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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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부부싸움 추락사 재해사망보험금]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피보험자 등의 고의로 인하여 사고가 생긴 경우, 보험자의 면책 여부, 서울고등법원 2005. 8. 12. 선고 2004나72688 판결 [보험금] 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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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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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부부싸움 추락사 재해사망보험금]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피보험자 등의 고의로 인하여 사고가 생긴 경우, 보험자의 면책 여부, 서울고등법원 2005. 8. 12. 선고 2004나72688 판결 [보험금] 상고
원고, 항소인
원고 1외 3인(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선애)
피고, 피항소인
대한생명보험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현 담당변호사 이두성)
변론종결
2005. 6. 10.
제1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04. 8. 27. 선고 2004가합5236 판결
주 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돈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1에게 50,000,000원, 원고 2, 3, 4에게 각 33,333,333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03. 12. 14.부터 2005. 8. 12.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 중 금원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1에게 50,000,000원, 원고 2, 3, 4에게 각 33,333,334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03. 10. 31.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들의 지위
원고 1은 아래 사고로 사망한 소외 1과 1993. 2. 15. 혼인하여 부부생활을 해온 남편이고, 원고 2는 위 부부 사이에 출생한 아들, 원고 3, 원고 4는 그 딸들이며(아래 사고 당시 각 10세, 8세, 1세), 피고는 생명보험사업 등을 영위하는 보험회사이다.
나. 보험계약의 체결
소외 1은 2002. 6. 21. 피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1) 보험종목 : 무배당 대한종신보험(주계약과 특약부가내용으로 구성)
(2)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 : 소외 1
(3) 보장내용 중 유족보장 : 피보험자가 교통재해 이외의 재해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 주계약에 의한 사망보험금 100,000,000원 및 재해사망보장특약에 의한 사망보험금 50,000,000원 지급
(4) 보험기간 : 주계약은 종신, 특약부가내용은 80세까지
(5) 보험자의 책임개시일 : 2002. 6. 21.
(6) 보험수익자 : 소외 1 사망시는 법정상속인
(7) 보험료 : 주계약 및 특약부가내용분 합계 월 216,600원, 납입기간은 20년
다. 약관의 주요 내용
이 사건 보험 약관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1) ‘재해’라 함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다만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요인에 의하여 발병하거나 또는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되었을 때에는 그 경미한 외부요인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보지 아니함)로서 재해분류표에 따른 사고를 의미하고, 재해분류표에 의하면 분류항목 제13호로서 ‘추락’이 규정되어 있다.
(2) 면책사유(보통보험약관 제15조 제1항 제1호, 재해사망보장특약약관 제14조 제1항 제1호)
피고는 다음의 경우에 의하여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함과 동시에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그러나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계약의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라. 사고의 발생
그런데 소외 1은 2003. 10. 31. 22:21경 평택시 (상세주소 생략)에서 남편인 원고 1과 부부싸움을 하다가 베란다에서 같은 동 앞 화단으로 추락하여 사망하였다(이하, 위 사망사고를 ‘이 사건 사고’, 소외 1을 ‘망인’이라고 한다).
마. 보험금의 청구 및 보험금지급의 거절
원고들은 2003. 12. 3.경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의한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피보험자인 망인이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여 면책된다는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절하면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기납입 보험료 3,465,600원만을 원고들에게 지급하였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5호증, 을 1호증의 1·2, 을 2 내지 4호증
2. 당사자의 주장내용
가. 원고들
(1) 이 사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망인이 보험기간 중에 추락이라는 재해를 원인으로 사망하였으므로 피고는 보험수익자인 원고들에게 각 상속분에 따른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는 망인이 고의로 자살하였다는 이유로 면책을 주장하나, 이 사건 사고 전후의 정황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자살을 할 이유가 전혀 없고, 오히려 부부싸움 도중 극심한 흥분으로 인한 심신장애 외에 남편으로부터의 위협, 옆구리 통증 및 현기증 등으로 인하여 비틀거리며 베란다에 기대다가 추락하였으므로, 고의로 자살하였다고 할 수 없다.
(3) 설령 망인이 고의로 자살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은 원고 4의 출산후 후유증(우울증)으로 정신적으로 쇠약해져 있었고 충수절제술 후 얼마 지나지 않은데다가, 평소 남편이나 친인척 사이에서 재산문제 등에 관한 계속적 갈등으로 과도한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태에서, 사고 직전 격렬한 부부싸움으로 인한 극도의 흥분상태로 인하여 정상적인 사리분별을 할 수 없는 정신이상상태 즉 심신장애에 이르러 자살하게 된 것이므로, 이는 약관상 면책예외사유인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여 결국 피고는 보험금의 지급책임을 면할 수 없다.
나. 피고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베란다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발생한 자살사고임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보험약관상 면책사유인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및 상법 제659조에 따른 면책사유인 ‘보험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 해당하여, 결국 피고는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3. 판단
가. 보험사고 및 보험금지급채무의 발생
앞서 인정한 기초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의 피보험자인 망인이 보험기간 중에 ‘추락’이라는 재해를 직접적 원인으로 하여 사망하였고 이는 위 사망보험금의 지급사유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망인의 법정상속인으로서 보험수익자인 원고들에게 각 법정상속분 비율로 이 사건 보험금 150,000,000원(주계약분 100,000,000원 + 재해사망분 50,000,000원)을 나누어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면책 여부
먼저 이 사건 보험사고가 피보험자인 망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여 상법 제659조에 따라 피고가 면책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상법 제659조에서는 보험사고가 피보험자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가 면책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한편 상법 제732조의 2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사망보험의 경우에는 위 상법 제659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사고가 피보험자의 중과실로 인한 경우라도 면책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실제로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중과실의 경우를 면책사유로 정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보험자인 소외 1의 사망을 보험사고의 하나로 정한 보험계약이므로, 위 상법 제732조의 2에 따라 이 사건 보험사고가 망인의 중대한 과실로 발생하였다는 사정은 피고의 면책사유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피보험자의 고의(자살)로 인한 면책 여부만이 문제된다.
다. 고의로 인한 면책 여부
(1) 일반론
이 사건 보험약관상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라 함은 곧 자살 등을 의미하고, 여기서 자살의 고의란 보험사고를 발생시키는 것에 대한 고의를 말하고 반드시 보험금 취득의 의사가 있을 것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며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고 할 것이되, 보험자가 위 면책사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2) 인정사실
이 사건에서 갑 4, 5, 10, 15, 17호증, 갑 9호증의 1 내지 8, 갑 11호증의 1 내지 4, 갑 16호증의 1, 을 5호증의 1 내지 4, 을 6호증의 1·2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당원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양천지사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원고 1은 망인과 결혼 이후 건축자재 제조업을 시작하였고, 2001. 3.경 소외 2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사업을 계속하였는데, 망인도 사업초기부터 이 사건 사고 무렵까지 위 원고를 도와 자금관리 등의 일을 맡아 하여 왔다.
㈏ 망인은 2002. 10. 20. 셋째 딸인 원고 4를 출산하였는데, 출산 전인 2002. 3.경부터 2002. 8.경까지는 산부인과질환으로, 2002. 9.경에는 중이염으로 진료를 받은 적이 있고, 출산 직후부터 2003. 9.경까지 사이에 출산과 관련된 유방 및 수유의 장애, 유방통, 질 및 외음의 염증, 요각통, 계절성 알레르기성 비염, 기혈응체 견비통, 하부 요로 결석 등으로 수차례 의료기관의 치료를 받았다. 또한 망인은 2003. 7. 4.경에는 급성 충수염(맹장염)으로 입원하여 충수절제술을 받았다.
㈐ 원고 1 운영의 위 회사는 자금난 등 어려운 경영상황 하에서 2003. 10.경 수주 및 계약을 진행하느라 보증인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에 위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이전부터 처남인 소외 3에게 보증을 부탁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
㈑ 이 사건 사고 무렵 망인은 보증문제로 원고 1과 친정식구들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었는데, 이 사건 사고 당일 원고 1은 집으로 갔다가 보증문제로 다툰 후 답답한 심정에 다시 밖으로 나와 술을 마시다가 21:30경 망인에게 전화하여 ‘처가에서 보증도 서주지 않고 사업도 잘 안되니, 사업도 가정도 모두 정리하자’고 말하였는데, 이에 망인도 ‘우리, 정리하자’고 대답하였다.
㈒ 원고 1은 위와 같은 망인의 대답을 듣고 22:00경 집으로 돌아왔는데, 망인이 위 원고의 큰형수에게 전화하여 ‘친정에서도 보증을 서주었는데 왜 시댁에서는 보증을 서주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을 듣고 화가나 망인에게 전화기를 집어 던졌고, 이에 망인도 전화기를 던지고 텔레비전을 넘어뜨리면서 부부싸움을 하게 되었다. 당시 원고 1은 흥분하여 욕설을 하면서 망인의 뺨을 6-7회 정도 때리고 손으로 머리카락을 잡은 후, 망인의 멱살을 잡은 채 베란다로 끌고 가 ‘같이 죽자’고 말하면서 망인을 베란다(난간의 높이는 바닥으로부터 117㎝ 정도이다) 쪽으로 밀어 내어 베란다 난간에 망인의 오른쪽 옆구리가 닿고 상체는 밖으로 나가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원고 2 등 자녀들이 망인의 양쪽 다리를 잡고 울면서 ‘아빠 그러지 마세요’하며 싸움을 말리자 원고 1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처가에 전화를 하기 위하여 베란다를 떠나 거실 쪽으로 갔는데, 그때 망인이 갑자기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렸다.
㈓ 원고 1은 자녀들로부터 망인이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렸다는 말을 듣고 자녀들에게 119에 신고하라고 하면서 밖으로 나갔는데, 망인은 아파트 화단 나무 사이에 안면이 하늘을 향한 채 떨어져 있었고, 응급차로 병원에 도착하기 전 사망하였다.
㈔ 경찰의 사고 조사 당시 원고 2는, 원고 1이 망인에게 욕과 폭행을 하면서 베란다 창문으로 밀다가 자신과 동생의 만류로 싸움을 그만두고 부엌 쪽으로 가는 사이 망인이 베란다 창문으로 혼자 뛰어 내렸다고 진술하였고, 경찰 및 검찰은 조사 결과 이 사건 사고에 타살의 혐의가 없어 망인의 자살로 보인다고 판정하였다.
㈕ 한편, 이 사건 사고 전에 망인이 자살의사를 나타내는 언동을 한 적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고, 유서도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3) 이 사건 사고가 고의로 인한 것인지
우선 이 사건 사고가 망인이 고의로 뛰어내려 자살한 것인지, 아니면 과실 등에 의한 단순 추락사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앞에서 본 이 사건 사고 경위 및 사고 당시 망인의 태도, 베란다 난간의 높이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부부싸움 도중 급격한 심정적 변화를 일으켜 스스로 뛰어내려 목숨을 끊는다는 인식 하에 베란다 난간을 넘어 밖으로 뛰어내렸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일단 이 사건 사고는 고의에 의한 자살, 즉 면책사유의 하나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고의의 자살이 아니라는 취지의 원고들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사고가 정신질환상태에서 발생하였는지
다음으로 이 사건 사고가 망인의 정신질환상태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위 면책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살핀다.
㈎ 면책조항의 취지와 해석 일반론
일반적으로 상법 제659조에서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정한 취지는,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나 중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보험사고의 본질인 우연성이 결여되었고, 보험계약의 사행행위적 성질에 비추어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 중과실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까지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경우에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하면 보험계약자 등이 보험금 취득 목적으로 사고를 일으켜 도덕적 위험이 발생할 염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정책적 이유 등에 있다.
나아가 상법 제732조의 2에서는 특히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등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자가 면책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상해보험의 경우에도 상법 제739조에 의하여 준용된다), 이는 피보험자의 사망이 중과실로 인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입증이 곤란하다는 점에 비추어 고의로 인한 보험사고만을 면책사유로 삼음으로써 유족 등 보험수익자를 보호하려는 정책적 고려에서 나온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면책사유의 하나로 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나아가, 위 약관은 위 면책사유의 예외로서 ①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 또는 ②계약의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는 경우에는 설사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살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되지 않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위 ①의 경우에 있어서 피보험자가 자살 당시 정신질환상태에 있었다면 사리를 분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하는 능력이 없거나 미약할 가능성이 높고 설사 스스로 자살을 결정하였다 하더라도 그 자살의사를 형성, 제어하는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으므로 이러한 경위로 형성된 자살의 고의에 대하여는 일반적인 의미의 고의(어떠한 사실, 행위, 의미, 결과 등을 인식하고 있는 정신상태)와 같은 취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위 ①의 예외규정은 정신장애로 인한 심신상실로 인하여 아예 고의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이러한 경우는 위 면책예외규정이 없더라도 직접 고의를 조각하여 면책될 수 있을 것이다) 외에도, 고의를 인정할 수는 있지만 정신장애로 인하여 그 고의를 정상적으로 형성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던 자를 구제하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 자살은 자살자 본인 내·외의 비정상적인 요인들로 인하여 초래되는 심각한 병적 현상임을 부인할 수 없는데, 그렇다고 해서 자살이 일어난 대부분의 경우를 정신질환상태 하에서의 자살이라고 쉽게 보아 보험자가 면책되지 않는 것으로 할 것도 아니다. 따라서 피보험자가 자살 당시 정신질환상태에 있었는지에 관하여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자살자 주변의 상황·환경, 자살자의 태도, 병력, 자살의 경위·수단방법·동기·목적 등을 탐지, 종합하여 자살자 본인이 과연 자살 당시 정상적인 분별력과 자유로운 의사결정으로 자살을 결정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를 신중히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피보험자가 종래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거나 평소 자살의 징후를 나타냈다는 사정은 위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근거가 될 수는 있겠지만, 자살이 반드시 계획적이라거나 정신질환의 필연적 결과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평소 자살자에게 내재되어 있던 자살경향에다가 순간적인 상황악화로 인하여 발생하는 직접동기가 추가됨으로써 우발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져 자살하게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도 염두에 두고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와 같은 상태에서의 자살의 경우에는 위에서 본 ‘고의사고 면책’ 규정의 기본취지, 즉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도덕적 위험의 방지라는 목적과는 관련이 없거나 그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점도 위 약관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위 ②의 면책예외사유에서는 보험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는 설사 피보험자가 명백히 자살하였다고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책임개시일부터 근접한 일정한 기간 내에는 보험금 수취 목적의 자살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난 뒤에는 그러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점을 고려하여 그 기준시를 2년으로 정하고 2년 경과 후에는 자살의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정한 것이라고 보인다. 그러한 취지를 감안하여 보면, 비록 2년의 기간 내에 자살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위 ①의 사유에 의한 보험자의 면책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피보험자가 과연 보험금 수취를 염두에 두거나 목적으로 하여 자살하였을 것인지 여부도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어야 하고, 보험금 수취 목적의 자살이라는 위험성이 없다고 보이는 한, 위 면책의 예외로서의 ‘정신질환상태’라는 개념도 넓게 해석함이 상당하다.
결국, 위 면책의 예외사유로서 ‘정신질환상태에서 고의로 자신을 해친(자살한) 경우’란 자살자가 평소의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자살의 징후와 준비과정을 거쳐 자살하는 경우만으로 제한적으로 볼 것은 아니며, 위의 정신질환상태에는 외인성(外因性), 내인성(內因性) 외에도 심인성(心因性) 정신질환, 즉 명확한 신체요인 또는 뇌의 기질적인 변화 없이 강렬한 심리적·정신적 원인이 작용하여 발생하는 병적인 정신상태를 포함하고, 협의의 정신병, 신경병 외에 인격장애나 주취명정상태로 인한 심신미약상태, 고도의 급성스트레스반응 등 일시적 정신질환상태도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 이 사건에서의 판단
위와 같은 관점에서 이 사건을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종전부터 망인의 남편인 원고 1이 운영하는 사업이 그리 잘 되지 아니하였고 시댁이나 친정 식구들 간의 재산문제까지 겹쳐 서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자녀 셋을 두고 살림을 하는 가정주부이자 남편의 회사에도 근무하는 등 비교적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이는 점, 특히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약 1년 전인 2002. 11.경 만 37세에 가까운 나이에 셋째 딸인 원고 4를 출산하였고 그 뒤 출산과 관련된 유방 및 수유의 장애 등으로 의료기관의 치료를 수차례 받았을 뿐만 아니라, 2003. 7.에는 충수절제수술까지 받았으므로 신체적 건강상태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산후 후유증(우울증 등)으로 쇠약해져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사고 무렵 망인은 원고 1에 대한 보증문제로 남편과 친정식구들 사이에서 갈등을 겪어 오다가 사고 당일 밤에도 밖에서 술을 먹고 들어온 원고 1과 부부싸움을 하게 되었는데, 서로 전화기를 집어던지고 텔레비전을 쓰러뜨리기까지 하였으며, 원고 1이 욕을 하면서 망인의 뺨을 수회 때리고 머리카락을 잡고 다시 몸을 잡아끌어 베란다로 끌고 간 다음 ‘같이 죽자’며 상체를 난간 밖으로 밀어내자 자녀들이 망인의 다리를 잡고 울며 원고 1을 말리는 등 상호간에 매우 흥분된 상태에서 과격하게 싸움을 하였고 망인은 남편의 폭행으로 인한 피해자였던 점, 중도에 원고 1이 행동을 그치고 거실로 돌아갔으나 그 자리에는 위와 같이 싸움을 말리던 자녀들이 보고 있는데도 망인은 순간적으로 베란다 난간을 넘어 뛰어내림으로써 자살하고 말았는데, 이는 예상외의 돌발적인 행동일 뿐더러 정상적인 정신상태에 있는 부녀라면 울면서 싸움을 말리는 자녀들 앞에서 차마 결행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보이는 점, 이 사건 사고 전 망인에게 자살의 징후가 되는 어떠한 언동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특히 통상의 자살자에게서 발견되는 유서도 없는 점 등 제반 정황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이 이 사건 보험금의 수령을 염두에 두고 자살을 하였다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반면에, 망인은 평소부터 가사, 건강, 금전문제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하여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암암리에 자살의 원인(遠因)을 형성하였다가, 사고 당일 싸움 중에 발생한 극도의 흥분 및 심리불안 상태를 이기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정신적 공황상태를 일으켜 정상적으로 사물을 분별하거나 의사를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져 스스로 베란다 밖으로 몸을 던지게 되었다고 보이고, 그밖에 망인이 다른 원인으로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원인으로 망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제한된 심신미약상태 역시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정한 정신질환상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결국 그러한 상태에서 고의로 자신을 해쳐 사망한 경우에는 위 면책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여 피고는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하겠다. 따라서 피고의 면책 주장은 이유 없고, 원고의 면책예외사유 주장은 이유 있다.
라. 지급할 보험금 및 지연손해금의 범위
(1) 보험금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보험금의 수익자는 망인의 법정상속인이고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의 법정상속분은 배우자인 원고 1이 3/9, 자녀인 원고 2, 3, 4가 각 2/9씩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보험금 150,000,000원(주계약분 100,000,000원 + 재해사망분 50,000,000원)을 원고 1에게 50,000,000원(150,000,000 × 3/9), 원고 2, 3, 4에게 각 33,333,333원(150,000,000 × 2/9, 원미만 버림)씩 나누어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지연손해금
원고는 위 보험금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일인 2003. 10. 31.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것을 구하고 있다.
살피건대 을 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 약관에서 보험수익자가 구비서류를 갖추어 보험금을 청구하면 피고는 서류 접수일부터 3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하되 지급사유의 조사나 확인이 필요한 때에는 접수 후 10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원고들이 2003. 12. 3.경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가 보험금지급을 거절한 사실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피고로서는 보험금을 지급하기에 앞서 망인의 자살 여부, 정신질환상태 여부 등을 조사·확인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니, 보험금청구일인 2003. 12. 3.부터 위 약관이 정한 10일의 기간이 끝나는 2003. 12. 13.까지는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였어야 하고, 그 다음날인 2003. 12. 14.부터는 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지체책임으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상사법정이율인 연 6%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이 사건 보험금으로 원고 1에게 50,000,000원, 원고 2, 3, 4에게 33,333,333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03. 12. 14.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선고일인 2005. 8. 12.까지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이 일부 다른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한 원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하여 피고에게 위 돈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이진성
판사
박종택
판사
문광섭
http://insclaim.co.kr/21/863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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