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슈퍼박테리아 [Superbacteria] /브리태니커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박테리아.

항생제는 병원균에 의한 감염증을 치료하는 약물로서, 감염 증세에 뛰어난 효능을 보인다. 그러나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다 보면 병원균이 항생제에 스스로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점점 내성력이 강해지고, 이 때문에 더 강력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어떤 강력한 항생제에도 저항할 수 있는 박테리아가 생겨나는데, 이것을 슈퍼박테리아라고 한다.

세계 최초로 발견된 슈퍼박테리아는 1961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MRSA)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항생제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항생제는 반코마이신(vancomycin)으로, 1950년대 이후 황색포도상구균의 중증 감염증을 치료하는 데 사용해왔다. 그러나 1996년 이 항생제에도 강한 내성을 보이는 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상구균(Vancomyc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VRSA)이 일본에서 보고되었다.

VRSA는 특히 면역력이 약해진 인체에 들어올 경우 온갖 감염을 심화시키며, 현존하는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아 결국 패혈증(敗血症)을 유발해 생명을 위협하는 초강력 세균이다. 전문가들은 VRSA가 널리 퍼질 경우 맹장염이나 제왕절개 같은 간단한 수술도 마음 놓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균의 주된 감염장소가 병원이라는 점 때문인데, 병원에는 암환자나 수술 환자 및 각종 감염 환자가 모여들기 때문이다.

2002년 영국의 과학자들이 항생제를 제조할 때 널리 사용되는 토양균인 스트렙토마이세스 코엘리컬러(streptomyces coelicolor)의 유전자지도를 완성함으로써 항생제에 대한 슈퍼박테리아의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마련했다. 또한 같은 해 미국에서도 슈퍼박테리아 병원균에 항생제 저항성을 부여하는 핵심 유전자를 밝혀내는 등 슈퍼박테리아 퇴치를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항생제의 남용과 오용으로 인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져, 이 슈퍼박테리아를 퇴치한다고 해도 또 다른 슈퍼박테리아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퍼진 슈퍼박테리아인 MRSA는 미국에서만 연간 10만 명 이상이 감염돼 이 중 2만여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미국 보건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0년 9월에 '다제내성균 중 NDM-1유전자를 함유한 '카바페넴 내성 장내균(CRE)'을 법정 전염병으로 긴급 지정했다. NDM-1는 '뉴 델리 메탈로 베타 랙타매이즈(New Delhi metallo beta lactamase)'의 약자로 2008년 스웨덴 환자가 인도 뉴델리에서 수술 중 감염된 사실이 확인된 후 이름 붙여졌다. 이 박테리아는 현존하는 거의 모든 항생제에 저항하는 것으로 알려져 치명적인데,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후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도 잇따라 발견되면서 전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감염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에 한국에서도 NDM-1가 유입되면 최대한 조기에 발견해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법정 전염병 지정을 서두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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