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상해사망/의료사고/업무상재해
-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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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관계에 있던 甲에게서 이별통보를 받은 후 자살한 乙의 유가족들이 甲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甲의 행위와 乙의 자살로 인한 사망의 결과 사이에 법률적으로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한 사례
- 작성일
- 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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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법원 2015. 7. 21. 선고 2015가합263 판결 [손해배상(기)] [각공2015하,572] 확정
판시사항
연인 관계에 있던 甲에게서 이별통보를 받은 후 자살한 乙의 유가족들이 甲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甲의 행위와 乙의 자살로 인한 사망의 결과 사이에 법률적으로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연인 관계에 있던 甲에게서 이별통보를 받은 후 자살한 乙의 유가족들이 甲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甲과 乙 사이에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실혼 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연인 간의 결별선언이라는 행위가 통상적으로 상대방의 자살을 초래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甲의 행위와 乙의 자살로 인한 사망의 결과 사이에 법률적으로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750조, 제812조
원 고 |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귀옥) |
피 고 |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곽지환) |
변론종결 | 2015. 7. 14. |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100,780,685원, 원고 2에게 97,780,685원, 원고 3, 원고 4에게 각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7. 14.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 1, 원고 2는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고만 한다)의 부모이고, 원고 3은 망인의 동생이며, 원고 4는 망인의 조모이다.
나. 망인은 2011. 4.경 남미로 해외여행을 갔다가 4살 연상인 피고를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하였다. 당시 망인은 인천에서 원고들과 함께 지내며 대학교를 다녔고, 피고는 부산에서 교직생활을 했는데, 망인은 피고가 혼자 오피스텔을 얻어 거주하는 부산까지 주로 주말을 이용해 틈틈이 왕래하며 사귀어왔다.
다. 피고는 2014. 7. 13. 22:00경 망인에게 이별을 통보하였다. 망인은 곧장 부산에 내려가 다음 날 새벽인 2014. 7. 14. 04:00경 피고의 오피스텔에서 피고를 만났으나 결국 피고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였다.
라. 망인은 2014. 7. 14. 07:00경 피고의 오피스텔을 나서는 길에 위 오피스텔 건물 복도 끝 창문을 통해 스스로 건물 1층 바닥으로 몸을 던져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원고 2 본인신문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가. 피고는 망인과 3년 이상 교제하면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망인은 피고의 오피스텔에 자유롭게 출입하면서 길게는 1주일 이상 피고의 오피스텔에서 함께 지내기도 하였으므로, 피고와 망인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
나. 그런데 피고에게는 망인이 자살한 무렵 이미 소외 2와 교제하고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다.
① 피고는 망인이 자살한 지 약 7개월 후인 2015. 2.경에 소외 2와 결혼하였는데, 원고 2는 위 결혼식에 참석하였다가 피고와 소외 2가 피고가 망인과 헤어지기 전인 2013년 말경 또는 2014년 초경부터 교제해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② 원고 2는 망인의 자살 사건을 수사한 부산연제경찰서 경찰관이 수사기록을 넘겨보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우연히 망인이 자살한 무렵 피고와 소외 2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일부 보게 되었는데, 피고와 소외 2가 이미 서로 깊이 교제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화였다.
다. 결국, 망인은 피고가 소외 2와 몰래 교제하면서 망인과의 사실혼 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한 탓에 배신감 등 정신적 고통에 빠진 나머지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망인의 일실수익 및 위자료 상당의 손해 및 원고들의 위자료, 원고 1이 지출한 장례비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판단
가. 사실혼 관계의 존부
사실혼 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통념상 사회질서의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어야 한다.
망인은 원고들의 주소지인 인천에서 원고들과 함께 살고 있었고, 피고는 부산의 오피스텔에서 혼자 거주하고 있었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그렇다면 가사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망인이 피고의 오피스텔에 자유롭게 출입하였거나 피고의 오피스텔에서 길게는 1주일 이상 함께 지낸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망인과 피고 사이에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망인과 피고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있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
망인과 피고 사이에 사실혼 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이상, 가사 피고가 망인과 사귀는 동안에 소외 2와 교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실혼 관계의 부당파기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하여야만 성립될 수 있는 원고들의 불법행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기타
(1) 인과관계의 문제
불법행위와 결과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자살이라는 특별한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예견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한 상당인과관계는 부정된다. 다시 말해,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 및 후유증의 정도가 너무나 큰 나머지 이러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사람으로서는 통상적으로 그 고통을 견딜 수 없어 살아갈 희망이나 의욕을 상실하고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인정되어야 불법행위와 자살로 인한 사망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사건 전후의 정황으로 미루어 망인은 피고의 결별선언으로 인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택한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피고가 이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고, 아무리 깊은 사이였다고 하더라도 연인 간의 결별선언이라는 행위가 통상적으로 상대방의 자살을 초래한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들이 의심하는 피고의 행위와 망인의 자살로 인한 사망의 결과 사이에 법률적으로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2) 원고들의 증거신청에 관하여
이 사건 소송에서 원고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증거신청을 하였다.
순번 | 증거신청일시 | 증거신청내용 | 채부 |
1 | 2015. 2. 3. | 부산연제경찰서가 보관하고 있는 망인 자살 사건 관련자(피고 포함) 진술 일체와 피고가 망인, 소외 2 및 피고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일체 및 피고의 휴대전화 수발신내역에 대한 기일 외 서증조사신청 | 불채택 |
2 | 2015. 3. 23. | 위 기일 외 서증조사신청에 대한 채택 촉구 |
|
3 | 2015. 5. 6. | 부산연제경찰서에서 망인 자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에 대한 증인신청 | 채택(주1) |
4 | 2015. 5. 29. | 피고의 남편인 소외 2에 대한 증인신청 | 불채택 |
5 | 2015. 6. 8. | 위 기일 외 서증조사 재신청 | 불채택 |
채택주1)
위의 일련의 증거신청은 모두 원고들의 의혹, 즉 ‘피고가 망인 몰래 소외 2와 교제하였고, 그 이유로 망인에게 이별을 통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추측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피고의 망인에 대한 불법행위가 입증될 수 없는 반면, 위 증거신청이 채택될 경우 피고의 사생활과 가정생활이 돌이킬 수 없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피고의 남편인 소외 2에 대한 증인신청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에 경찰관에 대한 증인신청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신청은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라. 맺음말
모친인 원고 2는 망인이 군 제대를 6개월 연장하면서 모은 돈으로 반년간 중남미 여행을 떠날 만큼 건실한 청년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장손인 망인의 돌연한 죽음 이후 조부는 25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사망 당시 불과 26세였던 망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가족들 모두가 크나큰 충격을 받았을 것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젊은 남녀가 만나고 사귀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일어난 불행한 사고라고 할 수밖에 없으며, 천재지변이나 운명이 그렇듯이, 법률이 개입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앞서 든 증거에 따르면, 피고는 2013. 11.경 부모에게 망인과의 교제 사실을 알렸는데, 망인이 정식으로 취업한 상태가 아니고(1차 서류심사에만 합격) 나이 차도 많다는 이유로 반대가 심하자 약 8개월간 모친과 말을 안 하는 등으로 다투었던 사정이 보이는데, 현실적으로 결혼을 생각해야 할 31세의 나이였던 피고가 이 일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임을 추측할 수 있고, 피고 또한 망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려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할 것이다. 피고는 소외 2와 어린 시절부터 알던 사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이 어떤 경위로 연인 사이로 발전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지를 타인이 함부로 추측하거나 단정할 수도 없다].
앞서 밝혔듯이 법률은 ‘이런 행동을 하면 대개는 이런 결과가 발생한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원인행위만을 다룬다. 따라서 이별통보 후의 자살이라는 이례적인 선택을 두고 상대에게 법적 책임을 논하기는 어렵다. 설혹 미혼남녀가 서로 사귀다가 변심하여 다른 이성을 만나 그리되었다고 하더라도 법이 끼어들 문제는 못 된다. 법률이 인간사 갈등 모두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법정이 잘잘못을 가릴 수 있는 영역도 극히 제한되어 있음을 원고들에게 알릴 수밖에 없다.
4. 결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도진기
판사
이학승
판사
이기홍
주1) 위 증인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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