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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계약법

제목

[선박보험]보험목적물인 선박이 발항당시 감항능력이 없었던 경우 보험자가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제39조 제5항에 따라 위 선박의 침몰로 인한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하게 되는지 여부, 영국법에 따라 판결선고 전후의 지연손해금의 이율을 달리 산정한 사례, 서울고등법원 1989. 11. 8. 선고 88나22201 제6민사부판결 [보험금청구사건] [하집1989(3),4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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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71
내용

[선박보험]보험목적물인 선박이 발항당시 감항능력이 없었던 경우 보험자가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39조 제5항에 따라 위 선박의 침몰로 인한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하게 되는지 여부, 영국법에 따라 판결선고 전후의 지연손해금의 이율을 달리 산정한 사례, 서울고등법원 1989. 11. 8. 선고 8822201 6민사부판결 [보험금청구사건] [하집1989(3),42]

 

 

 

 

판시사항

 

 

. 보험목적물인 선박이 발항당시 감항능력이 없었던 경우 보험자가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39조 제5항에 따라 위 선박의 침몰로 인한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하게 되는지 여부

 

. 우리나라 민법에 규정된 것보다 장기인 영국법의 시효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민법 제184조 또는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지 여부

 

. 영국법에 따라 판결선고 전후의 지연손해금의 이율을 달리 산정한 사례

 

 

판결요지

 

 

.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39조 제5항은 기간보험의 보험목적물인 선박이 항해단계에 있어서 감항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묵시적 담보를 요구하지 아니하고 단지 피보험자가 선박의 감항능력 없음을 알면서(with the privity of the assured) 그러한 상태로 발항케 하였을 경우에 한하여 보험자가 면책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피보험자가 선박이 항해중 해상부표와 충돌하여 손상을 입고 그 결과 감항능력이 없게 되었음을 알고 있었다거나 적어도 감항능력이 없다고 의심할 여지가 있음에도 그 조사를 고의로 회피한 채 그대로 발항케 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입증되지 아니한다면 보험자는 단지 위 선박이 발항 당시 감항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위 선박의 침몰로 인한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 이 사건에서 보험금청구권의 시효소멸여부에 관하여 영국법의 시효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준거법의 문제로서 일단 영국법이 준거법으로 정하여진 이상 시효이익의 사전포기와 소멸시효의 배제, 연장 또는 가증을 금지한 민법 제184조가 적용될 여지가 없고 가사 피고의 주장이 시효에 관하여 영국법을 적용하는 것이 섭외사법 제5조의 공서양속규정에 위반된다는 취지라 하더라도 영국법상의 시효기간이 우리 민법상의 그것에 비하여 장기라는 점만으로는 이를 적용하는 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 영국법에 따라 판결선고 전후의 지연손해금의 이율을 달리 산정한 사례

 

 

참조조문

 

 

. 상법 제706조 제1, 영국 해상보험법 제39

 

. 민법 제184, 섭외소송법 제5

 

. 민법 제397,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

 

원고, 피항소인

에버퍼튠머린주식회사

피고, 항소인

제일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원심판결

1심 서울민사지방법원(85가합6219 판결)

 

주 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원심판결의 주문 제1항은 당심에서 청구감축에 의하여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미합중국법화 금 2,500,000불 및 이에 대한 1985.4.24.부터 1988.4.29.까지는 연 88, 그 다음날부터 완제에 이르기까지는 연 1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한국통화지급의 경우 그 지급당시 외국환은행 미국법화 대고객 전신환매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원심판결에서 가집행을 붙이지 아니한 나머지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 1항의 괄호안 기재와 같은 금원의 지급을 구하고(당심에서 감축),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라는 판결 및 가집행선고

 

항소취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라는 판결

 

이 유

 

 

1. 보험계약의 성립과 선박의 침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 소유의 선박 탠포리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의 선체 및 속구에 관하여 1984.8.18. 피보험자:원고, 선박관리인:연방해운주식회사, 보험선박:건조년도 1962, 철제화물선 9,729.92, 보험금액:미화 2,500,000, 보험기간:1984.8.19.04:00부터 1985.8.19.04:00까지(그리니치 표준시기준), 보험약관상 담보위험:(6.1.1)해상,,호수 또는 기타 향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한 위험(중간생략), (6.1.7) 또는 항만시설이나 장비와의 접축(중간생략), (6.2.3)선장, 고급선원, 보통선원 또는 도선사의 과실, (6.2.5)선장, 고급선원, 보통선원의 악행 등으로 인하여 발생된 손해를 담보하는 내용의 해상기간 보험계약이 체결된 사실 및 위 탠포리호가 1985.3.4.16:30경 콜롬보 앞 해상(그 지점에 관하여 원고는 북위 0747분 동경 8242, 피고는 북위 0740분 동경 8310분으로 주장한다)에 침몰될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2. 준거법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1호증의 1,2(보험증서)의 기재 및 원심증인 최병수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영국의 협회기간약관(-선박)(Institute Time Clause-Hulls)을 적용하기로 하였고 같은 약관에 의하면 이 보험에 관하여는 영국의 법률 및 관례에 준거하기로 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 관하여, 보험계약으로 인한 권리의무는 보험업자의 영업소의 소재지법에 의한다고 규정한 우리 섭외사법 제33조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보험사고의 발생

 

. 추정의 기초사실

 

각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6호증(항해일지), 같은 제8호증의 1 내지 3(각 선박구조도), 같은 제11호증의 1 내지 6(각 선원명단), 같은 제14호증의 1 내지 3(각 부표사진), 각 공증부분에 다툼이 없으므로 그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갑 제4호증, 같은 제12호증의 1 내지 8 및 같은 제21호증(이상 각 진술서), 같은 제16호증의 1(검정보고서), 같은 제26호증(검사인 진술서), 원심증인 박종세의 증언에 의하여 전정성립이 인정되는 같은 제20호증(보고서)의 각 기재와 원심증인 이유총, 같은 로이드, 같은 박종세의 각 증언에 당사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일부 배치되는 을제3호증(윅스의 공술서), 같은 제4호증(버드의 검정보고서), 같은 제18호증(선서진술서)의 각 기재와 원심증인 윅스 및 당심증인 포츠의 각 증언은 믿지 아니한다.

 

이 사건 선박에는 위 침몰당시 선장 이유총을 비롯한 7명의 중국인(국적 대만)2등항해사 루빈 에이 엘리산을 비롯한 17명의 필리핀인의 선원들이 승선하고 있었다.

 

이 사건 선박은 선수와 선미 사이에 1번부터 6번까지의 6개의 선창이 있고 1번선창 아래에는 좌우 이중저탱크(발라스트 탱크라고도 한다), 2번부터 6번까지의 선창 아래에는 각 좌우에 각 2개씩 4개의 이중저탱크(가운데 부분을 중앙 이중저탱크, 바깥쪽 부분을 측면 이중저탱크라 한다), 3번부터 6번 선창의 각 좌우 상부측면에는 각 상층탱크가 있으며 선수부분에는 선수창탱크가, 선미에는 기관실이 있다.

 

이 사건 선박은 1984.10.15. 대만 카오시웅항을 출항하여, 같은 해 10.24. 싱가폴항에 도착, 선장 등 6명의 선원이 교체탑승하였고, 같은 해 11.20.경 콜롬보항을 거쳐, 같은 해 12.3. 담만항에 도착하여, 선박상부 제2번선창 측면(wing)탱크의 외판이 녹이 슬어 수평으로 균열이 간 것이 발견되어 철판을 그 위에 대고 용접을 하는 방법으로 수선을 하였다.

 

담만에서 다시 콜롬보로 돌아와 3,4번 선창의 갑판을 용접하고 같은 해 12.28. 파라디프를 향하여 출발하였는데 같은 해 12.29. 엔진에 고장이 나서 10여일간 표류 끝에 1985.1.9. 콜롬보로 다시 귀환하여 수리를 하였다. 1.11.4,5번 선창 사이의 격벽이 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용접으로 때웠다. 같은 해 1.12.에는 보험회사 검사인이 승선하여 배를 검사하였다.

 

같은 해 1.26. 캔들라항으로 소금 등 화물을 싣기 위하여 출항하였고, 소금선적에 대비하여 선창에 대하여 석회세척을 하였다.

 

강을 따라 올라가기 위하여 앞 뒤 균형을 맞추려고 선수쪽과 4번 선창에 물을 채웠는데 이때 선수창 표면이 새는 것을 발견하고 용접을 하였다. 선수창부분은 망치로 두르려 보자 망치가 깊이 들어가기까지 하였다.

 

같은 해 2.3. 캔들리항 도착후 선창과 발라스트 탱크에 들어 있던 물은 빼냈다.

 

2.5.에는 쥐··데이브 앤드 존스회사 소속의 검사인 판카즈아나트라이데이브가 화물선적전에 선창의 찌꺼기유무, 틈새유무, 물기유무, 석회세척실시여부, 발브의 조임, 카바가 잘 덥혀 있는지 여부 등을 검사하였다.

 

위 항구에서 소금 13,542, 벤토나이트 1,806톤을 적재하였다.

 

같은 해 2.14. 캔들라항을 나와 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카치만에 들어갈 때 배밑이 긁히는 것을 선장, 1등항해사, 목수, 1등기관사, 1급유사 등이 감지하였다.

 

그후 냉각장치에 펄이 들어가 회전속도가 떨어져 튜나부표에 배를 정박하고 같은 날 10:20부터 다음날 06:00경까지 이를 세척하였다. 2.16. 14:15경 북위 2238, 동경 6913분 지점 부근에서 선박 우현 4,5번 선복에 대양용항해부표가 2,3회 부딪친 다음 선박밑으로 들어가 선박밑을 긁고 지나갔다. 당시 선장은 선실에서 쿵하는 소리를 듣고 갑판에 올라와서 부표가 선미에 있는 것을 목격하였고, 당시 2등항행사가 선교에서 당직근무중이었는데 배가 조류에 밀려 부표 쪽으로 향하여 가는 것을 보고 배가 정상항로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조종석으로 달려가 나침반을 보는 순간 부표가 배의 우현 쪽을 3번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다. 4번 선창 옆 우측갑판에서 청소하고 있던 목수(산체스)가 최초의 충격소리를 듣고 즉시 오른쪽 난간으로 뛰어가서 대양용항해부표가 4번 선창과 5번 선창을 부딪치는 것과 배밑으로 들어갔다 좌측 뒤로 나오는 것을 목격하였다. 1등항해사는 하부층의 자기 선실에서 큰 소리를 듣고 배가 우현으로 기우는 것을 느꼈고 배밑을 따라 쇠사슬이 긁고 지나가는 것을 들었으며 선교에 올라와 부표가 좌현 뒤쪽에 떠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1층기관사 욕실에 있던 3등항해사도 세찬 꽝소리를 들었다. 기관실에 있던 1등기관사 및 3등항해사는 배가 갑자기 심하게 우현으로 다음에는 좌현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느꼈고 엔진의 회전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당시 이 사건 선박의 항해속도는 8 내지 8.5놋트, 조류의 속도는 약 2.35놋트이었으며, 이 사건 선박의 외피철판의 두께는 12 내지 16.5밀리미터이었고, 카치항의 대양용항해부표는 탑모양으로 상하 동작형이고 그 표면철판의 두께는 약 12밀리미터, 높이는 12 내지 13피트, 무게는 13, 직경 12피트로서 쇠사슬로 해저에 고정되게 되어 있었다.

 

선장은 위 충돌후 즉시 배의 이상유무를 점검하였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항해를 계속하였다.

 

2.17. 선수탱크와 4,5번 우현선장 빌지(선창 바닥 모서리 쪽에 설치된 가로, 세로 각 90센치, 깊이 70센치의 홈통)4,5, 우현이중저탱크에서 2,3센치 수위의 물이 발견되어 펌프로 이를 빼냈으며 그날 이후 매일 같은 작업이 계속되었는데 물의 양과 작업시간이 매일 증가하였다. 다른 곳에서는 물이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2.24. 콜롬보항에 도착하였다가 3.1. 치타공을 향하여 출항하였다. 이 사건 선박의 선장은 출항에 앞서 위와 같은 침수가 4,5번 선창에서만 발견되고 그 양이 증가하고 있었으므로 선박외판의 손상여부를 점검하여 수리를 한 후 출항하였어야 함에도 위와 같은 물의 발생은 화물에서 나온 것이거나 빌지파이프가 새는 것으로만 가벼이 생각하고 그와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출항하였다. 위 항해도중 계속하여 우현 4,5번 선창과 이중저탱크에서 물이 발견되어 펌프로 빼내는 작업을 하였다.

 

출항당시 선수가 아래로 기울어서 선수창의 물을 빼내고 5,6번 이중저탱크에 물을 채웠다.

 

콜롬보항을 출항한 후의 날씨는 뷰포트항해등급 3 내지 5, 더글러스파도등급 2 내지 3등급으로 대체로 양호한 편이었으나 배가 대륙붕을 따라 바다지면이 급경사인 곳으로부터 평탄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항해를 하였으므로 밀어 올려치는 파도와 케이프 지역에서 일어나는 3각풍랑 등을 만나기도 하였다.

 

같은 해 3.4. 아침까지는 이렇다 할 이상이 없이 항해가 계속되었다. 선창이나 이중저탱크의 침수여부는 목수인 산체스가 그 계측을 담당하고 있었고 매일 06:0016:00에 각 구역의 계측을 실시하였다. 3.4. 아침 06:30 위 산체스가 계측을 실시한 결과 우현 6번 선창에서 4미터 수위의 물을 발견하고 즉시 이를 보고한 다음 나머지 선창에 대하여도 계측을 하였더니 4,5번 선창에서도 같은 양의 물이 발견되었으며, 선수창과 우현 4,5번 중앙 및 측면 이중저탱크는 물이 가득차 있고 좌현 4,5 이중저탱크에는 약간의 물이 있으며 나머지 탱크들은 정상이었다.

 

이 사건 선박에는 좌, 우현에 각 1개씩의 전동회전식 발라스트펌프, 우현에는 위 발라스트펌프와 같은 용량의 일반펌프(general service pump), 좀더 작은 크기의 전동왕복식 빌지펌프 및 소화용펌프가 있었는데 발라스트펌프의 용량은 시간당 248입방미터이고 4,5번 중앙 이중저탱크의 용적은 119.9입방미터, 4번 측면 이중저탱크의 용적은 94.1입방미터, 5번 측면 이중저탱크의 용적은 88.7입방미터이며 위 침수당시 위 펌프들은 모두 정상으로 가동되었다.

 

선장은 같은 날 07:30(GMT 표준시간 02:00) 카우싱무선국을 통해 선주에게 위와 같은 침수사실과 양수작업을 전보로 알렸다. 위와 같은 양수작업에도 불구하고 화물창에 들어온 물은 점점 증가하여 선박은 우현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09:05(GMT 03:35) 선장은 배밑이 새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침수가 증가하고 있는 사실을 다시 선주에게 같은 무선국을 통해 전보로 알렸다. 09:00 구명정을 준비하고, 09:30경 항로를 최인근의 스리랑카의 바티칼로아로 변경하였으며, 10:00 승무원들에게 대피준비를 지시하였고, 11:10(GMT 05:40) 선장은 화물창과 이중저탱크는 펌프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물이 들어오며 선원들이 위험한 상태에 처해 있다고 선주에게 같은 무선국을 통해 타전하였으며, 그 무렵 6번 화물창과 기관실격벽이 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여 기울어지고 그 틈새로 물이 기관실로 침수하기 시작하였으며 선장은 배의 구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11:45 구명정을 내리고 12:15(GMT 06:45) 구조전문(S.O.S)을 타전하고 선장은 선박포기명렬을 내렸다. 선원들이 모두 퇴선하여 선박포기가 완료된 것은 13:15경이었다. 15:00경부터 15:30경 사이에 부근 해역을 지나가던 그리스 선적의 크리티 사마리아호에 의하여 선원들이 구조되었으며 이 사건 선박은 16:30경 모든 선복에 물이 침수되어 선미부분이 가라앉고 곧이어 선박전체가 침몰하였다.

 

. 추정사실

 

위 인정의 기초사실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추정된다.

 

침몰당시 이 사건 선박의 펌프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었던 점, 밖의 해면에 잠수하여 24명이나 되는 선원들 몰래 선박외판에 인위적으로 구멍을 뚫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점, 해수를 이중저탱크에 넣기 위하여는 양수작업시와 같은 파이프를 사용하여야 하는데 이건 침수 당시 양수작업이 행하여지고 있었던 점, 이 사건 선박에 비치된 발라스트 펌프의 용량(248입방미터)4, 5번 우현 각 2개의 이중저탱크(합계용적 422.6입방미터)를 단시간에 비울 수 있는 크기이어서 발라스트 펌프를 가동하는 이상 이중저탱크에 물을 넣고 그 물이 발브를 통하여 선창으로 흡수되게 할 수 없는 점, 캔들라스항에서 소금 등을 선적하기 직전에 선창에 대한 검사가 행하여진 점, 이 사건 선박이 수령 23년의 노후선박이고 이건 항해전에도 수시로 외판과 내부 격벽의 손상이 있었던 점 등에 의하면 이 사건 선박의 위 침수는 선박외판에 균열이 생겨 그 틈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처음 침수사실을 발견한 3.4. 06:304, 5, 6번 선창과 4, 5번 우현 이중저탱크가 동시에 침수된 점 등에 의하면 4,5번 선창과 이중저탱크가 이어진 부분의 외판(margin plate)에 수평으로 손상이 있었고 그 틈으로 4, 5번 선창과 4, 5번 우현 측면 이중저탱크에 해수가 침입한 다음 5번 선창의 물이 6번 선창과의 격벽의 그 틈새로 6번 선창으로, 4, 5번 우현 측면 이중저탱크의 물이 같은 방법으로 4,5번 우현 중앙 이중저탱크로 침수되었다고 추정되며, 이 사건 선박이 같은 해 2.16. 부표와 충돌하였고 부표가 선박의 우현 4, 5번 선창부근을 충돌한 점, 위 부표가 무게 13, 직경 12피트, 길이 12 내지 13피트, 외판 두께 12미리미터로서 선박외판에 손상을 가할 수 있는 크기인 점, 당시 배에는 많은 화물이 실려 있었음에도 배가 충격으로 크게 흔들렸던 점, 위 충돌후 4, 5번 선창의 빌지에서 계속하여 물이 발견되었고 그 양은 계속 증가하였으며 다른 선창에서는 물이 발견되지 않았던 점, 그 이후 침몰시까지 외판에 손상을 가할 만한 다른 사고가 없었던 점 등에 의하면 위 손상은 위 부표와의 충돌로 생긴 것이라고 추정되고, 또한 이 사건 선박이 콜롬보를 출항한 후 케이프와 대륙붕연안을 항해함으로써 다소 큰 파도와 조우하여 배가 아래 또는 위로 휘어지는 형태의 운동을 하게된 점, 선창에 소금이 실려 있었으므로 침수된 물이 소금을 녹여 비중이 무거워지면서 외판이나 격벽에 보다 큰 압력을 가하게 되는 점, 위 침몰사고 당일인 3.4. 아침 계측당시에야 비로소 많은 양의 침수를 발견한 점 등에 의하면 위 부표와의 충돌로 생긴 균열이 항해를 계속하면서 배의 파도로 인한 흔들림과 비중이 무거운 소금물의 압력 등으로 조금씩 더 커지다가 위 침몰당일 무렵에는 균열부위가 압력을 더 이상 이기지 못하고 일시에 확대되어 침수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위와 같이 4, 5번 선창과 이중저탱크로부터 시작하여 6번 선창, 기관실 등을 침수시켜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하게 되었음이 추정된다.

 

위 추정에 어긋나는 을 제13호증, 같은 제18호증의 각 기재와 원심증인 김홍환, 당심증인 포츠의 증언은 위에 든 증거들에 비추어 믿지 아니한다.

 

피고 소송대리인은 이 사건 보험사고의 발생에 관하여는 영구법원의 포피엠사건이나 트로파이모로스사건 판결의 선례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사실발견의 문제는 법원의 전권사항이고 소론판결에 나타난 사안은 이 사건과 내용을 달리하므로 위 주장은 이유없다.

 

. 보험사고 발생에 관한 결론

 

따라서 이 사건 선박은 1985.2.16. 카치만에서 대양용 항해부표와 충돌하여 선박외판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선장인 이유충이 1985.3.1. 콜롬보항을 출항하기에 앞서 선창에서 발견되는 물이 선박외판의 손상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를 점검하고 그 수리를 한 후 출항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선박을 운항하여 항해도중 그 손상이 확대되어 바다에 침몰되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위 보험계약상의 담보위험인(6.1.7)항만시설 또는 장비와의 충돌과(6.2.3)선장의 위 과실이 경합하여 야기된 보험사고라 할 것이다.

 

4. 피고의 고의 침몰주장의 검토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의 이건 침몰사고는 선원들이 선주와 공모하여 고의적으로 침몰시킨 것이고, 우연한 사고에 의한 침몰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다음과 같은 사유들을 들고 있다.

 

(1) 항해일지, 서류 및 수화물

 

선장은 이 사건 선박이 고의에 의하여 침몰된 것을 은폐하기 위하여 당초 항해일지 및 항해서류 일체를 은닉시키려 시도하였다가 1985.3.16. 대만으로 돌아온 후 선주의 지시에 의하여 비로소 항해일지만이 제출되었고, 거의 모든 승무원이 이 사건 선박을 떠날 때 몇가지의 의류와 여권 및 선원수첩을 담은 가방을 들고 나왔으며 필리핀 승무원들은 심지어 라디오, 카세트, 녹음기 또는 티·브이세트 등 개인소지품을 가지고 나온 사실에 비추어 이 사건 선반의 침몰은 급격한 사유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계획된 방법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2) 라디오 통신

 

대북에 소재하고 있던 원고인 선주와 서울에 소재하고 있던 이 사건 선박관리인(연방해운)은 사고당일인 1985.3.4. 오전동안 계속적으로 선장으로부터 상세한 전문을 수차 받았으면서도 인근의 해난구조협회와 해군 등에 선박구조요청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고 선장도 승무원들이 구명정에 탑승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발전기가 정지될 때까지 긴급구조신호를 발송하지 않았으며 다만 선박이 완전히 포기되기 직전에 비상발전기에 의하여 그것도 긴급구조 주파수가 아닌 보통주파수로 구조신호를 보낸 점.

 

(3) 1등기관사의 침몰선박 재탑승

 

구명정에 타고 있던 1등기관사가 구조선 크리티 사마리아호가 시야에 나타나자 침몰중인 이 사건 선박에 다시 승선하여 10분 내지 30분간 머물다 돌아온 사실이 있는바 그 이유는 선박구조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한 침몰촉진조작을 수행한 것이다.

 

(4) 부표에 충돌되었다 하더라도 심하게 느끼지 못할 정도의 충격상태이며 정상적인 날씨아래 항해하던 중 선박의 7개의 독립된 구역(4, 5, 6번 선창 및 이중저탱크 등)에서 일시에 4미터 높이의 침수가 생기는 것은 우연적인 사고의 가능성은 있을 수 없고 인위적인 조작에 의하여 위 구역에 해수를 끌어들인 것이다.

 

(5) 보험시장의 정보

 

이 사건 사고전부터 이 사건 선박의 선주인 원고는 사실상 대북에 있는 대만인에 의하여 관리되는 회사로서 해상보험사기에 누차 관련된 경험이 있는 자들로 구성되었다는 등 이 사건 선박의 선주가 고가의 보험사기를 범하기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

 

(6) 동기

 

이 사건 선박은 선령 23년 노후선으로 실제 시가보다 3 내지 4배의 고가의 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1985.6.에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정기입거검사를 하게 되어 있는 점은 이 사건 보험사기의 충분한 동기가 된다.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하여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및 성립에 다툼이 없는 을 제6내지 10호증(각 전문), 을 제11호증의 1 내지 9(세관신고서)의 각 기재 및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항해일지가 1985.3.16. 대북공항에서 비로소 제출되었고 나머지 항해서류는 발견되지 아니하였고 반면 모든 승무원들이 여권과 수첩 등을 가지고 나왔으며 필리핀 승무원들은 라디오, 카세트 또는 티·브이세트 등 전자제품을 소지하고 침몰선박을 떠난 사실, 이 사건 선박의 선주나 선박관리인은 수차 긴급전문을 받고도 별다른 구조요청을 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선박에서도 긴급구조신호(SOS)를 구명정을 내린 후인 같은 날 12:15에 발송한 사실, 일단 퇴선하여 구명정에 타고 있던 1등기관사가 구조선박 사마리아호가 나타난 직후 선실에 있는 자신의 여권, 선원수첩, 회갑반지 등을 가져오지 위하여 침몰중인 이 사건 선박에 다시 승선하였다 돌아온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첫머리에 든 증거들과 앞에서 인정한 사실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들, 즉 선박이 침몰되는 상황에서 선장 등 지도급선원들은 흥분당황하여 있었던 점, 반면 선박구조를 위한 양수작업은 펌프의 가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그 작업에 모든 선원이 참가하여야 되는 것이 아니므로 양수작업에 참가하지 아니한 일반 선원들은 대피를 준비할 여유가 있었던 점, 선장으로서는 당초 양수작업을 하면서 배를 인근의 해안으로 운항하면 구조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던 점, 구조선박이 나타나서 선원들의 구조가 확실해진 상황에서 배의 침몰진전속도를 감안하여 다시 침몰중인 선박에 접근할 수도 있다고 이해되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사실들만으로는 앞에서 인정 및 추정한 사실들을 번복하여 선장 등 일부 선원이 선주와 공모하여 이 사건 선박을 고의로 침몰시켰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보험업계에 보험사기의 정보가 있었다는 주장은 당원이 믿지 아니하는 증인 윅스의 증언부분 외 달리 증거없을 뿐 아니라 그 정보의 근거가 신빙성이 없고 동기의 점에 관하여도 이 사건 선박의 싯가보다 3 내지 4배의 고가의 보험에 가입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자료가 없을 뿐 아니라 그 동기만으로 보험사기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다음 이 사건 선박의 위 7개의 독립된 구역에 일시에 많은 양의 침수가 있은 것은 인위적인 조작에 의한 것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위에서 인정한 침수경위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려운 주장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들은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피고의 법률상 항변에 관한 판단

 

(1) 감항능력결여를 원인으로 한 면책주장

 

상법 제706조 제1호에 의하면, 선박 또는 운임을 보험에 붙인 경우에는 발항 당시 안전하게 항해를 하기에 필요한 준비를 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대하여는 보험자는 면책되도록 규정되어 있는바 이 사건 선박은 콜롬보항 출항당시 감항능력이 결여되어 있었다. 즉 이 사건 선박이 원고 주장과 같이 1985.2.16. 충격에 의하여 균열이 생기고 그것이 침수의 원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후 콜롬보항에서 5일간 정박하는 기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이에 대한 수리를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선박이 1985.3.1. 콜롬보항을 출발할 당시에 선박의 균열을 그대로 가지고 출항한 것이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선박의 침몰이라는 손해를 발생한 것이므로 이 사건 선박은 발항 당시 감항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고, 다음으로 물속에 떠있는 물체와의 충돌이 선체에 균열을 가져올 정도로 심한 것이었다면 이 사건 선박의 선장은 위와 같은 충돌의 정도를 알아내어 수면 아래의 선체점점을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므로 그와 같은 선장은 대양에서의 항해를 감당할 수 없는 무능력한 선장이라 할 것이고 그러한 선장의 지휘아래 발항한 것은 인적 감항능력의 결여라 할 것이므로 피고는 면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살피건대, 위 상법 제706조 제1호 규정의 면책사유는 피보험자에게 감항능력을 담보하는 의무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인바 앞서 판시한 대로 이 사건 보험계약에 있어서는 우리 상법의 적용은 배제되고 영국의 법률 및 관례가 준거법이 되는 것인바 영국 해상보험법 제39조 제5항에 의하면, 이 사건과 같은 기간보험에 있어서는 선박이 항해단계에 있어서 감항능력을 갖추어 있어야 한다는 묵시적 담보는 없고 피보험자가 은밀히 알면서(with the privity of the assured)선박을 감항능력이 없는 상태로 출항케 하였을 경우에 한하여 보험자가 면책되도록 규정되어 있다(증인 최병수의 증언 및 동인 저서 영국 해상보험법 제71). 따라서 이 사건 선박이 콜롬보항 출항당시(같은 해 3.1.) 감항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피고가 면책될 사유가 되지 못하여 더나아가 피보험자인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이 해상부표와 충돌되어 위와 같은 손상을 입고 감항능력이 없게 된 것을 알고 있었다거나 아니면 적어도 감항능력이 없다고 의심할 여지가 충분히 존재하는데도 그 조사를 고의로 회피한 채 그대로 출항하게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선박의 감항능력의 결여주장은 이유없고, 피고 주장과 같은 인적 감항능력의 결여에 관하여 보아도 이 사건 선박의 선장이 이 사건 선박에 받은 충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손상부위의 점검수리를 시행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 하여도 그 사실만으로 그와 같은 선장은 항해를 감당할 수 없는 무능력한 선장이라 단정할 수 없다.

 

(2) 보험약관상의 면책

 

보험약관 제6조 단서에 의하면, "(보험사고인)멸실이나 혹은 손상은 피보험자, 선주 혹은 관리자가 상당한 주의를 결여하였기 때문에 발생되었다면 보상될 수 없다"(provided, such loss or damage has not resulted from want of due diligence by the assured, owners or managers)라고 규정되어 있는바, 원고가 부표를 피할 항해상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한 당시 항해책임자 2등항해사의 고용 및 감항능력이 없는 선박의 손상을 방치한 선장을 고용하였음은 피보험자인 선주가 선박의 승무원을 채용함에 있어서 자격과 능력이 있는 자로 선정할 업무상의 주의의무를 해태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 업무의 해태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되었으니 피고는 면책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2등항해사 및 선장의 고용이 피보험자인 선주 혹은 관리자가 지켜야 할 상당한 주의의무를 결여한 것에 해당하는가를 살피건대, 위 갑 제16호증의 기재 및 증인 이유총의 증언에 의하면 선박의 선장 이유총은 1958. 중국해군대학을 졸업하고 해군에 복무한 후 1964. 제대하고, 1965. 대만에서 2등항해사 자격을, 1976. 1등항해사 자격을 각 취득하고 같은 해 파나마국 선장면허를 받았으며 유조선 부잘트호의 선장으로 취업하다가 1984.12.24. 이 사건 선박선장으로 취임한 경력이 있고 해상근무 동안 별다른 해상사고를 일으킨 경력이 없는 사실이 인정되고 2등항해사 역시 적법하게 2등항해사의 자격을 취득하고 있는 이상 이들을 이 사건 선박의 선장 또는 2등항해사로 고용한 것에 원고 및 선박관리자로서 선원을 고용함에 있어서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2등항해사가 항해중 부표와의 충돌을 막지 못한 사실과 선장이 위 부표와의 충돌의 심각성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수면밑에서의 선체검사를 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이 선원으로서의 객관적인 자격과 능력이 없는 자들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위와 같은 선장 및 2등항해사의 과실로 인한 선박의 침몰은 보험약관상 담보위험(6.2.3)에 해당하며 피고의 면책사유가 될 수 없다 할 것이다.

 

(3) 소멸시효의 항변

 

피고 소송대리인은, 영국법상에는 제소기간만을 규정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법에서와 같은 실체적인 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이 사건 보험금청구권의 시효소멸여부에 관하여는 우리나라의 법을 적용하여야 할 것인바, 원고는 당초 1985.12.13.자 소장에서 보험금 중 일부인 금 5,100,000원 및 그 지연손해금만을 청구하였다가 그후 1987.8.26.에 이르러 보험금 전액인 미국법화 2,500,000불로 확장청구하고 있고, 상법 제662조에 의하면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은 2년이므로, 이 사건 사고일인 1985.3.4.부터 2년이 경과하여 청구된 위 청구취지확장에 의하여 확장청구된 부분은 시효소멸하였다고 항변한다.

 

그러므로 보건대, 영국의 시효제도가 소제기기간 즉 소권의 소멸의 문제로서 규정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일정기간의 경과에 의하여 채무자가 이용할 수 있는 방어수단으로서 부여되고 또한 원용을 조건으로 채무를 면하게 되는 등 그 성질이 대륙법계의 소멸시효와 실질상 차이가 없어 영국법상의 시효제도도 실질상 실체법상의 제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소멸시효의 문제는 채권을 일정기간 행사하지 않은 경우의 채권의 운명의 문제 바로 그 자체이므로 소멸시효에 관한 준거법은 채권관계의 준거법, 즉 이 사건에 있어서의 영국법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영국시효법규에 의하면 이 사건과 같은 보험금청구권의 시효기간은 6년으로 되어 있다(갑 제27호증의 1, 2). 따라서 이 사건보험금의 청구는 사고발생일로부터 위 6년의 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소송상 청구되었음이 역수상 명백하므로 위 소멸시효항변은 이유없다.

 

피고대리인은 영구법상의 시효기간이 한국법 보다 장기이므로 이 사건 보험으로 인한 채권관계에 대하여 영국법상의 시효규정을 적용하기로 하는 약정은 시효이익의 사전포기와 소멸시효의 배제, 연장, 가중을 금지한 민법 제184조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나, 시효에 관하여 영국법을 적용하는 것은 준거법의 문제로서 영국법이 준거법으로 정하여진 이상 우리 민법 제184조는 적용의 여지가 없으며, 가사 피고 주장이 시효에 관하여 영국법을 적용하는 것이 섭외사법 제5조 공서양속규정에 위반한다는 취지라고 하더라도, 영국법상의 시효기간이 우리 민법에 비하여 장기라고 하여도 그 점만으로는 이를 적용하는 것이 섭외사법 제5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주장은 역시 이유없다.

 

6.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할 것인바, 지연손해금의 이율에 관하여 보면,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28호증(의견서), 같은 제29호증(한국은행규정집), 같은 제30호증(외국환매매율 및 이자율 고시표), 같은 제31호증(한국은행조사통계월보)의 각 기재에 의하면 영국법상 지연손해금은 판결전과 판결후로 나뉘고, 판결전 지연이자는 이를 인정할 것인가의 여부와 그 기간, 이율을 법원의 재량에 맡기고 있으나 관례상 은행우대금리에 1푼을 가산한 이율을 적용하는 사실, 외화표시채권의 경우에는 지급되어야 할 장소에서의 당해 통화를 차용하였을 경우의 금리가 기본이자율이 되는 사실, 한편 우리 한국은행의 외화여수신업무규정 및 외화여수신이자율에 관한 지침에 의하면 금융기관의 외화대출이자율은 당해 대출통화의 런던은행간 금리에 연 15리를 간사한 율로 한다고 되어 있고, 이건 보험사고가 발생한 1985.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일에 가까운 1988.까지의 런던은행간 미국법화(달러)대출금리는 평균 연 78리인 사실, 영국법상 판결선고후의 지연이자는 그 판결이 상소가 가능하냐 여부에 관계없이 반드시 붙이게 되어 있고 그 이율은 1985.4.16.이후 연 15푼인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없다.

 

따라서 피고는 위 보험금 미국법화 2,500,000불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보험사고발생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1985.4.24.부터 원심판결선고일인 1988.4.29.까지는 런던은행간 미국법화 평균대출금리 연 78리에 영국법상의 가산이율 연 1푼을 더한 연 88(한국은행의 위 규정에 의한 가산율 1.5퍼센트는 원고가 포기) 및 그 다음날부터 완제에 이르기까지의 위 영국법상의 판결선고후 지연이자율 연 1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 또는 이에 갈음되는 한국통화로 집행되는 경우 그 지급당시의 외국환은행 미국법화 대고객전신환매도율에 의한 한국통화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이를 구하는 원고청구(원고는 당심에 이르러 청구취지를 감축하였다)는 이유있어 인용할 것인바 원심판결 중 위 인용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은 정당하고, 이에 대한 피고의 항소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며 항소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95, 89조를, 가집행선고에 관하여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6조를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박준서

 

 

 

판사

 

윤형한

 

 

 

판사

 

백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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