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소식
약관 따라 엇갈리는 ‘자살보험금’ 법원판결
특약 약관에 자살면책 조항 있으면 보험사 유리
법원 “자살보험금 특약약관대로 지급하라” 판결
업계 “사안 따라 판결 달라 대법원까지 가봐야”
2015-03-01 한국보험신문
약관에 따라 자살 사망자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또 나왔다. 특히 이번 판결은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생보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법원의 판례를 분석한 결과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판결은 사안에 따라 달랐던 것으로 나타나 자살보험금 관련 소송전은 대법원으로 가서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살보험금 지급 소송 관련 과거 대법원 판례와 고등법원 판결을 분석한 결과 법원은 특별 약관에 자살면책과 자살면책 제한 조항의 명시적 규정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판단을 달리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특약 약관의 자살면책 조항 유무가 지급 여부의 결정적 잣대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서울중앙지법원은 지난달 25일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된 삼성생명의 소송에서 “특약 약관에 따라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특별 약관에 ‘보험 가입 뒤 2년이 지나 자살하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다.
이와 관련 윤준용 변호사는 “지금까지 법원의 판례를 살펴보면 특약 약관의 유무에 따라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특약 약관에 자살면책 관련 조항이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와 같은 법원의 판결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약 약관에 따른 엇갈린 판결은 법원의 과거 판례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번 서울중앙지법처럼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판결에는 특약 약관에 명확한 규정이 있었다.
지난 2007년 대법원은 교보생명의 ‘차차차 교통안전보험’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소송에서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 해석해야 한다”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약관 조항의 단서에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계약한 지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든 것이다. 이는 약관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금융감독원의 입장과 일치한다.
대법원 판례는 아니지만 서울고등법원도 지난 2009년 삼성생명의 ‘삼성 리빙케어보험 종신형’ 관련해 교보생명 소송건과 유사한 판결을 했다. 법원은 자살면책과 자살면책 제한 조항이 주계약 약관과 특약 약관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특약 약관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생보사의 주장을 받아들인 사례도 2건이나 됐다. 대법원은 한화생명의 ‘대한변액종신보험’ 가입자가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것에 대해선 “약관에 재해를 원인으로 한 사망 등으로 제한돼 있어 자살이 보험사고에 포함되지 않는 재해사망특약 등에는 준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약 약관에 각각의 재해 유형이 열거되고 있는데 자살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 것이 판단의 근거였다.
또 대법원은 지난 2010년 축협공제의 ‘슈퍼재해안심공제계약’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판단을 했다. 법원은 유족위로금만 지급하고 장해연금은 지급하지 말도록 했다.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 자살에 의한 공제사고가 면책기간 이후에 발생했다고 해서 공제금의 종류가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보험사가 승소한 두 판례의 공통점은 주계약 약관에 자살면책과 제한 조항을 두고 있지만 특약 약관은 주계약 약관을 준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같이 법원의 판례가 갈리면서 자살보험금 관련 소송전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송이 상당 수 진행되고 있으며 소송의 내용도 사안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과거 법원의 판결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전을 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사실 관계에 따라 판단이 다르므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은 2010년 4월 이전에 판매된 생보사 해당상품의 약관에서 비롯됐다. 생보사들은 약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뒤늦게 발견한 뒤 표기상의 실수라며 약관을 수정하고 자살사망자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금감원이 이를 적발하고 ING생명을 제재하면서 수면 위도 떠올랐다.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통보에 맞서 생보사들은 지난해부터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기준 생보사의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2179억원에 달한다. 보험사별로 보면 ING생명이 653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삼성생명(563억원), 교보생명(223억원), 알리안츠생명(150억원), 동부생명(108억원), 신한생명(103억원) 순이다.
http://www.insnews.co.kr/design_php/news_view.php?firstsec=1&secondsec=12&num=4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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