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및 후유장해, 기타보험금
-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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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보험자의 면책사유를 규정한 상법 제659조 제1항의 법의 및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 소정의 이른바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이 위 조항의 적용대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카23899 전원합의체 판결 [보험금] [공1992.2.15.(914),652]
- 작성일
-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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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보험자의 면책사유를 규정한 상법 제659조 제1항의 법의 및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 소정의 이른바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이 위 조항의 적용대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카23899 전원합의체 판결 [보험금] [공1992.2.15.(914),652]
판시사항
가. 보험자의 면책사유를 규정한 상법 제659조 제1항의 법의 및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 소정의 이른바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이 위 조항의 적용대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나. 보험약관에 있어 약관의 내용통제원리로 작용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의 의미와 이에 반하는 약관조항의 해석방법(=수정해석)
다. 위 “가”항의 무면허운전면책조항에 대하여 수정해석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적극)와 유효한 조항으로 유지될 수 있는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의 의미
판결요지
가.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를 직접 유발한 자 즉 손해발생원인에 전적인 책임이 있는 자를 보험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려는 것이므로 보험약관에서 이러한 손해발생원인에 대한 책임조건을 경감하는 내용으로 면책사유를 규정하는 것은 상법 제663조의 불이익변경금지에 저촉되겠지만, 손해발생원인과는 관계없이 손해발생시의 상황이나 인적 관계 등 일정한 조건을 면책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위 상법 제659조 제1항의 적용대상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인바,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 제10조 제1항 제6호 소정의 책임보험조항의 ‘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이른바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은 사고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발생시에 무면허운전중이었다는 법규위반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상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이므로 위 상법 제659조 제1항의 적용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7조 제2, 3호가 규정하는 바와 같은 약관의 내용통제원리로 작용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은 보험약관이 보험사업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작성되고 보험계약자로서는 그 구체적 조항내용을 검토하거나 확인할 충분한 기회가 없이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계약 성립의 과정에 비추어, 약관 작성자는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 즉 보험의 손해전보에 대한 합리적인 신뢰에 반하지 않고 형평에 맞게끔 약관조항을 작성하여야 한다는 행위원칙을 가리키는 것이며, 보통거래약관의 작성이 아무리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여도 위와 같은 행위원칙에 반하는 약관조항은 사적자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법원에 의한 내용통제 즉 수정해석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며, 이러한 수정해석은 조항 전체가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조항 일부가 무효사유에 해당하고 그 무효부분을 추출배제하여 잔존부분만으로 유효하게 존속시킬 수 있는 경우에도 가능하다.
다. 위 “가”항의 약관 소정의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을 문언 그대로 무면허운전의 모든 경우를 아무런 제한 없이 보험의 보상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절취운전이나 무단운전의 경우와 같이 자동차보유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면서도 자기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무단운전자의 운전면허소지 여부에 따라 보험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생기는바, 이러한 경우는 보험계약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고 보험자가 부담하여야 할 담보책임을 상당한 이유 없이 배제하는 것이어서 현저하게 형평을 잃은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보험단체의 공동이익과 보험의 등가성 등을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므로 결국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성이 없는 무면허운전의 경우에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그 조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공정을 잃은 조항으로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 2항, 제7조 제2, 3호의 각 규정에 비추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은 위와 같은 무효의 경우를 제외하고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조항으로 수정해석을 할 필요가 있으며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라고 함은 구체적으로는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등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진 경우를 말한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1) 보통거래약관 및 보험제도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보험약관의 해석은 일반 법률행위와는 달리 개개 계약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하되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 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다만 약관을 계약내용으로 편입하는 개별약정에 약관과 다른 내용이 있을 때에 한하여 개별약정이 우선할 뿐이다. 또 약관이 작성자인 기업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되고 고객에게 그 약관 내용에 관한 교섭이나 검토의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형성의 과정에 비추어 고객보호의 측면에서 약관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해석하여야 한다는 불명료의 원칙이 적용된다.
(2) 그러나 이와 달리 약관조항의 의미가 명확하게 일의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다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없는 때에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제한해석을 할 수 없고, 다만 그 내용이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한 경우에 강행법규나 공서량속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됨을 이유로 그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인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직접적 내용통제로서의 약관의 수정해석에 해당하는 것이다.
(3) 책임보험조항의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이 문언상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을 만큼 명백한 것이라면, 약관의 간접적 내용통제의 방법으로 제한해석을 할 수는 없고, 다만 불공정성 또는 불합리성을 이유로 한 직접적인 내용통제로서 약관의 수정해석을 시도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할 것이므로 다수의견이 약관규제법의 규정을 근거로 위 무면허면책조항을 수정해석한 것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4) 상법 제659조 제1항, 제663조에 의하여 손해발생이 보험계약자 등에 의하여 유발된 경우보다 보험계약자 등에게 불리하게 면책사유를 정할 수 없는 불이익변경금지의 제한은 손해발생원인에 의한 면책사유에 한하여 적용되고 손해발생시에 상황이나 조건에 의한 면책사유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5) 책임보험에 있어서의 보험사고원인인 자동차사고의 발생은 운전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행위의 결과이지 교통법규에 의한 면허취득 여부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므로,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은 사고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발생시에 무면허운전중이었다는 법규위반 상황을 중시하여 보험자의 보상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것이다.
[별개의견]
(1) 상법 제651조와 제653조는 단순히 보험계약의 해지사유만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보험자가 그와 같은 사유를 들어 보험계약을 해지함으로써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에 있어서의 보험자의 면책사유까지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원래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피보험이익에 대한 위험사정을 파악하여 이를 기초로 보험사고가 발생할 개연율을 측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위험을 인수할 것인지의 여부와 보험료 및 그 조건 등을 결정하는 것인바,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은 보험기간 중에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피보험이익에 대한 위험사정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에게 보험계약 당시에 그 위험사정을 고지할 의무를 지게 하고, 보험기간 중에도 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을 보험자의 동의 없이 변경하거나 증가시키지 아니할 위험유지의무를 보험계약자, 피보험자와 보험수익자에게 지우려는 것이 상법 제651조와 제653조의 규정취지이다.
(3)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피보험자가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자동차를 운전할 피보험자 등이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한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면, 이것은 바로 위험사정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보험자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할 것이고, 또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 등이 받은 운전면허가 취소되거나 그 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되었는데도 그대로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한 자에게 자동차의 운전을 허용하였다면, 이것은 피보험자 등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보험사고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4) 무면허라는 점에 관한 보험계약자 등의 고지의무위반사실이나 피보험자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무면허운전 사실을 알게 된 보험자는 그와 같은 사유만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 보험계약을 해지하였다고 하더라도 보험자는 일응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게 되지만,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무면허운전이 교통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한 때에는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해결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5) 자동차종합보험 중 책임보험에 있어서도 피보험자 등의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관하여 위에서 본 상법의 규정보다 보험계약자 등에게 불이익하게 규정한 면책약관은 효력이 없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보험계약자 등이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의 여부나 피보험자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무면허운전으로 인하여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인지의 여부를 가리지 아니하고, 무면허운전이라는 사실만을 기준으로 그 사실만 있으면 절취운전이나 무단운전의 경우까지 포함하여 보험자가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도록 정한 면책약관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를 상법 제4편 제1장의 규정보다 더 불이익한 지위에 빠뜨리게 하는 것이어서 상법 제663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
참조조문
가. 상법 제659조, 제663조 / 나.다. 민법 제2조, 제105조,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7조
참조판례
다. 대법원 1991.12.24. 선고 90다카16143 판결(동지), 1991.12.24. 선고 90다카16648 판결(동지), 1991.12.24. 선고 90다카25307 판결(동지)
원고, 피상고인
황원선
피고, 상고인
해동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명택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0.6.29. 선고 90나1594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피고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이 확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즉 원고는 1988.7.7. 피고와의 사이에 피보험차량을 원고 소유의 충북 7다7855호 봉고트럭, 보험기간을 같은 날 24:00부터 1989.1.7. 24:00까지로 하여 원고가 위 트럭의 운행으로 인하여 남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게 될 손해를 피고로부터 보상받기로 하는 내용의 대인배상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피고에게 그 보험료를 지급하였는데, 원고가 위 보험기간 중인 1988.9.3. 21:00경 청주시 우암동 123의 77 소재 원고 경영의 남선공업사 앞길에 위 트럭을 열쇠를 꽂아 둔 채 정차시켜 놓은 사이에 전에 위 남선공업사 종업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 소외 인이 이를 무단운전하여 가다가, 같은 날 21:10경 청주시 내덕동 소재 연초제조창 앞길에서 차도 우측단을 따라 손수레를 끌고 가는 소외 안달용을 위 트럭 앞부분으로 들이받아 그로 하여금 고도의 뇌좌상 등으로 현장에서 사망하게 하였다. 이에 위 망인의 유족들이 같은 해 11.2. 청주지방법원에 원고를 상대로 위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동 법원은 1989.7.7. 원고에게 위 망인의 유족들에 대하여 합계 금 21,099,284원 및 이에 대한 1988.9.4.부터 1989.7.7.까지 연 5푼의, 그 익일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1989.8.2. 항소기간의 도과로 확정되었다. 한편 위 보험계약의 내용인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 제10조 제1항 제6호에 의하면 피고는 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소외인은 아무런 자동차운전면허도 없이 위 사고 당시 혈액 1밀리리터당 알콜농도 2밀리그램의 주취상태로 위 트럭을 운전하다가 위 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전제로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사고는 무면허운전시에 생긴 사고로서 위 보험약관 소정의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데에 대하여,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중 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고 한 규정은 무면허운전시 발생한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경과실로 인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보험사고에 대하여는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책임이 없다는 상법 제659조 제1항의 반대해석과 당사자 사이의 특약으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불이익으로 변경하지 못한다는 같은 법 제663조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판시하고, 이 사건 사고는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인 원고가 열쇠를 위 트럭에 꽂아 둔 잘못이 원인이 되어 무면허운전자인 소외인이 무단운전하다가 발생한 것으로서 원고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라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경과실로 인한 사고에 있어서도 위 약관규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2.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 제10조 제1항 제6호는 책임보험조항에서 피고가 보상하지 않는 손해의 하나로 “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들고 있는바,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을 문언 그대로 해석한다면 무면허자인 소외 인이 무단운전중에 일으킨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그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는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에 해당되어 피고의 보상책임이 면제된다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교통의 발달로 자동차의 사용이 생활의 필요수단으로 일반화되고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피해자 보호의 측면이 강조되기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의 적용에 있어서도 자동차보유자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여 예컨대 무단운전이나 절취운전의 경우에도 자동차보유자에게 자동차관리상의 잘못이 있는 한 배상책임을 지게 하는 등 자동차보유자의 책임범위를 확장하는 추세에 있으며, 이와같이 자동차보유자의 배상책임범위가 확장됨에 따라 자동차보험에 의하여 자동차보유자의 경제적 수요를 충족받을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에 의하여 일률적으로 무면허운전의 경우를 보험의 보상대상에서 제외한다면, 무단운전이나 절취운전의 경우와 같이 자동차보유자는 피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면서도 자기의 지배관리하에 있지 않은 운전자의 운전면허소지 여부에 따라 보험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어 피보험자의 경제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자동차보험제도의 기능과 효용은 크게 감쇄되고 결과적으로 피해자보호도 소홀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원심은 위와 같은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의 불합리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제663조의 규정을 근거로 수정해석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나, 위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를 직접 유발한 자 즉 손해발생원인에 전적인 책임이 있는 자를 보험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려는 것이므로 보험약관에서 이러한 손해발생원인에 대한 책임조건을 경감하는 내용으로 면책사유를 규정하는 것은 상법 제663조의 불이익변경금지에 저촉되겠지만, 손해발생원인과는 관계없이 손해발생시의 상황이나 인적 관계 등 일정한 조건을 면책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위 상법 제659조 제1항의 적용대상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인바, 위 책임보험조항의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은 사고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발생시에 무면허운전중이었다는 법규위반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상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이므로 위 상법 제659조 제1항의 적용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3. 그런데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한다)에 의하면 제6조 제1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제2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및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침해하는 조항은 공정을 잃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또 제7조 제2, 3호는 면책조항에 관하여 상당한이유없이 사업자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거나 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시키는 조항,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담보책임을 배제 또는 제한하거나 그 담보책임에 따르는 고객의 권리행사의 요건을 가중하는 조항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약관의 내용통제원리로 작용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은 보험약관이 보험사업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작성되고 보험계약자로서는 그 구체적 조항내용을 검토하거나 확인할 충분한 기회가 없이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계약성립의 과정에 비추어, 약관작성자는 계약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 즉 보험의 손해전보에 대한 합리적인 신뢰에 반하지 않고 형평에 맞게끔 약관조항을 작성하여야 한다는 행위원칙을 가리키는 것이며, 보통거래약관의 작성이 아무리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여도 위와 같은 행위원칙에 반하는 약관조항은 사적자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법원에 의한 내용통제 즉 수정해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리고 이러한 수정해석은 조항전체가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조항일부가 무효사유에 해당하고 그 무효부분을 추출배제하여 잔존부분만으로 유효하게 존속시킬 수 있는 경우에도 가능한 것이다.
이 사건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을 문언 그대로 무면허운전의 모든 경우를 아무런 제한없이 보험의 보상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절취운전이나 무단운전의 경우와 같이 자동차보유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면서도 자기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무단운전자의 운전면허소지 여부에 따라 보험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생기는바, 이러한 경우는 보험계약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고 보험자가 부담하여야 할 담보책임을 상당한 이유없이 배제하는 것이어서 현저하게 형평을 잃은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보험단체의 공동이익과 보험의 등가성 등을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결국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또는 관리가능성이 없는 무면허운전의 경우에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그 조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조항으로서 위 약관규제법의 각 규정에 비추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은 위와 같은 무효의 경우를 제외하고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조항으로 수정해석을 할 필요가 있으며 그와 같이 수정된 범위 내에서 유효한 조항으로 유지될 수 있는 바,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라고 함은 구체적으로는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등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 하에 이루어진 경우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대체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가족, 친지 또는 피용인으로서 당해 차량을 운전할 기회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에 대하여는 묵시적인 승인이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4. 결론적으로 요약하면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 제10조 제1항 제6호의 무면허면책조항은 무면허운전의 주체가 누구이든 묻지 않으나 다만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등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면책을 정한 규정이라고 해석하여야 하며, 이와 같이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그 효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위 견해와 달리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에 대하여 직접적 내용통제로서의 수정해석을 배제한 당원 1990.6.26. 선고 89다카28287 판결의 견해는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결국 원심판결의 이유설시는 부당하나, 원심의 확정사실 자체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소외 인의 무면허운전에 대하여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인 원고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손해가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 제10조 제1항 제6호 소정의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결론은 결국 정당하고 논지는 이유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하는 바, 이 판결에는 그 이유설시에 관하여 대법관 김용준의 별개 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며 다수의견에 관하여 대법관 이회창의 보충의견이 있다.
6. 대법관 이회창의 다수의견에 관한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1) 보험약관의 해석에 관하여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여러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다수의견이 제한해석이 아닌 수정해석의 방법을 채용한 점에 관하여 의견을 보충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법률행위의 해석은 표시행위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표현된 당사자의 의사를 밝혀내는 작용이라고 일컬어지며,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히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보충적으로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 관습, 임의법규 또는 신의칙 등을 해석기준으로 삼아 해석을 하게 되나,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히 표시되어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보충적 해석기준을 적용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밝혀낼 여지가 없고 다만 명시된 내용이 사회질서 기타 강행법규나 신의칙에 위반되는 경우에 그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인할 수 있을 뿐이다.
위에서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히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 법원이 보충적인 해석기준에 의하여 그 내용을 해석하는 것을 법률행위에 대한 간접적인 내용통제라고 말한다면,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히 표시된 경우에 그 명시적 내용이 사회질서 기타 강행법규나 신의칙에 위반됨을 이유로 그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인하는 후자의 경우에 직접적인 내용통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보험약관의 해석도 위와 같은 법률행위해석의 기본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나, 다만 보통거래약관과 보험제도의 특성에서 오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차이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먼저 보통거래약관은 법규가 아니라 계약의 문례이며, 그 구속력의 근거는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하기로 하는 보험계약당사자 사이의 합의 즉 법률행위에 있으나( 당원 1985.11.26. 선고 84다카2543 판결; 1986.10.14. 선고 84다카122 판결; 1989.3.28. 선고 88다카4645 판결 및 1990.4.27. 선고 89다카24070 판결 각 참조), 다만 위와 같은 약관편입의 합의는 약관전체를 일괄하여 그 대상으로 하고 약관의 개별조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일단 약관편입의 합의가 있은 이상 계약당사자가 구체적으로 약관의 개별조항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도 구속력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다. 위와 같이 보통거래약관의 구속력의 근거는 법률행위에 있지만 보통거래약관이 정형적으로 행해지는 대량거래의 규율을 목적으로 하는 것임에 비추어 그 약관의 내용은 개개 계약체결자의 의사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함이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 획일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결국 보통거래약관의 구속력의 근거는 법률행위에 있다고 하여도 그 약관내용의 해석에 있어서는 법규적 해석, 객관적 해석의 원리가 적용됨을 알 수 있다.
한편 보험제도는 보험사업자가 특정한 동종의 위험에 놓여 있는 다수인으로 보험단체를 구성하고 미리 일정한 금액(보험료)을 거출케 하여 위험에 대비한 공동비축기금을 형성한 후, 그 위험이 현실화되어 손해를 입은 구성원에게 그 기금에서 일정한 금액(보험금)을 지급하여 그 손해를 전보케 하는 단체적 공동비축제도인바, 우연한 사고라고 할지라도 다수인을 대수적(大數的)으로 관찰하면 일정한 기간 내에 발생하는 사고의 빈도는 평균적으로 일정하다는 대수의 법칙에 따라 통계적으로 사고의 개연율과 사고에 대비한 소요총액을 측정하여 각 구성원이 각자의 위험율에 따라 부담거출하는 보험료의 총액이 손해전보를 위하여 지급하는 보험금의 총액과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위험공동체인 보험단체의 구성은 보험사업자가 보험단체구성원을 위하여 인수 내지 담보하는 위험의 내용과 범위, 즉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할 사유와 그 지급의무의 한계 등을 보통보험약관에 담아 감독관청의 허가나 인가( 보험업법 제5조 제3항 및 제7조 제1항)를 받은 다음 개개 보험가입자와 사이에 약관을 편입한 보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위와 같은 보통거래약관 및 보험제도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보험약관의 해석은 일반 법률행위와는 달리 개개 계약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하되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 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다만 약관을 계약내용으로 편입하는 개별약정에 약관과 다른 내용이 있을 때에 한하여 개별약정이 우선할 뿐이다. 또 약관이 작성자인 기업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되고 고객에게 그 약관내용에 관한 교섭이나 검토의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형성의 과정에 비추어 고객보호의 측면에서 약관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해석하여야 한다는 불명료의 원칙이 적용된다.
결국 보험약관의 해석에 있어서 약관조항의 의미가 그 문언상으로나 작성취지로 보아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보충적 해석기준과 불명료의 원칙에 따라 이를 제한해석할 수 있으나, 이와 달리 약관조항의 의미가 명확하게 일의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다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없는 때에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제한해석을 할 수 없고, 다만 그 내용이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한 경우에 강행법규나 공서양속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됨을 이유로 그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인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직접적 내용통제로서의 약관의 수정해석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의 책임보험조항 중 무면허운전면책조항(제10조 제1항 제6호)의 규정내용을 보면 “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라고 되어 있는바, “자동차의 운전자”라고만 표현하여 운전의 주체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또 무면허운전이라는 상황을 면책조건으로 하고 있을 뿐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귀책사유에 기인하거나 사고발생의 원인이 된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으므로, 위 조항의 문언은 매우 간단명료하여 운전의 주체가 누구이든 간에 무면허운전중에 사고가 생긴 경우에는 보험자의 보상책임을 면제한다는 취지임이 명확하고 그 조항 자체로서는 불명료하거나 의심스러워서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다.
이는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이 자손사고의 상해보험조항(약관 제21조 제1항 제3호)에서는 책임보험조항과는 달리 “피보험자가 무면허운전 또는 음주운전을 하던 중 그 운전자가 상해를 입은 때”라고 규정하여 운전의 주체를 피보험자로 명백하게 지목하고 있고, 또 차량손해보험조항(약관 제27조 제14호)에서도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이들의 법정대리인……또는 자동차에 관계되는 이들의 피용자(운전자를 포함)가 무면허운전을 하거나 음주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손해”라고 규정하여 무면허운전의 주체를 위에 열거한 자들로 특정하고 있는 점과 대비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결국 위와 같이 책임보험조항의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이 문언상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을 만큼 명백한 것이라면,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약관의 간접적 내용통제의 방법으로 제한해석을 할 수는 없고, 다만 불공정성 또는 불합리성을 이유로 한 직접적인 내용통제로서 약관의 수정해석을 시도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할 것이므로 다수의견이 약관규제법의 규정을 근거로 위 무면허면책조항을 수정해석한 것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의 문면에 구애됨이 없이 당사자 사이에 무면허운전이 손해발생의 원인이 된 경우에 관한 면책사유로 하는 합리적인 의사합치가 있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우선 보험계약의 일방 당사자인 보험자는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을 손해발생의 원인에 의한 면책사유로 규정할 의사가 전혀 없었음이 명백하므로 위 견해는 일방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내용을 쌍방 당사자의 의사합치가 있은 것으로 의제하자는 것이어서 이 점에서 우선 부당하다. 뿐만 아니라 이미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보통보험약관은 그 구속력의 근거가 당사자의 편입 합의에 있다는 점에서 그 본질을 법률행위로 본다는 것뿐이지, 그 약관내용의 해석에 있어서는 법규적 해석, 객관적 해석의 원리와 위험공동체이론에 의하여 개개 계약당사자의 의사나 이해관계를 떠나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위험공동체인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를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하고, 다만 당사자가 약관내용과 다른 개별약정을 한 때에는 이것이 우선하며 또 약관내용이 불명료한 때에 한하여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해석할 수 있을 따름이므로, 개별약정이 없고 또 약관내용이 불명료하지 않는데도 계약당사자의 의사를 의제하여 문면과 다르게 면책원인을 제한하여 해석하려는 것은 위에서 본 보통보험약관의 해석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2) 다음에 상법 제659조 제1항과 위 무면허면책조항과의 관계에 관하여 다수의견의 견해를 보충하고자 한다.
상법이 보험통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험자의 면책사유로는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 제659조 제1항. 사망 또는 상해를 보험사고로 한 경우에는 고의에 한한다 - 제2항) 및 보험사고가 전쟁 기타 변란으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 제660조)의 두 가지이고, 한편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 제10조에 규정된 책임보험에 있어서의 면책사유를 보면, (1)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로 인한 손해(제1항 제1호), (2) 전쟁과 같은 비상사태로 인한 손해,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손해 및 핵연료물질과 같은 제어하기 어려운 원인으로 인한 손해(제1항 제2호 내지 제4호), (3) 피보험자가 제3자와 맺은 특약으로 말미암아 늘어난 손해(제1항 제5호), (4) 무면허운전시에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제1항 제6호), (5) 비사업용자동차를 영리목적으로 사용중에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제1항제7호), (6) 대인배상에서 피해자가 피보험자와 일정한 인적 관계 또는 고용관계에 있는 경우의손해(제2항), (7) 대물배상에서 피보험자 등의 일정한 지배 하에 있는 재물에 생긴 손해(제3항) 등이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로 열거되어 있다.
위 상법규정과 위 약관조항을 대조해 보면, 위 약관조항의 면책사유 중 (1) 은 상법 제659조 제1항에, (2)는 상법 제660조에 각각 대응하는 면책사유임을 쉽게 알 수 있는바, 이들 면책사유는 손해발생이 전적으로 보험계약자 등의 귀책사유에 기인하는 경우 즉 보험사고가 이들에 의하여 유발된 경우와 손해발생원인이 제어하기 어렵고 피해극대화를 초래할 성질의 것이어서 그 손해의 범위가 보험자의 합리적인 예견과 전보한계를 넘는 경우에 보험자의 책임을 예외적으로 면제하려는 것이므로 손해발생의 원인에 의한 면책사유라고 볼 수 있다(위 약관조항의 면책사유 중 (3)도 증가된 손해의 발생원인에 의한 면책사유라고 볼 수 있으므로 여기에 해당한다).
한편 위 약관조항의 나머지 면책사유인 (4) 내지 (7)은 어느 것이나 손해발생의 원인과는 관계없이 일정한 상황이나 조건 하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보험자가 인수하는 위험의 범위에서 이를 제외하려는 것이므로 손해발생의 원인에 의한 면책사유가 아니라 손해발생시의 상황에 의한 면책사유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상법 제659조 제1항, 제663조에 의하여 손해발생이 보험계약자 등에 의하여 유발된 경우보다 보험계약자 등에게 불리하게 면책사유를 정할 수 없는 불이익변경금지의 제한은 위 약관조항의 면책사유 중 손해발생원인에 의한 면책사유에 한하여 적용되고 손해발생시의 상황이나 조건에 의한 면책사유인 (4) 내지 (7)의 경우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물론 약관조항의 면책사유가 손해발생의 원인에 의한 면책사유인가 또는 손해발생시의 상황이나 조건에 의한 면책사유인가는 면책조항이 표현하는 실질적 의미에 의하여 가려져야 할 것이므로, 약관작성자가 상황이나 조건에 의한 면책사유와 같은 형식을 사용하였다고 하여도 그 실질적 의미가 손해발생원인에 관한 것이라면 상황이나 조건에 의한 면책사유로 볼 수 없음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위 약관조항의 면책사유 중 (6)의 무면허운전은 전형적인 손해발생시의 상황에 의한 면책사유에 해당한다.
다시 말하면 책임보험에 있어서의 보험사고원인인 자동차사고의 발생은 운전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행위의 결과이지 교통법규에 의한 면허취득여부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므로,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은 사고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발생시에 무면허운전중이었다는 법규위반상황을 중시하여 보험자의 보상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무면허자가 운전기술미숙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한 무면허자의 운전은 면허자에 비하여 사고발생의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 사고발생의 원인과 간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무면허운전의 면책요건은 이러한 사고발생의 개연성만이 아니라 무면허운전을 금지한 법규위반행위에 근거를 둔 것이며, 더구나 무면허자의 운전기술이 실제로 면허자에 못지 않거나 취득한 면허가 행정법규 위반으로 취소 또는 정지된 경우에는 무면허자의 운전이 면허자에 비하여 사고발생의 개연성이 크다고 볼 수 없어 면허소지 여부는 사고발생의 원인과 간접적인 인과관계조차 없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오직 무면허운전금지를 어긴 법규위반행위만이 면책요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위 무면허운전면책사유는 사고발생시의 무면허운전이라는 법규위반상항을 주된 면책요건으로 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하겠다.
(3) 끝으로 별개의견에 관하여 간략하게 언급한다.
별개의견은 보험자의 계약해지권에 관한 상법 제651조와 제653조를 넓은 의미에서 보험자의 면책사유를 규정한 것으로 보고 무면허운전은 보험사고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사정이므로 위 각 규정에서 계약해지요건으로 정한 위험사정고지의무위반 및 위험유지의무위반의 요건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면책사유를 정할 수 있는데도 이 점을 가려봄이 없이 무면허운전이라는 사실만으로 면책을 규정한 것은 상법 제663조의 불이익변경금지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선 위험사정고지의무 및 위험유지의무에 있어서의 위험이란 것이 별개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보험사고발생의 위험성을 뜻하는 것이라면, 운전기술미숙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못한 경우는 모르되 운전면허가 행정법규위반으로 취소되거나 정지됨으로써 무면허가 된 경우에는 그 무면허는 운전기술미숙과 관련이 없으므로 면허자에 비하여 보험사고발생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사정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무면허운전의 경우를 통털어 위험고지의무 및 위험유지의무에 관한 위 상법규정의 적용대상으로 보는 견해는 이 점에서 벌써 수용하기 어렵다.
또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이 무면허운전을 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의 범위에서 제외한 것으로 본 것은 무면허운전시의 사고를 애당초 보험사고에서 제외시키는 것과 같고, 이와 같이 본다면 자가운전종합보험의 경우에 운전면허가 취소되었을 경우 보험계약은 유효하게 존속하면서도 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은 소멸되어 보험자의 보상책임은 없는 기이한 결과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책임보험에 있어서의 보험사고란 피보험자가 자동차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함으로써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보험자는 이러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자기가 책임질 보상의 요건과 범위를 정하여 약관에 규정하게 되는 것이므로, 보험자가 인수하는 위험이란 위와 같은 보험사고 및 이에 대한 보상책임을 포함한 개념이다. 따라서 무면허운전사고라고 할지라도 피보험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 이상 보험사고임에는 틀림이 없으며, 다만 보상책임의 범위에서 이를 배제함으로써 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결과가 된 것에 불과하므로 이것을 애당초 보험사고 에서 제외한 것과 같이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자가운전종합보험의 경우에 사고발생전에 운전면허가 취소되었다면 더 이상 보험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 보험계약자는 언제든지 보험계약을 해지함으로써 계약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으므로( 상법 제649조), 보험계약자가 스스로 해지를 하지 않음으로써 보험자의 보상책임이 없는 계약관계가 존속하게 되는 결과가 되었다고 하여도 기이할 것은 없는 것이다.
또 별개의견은 보험자는 상인으로서 경제적 이익교량에 관심을 두고 무면허면책조항을 둔 것이지 무면허운전이 법규위반행위로서 이러한 범죄행위를 조장할 수 없다는 관점에서 둔 것은 아니며, 또 여러가지 법규위반행위 중 유독 무면허운전만을 면책사유로 삼아야 할 필연성도 없다고 주장한다.
보험약관이 상인인 보험자의 경제적 이익추구의 방편이라는 점에는 수긍이 가지만, 보험약관의 면책조항이 오직 영리추구의 관점에서만 설정된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보험약관의 면책조항이 보험상품의 요소에 속하는 것이긴 하여도 공익성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예컨대 보험계약자 등이 스스로 보험사고를 유발한 경우의 면책조항은 그것이 인위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의 우연성을 결여한다는 것 외에도 이러한 사고는 보험사고조작과 같은 사기적 범행을 조장하는 도덕적 위험(moral risk)을 내포한 것이라는 데에도 그 설정이유가 있으며, 보험의 선의계약성과 공익성이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무면허운전면책사유도 무면허운전이라는 법규위반행위의 반공익성에 주된 근거를 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특히 일단 취득한 면허가 취소 또는 정지된 무면허자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운전기술미숙으로 인한 사고발생의 개연성이 아니라 오직 무면허운전금지위반이라는 법규위반사유만이 면책근거로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여러가지 법규위반행위 중에는 무면허운전보다 중한 법규위반행위가 있을 수 있어 유독 무면허운전을 면책사유로 삼은 것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도, 이런 사실만으로 법원이 보험약관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사유는 되지 못하는 것이다.
7. 대법관 김용준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 중 피보험자가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하여 타인을 사상케 하거나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여 법률상 손해배상(대인배상 및 대물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에 관하여, “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는 보험자가 이를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정한 이른바 무면허운전면책조항(제10조 제1항 제6호)을 해석함에 있어서, 이 면책조항이 피보험자동차가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한(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경우를 포함한다) 제3자에 의하여 절취되거나 무단으로 운전되다가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처럼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성이 없는 무면허운전의 경우에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손해가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 소정의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정당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점에 있어서는, 다수의견과 결론을 같이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에 관하여는 다수의견이 취하고 있는 견해에 동조할 수 없으므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혀두는 것이다.
(1) 우리 상법은 제4편 제1장에서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5년 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자가 계약당시에 그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제651조), “보험기간중에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때에는 보험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함( 제653조)과 아울러,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보험자가 제650조 내지 제653조의 규정에 의하여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고 이미 지급한 보험금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 또는 위험의 현저한 변경이나 증가된 사실이 보험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이 증명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제655조) 있는바, 이와 같은 규정의 내용들을 종합하여 보면, 상법 제651조와 제653조는 단순히 보험계약의 해지사유만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보험자가 그와 같은 사유를 들어 보험계약을 해지함으로써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에 있어서의 보험자의 면책사유까지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기거나 전쟁 기타의 변란으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상법 제659조나 제660조에 따라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필요도 없이 막바로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게 되므로, 이와 같은 사유만을 본래적인 의미의 면책사유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결과적으로 보험자가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게 되는 점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는 것이다).
원래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피보험이익에 대한 위험사정을 파악하여 이를 기초로 보험사고가 발생할 개연율을 측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위험을 인수할 것인지의 여부와 보험료 및 그 조건 등을 결정하는 것인바,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은 보험기간 중에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피보험이익에 대한 위험사정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에게 보험계약 당시에 그 위험 사정을 고지할 의무를 지게 하고, 보험기간 중에도 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을 보험자의 동의 없이 변경하거나 증가시키지 아니할 위험유지의무(危險維持義務)를 보험계약자·피보험자와 보험수익자에게 지우려는 것이 상법 제651조와 제653조의 규정취지이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피보험자가 제3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자동차를 운전할 피보험자 등이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한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면, 이것은 바로 위험사정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보험자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할 것이고, 또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 등이 받은 운전면허가 취소되거나 그 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되었는데도 그대로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한 자에게 자동차의 운전을 허용하였다면, 이것은 피보험자 등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보험사고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왜냐하면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한 채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운전기술의 미숙이나 자동차 등 및 도로교통에 관한 법령에 대한 지식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교통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운전면허를 받고 운전하는 경우에 비하여 높다고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있어서도 무면허운전이라는 사정으로 인하여 그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가능성이 더욱 증가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면허라는 점에 관한 보험계약자 등의 고지의무위반사실이나 피보험자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무면허운전사실을 알게 된 보험자는 그와 같은 사유만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 보험계약을 해지하였다고 하더라도 보험자는 일응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게 되지만,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무면허운전이 교통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한 때에는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해결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무면허운전과 교통사고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보험자의 보험금액지급의무가 면제되는 것이지만 그와 같은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을 피보험자측에게 부담시키자는 것이다.
한편 상법 제663조는 “본 장의 규정은 당사자 간의 특약으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불이익으로 변경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상법 제651조 및 제653조와 제655조 등이 보험계약자·피보험자·보험수익자를 위한 반면적 강행규정(半面的 强行規定)임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과 같은 자동차종합보험 중 책임보험에 있어서도 피보험자 등의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관하여 위에서 본 상법의 규정보다 보험계약자 등에게 불이익하게 규정한 면책약관은 효력이 없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보험계약자 등이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의 여부나 피보험자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무면허운전으로 인하여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인지의 여부를 가리지 아니하고, 무면허운전이라는 사실만을 기준으로 그 사실만 있으면 절취운전이나 무단운전의 경우까지 포함하여 보험자가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도록 정한 면책약관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를 상법 제4편 제1장의 규정보다 더 불이익한 지위에 빠뜨리게 하는 것이어서 상법 제663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
(2) 다수의견은,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등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승인 하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위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유효한 것으로 보아 무면허운전과 교통사고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음을 피보험자측에서 증명한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은 손해발생의 “원인”에 의한 면책사유를 정한 것이 아니라 손해발생시의 “상황”에 의한 면책사유를 정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다수의견의 견해는 아래와 같은 이유 때문에 찬성하기 어렵다.
가. 먼저 다수의견이 취하는 위와 같은 견해는, 당사자 간의 특약으로 손해발생의 “상황”에 의한 면책사유를 정하는 것에 관하여는 상법 제663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손해발생의 “상황”에 의한 면책사유는 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즉 보험사고)의 범위에서 제외된 것(exclusions)이고, 상법은 손해발생의 “원인”에 의한 면책사유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손해발생시의 “상황”에 의한 면책사유는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이 아닌 한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자유로이 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본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살펴 볼 때, 자동차종합보험 중 책임보험에서 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은 “피보험자가 자동차의 사고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약관 제9조)로서, 여기에서 “자동차의 사고”라고 함은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모든 사고를 의미하는 것이고(약관 제1조 참조), 따라서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도 그것이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 이상 일단 보험사고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보지만, 그 사고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여 주지 않겠다는 보험자의 책임면제사유(exceptions)를 정한 것이 바로 위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이라고 보는 것이, 위 약관의 전체적인 내용에 부합되는 해석이 아닌가 한다. 만일 위 면책조항이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를 애당초 보험사고에서 제외시키겠다는 취지라고 해석한다면, 자동차종합보험의 일종인 자가운전종합보험에 있어서는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 등이 받은 운전면허가 취소되었을 경우 보험계약은 그대로 유효하게 존속함에도 불구하고 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은 아예 소멸하여 보험자가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은 없어져 버리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기이한 결과가 될 것이다.
또한 무면허운전이라는 “상황”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자동차종합보험에 있어서 보험사고의 발생가능성, 즉 위험이 증가된 상황을 가리키는 것에 다름아니라고 할 것인데, 이와 같은 상황에 관하여는 상법이 명문으로 보험자의 면책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별법인 상법의 명문규정을 제쳐 두고 굳이 민법의 일반조항인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나 신의성실의 원칙을 내세워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의 효력을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나. 다수의견은,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에서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을 둔 취지는 무면허운전이 중대한 법규위반행위에 해당하므로 이와 같은 법규위반의 상황 하에서 발생한 사고에 관하여는 그 무면허운전이 사고발생의 원인과 관련된 여부를 묻지 않고 보험의 보상대상에서 제외하려는 데에 있으며( 당원 1990.6.26. 선고 89다카28287 판결), 범법행위인 무면허운전중의 사고라도 그 사고와의 사이에 인과관계만 없으면 보상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범죄행위에 대한 조장 내지는 방조로도 볼 수 있다( 당원1990.6.22. 선고 89다카32965 판결)는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통보험약관은 보험계약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는 문례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자체가 법규범은 아닌 것인바( 당원1985.11.26. 선고 84다카2543 판결; 1986.10.14. 선고 84다카122 판결; 1989.3.28. 선고 88다카4645 판결; 1989.11.14. 선고 88다카29177 판결; 1990.4.27. 선고 89다카24070 판결 등 참조), 상인인 보험자로서는 무면허운전으로 인한 보험사고 발생가능성의 증대와 이로 인하여 지급하게 될 보험금액 총액의 증가나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을 약관에 둔 자동차종합보험상품의 판매가능성 등과 같은 경제적 이익교량에 관심이 있는 것이지, 무면허운전이 중대한 법규위반행위로서 이러한 범죄행위를 조장할 수 없다는 관점에서, 위와 같은 무면허운전면책조항을 두게 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에 의하면, 무면허운전과 견줄 만한 중대한 법규위반행위의 하나인 음주운전에 관하여서는 이를 책임보험에 있어서의 면책사유로 정하지 않고 있음(자동차사고로 피보험자 자신이 사상함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는 자손보험과 자동차에 생긴 손해를 보상하는 차량보험에 있어서는 음주운전을 면책사유로 정한 조항을 두고 있다)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종합보험에 있어서의 보험사고의 발생에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제한속도위반, 신호위반, 차선위반 등과 같은 도로교통법 등 관계법령을 위반하는 범죄행위가 수반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유독 무면허운전만을 법규위반행위라는 이유 때문에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삼아야 할 필요가 꼭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물론 무면허운전이 다른 도로교통관계법규 위반행위에 비하여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현저하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운전면허를 받아가지고 있던 피보험자가 실수로 정기적성검사를 받아야 할 기간을 넘겨서 운전면허가 취소되거나 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사실을 모르고 그대로 운전을 계속한 경우와 같이 법규위반으로 인한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다른 법규위반행위에 비하여 그다지 높지 아니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다. 보험은 동일한 종류의 위험에 처하여 있는 다수인이 그 위험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목적으로 보험단체를 구성하고 각자 보험료를 내어 공동비축기금을 형성한 후, 그 위험이 현실화되어 손해를 입은 구성원에게 보험금액을 지급함으로써 그 손해를 전보하여 주는 제도이므로, 대수의 법칙에 따라 측정된 보험사고발생의 개연율을 기초로 그 단체의 구성원이 거출하는 보험료의 총액과 보험사고의 발생으로 인하여 지급되는 보험금액의 총액 사이에 균형이 유지되도록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보험제도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를 보험사고에 포함시키게 되면, 다수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위와 같은 보험의 등가성(等價性)을 깨뜨리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와 무면허운전을 하는 경우에 있어서의 교통사고 발생가능성의 차이는 보험단체의 구성원 간에 위험의 동질성을 해칠 정도는 아닐 뿐만 아니라( 당원 1990.5.25. 선고 89다카17591 판결 참조), 특히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상법은 교통사고의 발생이 무면허운전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님을 피보험자측에서 증명하지 못하는 한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해지함으로써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를 보험사고에 포함시킨다고 하여 보험의 등가성이 깨어지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무면허운전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자가 무면허운전을 빌미로 하여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게 되면, 그와 같은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보험료 및 보험금액의 총액을 산출하는 요인에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므로, 보험의 등가관계가 침해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재판장
대법원장
김덕주
대법관
이회창
대법관
최재호
대법관
박우동
대법관
윤관
대법관
이재성
대법관
김상원
대법관
배만운
대법관
김주한
대법관
윤영철
대법관
김용준
대법관
김석수
대법관
박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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