 합의는 기초자치단체인 피고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우월적 지위에서 체결한 것이 아니라 계약의 대등한 당사자로서 체결한 것인 점, 계약의 체결 절차가 법령에서 정한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계약의 효력이 부인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체결상의 과실이나 귀책사유가 쌍방 당사자 모두에게 있다고 봄이 합리적이라 할 것인데, 원고에게도 하동군의회의 의결 없이 체결되는 이 사건 합의가 무효임을 모른 데 대하여 사회통념상, 신의성실의 원칙상, 공동생활상 요구되는 약한 정도의 부주의가 인정되는 점(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188313 판결 등 참조), 피고는 물론 원고 역시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았음에도, 하동군의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자문의견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만연히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였는바, 피고가 그 과정에서 받은 자문의견서를 원고에게 송부한 반면 원고는 피고에게 이와 관련된 의견이나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도 없는 점, 피고가 하동군의회의 의결이 필요함을 알면서도 이를 숨긴 채 고의로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원고와 피고 모두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할 만한 각자의 경제적 유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인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고 그에 기한 금원 지출의 손해가 발생하게 된 이 사건 경과에 비추어 그 주된 책임이 피고에 있음은 분명하지만 이 사건 합의의 당사자로서 그 대상인 조선산업단지 개발 사업과 관련한 전문적 식견을 갖춘 대규모 기업인 원고의 위상에 비추어 강행규정 위반의 합의를 체결한 원고의 책임을 부정하고 오로지 피고에게만 책임을 지울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의 관점에서 피고의 책임을 제한할 필요가 인정된다.

 

3)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함에 있어 원고에게 과실상계를 할 만한 부주의가 있었다거나 피고의 책임을 제한한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의 책임을 전혀 제한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가지급물반환 신청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에 따른 가집행의 원상회복신청은 소송 중의 소의 일종으로서 본안판결이 변경되지 아니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므로, 위와 같은 이유로 본안에 관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부분 중 제2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원심의 위 신청에 대한 재판의 피고 패소부분 중 같은 부분도 그 당부를 판단할 필요 없이 당연히 파기되어야 한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65001 판결 참조).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및 가지급물반환 신청에 대한 재판의 피고 패소부분 중 제2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이동원

주심

대법관

천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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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3. 8. 31. 선고 2019224870 판결 [보증채무금]

 

판시사항

[1] 신디케이티드 론 거래의 참여은행과 참여은행으로부터 신디케이티드 론 관련 행정 및 관리사무 처리를 위탁받은 대리은행 내지 관리은행의 법률관계(=위임관계) / 이 경우 대리은행 내지 관리은행이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의 내용

 

[2]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과실상계나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그 한계

 

[3] 갑 은행과 을 은행 등이 병 주식회사와 사이에 선박 제작에 필요한 원·부자재 구매자금을 대출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을 은행을 관리은행으로 정하여 대출금의 집행·관리, 대출원리금 회수 등 업무를 맡겼고, 정 공사는 수출신용보증계약에 따라 병 회사의 대출금채무를 연대보증하였는데, 이후 병 회사가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는 보증사고가 발생하자, 갑 은행이 정 공사를 상대로는 보증금 지급을 구하는 주위적 청구를 하고, 을 은행을 상대로는 정 공사의 갑 은행에 대한 보증책임이 면책될 경우 을 은행이 관리은행으로서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면책금액 상당의 금원 지급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한 사안에서, 갑 은행이 병 회사에 이른바 사후대출방식 및 초과대출방식에 의한 대출을 실행한 것은 신용보증조건을 위반한 것이므로 정 공사는 그와 같이 실행된 대출금액에 대하여 면책되고, 을 은행이 갑 은행으로 하여금 위와 같은 방식의 대출을 하게 한 것은 관리은행으로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을 은행은 의무 위반으로 갑 은행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 부분은 정당하나, 을 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지 않더라도 공평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아 을 은행의 책임제한 등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 부분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680, 681/ [2] 민법 제393, 396, 750, 763/ [3] 민법 제393, 396, 680, 681, 750, 763

 

참조판례

[1]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083700 판결(2012, 496) / [2]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224726 판결(2022, 1022)

 

사 건

2019224870 보증채무금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하나은행

 

소송대리인

 

 

 

피고, 피상고인

1. 한국무역보험공사

 

소송대리인

 

 

피고, 상고인

2. 주식회사 우리은행

 

소송대리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3. 8. 선고 20182033723 판결

 

판결선고

2023. 8. 31.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주식회사 우리은행의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피고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원고의 피고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대한 상고로 인한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 원고와 피고 주식회사 우리은행(이하 '피고 은행'이라 한다) 및 중소기업은행은 성동조선해양 주식회사(이하 '성동조선'이라 한다)2,000억 원과 미화 2,000만 달러를 합한 금액을 한도로 선박 제작에 필요한 원 · 부자재 구매자금을 대출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 피고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피고 공사'라 한다)는 성동조선의 대출금채무를 수출신용보증계약(이하 '이 사건 보증계약'이라 한다)에 따라 연대보증하였다.

 

피고 은행은 이 사건 대출의 관리은행으로서 원고를 대리하여 대출금의 집행 · 관리, 대출원리금 회수 등 업무를 수행하였다.

 

. 성동조선이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는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하자, 원고는 주위적으로 피고 공사를 상대로 이 사건 보증계약에 따른 보증금의 지급을 청구하였고, 피고 공사는 원고와 피고 은행 등이 이 사건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보증계약상 신용보증조건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보증금액 중 일부에 대한 면책을 주장하였다.

 

원고는 예비적으로 피고 은행을 상대로, 피고 공사의 원고에 대한 보증책임이 면책될 경우 피고 은행이 이 사건 대출의 관리은행으로서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면책금액 상당의 금원 지급을 청구하였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 피고 공사가 보증금액을 전부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가 성립하였는지 여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공사가 원고에게 이 사건 면책금액 상당액을 이 사건 보증계약에 따른 보증금으로 전액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법률행위 해석, 신의성실 내지 금반언의 원칙, 공평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 이 사건 대출 실행에 신용보증조건 위반이 존재하는지 여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제18, 22, 23회차 대출 당시 성동조선이 원 · 부자재 구입자금을 결제한 후 성동조선의 계좌로 해당 대금 상당액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실행한 행위는 이 사건 대출계약에서 정한 직접지급방식에 의한 대출이 아니라 사후대출방식에 의한 대출로서 신용보증조건을 위반한 것이고, 원고가 제18 내지 24회차 대출을 실행할 당시 성동조선의 구매자금 증빙 구비 금액 범위를 초과하여 대출을 실행한 것은 증빙이 구비된 경우에 한하여 대출을 실행할 의무를 위반한 초과대출로서 신용보증조건을 위반한 것이므로, 피고 공사는 그와 같이 실행된 대출금액에 대하여 면책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처분문서와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피고 은행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 피고 은행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

 

1) 복수의 참여은행이 신디케이트를 구성하여 채무자에게 자금을 융자하는 신디케이티드 론 거래에서, 참여은행으로부터 신디케이티드 론과 관련된 행정 및 관리사무의 처리를 위탁받아 참여은행을 대리하게 되는 대리은행 내지 관리은행은 위탁받은 사무에 관하여 참여은행과 위임관계에 있다. 이 경우 구체적인 위임사무의 범위는 신디케이티드 론 관련 계약 등의 내용에 의하여 정해지고, 대리은행 내지 관리은행은 위임된 사무의 범위 내에서 위임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083700 판결 참조).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은행이 원고 등과 체결한 대주 간 계약에 따라 이 사건 대출의 실행 및 계좌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은행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차주인 성동조선으로부터 받은 인출요청서와 대출금의 용도에 관한 증빙서류의 적정 여부를 심사하여 대출을 실행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데, 피고 은행이 원고로 하여금 이른바 사후대출방식 및 초과대출방식에 의한 대출을 실행하게 한 것은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므로, 피고 은행은 그 의무 위반으로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대출의 관리은행인 피고 은행이 다른 대주인 원고에게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 피고 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과실상계 내지 책임제한에 따라 감경할 수 있는지 여부

 

1)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과실상계나 책임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9224726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피고 은행의 신용보증조건 위반행위를 방지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으므로 피고 은행의 손해배상책임에 과실상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공평의 원칙에 따라 피고 은행의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피고 은행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 이 사건 대출계약 제3조 제2항에 따르면, 이 사건 대출계약은 성동조선이 원 ·부자재 구매대금 입금 요청을 할 때 대금 결제를 위하여 원 · 부자재 매도인의 계좌에 대금을 직접 입금하거나 그 구매를 위해 발행된 신용장 대금을 결제하는 이른바 직접 지급방식에 의한 대출 실행만 허용하였다. 이 사건 보증계약 중 특약 제3항 및 약관 제6조 제1호에 따르면, 직접지급방식 외의 방식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것은 신용보증조건 위반에 해당하고 피고 공사는 그 대출에 관한 보증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에 따르면 성동조선의 계좌로 원 · 부자재 구매대금 상당액을 입금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직접지급방식에 의한 대출이 아니어서 신용보증조건 위반에 해당하여 피고 공사의 면책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대출계약 제3조 제2항 본문은 인출요청서에 명시된 대출금계좌로 대출금을 입금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규정하였고, 그 계약서에 첨부된 인출요청서 양식에서는 성동조선을 그 대출금계좌의 예금주로 기재하고 있다. 위 규정 등에 따르면, 성동조선의 계좌로 대출금을 지급하는 것은 이 사건 대출계약이 허용하는 대출 실행 방식이라고 잘못 해석할 소지가 있고, 원고와 피고 은행 모두 그 내용을 오해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 사건 대출 중 성동조선의 원 · 부자재 구매대금 결제 후 대출이 실행된 이른바 사후대출방식에 의한 부분 외에 구매대금 결제 전 실행된 부분도 대체로 원고가 성동조선의 계좌로 대출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실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 역시이 사건 대출계약에서 정한 직접지급방식을 준수한 것은 아니었지만 피고 공사는 사후 대출방식에 의한 대출 부분에 대하여만 면책을 주장하였고, 결국 성동조선의 계좌로 실행된 대출 중 대출 실행 시점이 원 · 부자재 구매대금 지급 전 · 후인지에 따라 피고 공사의 보증금 지급 여부가 달라짐으로써 면책 부분에 관한 원고의 손해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와 같이 원고가 입은 손해, 특히 사후대출로 인해 피고 공사가 면책됨으로써 발생한 손해는 계약 자체에 해석상 오해할 소지가 많은 내용이 들어 있었고, 원고와 피고 은행 등이 공통하여 그 부분 계약 내용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이므로, 그 손해를 피고 은행에게만 부담지우는 것은 공평의 원칙에 맞지 않다.

 

) 원고는 피고 은행과 마찬가지로 대출 업무에 대한 전문 지식과 능력을 보유한 대형 은행이다. 이 사건 대출에서 참여은행인 원고는 관리은행인 피고 은행으로 하여금 수임인으로서 인출요청서와 대출금의 용도에 관한 증빙서류의 적정 여부 등을 심사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하였지만, 차주인 성동조선과의 법률관계에서는 여전히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성동조선의 신용위험 등을 부담하면서 이 사건 대출을 실행하는 대주의 지위에 있었다. 이 사건 대출은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서 실행되었는데, 회차별로 대출 실행 전에 이루어지는 서류 심사 등의 업무를 오로지 피고 은행이전담하여 수행해야 했다.

 

이와 같은 원고와 피고 은행의 지위와 역할, 대출 실행 경위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 공사가 면책됨으로써 원고에게 발생하는 손해와 관련한 위험을 피고 은행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형평의 관점에 비추어 부당하다.

 

) 원고는 피고 은행 및 중소기업은행과 대주단을 구성하여 성동조선에게 이 사건 대출을 실행하면서 피고 은행을 관리은행으로 정하고 수임인으로서 대출실행조건 충족 여부 등을 검토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 그런데 피고 은행은 같은 대주의 지위에 있는 원고 및 중소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성동조선으로부터 이 사건 대출금의 분담비율에 상응하는 이자 수익을 얻은 것 외에 관리은행으로서의 업무수행 대가를 따로 수령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 은행이 직접 실행한 대출금에 대하여 피고 공사의 면책에 따라 입은 손해를 부담하는 것 외에 같은 경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까지 이 사건 대출의 관리은행으로서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전부 부담하게 된다면, 피고 은행이 이 사건 대출로 얻게 되는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되어서 신의칙 또는 공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

 

4)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 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지 않더라도 공평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 은행의 책임제한 등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이는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책임제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은행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피고 공사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의 피고 공사에 대한 상고로 인한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

주심

대법관

천대엽

 


불법행위 사건에서 이루어지는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은 공평 내지 신의칙의 견지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거나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 사유의 유무 및 정도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문제된 책임원인 사실의 내용, 피해자와 가해자의 과실이나 귀책사유의 정도, 손해의 발생 및 확대 등에 대한 원인제공 여부 및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가 공평하게 분담되도록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230526 판결 참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할 것이고, 나아가 그 책임제한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손해 발생과 관련된 모든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며,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52126 판결,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385172 판결 등 참조).




 대법원 1997. 2. 28. 선고 9654560 판결 [손해배상()] 


판시사항

[1] 과실상계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사유

 

[2] 피해자가 야간에 편도 4차선의 고속도로 상에서 추돌사고를 일으킨 후 후속조치 없이 정차중에 있다가 후행 추돌사고로 사망한 사안에서, 피해자의 과실비율을 40%로 본 원심판결을 과실상계 비율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3] 피해자가 세무당국에 신고한 소득금액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그 신고소득액을 사고 당시의 수입금액 산정의 기초로 할 것인지 여부(적극)

 

[4] 사고 후 특별한 근거 없이 전년도 신고 소득의 5배 내지 9배의 이르는 소득을 사고 당시의 소득으로 세무서에 신고하였다면 그 신고 소득을 사고 당시의 수입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5] 개인기업을 경영하는 피해자의 일실수입을 소득세법상 사업소득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경우, 투하자본이 기여한 자본수익금액의 공제 여부(적극)

 

[6] 한의사의 가동연한

 

판결요지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을 때에는 그와 같은 사유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당연히 참작되어야 하고, 양자의 과실비율을 교량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사고 발생에 관련된 제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안 된다.

 

[2] 야간에 편도 4차선의 고속도로 상에서 선행 추돌사고 후 2차선과 3차선에 걸쳐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정차한 승용차를 추돌하여 그 승용차에 머물러 있던 피해자가 사망한 사고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과실비율을 4:6으로 본 원심판결을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3] 불법행위 당시 일정한 수입을 얻고 있던 피해자의 일실수입 손해액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료에 의하여 피해자가 사고 당시에 실제로 얻고 있었던 수입금액을 확정하여 이를 기초로 산정하여야 할 것인바, 피해자가 세무당국에 신고한 소득이 있을 때에는 신고소득액을 사고 당시의 수입금액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다.

 

[4] 피해자의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로 삼은 세무서 신고소득은 피해자의 사후에 신고된 1994. 1. 1.부터 1994. 6. 10.까지의 소득으로서 피해자가 1992년과 1993년도의 소득으로 각 세무서에 신고한 바 있었던 소득에 비하여 5배 내지 9배에 이르는 소득이므로, 피해자가 1994. 1. 1. 무렵을 전후하여 소득이 그와 같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경영의 한의원의 사업규모를 확장하였다거나 경영형태를 혁신하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1994년도의 신고소득액은 손해배상소송을 대비하기 위하여 실제보다 높게 신고한 금액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그 신고소득을 사망한 피해자의 사고 당시의 수입금액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5] 소득세법상의 사업소득금액을 기준으로 삼아 개인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주의 노무 등 그 개인의 기여 정도에 따른 일실수입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사업소득금액으로부터 그 사업에 투하된 자본이 기여한 자본수익금액을 공제하여야 한다.

 

[6] 일반적으로 의사는 65세가 될 때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경험칙이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한의사의 경우 이와 달리 70세가 될 때까지 일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396, 763/ [2] 민법 제396, 763/ [3] 민법 제393, 763/ [4] 민법 제393, 763/ [5] 민법 제393, 763/ [6] 민법 제393, 763

 

참조판례

[1] 대법원 1994. 4. 12. 선고 9344401 판결(1994, 1419) /[2] 대법원 1994. 10. 11. 선고 9417710 판결(1994, 2958) /[3][4] 대법원 1993. 2. 23. 선고 9237642 판결(1993, 1069), 대법원 1994. 9. 30. 선고 9337885 판결(1994, 2826) /[5] 대법원 1989. 10. 27. 선고 89다카5222 판결(1989, 1787), 대법원 1993. 10. 12. 선고 9138679 판결(1993, 3055) /[6] 대법원 1993. 9. 14. 선고 933158 판결(1993, 2759), 대법원 1996. 9. 10. 선고 951361 판결(1996, 2995)

 

원고,피상고인

감선애 외 2

 

피고,상고인

동방육운 주식회사 외 1(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1)

 

원심판결

광주고등법원 1996. 11. 1. 선고 96456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재산상 손해에 관한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들 소송대리인들의 각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을 때에는 그와 같은 사유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당연히 참작되어야 하고 양자의 과실비율을 교량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사고발생에 관련된 제반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안 된다 할 것이다( 당원 1994. 4. 12. 선고 9344401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고발생의 경위에 터잡아 이 사건 피해자인 소외 망 김윤영은 전방주시가 어려운 야간에 승용차를 운전하여 고속도로 1차선 상을 과속으로 진행하다가 전방주시를 소홀히 하여 앞서 진행하던 냉동탑차를 들이받는 선행사고를 일으켰고, 더욱이 2차선과 3차선을 걸쳐서 정지한 이후에도 재빨리 사고차량에서 빠져 나오거나 비상등을 켜놓는 등 뒤따를 지도 모르는 사고발생 방지를 위하여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차안에 머물러 있었던 과실이 있다고 인정한 다음, 이러한 위 망인의 과실은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또는 그로 인한 손해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하면서 그 과실비율을 40%로 인정하여 과실상계를 하였다.

 

그러나 도로교통법 제61조는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그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내무부령이 정하는 표지를 하여야 하며, 그 자동차를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 외의 곳으로 이동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법시행규칙 제23조 제1, 2항은 법 제61조의 규정에 의한 고장 등 경우의 표지는 별표 13과 같다고 규정하는 한편, 밤에는 그 표지와 함께 사방 500m 지점에서 식별할 수 있는 적색의 섬광신호·전기제등 또는 불꽃신호를 추가로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위 망인은 1994. 6. 12. 02:30경 경기 12680호 프린스 승용차를 운전하여 편도 4차선의 경부고속도로의 1차선 상을 진행하다가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하여 앞서 진행하던 냉동탑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고, 위 사고로 위 승용차가 우측으로 회전하면서 그 앞부분이 진행방향과 반대쪽을 향한 상태에서 고속도로 2차선과 3차선에 걸쳐 5시 방향으로 정차하게 된 후, 위 망인으로서는 사고차량 표지를 하거나 비상등을 켜는 등 뒤따를 사고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아무 조치 없이 그대로 차안에 머물러 있다가 사고를 당한 것인 반면 위 고속도로 2, 3차선을 진행하던 후행 차량들이 위 고속도로의 2, 3차선에 걸쳐 정차한 위 프린스 승용차와의 충돌을 피하는 과정에서, 갓길로 피하여 정차한 소외 안일철 운전의 경기 13645호 르망 승용차의 뒷부분을 소외 오송택 운전의 인천 22545호 승용차가 들이받아 위 르망 승용차는 앞으로 밀려 4차선과 갓길에 걸쳐서 정차하게 되고 위 오송택 운전의 승용차는 갓길에 정차하게 되었는데, 그 무렵 피고 동방육운 주식회사 소유의 인천 92605호 트렉터를 운전하여 위 고속도로 4차선을 진행하던 소외 구본창이 전방 4차선과 갓길에 정차하여 있던 위 승용차 2대를 발견하고 이를 피하여 3차선으로 진입하였다가 위와 같이 2차선과 3차선에 걸쳐 정차되어 있던 위 프린스 승용차를 뒤늦게 발견하여 제동장치도 작동하지 못한 채 위 트렉터로 위 프린스 승용차를 들이받아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것이므로, 위 구본창의 과실은 심야에 자동차를 운전하여 고속도로상을 진행하던 운전사로서 전방의 장애물을 피하고자 차선을 변경함에 있어 변경하여 진입하려고 하는 차선의 진행방향 앞쪽에 다른 장애물이 있는지를 미처 살펴보지 못한 것일 뿐이니, 위와 같은 사정하에서라면 위 망인의 과실은 위 구본창의 과실보다 훨씬 크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심이 위 망인의 과실비율을 40%로 인정하여 과실상계한 것은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논지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2. 피고들 소송대리인들의 각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 망인이 1988. 2. 26.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해 3. 15. 한의사면허를 취득한 다음 1989. 3. 1.부터 1991. 4. 30.까지 한의원에 취직하여 한의사로 근무하다가 1991. 8. 1. 성남시에서 원광한의원을 개업하여 사고 당시까지 이를 경영하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거시 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해인 1994. 1. 1.부터 이 사건 사고일까지 위 망인의 총수입금액은 금 88,351,500원이고 약재비, 인건비, 임차료 등 제반비용을 공제한 소득금액은 금 33,198,810원이어서 월 평균 소득금액은 금 5,533,135(33,198,810÷6, 원고들이 계산한 바에 따라 1994. 6.의 영업일수를 1개월로 보았다)이라고 보아, 이를 기초로 하여 위 망인의 일실수입을 산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인정한 위 망인의 총수입금액 및 소득금액은 위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1994. 6. 10. 사망한 이후인 1994. 9. 6. 위 망인의 아버지인 소외 김훈섭이 세무서에 위 망인의 소득세과세표준확정신고를 함에 있어 1994. 1. 1.부터 1994. 6. 10.까지의 총수입금액 및 이에 표준소득률을 곱하여 계산한 소득금액으로 신고한 금액임을 알 수 있고, 한편 위 망인은 1992년도의 소득금액으로는 금 8,014,940, 1993년도의 그것으로는 금 13,205,000원을 각 세무서에 신고하였음을 알 수 있다.

 

불법행위 당시 일정한 수입을 얻고 있던 피해자의 일실수입손해액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료에 의하여 피해자가 사고 당시에 실제로 얻고 있었던 수입금액을 확정하여 이를 기초로 산정하여야 할 것인바, 이 경우 피해자가 세무당국에 신고한 소득이 있을 때에는 신고소득액을 사고 당시의 수입금액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나( 당원 1994. 9. 30. 선고 933788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있어 원심이 위 망인의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로 삼은 세무서 신고소득은 위 망인의 사후에 신고된 1994. 1. 1.부터 1994. 6. 10.까지의 소득으로서 위 망인이 1992년과 1993년도의 소득으로 각 세무서에 신고한 바 있었던 소득에 비하여 5배 내지 9배에 이르는 소득이므로, 위 망인이 1994. 1. 1. 무렵을 전후하여 소득이 위와 같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경영의 한의원의 사업규모를 확장하였다거나 경영형태를 혁신하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위 1994년도의 신고소득액은 이 사건 손해배상소송을 대비하기 위하여 실제보다 높게 신고한 금액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니 위 신고소득을 위 망인의 사고 당시의 수입금액으로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그 밖에 위 망인의 수입에 관한 증거로는 갑 제9, 10호증의 각 1, 2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김영문의 증언이 있으나, 위 증거들은 위 1994년도의 위 망인의 소득세 과세표준 확정신고시 총수입금액산정의 자료로 삼은 금전출납부의 기재 및 이를 작성하였다는 경리직원의 증언에 불과하여 위와 같은 취지에서 역시 믿을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만연히 위 1994년도 세무서 신고소득을 위 망인의 사고 당시의 수입금액으로 보아 이를 기초로 하여 위 망인의 일실수입을 산정하였으니 원심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일실수입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아울러 이 사건과 같이 소득세법상의 사업소득금액을 기준으로 삼아 개인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주의 노무 등 그 개인의 기여 정도에 따른 일실수입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사업소득금액으로부터 그 사업에 투하된 자본이 기여한 자본수익금액을 공제하여야 하는 것인데도( 당원 1993. 10. 12. 선고 9138679 판결, 1989. 10. 27. 선고 89다카522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위 망인의 사업소득금액에서 그 사업에 투하된 자본이 기여한 자본수익금액을 공제하지 아니하고 위 망인의 일실수입을 산정한 위법도 저질렀음을 지적하여 둔다. 논지는 이유 있다.

 

3. 피고들 소송대리인들의 각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각 사실조회 결과와 한의사의 업무특성상 경험이 중시되고 심한 육체적 노동을 요하지 아니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위 망인과 같은 한의사는 70세가 될 때까지 일할 수 있다고 인정하였는바, 일반적으로 의사는 65세가 될 때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경험칙이라 할 것인바( 당원 1993. 9. 14. 선고 933158 판결 참조)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심이 고려한 사정들만으로는 한의사의 경우 이와 달리 70세가 될 때까지 일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에는 경험칙에 반하여 한의사의 가동연한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논지도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재산상 손해에 관한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이용훈

대법관

박만호

주심

대법관

박준서

대법관

김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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