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상해사망보험금 판례 229]서울고등법원 2013. 12. 19. 선고 2012누27505 판결

[자살보험금 상해사망보험금 판례 229]서울고등법원 2013. 12. 19. 선고 2012누27505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12. 19. 선고 2012누27505 판결 [유족보상금지급부결처분취소] 상고

주 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0. 5. 31.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금지급거부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인정사실

가. B의 사망 및 피고의 처분

1) B(1965. 12. 23.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08. 10. 27.부터 ○○지방국세청 조사2국 조사1과 3계장으로 근무하였는데, 2009. 11. 29. 05:32경 본인 소유의 주거지인 ○○ ○○○아파트 ○○○호에서 뛰어내려 보도블록 위로 떨어져 머리․몸통․팔․다리 등에 다발성 손상을 입고 사망하였다.

2) B의 처인 원고는 2010. 4. 14.「망인이 공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렸고 이로 인하여 자살을 감행하여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공무원연금법 제61조에 따른 유족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10. 5. 31.「망인이 기질적 소인에 의하여 스스로 자살을 결의하였으므로 공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유족보상금의 지급을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나. 망인의 경력 및 가족관계

1) 망인은 1986. 2.경 ○○○○대학을 졸업하고 1986. 3. 1. 세무서기(8급) 시보를 거쳐 1986. 9. 1. 세무서기(8급)로 임용되었다.

2) 망인은 ○○지방국세청에서 근무하다가 1991. 8. 16.부터 ○○지방국세청에서 근무하였고, 1995. 4. 1. 세무주사보(7급)로 승진하였으며, 2002. 10. 21. 세무주사(6급)로 승진하였다.

3) 망인이 ○○지방국세청 ○○세무서에서 근무하던 2008. 10.경 본청 조사2국 조사1과 3계장(세무주사)이 부임 1년 만에 사무관(5급)으로 특별승진을 하여 관내 세무서장으로 발령이 나자 본청 조사2국 조사1과장으로부터 위 자리로 전근 올 것을 권유받고 2008. 10. 27.부터 ○○지방국세청 본청에서 조사2국 조사1과 3계장으로 근무하였다. 당시 망인은 고등학교 1년 후배로 ○○지방국세청 ○○○세무서에서 근무하는 C에게「본청 조사2국 조사1과 3계장은 일이 많아 힘든 자리이지만 잘 하면 특별승진 대상자가 될 수 있으니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4) 망인은 1991. 2. 7. 원고와 혼인하여 아들(1991. 9. 26.생, 망인 사망 당시 ○○○고등학교 3학년)과 딸(1995. 10. 20.생, 망인 사망 당시 중학교 2학년)을 두고 있었다. 원고는 세무공무원이었는데 혼인 후 퇴직하였다. 망인의 어머니는 시골에서 혼자 생활하였는데, 망인은 거의 매일 어머니에게 안부전화를 하였다.

다. 망인이 사망 무렵 수행한 업무

1) 조사2국 조사1과 3계장으로서의 업무

가) 망인은 2008. 10. 27.부터 ○○지방국세청 본청에서 조사2국(개인사업자 세무조사 담당국으로 국장은 이종문임) 조사1과 3계장으로 근무하면서 부하 직원인 강○○(7급), 김○○(7급), 송○○(8급)과 함께 고철사업자․석유사업자 등에 대한 세무조사, 이와 관련된 자료상(세금을 줄이기 위해 부가가치세에서의 매입세액이나 소득세에서의 비용 등을 부풀리려고 하는 사업자에게 재화나 용역을 공급한 것처럼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주는 자) 조사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나) 망인의 정상적인 근무시간은 평일 09:00부터 18:00까지인데 평소 07:30경부터 20:00경까지 근무하여 정상적인 근무시간보다 40%가량 초과근무를 하였다.

다) 망인은 원고에게「일이 많아서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하였다.

2) 조사1국 조사1과 심리분석전담반장으로서의 업무

가) ○○지방국세청은 2009. 9. 1. 조사1국(법인사업자 세무조사 담당국으로 국장은 정○○임) 조사1과 산하에 망인을 반장으로 하고 조사2국 조사1과 3계 소속인 위 강○○, 김○○, 송○○과 조사1국 조사1과 2계 소속인 손○○(7급), 조사1국 조사2과 1계 소속인 김○(7급), 조사1국 조사3과 1계 소속인 박○○(7급)를 반원으로 하여 자료상 조사 및 분석을 전담하는「심리분석전담반」을 구성하였다. 심리분석전담반의 사무실은 조사3국 조사3과 사무실 내에 마련되었다.

나) 이에 따라 망인은 2009. 9. 1.부터 심리분석전담반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조사2국 조사1과 3계장으로서의 업무와 조사1국 조사1과 심리분석전담반장으로서의 업무를 모두 수행하였고, 전자의 업무에 관해서는 조사2국 조사1과장(정○○)에게, 후자의 업무에 관해서는 조사1국 조사1과장(박○○)에게 각 보고하였다.

다) 그런데 조사1국 소속인 손○○, 김○, 박○○는 기존에 하고 있던 법인사업자 세무조사 업무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심리분석전담반의 업무를 하지 않았고, 망인이 조사2국 조사1과 3계 직원인 강○○, 김○○, 송○○과 함께 심리분석전담반의 업무를 전부 처리하였다. 망인은 심리분석전담반에 직원을 충원해 달라고 요청하였지만 망인이 사망할 당시까지 충원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망인은 조사2국 조사1과 3계장 및 조사1국 조사1과 심리분석전담반장으로서의 총괄 업무뿐만 아니라 부하 직원들이 해야 하는 실무적인 업무도 함께 처리하였다. 그 결과 2009. 9. 1.부터 망인이 사망한 2009. 11. 29.까지 ① 망인은 63일 동안 204시간 52분의 초과근무를 하였고, ② 강○○는 36일 동안 118시간 31분, 김○○은 31일 동안 99시간 30분, 송○○은 33일 동안 102시간 53분의 초과근무를 한 반면, ③ 손○○은 12일 동안 36시간 9분, 김○는 3일 동안 14시간 22분, 박○○는 3일 동안 8시간 51분의 초과근무를 하였다.

라) 자료상 조사 및 분석 업무는 다른 세무 업무와는 달리 세금 부과 및 징수 외에 관련자에 대한 고발까지 해야 하므로 업무량이 많고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검찰․경찰과 공조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 일정이 불규칙하여 다른 세무 업무에 비해 힘든 업무로 취급되고 있다.

라. 망인의 신체적․정신적 변화

1) 말수의 감소

가) 망인은 평소 동료 또는 부하 직원에게 농담이나 프로야구 등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하였는데, 2009. 10.경 이후에는 말수가 현저히 줄어 업무에 관한 이야기 외에는 하지 않았고 잘 웃지도 않았다. 또한 혼자서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고개를 숙인 채 다녔으며 사람들과 시선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였다.

나) 망인은 평소 원고와 자녀들에게 자상하게 대하였는데, 2009. 10.경 이후에는 말수가 현저히 줄어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

2) 식욕 저하 및 체중의 감소

망인은 평소 통통한 편이었는데, 2009. 10.경 이후로는 식사를 잘 하지 않고 살이 많이 빠져 34인치였던 허리가 31인치로 줄었고 얼굴은 핼쑥해졌다.

3) 의욕 상실

가) 망인은 평소 업무를 꼼꼼하고 깔끔하게 하였는데, 2009. 10.경 이후에는 다른 내용의 서류를 1개의 파일에 같이 편철하고 책상도 정리하지 않는 등 업무처리에 있어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나) 망인은 평소 건강한 편이었는데, 2009. 10.경 이후에는 집에서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경우가 많았고,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서도「힘이 없어 등을 못 밀어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4) 넋두리

가) 망인은 평소 힘든 일이 있어도 지인들에게 잘 표현하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2009. 10.경 이후에는 부하 직원인 강○○에게「직원을 충원해 주지 않으니 죽을 만큼 힘이 든다. 잠을 잘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였고, 2009. 10.경 C과 전화통화를 하면서도「일이 너무 힘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였다.

나) 망인은 2009. 10.경 이후 원고에게「일이 2배로 많아졌는데 직원을 충원해주지 않아 너무 힘들다. 사직을 하고 싶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였다.

5) 불면증

망인은 2009. 10.경부터 불면증에 시달려 수면유도제를 복용하였고, 잠이 들면 손이 땀으로 흥건히 젖곤 하였다.

마. 특별승진 탈락 및 상태의 악화

1) 망인이 2009. 11. 5. 특별승진 대상자에서 제외되었는데, 조사1국 조사1과 1계장은 사무관(5급)으로 특별승진을 하였고, 부하 직원인 강○○는 세무주사(6급)로 특별승진을 하였다. 망인은 특별승진 대상자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하여 원고에게「실망스럽고 서운하다. 동료와 부하 직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특별승진 후보자에 대한 다면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해 특별승진 대상자에서 제외되었다. 나를 특별승진 대상자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내가 나온 ○○고등학교와 ○○○○대학 출신 직원은 다면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였다.

2) 망인은 2009. 11. 14. 고등학교 1년 후배로 ○○지방국세청 ○○○세무서에서 근무하는 C과 금정산 등산을 하면서「일이 너무 많아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선 세무서로 나가야겠다.」고 하였고, C이「본청에서 근무하다가 1년 만에 나오면 승진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하자 낙담한 표정을 지으며「많이 늦어지겠지 뭐」라고 하였다.

3) 망인은 평소 등산․족구․축구 등을 좋아하였는데, 위 등산을 할 당시 어렵지 않은 산행이었음에도 자꾸 뒤로 처지는 모습을 보였고, 등산 후 족구를 하면서도 평소와 달리 1세트를 하고 나서 그만하자고 하는 등 흥미를 잃은 모습을 보였다.

4) 망인은 원고에게「본청에서 계속 근무하려 하니 업무량은 많은데 필요한 직원은 충원되지 않아 일하기가 너무 힘들고, 2010. 2.경 정기인사 때 관내 세무서로 전근을 가려 하니 본청 근무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관내 세무서로 돌아온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혀 승진에 지장이 될까 우려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였다.

5) 망인은 2009. 11. 중순경부터는 불면증이 심해져 아예 잠을 자지 못하였다.

6) 이에 원고가 수회에 걸쳐 망인에게 휴가를 내고 병원에서 치료받을 것을 권했으나, 망인은 할 일이 많다면서 모두 거절하였다.

7) 원고가 2009. 11. 25.(수요일) 망인에게 강하게 요청하여 망인과 함께 ○○ ○○구 ○○에 있는「○○한의원」에 갔는데, 망인은 담당 한의사에게「세무공무원으로서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2009. 10.경부터 불면증이 생겼다. 새벽 2, 3시에 잠이 깨어 잠을 자지 못한다. 2009. 11. 중순경부터는 아예 잠을 자지 못한다. 수면유도제를 복용하고 있다. 불안감과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다.」고 이야기하였다. 담당 한의사는「망인이 불면증으로 인하여 초췌하고 불안한 상태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진단한 다음 침 시술을 하고 수면을 유도할 수 있는 한약 20일분을 조제해주었다.

8) 원고가 2009. 11. 26.(목요일)과 11. 27.(금요일) 출근 전인 새벽 6시경 망인을 데리고 ○○ ○구 ○○동에 있는 기 치료사에게 찾아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기 치료를 받도록 하였다.

9) 원고가 2009. 11. 27.(금요일) 저녁 망인에게 11. 30.(월요일)부터 2, 3일 정도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도록 요청하였고, 이에 망인은 2009. 11. 27.(금요일) 21:00경 조사2국 조사1과장 정○○에게 전화를 걸어「일이 너무 많고 몸이 힘들어 월요일부터 2, 3일정도 병원에 입원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다. 망인은 전화를 끊은 후에는 다시 원고에게「일이 많이 밀려있어 쉬지 못할 것 같다. 내일 출근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다.

바. 사망 당시의 상황

1) 원고는 2009. 11. 28.(토요일)부터 11. 29.(일요일)까지 아들과 함께 대학입학논술시험장에 가기 위해 서울에 있었고 망인은 딸과 함께 ○○에 있었다.

2) 망인은 2009. 11. 28.(토요일)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출근하지 않았고, 딸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다음 저녁식사는 하지 않은 채 안방과 아들의 방을 오가면서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3) 망인은 2009. 11. 28.(토요일) 19:30경 부하 직원인 강○○에게「월요일 조사진행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4) 망인은 2009. 11. 28.(토요일) 23:30경 딸의 방에 잠시 들렀다가 2009. 11. 29.(일요일) 05:32경 주거지인 ○○ ○○구 ○○○아파트 ○○○호에서 뛰어내려 머리․몸통․팔․다리 등에 다발성 손상을 입고 사망하였다.

5) 사망 당시 망인이 입고 있던 바지 주머니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유서가 발견되었다.

00엄마!

정말 미안하오. 00이와 00이를 잘 부탁하오.

내가 죽는 이유는 사무실의 업무 과다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조직개편이 되어 직원이 동원발령이 났으면 발령을 내주어야지, 일은 발령 날 것을 감안하여 계속 떨어지는데 직원을 보내주지 않고, 팀장은 본청에서 욕만 먹고. 일은 진척이 되지 않고 누구한테 하소연

하란 말인가요.

자료상 유통과정 골치만 아픈 일은 신경도 쓰기 귀찮다 이거지요. 보직도 1국 갔다가 2국 갔다가 찬밥의 도토리 신세... 정말 한직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을 우대해 주어야 합니다. 많

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내 죽음은 사무실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란 것을 확실히 밝혀 둡니다.

6) 망인은 2009. 11. 30.(월요일) 10:00 심리분석전담반의 화장품․안경테․타이어․건축자재 유통과정 분석에 관한 중간보고를 하도록 예정되어 있었고, 2009. 12. 30. 10:00에는 최종보고를 하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사. 기타의 정황

1) 망인은 흡연을 하지 않았고 음주도 거의 하지 않았다.

2) 망인이 생전에 건강, 가족관계, 채무관계, 여자관계 등으로 곤란을 겪은 사정은 엿보이지 아니한다.

3) 망인은 2009. 11. 25.(수요일) ○○한의원에 가기 위해 2시간 외출한 것 외에는 2009년도에 법정연가를 사용한 바 없다.

아. 망인에 대한 상관, 동료 및 부하 직원의 평가

1) 망인의 상관이었던 ○○지방국세청 본청 조사2국 조사1과장 정○○와 조사1국 조사1과장 박○○는「망인은 책임감이 강하여 자신의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지 않고 성실하고 꼼꼼하게 완수하였다.」고 하였다.

2) 망인의 ○○○○대학 동기로 ○○지방국세청 등에서 함께 근무한 권○○, 망인의 고등학교 1년 후배로 ○○지방국세청 등에서 함께 근무한 C, 망인의 고등학교 동기로 ○○지방국세청 등에서 함께 근무한 서○○은「망인은 다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커서 힘든 일이 있어서 잘 표현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하거나 피해를 주는 일을 하지 않았으며, 책임감과 승부욕이 강하여 업무에 대해서는 완벽주의자였다.」고 하였다.

3) 망인의 부하 직원이었던 강○○는「망인은 책임감과 사명감이 강하여 업무를 철저하게 처리하였다.」고 하였다.

자. 전문가의 의견

1) 정신과 전문의 한○○(제1심 법원의 ○○○○병원에 대한 감정촉탁결과 및 사실조회결과)

정신과 전문의 한○○은 망인의 자살 원인에 대하여 아래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가) 다음의 9가지 중 5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주요우울장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망인은 ②, ③, ④, ⑥, ⑧에 해당하므로 우울병 또는 주요우울장애에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① 하루 대부분 동안 우울한 기분

② 거의 모든 활동에서 흥미나 쾌감의 저하

③ 현저한 체중감소 또는 식욕의 감소

④ 불면

⑤ 정신운동성 초조 또는 지체

⑥ 피로 또는 에너지 상실

⑦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

⑧ 사고능력․집중력 저하 또는 우유부단

⑨ 반복적인 죽음의 관념, 자살기도 또는 자살기도에 대한 구체적 계획

나) 일반적으로 자기 자신의 기질적 취약성이 우울병의 근본적인 발병 원인이고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등은 발병의 계기가 된다고 할 수 있는데, 망인이 기질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는 자료가 부족하여 확인할 수 없고 망인의 업무량은 망인에게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 자살의 이유를 밝힌 경우 그것이 자살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자살과의 관련은 당연히 있을 수 있으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망인의 경우 우울병이 진행되면서 자살사고(思考), 좌절감, 충동성 등이 겹쳐 자살하였다고 볼 수 있다.

2) 정신과 전문의 민○○(당심 법원에서의 감정결과 및 증언)

정신과 전문의 민○○는 망인의 자살 원인에 대하여 아래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가) 망인은 사망 당시 매우 심한 우울장애 상태에 있었다. 주요우울장애의 발병 원인은 크게 유전적 요인, 신경생물학적 요인, 심리사회적 요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유전적 요인으로는 직계가족 중에 정신병증상․공황장애․불안장애․알코올의존성장애 등을 겪은 사람이 있을 경우 주요우울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망인의 경우에는 유전적 요인이 발견되지 않았다. 신경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이나 스트레스와 관련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의 활성화 등이 주요우울장애의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망인의 경우 부검을 하지 않아 신경생물학적 요인의 유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망인의 경우 심리사회적 요인에 의하여 주요우울장애가 발병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망인은 책임감이 강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힘든 일을 도맡아하면서 업무에 있어 완벽을 추구하여 상사를 포함한 모두에게 인정을 받아왔는데, 자신이 처하게 된 불합리한 조직개편․업무의 과중․승진의 좌절 등을 자기애의 대상이었던 직장과 조직으로부터의 거부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는 망인의 자기애에 대한 손상을 가져와 우울장애가 발병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 자살의 원인은 크게 유전적 요인, 신경생물학적 요인, 심리적 요인, 사회적 요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유전적 요인과 신경생물학적 요인은 위 가)항의 내용과 비슷한데 망인의 경우에는 유전적 요인이 발견되지 않았고 신경생물학적 요인의 유무는 확인할 수 없었다. 망인은 심리적 요인에 의하여 자살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망인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절망감과 우울장애의 발현으로 야기된 문제해결능력의 저하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망인은 사회적 요인에 의하여 자살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망인이 과다한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승진을 위해 자기 삶의 상당 부분을 업무에 투자하였는데 승진이 좌절됨으로 인하여 느끼게 된 상실감, 불합리한 조직개편․업무의 과중․승진의 좌절에 대한 불만의 수동-공격적(passive-aggressive) 방법을 통한 표출, 조직개편으로 인한 업무의 증가에 따른 망인의 혼란 상태, 그 과정에서 망인이 가지게 된 자신의 삶은 가치가 없고 이를 바꿀 수 없다는 생각 등이 원인이 되어 자살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자살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는 남자, 이혼, 우울장애, 알코올중독, 최근의 외상 등이 있는데, 망인의 경우에는 망인이 남자라는 점과 우울장애에 있었다는 점이 자살의 위험을 증가시켰다고 할 수 있다. 우울장애는 자살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 우리나라 자살기도자의 50.9%가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고 우울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살을 할 확률이 20.4배 높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1호 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 내지 15, 18호 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 당심 증인 민○○의 증언, 제1심 증인 이○○․강○○의 각 증언, 당심 감정인 민○○의 감정결과, 제1심 법원의 ○○○○병원에 대한 감정촉탁결과, 제1심 법원의 ○○○○병원장․○○한의원장․○○지방국세청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구 공무원연금법(2011. 8. 4. 법률 제108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1조 제1항은「공무원이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재직 중에 사망하거나 퇴직 후 3년 이내에 그 질병 또는 부상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그 유족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 공무원연금법 제61조 제1항의「공무원이 공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공무와 질병 및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데, 그 인과관계의 유무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당해 공무원이 종사한 업무의 내용과 성질, 근무환경, 당해 공무원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등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공무와 질병 및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면 충분하다(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1두22518 판결,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두25880 판결 등 참조). 또한 공무원이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라도 공무상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우울장애 등의 질병이 발병하여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질병 및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두8553 판결, 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두3944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사실에 공무상 스트레스 외에는 망인이 자살을 할 만한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책임감이 강한 망인이 2008. 10. 27.부터 ○○지방국세청 본청에서 조사2국 조사1과 3계장으로 근무하면서 정상적인 근무시간보다 40%가량 초과근무를 하면서 많은 업무량을 성실하게 처리해왔는데 2009. 9. 1.부터는 조사1국 조사1과 심리분석전담반장까지 겸하여 업무량이 더욱 많아졌음에도 충원되어야 할 조사1국 직원 3명이 충원되지 아니하여 부하 직원이 해야 할 업무까지 처리하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와중에 2009. 11. 5. 특별승진 대상자에서 제외되자 심한 절망감과 함께 자신을 특별승진 대상자에서 제외하기 위해 부당한 다면평가를 실시하였다는 배신감까지 느껴 중증의 우울장애가 발병하였으며, 그 후에도 업무량은 줄지 않고 부하 직원의 충원은 이루어지지 않아 망인이 공무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2010. 2. 정기인사 때 관내 세무서로의 전근을 신청하는 것뿐이었는데 이렇게 할 경우 본청 근무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관내 세무서로 돌아온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혀 승진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망인으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2009. 11. 30.(월요일) 심리분석전담반의 중간업무보고를 앞두게 되자, 중증의 우울장애로 인하여 정신적 억제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위와 같은 공무상의 스트레스와 절망감 등이 공동으로 작용하여 2009. 11. 29.(일요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공무와 망인의 우울장애 발병 및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구 공무원연금법 제61조 제1항의「공무원이 공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그 유족인 원고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망인의 사망이 위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보상금의 지급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박형남 

판사 

하상혁 

판사 

김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