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보험계약 피보험자자필서명분쟁]전화상담을 통하여 보험계약을 하였다. 그런데 보험계약청약서 중 피보험자의 서명 란은 피보험자가 성명과 서명을 기재하지 않았고, 계약자가 피보험자의 성명과 서명을 기재한 사건에서 피보험자의 포괄적동의를 얻었다고 본 사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9. 10. 선고 2019가단5083423 판결 [보험금]

1. 기초 사실

가. 원고는 2017. 12. 18.경 전화상담을 통하여 피고와 다음과 같은 내용의 C 보험계약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보험계약청약서(갑 제3호증의 2) 중 피보험자의 서명 란은 피보험자 D이 성명과 서명을 기재하지 않았고, 계약자인 원고가 피보험자 D의 성명과 서명을 기재하였다.

▶ 계약자: 원고

▶ 피보험자: D

▶ [주계약 보장내용]

나. 피보험자 D은 2019. 2. 24. 알코올성 간경화를 원인으로 사망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4호증(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과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17. 12.경 TV방송으로 피고 보험상품 광고를 시청하다가 전화상담을 통해이 사건 보험계약을 하였다. 당시 원고뿐만 아니라 피보험자인 D(이혼한 원고의 전 남편임)도 상담원과 통화 및 안내 내용을 음성녹취 하였다.

며칠 후 상담원으로부터 별 문제없이 보험계약이 승인되었으므로, 정상적으로 성립된 보험계약은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는 안내를 받았고, 상담원은 추가로 서류에 서명·날인해야 하는 사항들이 있는데 우편으로 서류를 보낼 테니 서명을 해서 다시 보내달라고 안내하였고, 당시 피보험자인 D은 원고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고 있어, 원고와 통화하여 원고에게 자신을 대행하여 서명을 하도록 구두로 위임을 하였기에, 원고가 D의 서명까지 대신해서 보험계약 청약서를 피고에게 보냈다.

그 후 보험계약은 2017. 12. 18.자로 효력이 발생되었다.

따라서 원고는 주위적으로 피보험자 D의 사망에 따른 보험금 2억 원의 지급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D의 서명이 자필이 아니어서 보험계약 자체가 무효라면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한 동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한다.

나. 판단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 피보험자인 타인의 동의는 각 보험계약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서면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하고 포괄적인 동의 또는 묵시적이거나 추정적 동의만으로는 부족하나, 피보험자인 타인의 서면동의가 그 타인이 보험청약서에 자필 서명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므로 피보험자인 타인이 참석한 자리에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계약자나 보험모집인이 타인에게 보험계약의 내용을 설명한 후 타인으로부터 명시적으로 권한을 수여받아 보험청약서에 타인의 서명을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타인으로부터 특정한 보험계약에 관하여 서면동의를 할 권한을 구체적·개별적으로 수여받았음이 분명한 사람이 권한 범위 내에서 타인을 대리 또는 대행하여 서면동의를 한 경우에도 그 타인의 서면동의는 적법한 대리인에 의하여 유효하게 이루어진 것이다(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6다69141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본다.

우선 피고가 을 제4호증으로 제출한 「2017. 12. 18. 망 D에 대한 확인전화 음성파일」 을 들어보면,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피보험자인 D과 통화를 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을 설명한 사실, 피보험자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고지한 후 D의 동의를 받은 사실, D 본인 확인을 위하여 운전면허증을 통한 정보수집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사실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후에도 피고는 2018. 1. 4.경 해피콜 확인전화를 통하여 다시 D의 동의와 자필서명 여부를 확인한 사실도 알 수 있다(을 제3호증).

피고가 위와 같이 확인전화를 한 상대방이 D이 아닐 수도 있다는 피고의 의혹 제기에 따라 당시 전화번호(E)의 가입자 명의를 확인한 결과 D 본인으로 밝혀졌고(이 법원의 주식회사 F에 대한 문서제출명령 회신), 당시 녹취된 음성도 D의 음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감정인 G의 감정결과).

이러한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보험계약 당시 보험계약 청약서에 피보험자 D이 성명과 서명을 직접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D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 관하여 서면동의 할 권한을 원고에게 구체적·개별적으로 수여하였다고 인정하기 충분하다. 피보험자 D의 자필서명이 없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이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사망보험금 2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주위적 청구원인을 받아들이므로 예비적 청구원인은 따로 살피지 않음).

이하 지연손해금을 살핀다. 우선 원고는 위 보험금에 대하여 망인의 사망일인 2019. 2. 24.부터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 구하고 있으나, 망인의 사망일이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이라는 근거에 관한 주장과 증명이 없다. 한편, 상법 제657조 제1항과 제658조는 보험금의 지급에 관하여 약정기간이 있는 경우에는 그 기간 내에, 약정기간이 없는 경우 보험계약자 등으로부터 보험사고의 발생사실을 통지받은 후 지체 없이 지급할 보험금액을 정하고 그 정하여진 날부터 10일 내에 보험금을 각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러한 상법 규정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기산일도 특정할 방법이 없다. 피고 역시 보험금 지급기한에 관한 주장이나 약관 등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으므로, 결국 기한이 없는 채무에 관한 일반원칙에 따라 원고의 보험금지급청구 의사가 담긴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만 인정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금 2억 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9. 4. 20.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0. 9. 10.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원고 일부승소(지연손해금만 일부 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