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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상해사망보험금 사망원인 판례 248]울산지방법원 2019. 12. 4. 선고 2019고합241 판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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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76
내용

[자살보험금 상해사망보험금 사망원인 판례 248]울산지방법원 2019. 12. 4. 선고 2019고합24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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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법원 2019. 12. 4. 선고 2019고합241 판결 [자살방조미수]

 

 

 

사 건

2019고합241 자살방조미수

피고인

1. A 90.

 

2. B 84.

검사

유옥근(기소), 이안나(공판)

변호인

변호사 **(피고인 A을 위한 국선)

 

변호사 ##(피고인 B을 위한 국선)

판결선고

2019. 12. 4.

 

주 문

 

피고인 A를 징역 10월에, 피고인 B를 징역 8월에 각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각 2년간 피고인들에 대한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들에게 각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한다.

 

압수된 증 제1 내지 4호를 피고인 A로부터, 압수된 증 제5, 6호를 피고인 B로부터 각 몰수한다.

 

이 유

 

 

범 죄 사 실

 

피고인 A2017.경 모친이 사망한 후 그 충격으로 직장생활,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신병을 비관하여 자살을 시도해왔으나 매번 실패하자 동반 자살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2019. 8. 10. 02:00경 천안시 서북구 @@@ 822-1에 있는 ○○오피스텔 **호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동반 자살 하실 분 도와주세요라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였고, 경제적 문제 등으로 이미 자살을 결심한 피고인 BC는 울산 이하 불상지에서 같은 날 07:00경 위 트위터 글을 보고 서로 연락하게 되었다.

 

피고인들과 C는 같은 날 10:00경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자살 방법을 논의하다가 피고인 BC가 있는 울산에 모여서 공기를 차단하고 질소가스와 헬륨가스를 지속적으로 마시는 방법으로 함께 자살을 시도하기로 하였다.

 

피고인 A는 그 무렵 인터넷에서 질소가스와 헬륨가스로 자살하는 방법을 검색하여 발견한 블로그 게시글을 카카오톡을 통해 공유하고, 피고인 B는 질소가스 1통과 스타렉스 차량을 준비하였다.

 

피고인들과 C는 같은 날 18:00경 태화강역에서 함께 만나 피고인 B가 운전하는 스타렉스 차량에 탄 뒤 수중에 있는 돈을 모두 모아 그 돈으로 C가 알려 준 헬륨가스를 파는 상점인 ◍◍이벤트 상점으로 가 헬륨가스 2통을 구입하고, 피고인 A가 자신의 휴대폰을 중고로 판 돈으로 □□시장 인근 ‘&&마트▤▤에서 비닐봉지, 청테이프, 호스, 케이블 타이, , 운동화 끈을 구입하여 같은 날 22:00경 울산 남구 소재 △△△여관 **호에 같이 들어가 위와 같이 구입한 물품을 사용하여 가스통과 호스로 연결된 비닐봉지 3개를 제작하였다.

 

피고인들과 C는 같은 달 11. 08:20경 위 △△△ 여관 **호에서, 피고인 AC는 각자의 비닐봉지를 머리에 뒤집어 쓴 뒤 각자의 헬륨가스 밸브를 여는 방법으로, 피고인 B도 자기의 비닐봉지를 머리에 뒤집어 쓴 뒤 질소가스 밸브를 여는 방법으로 질식을 유도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A는 가스가 예상보다 오랫동안 나오지 아니하는 바람에, 피고인 B는 호흡하기 힘들고 무서워서 멈추는 바람에, C는 피고인 B가 스스로 C의 머리에 씌인 비닐봉투를 찢어버리는 바람에 각각 사망에 이르지 아니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과 C는 서로 자살을 방조하려 하였으나 미수에 그쳤다.

 

증거의 요지

 

생략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각 형법 제254, 252조 제2, 1

 

1. 상상적 경합

 

각 형법 제40, 50(각 자살방조미수죄 상호간, 범정이 더 무거운 C에 대한 자살방조미수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중지미수감경

 

피고인 B : 형법 제26, 55조 제1항 제3

 

1. 작량감경

 

피고인 A : 형법 제53, 55조 제1항 제3

 

1. 집행유예

 

각 형법 제62조 제1

 

1. 보호관찰

 

각 형법 제62조의2(‘보호관찰기간 중, 정기적으로 정신과적 약물심리치료와 상담을 받고, 1달에 1번씩 그 치료내역을 보호관찰관에게 제출할 것을 특별준수사항으로 부과한다)

 

1. 몰수

 

각 형법 제48조 제1항 제1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6~5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 자살방조미수죄에 대하여는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아니함

 

3. 선고형의 결정

 

. 양형의 요지

 

이 사건 범행은 신병을 비관한 피고인들이 SNS로 함께 자살할 사람을 물색하여 서로 만난 다음, 자살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러한 범행은 각자의 자살의지를 강화하여 그 실행을 용이하게 서로 도움으로써, 타인의 생명을 침해할 위험이 큰 범죄라는 점에서 결코 죄책이 가볍지 않다.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 특별한 전과 없는 점, 이 사건을 계기로 뒤늦게나마 삶의 의지를 다지며 다시는 이런 범행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다행스럽게도 자살이 미수에 그쳤고, 의식 불명 상태에서 병원에 입원했던 공범(C)이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보이는 점 및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덧붙여 피고인들이 자살 시도에 이르게 된 경위를 살펴봄으로써, 그러한 사정을 피고인들에 대한 적정한 형을 정하는데 참고하고, 나아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이라는 이 비극적 결과를 방지할 수 있는 작은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이 사건의 상세한 사정을 부기해 둔다.

 

. 피고인 A의 판결전 조사서 내용 (성장환경 및 사건에 이른 경위)

 

피고인 본인의 진술을 토대로 한 울산보호관찰소의 판결전 조사서에 나타난 피고인의 성장환경 및 이 사건에 이른 경위는 다음과 같다.

 

(1) 자살모의와 실행과정

 

피고인(1990. 1. 28., 사건 당시 29)은 특별한 직업 없이 천안 소재 오피스텔에 혼자 거주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2017. 1.경 정신적으로 크게 의지했던 어머니가 사망하자 큰 충격을 받고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동반자살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2019. 8. 10. 02:00경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동반자살하실 분 도와주세요라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였다.

 

그 날 07:00경 경제적 문제 등으로 자살을 결심한 BC(피고인들과 C피고인 등이라 한다)가 연락을 했고, 피고인 등은 같은 날 10:00경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구체적인 자살방법을 논의했다.

 

피고인 등은 자살방법 검색이 가능한 해외 검색 사이트를 통해 질소 또는 헬륨가스를 들이마시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는 정보를 찾아내고 이 방법을 사용하기로 동의했는데, C는 이미 헬륨가스를 이용한 자살시도 경험이 있었다.

 

BC가 울산에 살고 있어 피고인 등은 같은 날 18:00경 울산 태화강역에서 만났는데, B는 이미 질소가스 1통을 가지고 있었고, 세 사람이 갹출한 돈으로 헬륨가스 2통과 비닐봉지, 청테이프, 호스, 칼 등을 구입했다.

 

피고인은 두 사람이 자는 도중 혼자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질소가스 밸브를 열어 먼저 자살을 시도했으나 C가 비닐을 벗기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피고인이 C에게 왜 중단시켰느냐고 화를 내자 C, ‘가스를 마신 피고인이 무의식중에 발을 바닥에 쿵쿵거리며 내리찍었고, 이 소리에 주인이 올까봐 깨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C는 자신의 휴대폰 메모장에 유서를 썼고, 피고인은 유서를 남기지 않은 채 다시 각자 계획한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했으나, B가 자신의 비닐봉지를 벗은 후 C의 비닐봉지를 벗겼고, 피고인은 1시간 반 전 첫 시도 때 가스가 너무 많이 새어나가는 바람에 세 사람은 모두 자살에 이르지 못했다.

 

B의 신고로 119구급차가 도착해 의식을 잃은 C를 병원으로 후송했고, 피고인들은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2) 가족사항

 

- 피고인의 부(56, 고졸)는 재혼하여 연락이 끊긴 지 10년이 넘었다. 피고인의 부는 과거 자동차부품가게를 운영했으나 가족들의 생계를 돌보지 않았고 외도하여 피고인의 모와 이혼했다. 피고인은 부에 대해 권위적이고 대화가 없었다, 사실 전혀 친하지 않아 원망보다는 기억나는 것 자체가 없다, 오래 전에 인연을 끊었고 다시 맺을 생각도 없다, 그냥 남이다라고 진술했다.

 

(1969년생, 사망) - 피고인에게 유일한 버팀목이었으나, 2017. 1. 당뇨합병증으로 사망했다. 15년 넘게 당뇨를 앓았고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일을 제대로 못했으며 병원 신세를 지는 경우가 많았다. 피고인의 부와 이혼 후 다른 남성과 10년가량 살았고, 공장이나 김밥가게 등에서 간헐적으로 일했다. 늘 자식들을 데려오려는 마음이 컸으나 그러지 못했다.

 

여동생(27) - 2017년 경 결혼해 시흥에 살고 딸을 하나 두었으며 식당 종업원으로 일한다. 여동생의 배우자는 부친의 볼트공장에서 일을 돕고 있는 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피고인의 유일한 가족으로 서로 정이 깊다.

 

(3) 성장과정

 

피고인은 부천에서 11녀 중 첫째로 출생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가 이혼해 여동생과 함께 조모 집에서 생활했고, 잠시 부모가 재결합하여 같이 살기도 했으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완전히 결별한 이후 대부분 조모 집에서 생활했다.

 

부가 같은 집에 살았지만 사귀던 여성이 있는 등 자식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아 조모의 보살핌을 받았다. 초등학교 5, 6학년 때 축구부 생활을 했으나 부의 무관심으로 중학교에서 운동을 계속할 형편이 못 되어 그만 두었다. 중학교 2, 3학년 때 이유 없이 혼내고 욕하는 부가 싫어 가출을 자주 했고, 결석도 잦았으며 죽고 싶다는 생각에 아파트 옥상에 오르곤 했다.

 

공고에 진학한 후 학교생활을 그런 대로 괜찮게 했지만 너 같은 새끼가 고등학교 나와서 뭐할래라는 부의 한 마디에 상처받아 2005. 4.경 고등학교 1학년을 자퇴했고, 여동생과 조모가 마음에 걸렸음에도 부에 대한 반감으로 집을 나왔다.

 

당시 모는 김밥가게에서 숙식하며 일하고 있었고 사귀던 남성이 있던 터라 같이 살 형편이 못 되어 모의 도움을 받아 고시원에 들어갔으며, 찜질방 종업원과 전단지 배포 일 등을 하며 지내다, 16세가 되자마자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면허를 취득해 치킨 가게에서 배달원으로 일했다.

 

그 후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여 자동차정비 관련 전문대에 진학하려 했지만, 형편이 따라 주지 않아 포기했으며, 군 입대 직전 1년간 모니터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2009년 입대해 파주에서 운전병으로 복무한 후 2011. 7.경 제대(육군 병장 만기 제대)했는데, 제대 직후 휴대폰 명의를 도용당하는 사기를 당해 빚을 지는 등 힘겹게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2012년부터 수년 간 렌터카 업체 등에서 근무했다.

 

2017. 1. 모가 사망하자 충격과 슬픔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6개월간 식음을 전폐했고, 전깃줄로 목을 매는 등 자살을 시도하여 친구들이 집으로 찾아올 정도로 불안한 상태에 빠졌다.

 

겨우 심신을 추슬러 2017. 충남 아산 소재 ♥♥이엔지(삼성반도체 하청업체, 배관설치업)에 관리직(공사진행상황과 인원 관리 등)으로 입사해 1년간 일했으나 그만두었고, 2018. 7. 현장 일용직으로 재입사해 경기 부천, 수원, 화성, 충남 천안과 아산을 떠돌며 생활했다.

 

2019. 6. 우울감과 의욕상실로 일을 그만두었고, 두세 번의 자살시도를 했으며, 제대로 먹지 않은 채 하루 1~2시간만 자고 줄담배만 피우며 괴로워하다 이 사건에 이르렀다.

 

(4) 학력사항

 

초등학교 : 인천 ■■(96. 3. ~ 9.) / ◇◇(96. 9. ~ 98. 2.) / ◆◆(98. 2. ~ 9.) / ◇◇(98. 9.~ 02. 2.) / 출결 - 양호 / 장래희망 - 축구선수 / 행동발달사항 - 행동이 민첩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냄(4학년) /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행실이 바름(5학년) / 학급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나 기초 연산능력의 노력을 요함(6학년)

 

중학교 : ▧▧(02. 3. ~ 03. 1.) / ♤♤(03. 1.~ 05. 2.) / 출결 - 불량 / 장래희망 - 기술자, 자동차정비사 / 학업성취도 - 하위권임 / 행동발달사항 - 가정환경으로 인해 학습의욕이 없고 기초학력이 많이 떨어짐(1학년) / 사교적이고 명랑하나 자기발전 의지가 다소 부족함(2학년) / 온순하고 교우관계가 원만하나 남을 배려하고 깊이 생각할 줄 아는 생활태도가 필요함(3학년)

 

고등학교 : ♧♧공고 전자전산과 1학년 중퇴(05. 3. ~ 4.) / 출결 - 불량 / 장래희망 - 기술자, 자동차정비사 / 학업성취도 - 하위권임 / 행동발달사항 - 밝고 명랑하나 주위가 산만함

 

(5) 주거 및 경제상황

 

주거 : 원룸이나 고시원 등지에서 혼자 살았고, 이 사건이 있기 두 달 전 지금의 주소지 오피스텔(보증금 30만원, 35만원)로 이사했다.

 

경제상황 : 빚이 100만 원가량 되고 금융채무 불이행자임 / 가족에 무심한 부 탓에 경제적으로 늘 어려웠고, 제대한 해에는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직업사항 : 렌터카 업체를 거쳐 이 사건 발생 두 달 전까지 배관설비업체에서 일했는데, 일용직(일당 11만원)으로 한 달에 20일 가량 일해 월 200~250만 원 정도 벌었다.

 

(6) 대인관계 및 여가

 

대체로 협소한 편 / 친한 친구가 2명 있으나 교류가 활발한 편은 아니었고, 쉬는 날에도 혼자 지냈다. 2019. 6. 그만 만나고 싶어 4개월 정도 사귀던 여자 친구와도 헤어졌다. 일이 없는 날에는 여러 종류의 인터넷 게임을 즐겨했다.

 

(7) 건강상태

 

발목통증(인대 수술 필요)이 있으나 비교적 건강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경험은 없으나 자살시도는 여러 번 있는 등 우울증이 의심된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느냐는 보호관찰관의 질문에 대해 피고인은 아는 사람에게 말하기에는 걱정을 시킬까봐 그러지 못했고 한편으로는 창피했으며, 생명의 전화 등에 연락해 봤자 힘내라라는 말이 전부 아니었을까? 그런 흔하고 뻔한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술은 잘 하지 못하고 약물경험은 없다.

 

(8) 성격

 

피고인은 스스로에 대해 조용하고 말수가 적으며, 잘 참는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 싫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라고 했고, 피고인의 여동생은 우울감이 약간 있었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밝고 쾌활한 성향은 아니지만 어울릴 때 잘 어울렸다라고 했다.

 

성격평가 질문지 문항 중 구체적인 자살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에서 실제 있었음에도 3(매우 그렇다)이 아닌 1(약간 그렇다)으로 답하는 등 자신을 좋게 보이려 애쓴 흔적이 있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기분 동요가 빈번하며, 불쑥 솟아오르는 분노를 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시사되었다. 자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자존 감이 낮아 자기 비하에 시달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과가 없고, 법과 사회질서에 순응하고 살아왔으나,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어떤 때는 입고 다닐 옷을 살 돈이 없을 정도로 궁핍하여 부모가 조금만 도와주었으면 하고 생각했다고 하며, 차분하게 진술했고 눈물을 자주 보였다.

 

(9) 변화의지 및 향후 계획

 

피고인은 생을 포기하려다 실패한 후 낯선 구치소에 들어와 있는 신세가 되어 당황스럽고, 이제는 하루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으며 삶에 대한 의욕도 생겼다. 출소하면 여동생 집에서 당분간 지내며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을 것이다. 그 다음 일은 시간을 두고 차차 생각해 볼 것이다고 진술했다.

 

연락할 만한 친척도 없는 피고인에게는 여동생이 유일한 혈육인데, 피고인의 여동생은 피고인에 대한 보호의지를 보이면서, ‘피고인이 출소하면 자신의 집에서 같이 살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동생의 배우자가 피고인과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는 친구라 많이 이해해 주고 경제적 형편도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피고인의 반성문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 재판장님, 안녕하세요 / 저는 살인방조미수라는 죄를 지어 울산구치소에서 수감생활 중인 A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뒤돌아보고 제가 살아왔던 삶에 대해서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삶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힘들다고만 생각하며 나태해져가는 제 자신을 핑계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또 저로 인해서 다른 분들까지도 힘든 일을 겪은 것 같아 그 분들께도 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 재판장님, 저는 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시고 동생을 보살피며 정말 정직하게 살려고 많이 노력하며 나름 열심히 살아왔지만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충격이 작지 않아 힘들 때면 부모님의 보살핌이 많이 그리웠습니다. / 재판장님, 동생은 지금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또 다른 가족이라는 구성원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지만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또 동생도 곁에서 보낸 후에는 철저하게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해 나가는 삶이 버거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의 의지를 꺾은 듯 하고 순간의 잘못된 생각과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 재판장님,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동생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면회도 와서 동생 얼굴도 봤습니다. 짧은 10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졌던 건 아마도 이런 모습을 동생에게 보여줘야 하는 미안함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생에게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어쩌면 저를 부모라 여기며 살아온 동생에게 너무 미안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같은 생각으로 만나 힘든 일을 겪은 분들께도 미안한 마음과 용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앞으로는 어떠한 어려움도 힘들다 여기지 않고 우직하게 이겨내며 살아가겠습니다. 이런 저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 저의 죄에 대한 용서를 재판장님께 구하고 싶습니다. 제가 용기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선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곳에서 나가 동생과 손을 맞잡고 많은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 재판장님, 저의 잘못된 생각으로 오히려 더욱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겪게 한 제 자신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습니다. 사회라는 곳에 더욱 더 힘차게 발돋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 재판장님, 깊은 마음으로 선처해 주십시오. / 20191017A 올림

 

피고인 여동생의 탄원서

 

존경하는 판사님 안녕하세요. / 저는 울산 구치소에서 자살방조미수라는 죄를 지어 수감생활 중인 A의 친동생 D입니다. 탄원서를 처음 써서 많이 서툴지만 진심을 다해 한 자 한 자 써내려가겠습니다. / 저희 남매는 일찍이 둘만 남겨졌고, 풍족하진 않아도 의좋은 남매로 지냈습니다. 제 나이 스물다섯이 되던 해 저는 결혼을 하여 예쁜 딸을 낳고 가정을 이뤘습니다. 주어진 시간들이 행복해서 오빠를 돌아보지 못한 채 그저 잘 지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소 오빠는 큰 욕심 없이 자기 일만 묵묵히 해오며 바쁘게 살아보려 노력했습니다. 적은 시간이라도 생기면 저와 제 딸과 시간을 보내려 했고, 전 그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모습들만 봐온 저는 버팀목 역할을 해 주었던 오빠가 홀로 힘든 시간들을 보냈던 것을 이런 결과를 남기고서야 알게 되어 가족으로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본인의 올바르지 못했던 행동에 후회하고 반성하며 저에게 미안하다고 쓴 편지는 그 날 밤에 오빠를 많이 울렸을 겁니다. / 오빤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감정들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그 과정에서 자살을 방조하게 되어 피해자분과 가족 분들에게 힘든 시간을 주게 된 것에 대해 오빠만이 아닌 저 또한 가슴이 아프며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빠를 헤아리지 못한 제 자신도 미워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 판사님, 저희 오빠가 다시 한 번 사회로 발돋움해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감히 용서를 빕니다. 가족을 방치했던 못난 동생인 저와 수감 중인 오빠가 다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고, 늘 건강했던 오빠가 어린 저를 지켜주던 것처럼 이젠 제가 오빠 옆에서 지켜주고 싶습니다. 마음이 단단해지고 겁 없이 세상을 이겨내며 살아갈 수 있게 제가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 오빠는 힘들어하는 타인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제가 아는 저희 오빠는 충분히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며 말씀드립니다. /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관리 유의하시고 늘 평안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부족한 제 글을, 판사님의 귀한 시간 내어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20191030일 위 탄원인 D

 

동료 재감인의 탄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안녕하십니까. / 저는 울산 구치소에 수감 중인 피고인 ○○○입니다. 저는 성매매알선으로 수감되어 있습니다. 범죄자가 다른 수감자에게 탄원서를 적는다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A를 울산구치소 신입방에서부터 본방까지 옆에서 함께 지내온 사람으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한 치에 거짓 없는 탄원서를 적을 것을 맹세합니다. / 2019814일 제가 울산구치소에 왔습니다. A2019816일 울산구치소에 왔습니다. 신입방에 당시 11명 정도 있었으며 얼굴이 어두운 청년이 신입으로 왔습니다. 신입이 오면 이름, 나이, 죄명 이런 것을 물어보는데 A가 자살을 시도하다 같이 자살하려던 사람의 신고로 자살방조가 되어 구속되었다고 했습니다. 저도 첫 수감생활이다보니 다른 한 쪽에서 듣고 있다 마음이 쓰였습니다. 저녁이 되어 어느 어르신이 A에게 자살하려 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A의 어머니가 지병으로 돌아가시고 우울증과 삶의 의지가 사라져 죽을 생각을 했다고 했습니다. A의 과거를 듣고 저 또한 제 가정사가 생각나 A의 마음이 이해가 되어 곁에 다가가 위로의 말과 앞으로 자살할 용기로 발버둥 치며 살면 뭐든지 성공할 거라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A는 수감생활 일주일 정도 삶을 포기한 듯 했으나 같은 방에서 마음 맞는 형들과 동생들 속에 지내면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보고 듣고, 옆에서 많은 조언을 들으며, 지금은 삶의 의지가 매우 강합니다. / 존경하는 재판장님, 우리 A16개월 구형을 받고 왔습니다. 제가 걱정스러운 건 다른 공범들이 돈이 없어 A가 마트에서 계산한 이유로 죄를 따지는 것을 100%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존경하는 재판장님께서 법의 원칙대로 하시는 것을 압니다. A의 선고기일에 재판장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염치없이 부탁하고자 글을 적어봅니다. A 같은 방 형으로서 재판이 끝나 상심할 것이 우려되어 감히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무례한 부탁을 드립니다. 선고일에 선고와 따뜻한 말과 희망을 A에게 주셨으면 하며, A의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정말 A의 미래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범죄자지만 이렇게 염치없이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탄원인 ○○○

 

. 피고인 B의 판결전 조사서 내용(성장환경 및 사건에 이른 경위)

 

피고인 본인의 진술 등을 토대로 한 울산보호관찰소의 판결전 조사서에 나타난 피고인의 성장환경 및 이 사건에 이른 경위는 다음과 같다.

 

(1) 자살모의와 실행과정

 

피고인(1984. 1. 25., 사건 당시 35)은 전문대를 중퇴하고 덤프트럭기사로 일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부유한 집안의 막내이자 유일한 아들로서 유흥에 빠져 세월을 보냈으나, 가세가 기울고 집안에서 외면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빚을 진 후 2018년부터 친구가 없다. 내가 못나고 초라하다는 관념에 빠져 자살을 생각하게 되었다.

 

2019년 봄 해외 검색 사이트를 통해 알아낸 자살방법으로 질소가스를 인터넷으로 구입해 혼자 차안에서 들이마시는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했으나, 숨이 막혀 중단하는 바람에 실패하였다.

 

2019. 8. 10. 07:00 A의 트위터에 동반자살하자는 글을 보고 답장을 보냈고, 같은 날 10:00경 역시 이를 보고 연락한 C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구체적인 자살방법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피고인 등은 이미 자살방법을 알고 있었고, 특히 C는 헬륨가스를 이용한 자살시도 경험이 있었는데, ‘큰 고통은 없었으나 옆에서 깨워 죽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22:00경 맥주 피처 1, 소주 2, 컵라면을 사 가지고 울산 남구의 모 여관에 투숙했고 치킨도 배달시켰다. 서로 어색함이 흐르는 가운데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으나, 셋 모두 술을 싫어해 A와 피고인이 소주 반병을 마셨고, 음식은 대부분 남겼다. 준비한 가스통과 비닐에 호스를 연결하여 자살용 도구제작을 마친 후 잠을 청했다. 잠이 쉽게 들지 않아 한참을 누워 있다가 다음날 03:00경 잠이 들었다가 아침에 누군가 깨워 일어났다. 누가 먼저 이제 자살하자라는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세 사람 모두 각자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직접 가스 밸브를 연 후 누웠다. 막상 죽으려니 두려웠고 생에 대한 미련이 남았으며 숨까지 막히자 자신이 먼저 비닐봉지를 벗었고, 이미 눈이 돌아간 C의 비닐봉지를 찢은 후 119에 신고했다. A는 가스가 잘 나오지 않아 자살에 실패했다.

 

C는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한 후 사라져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다.

 

(2) 가족사항

 

- 과거 골재업(모래 채취)을 오랫동안 했고, 10여 년 전 은퇴하여 고구마와 고추 등을 키우며 소일하고 있다. 말이 없고 고지식하며 술을 좋아하고 폭력성이 있어 이전부터 부와 대화가 거의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 전업주부로만 지냈고 평생 자식 밖에 모르고 살았다. 이번 사건을 알고 난 후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온다며 피고인을 위로했고, 피고인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다.

 

누나 3- 큰 누나와 셋째 누나는 울산에서 주부로 생활하고, 둘째 누나는 아직 미혼으로 대학 졸업 후 일본으로 가 그곳에서 직장생활 중이다. 피고인은 누나들과 크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이다.

 

(3) 성장과정

 

울산에서 13녀 중 넷째로 출생했다. 어린 시절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집안이 넉넉했으나, 부의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두려움을 느끼며 성장했다. 부의 권유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월 200만원이 드는 개인레슨을 받으며 골프를 배웠으나,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골프는 스무 살까지 했으나, 세미프로는 되지 못한 채 싱글플레이어이다).

 

중학생 시절인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 부의 사업이 타격을 받았으나, 크게 가난해 진 것은 아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이성에 눈을 떠 여학생들과 어울려 외박을 일삼다가 부에게 두들겨 맞았고, 그게 싫어 다시 가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는데, 이로 인해 학교생활은 엉망이 되었고, 이런 생활이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졌다.

 

전문대에 입학했으나 흥미를 못 느껴 1학기를 마친 뒤 자퇴했고, 2004년 입대하여 강원도 화천에서 보병으로 군복무 후 2006. 3. 제대(육군 병장 만기 전역)했다. 전역 직후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에 취직했지만 몇 개월 만에 그만 두었고, 그 이후 약 8년간 부모의 재력에 기대 유흥주점에 출입하고 도박에 손대고, 스노보드 등 스포츠를 즐기며 한량으로 지냈다.

 

2009년부터 2011년경까지 결혼을 생각하던 여성과 2년 반 동안 동거했으나, 상대의 변심으로 헤어진 후 큰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유흥에 빠진 자신을 집에서 도와주지 않자 친구들에게 손을 벌리게 되었고, 여기저기 빚을 얻어 쓰다 평판이 떨어져 대인관계가 크게 위축되었으며, 주변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어 차츰 사람을 멀리하게 되었다.

 

30대에 접어들어 부와 지인의 도움으로 현대자동차에 범퍼를 납품하는 개인 사업을 했으나, 일감이 줄자 2년 만에 그만두었고, 집에서 쉬다 지금의 직장에 들어갔다.

 

그 후 아는 사람과 부딪히기 싫어 본가가 있는 울산에는 간혹 들렸는데, 자괴감에 시달리다 본건에 이르렀다.

 

(4) 학력사항 등

 

중학교 : 출결 - 불량 / 학업 - 하위권 / 활동적이고 급우들과 잘 어울림, 명랑하고 활발하며,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나 성적이 부진하며 의지가 부족함 / 사교적이고 명랑하나 자주성이 부족하고 학습의욕이 없으며 끈기가 없음

 

고등학교 : 활발하고 사교적임 / 학급총무부장으로 개성이 강하고 매사에 적극적임

 

경주 모 대학 경호 스포츠학과 1년 자퇴

 

(5) 주거 및 경제상황

 

주거 : 직장 숙소에서 7명이 같이 지내고 둘이 같은 방을 씀

 

경제상황 : 빚이 5천만 원에 이르고, 5년 전부터 금융채무 불이행자임 / 모두 유흥비로 탕진하여 생긴 것으로, 모와 큰 누나가 부 몰래 1억 원 넘게 갚아주고도 남은 것임 / 수개월 전 개인회생을 신청했지만 조건을 채우지 못해 받아들여지지 않음 / 부모는 아직 부유하여 살고 있는 건물과 밭 등을 합쳐 재산이 상당함

 

직업 : 경산 소재 ○○중기에서 덤프트럭 운전(2017. 5. 입사하여 2018. 6. 그만두었다가 2019. 3. 다시 들어갔으며 월급 250만 원이고 일요일에만 쉼)

 

(6) 대인관계 및 여가

 

이전에는 친구가 많았으나 모두 떠나고, 지금은 2명뿐임 / 성인이 된 후 7명의 여성을 사귀었으나 연애가 귀찮게 느껴져 수년 전부터 교제가 없음 / 참석하는 모임이 이제 없고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음 / 시간이 나면 인터넷으로 무협지, 판타지 소설을 자주 읽음

 

(7) 건강상태

 

신체는 비교적 건강함 /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전력 2회 있음 / 7, 8년 전 동거녀의 변심으로 실연당하자 잠을 이룰 수가 없어 수면제를 처방받으려고 처음 찾았고, 나 중에 호전되자 더 이상 가지 않았음 / 3년 전에는 도박을 끊으려 찾아갔더니 우울증도 있다고 해 2개월간 약물치료를 받았으나, 여러 상황이 좋아지면서 임의로 중단함 / 술은 잘 하지 못함

 

(8) 성격

 

피고인은 스스로에 대해 친구들 사이에서 제일 착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자존심이 세고, 주변에서 하는 말에 욱하기도 하며 기분의 기복이 심하다. 작은 일에도 걱정을 심하게 하는 편이다라고 진술함 / 피고인에 대한 성격평가 결과, ‘대인관계에서 피해의식이 있어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함. 사회적 상황에서 위축되고 불편하며 소극적이고, 화를 내거나 기분변동이 심하여 분노통 제를 못하며 무모한 행동을 할 가능성 큼. 정서적 불안정과 공허함에 시달리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대처능력이 저조함. 불안, 우울, 자살사고 위험이 높아 치료가 필요할 정도이고, 스스로도 심리적 불편을 느끼고 있음으로 조사되었다.

 

사회질서나 법규범을 부정하거나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낀 적은 없고,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그저 자신이 잘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해왔다고 진술함 / 조사태도는 순응적이고 협조적이었으며, 현재 본건을 후회하고 창피하게 느끼고 있으며, ‘이전처럼 화려하게 놀지는 못해도 재미있는 드라마나 무협지를 보며 지내는 것도 좋더라고 진술했다.

 

(9) 변화의지 및 향후 계획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받을 생각은 없는데, 그 이유는 지금까지 두 번 갔지만 크게 효과를 본 적이 없기 때문임 / 다만, 이제는 자살시도를 안 할 것임 / 부 소유 5층 건물의 2층이 비어 있는데 여기에 만화방을 차리고 싶음(모는 찬성했지만 부가 아무런 대답이 없어 기다리는 중임) / 부와 정서적으로 멀지만 모와는 가깝고 집안의 경 제적 형편이 넉넉하여 지지환경은 양호한 편이다.

 

. 자살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1)

 

(1) 생물학적 요인

 

대부분의 생물학적 연구들은 자살행위를 신경생물학적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부족과 자살행위 간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Roy, 1994). 자살한 사람과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뇌 척수액에서 세로토닌과 그의 대사물인 5 - HIAA를 측정한 결과 다른 원인으로 사망하거나 자살 시도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 그 수치가 현저히 낮았다(Arango et al., 1995 ; Lester, 1995).

 

(2) 사회학적 요인

 

사회학적 모형은 개인들이 속해 있는 사회에 통합된 정도와 자살률이 반비례한다는 Emil Durkheim(1987)의 사회통합가설(hypothesis of social integration)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그의 저서 자살론’(Le Suicide)에서 사회통합의 정도와 차원에 따라 자살은 세 가지 유형, 즉 이기적 자살(egoistic suicide), 이타적 자살(altruistic suicide), 아노미성 자살(anomic suicide)로 구분했다. 이기적 자살은, 개인이 그가 속한 사회에 통합되는 정도가 약해, 개인적 자아가 사회적 자아보다 강력하여 지나친 개인주의에 의한 자살을 말한다. 즉 상호유대가 형성된 사회는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치료적인 효과를 발휘하다 개인주의적인 사람은 이러한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소외된다는 것이다. 이타적 자살은, 개인이 그가 속한 사회에 지나치게 통합된 나머지, 그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경우로 고대 그리스인이나 로마인들의 영웅적 자살, 일본인들의 할복, 전쟁 시 국가나 전우를 위한 희생이 이러한 범주에 들어간다. 아노미성 자살은, 사회와 개인 간의 통합 상태의 평형이 깨어짐으로써, 개인이 그의 통상적인 규준의 행동을 할 수 없을 때 일어난다. , 이기적 자살은 존재의 근거를 삶에서 찾지 못함으로써 일어나고, 이타적 자살은 존재의 근거가 외부에 존재하기 때문에 일어나며, 아노미성 자살은 개인적 열망에 대한 사회적 영향력의 결핍으로 사회가 개인을 충분히 규 제하지 못해 제동 없이 방치함으로써 일어난다.

 

(3) 심리학적 요인

 

인지적 관점에서 자살을 연구해온 Baumeister(1990)는 그의 저서 자기로부터의 도피’(Escaping from the self)에서 인간은 자신의 고통으로부터 도피하는 수단으로 자살을 택한다고 보았다. 그는 자살에 이르는 과정을 개인의 기대수준은 높은데 비해 현실적인 상태는 그에 미치지 못할 때 기대와 현실과의 괴리가 발생하고, 괴리가 생긴 이유를 자신의 탓으로 돌려서 자기비난과 부정적인 자기평가를 하게 되며, 주의의 초점이 자기에게 돌려져서 고통스런 자기지각이 더욱 첨예화되고 자신에 대해 더욱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되며, 그러한 결과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 상태가 초래된다. 개인은 이런 고통스런 생각과 감정을 없애 줄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찾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인지적 몰락(cognitive deconstruction)상태가 유발된다. 인지적 몰락이란 정신기능의 협소화(mental narrowing)로 모든 사건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기를 거부하고 모든 것을 피상적, 무가치적으로 지각하고 해석하는 정신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상태는 자살을 저지하는 여러 가지 내적 억제력을 약화시키는 기제가 되어, 결국은 부정적으로 인식된 자신과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수단으로서 자살과 같은 극단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4) 스트레스 취약성 모형

 

이상의 이론적 모형은 자살과 관련된 개인과 사회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 스트레스 - 취약성 모형이다(원호택, 1997). 스트레스취약성 모형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 사회심리적 소인과 개인이 속한 환경의 상호작용 경험이 심리장애의 원인이 된다고 본다. 즉 취약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개인은 어떠한 사건이나 스트레스에 대하여 견디는 힘이 적어서 쉽게 심리장애를 갖거나 자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취약한 요인이 적은 사람은 심한 스트레스에도 잘 적응할 수 있다.

 

. 우리나라의 자살 실태2)

 

보건복지부에서 2019년 발간한 2019 자살예방백서(2017년 통계 기준)에 의하면, 2017년 우리나라의 자살 실태는 다음과 같다.

 

자살자 수 및 자살률 : 2017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2,463명으로 201613,092명 대비 629(4.8%) 감소 / 2017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24.3명으로 25.6명이었던 2016년에 비해 1.3(5.1%) 감소

 

성별 자살 현황 : 남성 자살률(34.9)이 여성 자살률(13.8)보다 약 2.5배 높으며, 자살자 수는 남성이 8,922, 여성이 3,541명으로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약 7:3

 

연령별 자살 현황 : 연령이 증가할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며 80세 이상(70.0)이 최고 / 자살자 수는 50(2,568)가 최다 /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자살률 감소, 특히 60대 자살률 감소가 두드러짐(’1654.0’1730.8, 12.8%) / 자살률이 감소한 연령대 중 30대 자살률의 감소폭이 가장 적음(’1624.6’1724.5, 0.4%) / 20대는 자살률이 전년과 동일함(20’1616.4’1716.4)

 

지역별 자살 현황 : 2017년 지역별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세종(16.6)이 가장 낮으며, 충남(26.2)이 가장 높음

 

<지역별 연령표준화 자살률>

 

(단위 : 인구 10만 명당 명)

 

 

 

교육정도별 자살 현황 : 교육정도별 자살자 수는 고등학교 졸업이 4,657(37.4%)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대학교 졸업 2,689(21.6%), 초등학교 졸업 1,951(15.7%) 순으로 나타남 / 무학(여자 366, 남자 285)을 제외한 모든 학력에서 남성 자살자가 여성 자살자 보다 많음

 

직업별 자살 현황 : 자살자의 직업으로는 학생·가사·무직이 6,704(53.8%)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서비스 종사자 및 판매종사자 1,304(10.5%), 미상 및 군인(사병 제외) 860(6.9%) 순으로 확인됨

 

자살 수단별 자살 현황 : 2017년 자살수단별 자살자 수는 2016년과 동일하게 목맴 6,524(52.3%), 추락 1,896(15.2%), 가스중독 1,841(14.8%), 농약 음독 834(6.7%) 순으로 많았음 / 연령별로는 10대에서는 추락, 2080대 이상은 목맴으로 인한 자살 사망 비율이 가장 높았음

 

동기별 자살 현황 : 정신과적 질병 문제가 3,939(31.7%)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경제생활 문제 3,111(25.0%), 육체적 질병 문제 2,565(20.6%) 순으로 나타남 / 연령별로는 1030세는 정신과적 질병 문제, 3150세는 경제생활 문제, 5160세는 정신과적 질병 문제, 61세 이상은 육체적 질병 문제가 가장 높게 나타남

 

자해·자살시도자 : 여성이 15,482(54.7%)으로 남성 12,843(45.3%) 보다 많음 / 연령별로는 20대가 21.0%(5,942)로 자해·자살시도자 비율이 가장 높음 / 전년 대비 20대의 자해·자살시도자 수는 662명 증가(’165,280’175,942)하였고, 전년 가장 자해·자살 시도자 수가 많았던 40대는 6명 감소(’165,488’175,482)하여 순위가 바뀜

 

청소년 자살 관련 실태조사 : 여자 청소년이 남자 청소년 보다 우울감(30.3% > 20.3%), 자살생각(15.0% > 9.4%), 자살계획 경험(4.3% > 3.5%), 자살시도 경험(3.2% > 2.0%) 비율이 높게 나타남 / 폭력 피해로 인한 병원치료 경험의 횟수가 많은 청소년일수록 자살생각 경험 비율이 현저히 높게 나타남(폭력 피해로 인한 병원치료 경험 횟수 4번 이상 45.9% > 1~331.2% > 011.4%)

 

성인 자살 관련 실태 조사 : 성인 여성이 성인 남성보다 자살 생각(7.3% > 4.5%), 자살 계획(1.7% > 1.2%), 자살 시도(0.7% > 0.5%) 경험 비율이 더 높음 /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자살 생각이 없다가 생길 확률(기초생활 보장수급가구 8.0% > 일반 가구 2.2%)과 계속 자살 생각을 갖고 있을 확률(기초 생활 보장수급가구 26.0% > 일반 가구 17.8%)은 수급가구와 일반 가구 간에 차이 존재

 

여성 자살 관련 실태조사 : 자살 생각이 없다가 생길 확률(직업여성 2.8% > 직업여성 2.2%)과 계속 자살 생각을 갖고 있을 확률(직업여성 24.5% > 직업여성 16.8%)은 직업 유무에 따라 차이가 있음 / 경제적 스트레스 유무에 따라서도 자살 생각이 없다가 생길 확률(경제적 스트레스 여성 5.3% > 경제적 스트레스 여성 0.9%)과 계속 자살 생각을 갖고 있을 확률(경제적 스트레스 여성 27.3% > 경제적 스트레스 여성 10.9%)의 차이 존재

 

노인 자살 관련 실태조사 : 여성 노인(7.1%)이 남성 노인(6.1%)보다 자살 생각 경험 비율 높음 / 노인이 자살을 생각한 주된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27.7%), 건강문제(27.6%), 배우자, 가족, 지인과의 갈등(18.6%), 외로움(12.4%) 순으로 나타남

 

장애인 자살 관련 실태조사 : 여성 장애인(15.6%)이 남성 장애인(12.9%)보다 자살 생각 경험 비율이 높으나, 자살시도 경험 비율은 남성 장애인(1.4%)이 여성 장애인(1.3%) 보다 높음 / 중증(1~3) 장애인(1.6%)이 경증(4~6) 장애인(1.3%)보다 자살시도 경험 비율 높음

 

. 자살에 대한 정부 대책

 

(1) 보건복지부(자살예방정책과)

 

현 정부 들어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확산과제가 국정 과제에 포함됨에 따라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수립시행(2018. 1. 23.)하면서 적극적 자살예방 대책 추진을 위한 전담 부서로 자살예방정책과를 신설했다. 자살예방정책과는 OECD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자살률이 개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고 또 해결할 수 있는 사회 문제라는 인식하에 자살예방정책을 수행하며,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자살예방 및 정신보건, 사회복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다양한 민간위탁기관이 자살예 방 관련 업무를 유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연계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나아가 보건복지부는 자살률을 감소시키기 위해 2018. 12. 27. 자살예방 전문 상담전화 1393을 개통했다(보건복지상담센터 내 위기대응상담팀에서 채용한 자살예방상담 전문 인력으로 운영되며, 전문상담인력과 상담 이후의 사례 관리, 112 등 긴급출동, 정신건강복지센터 연계 등을 위한 운영체계를 갖춤).

 

(2) 중앙자살예방센터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제13조에 의해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앙자살예방센터를 설치 및 운영해야 하는데, 중앙자살예방센터는 보건복지부의 자살 예방사업을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살예방사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며, 종교계와 의료계 등 사회각계 민관협력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민정의 자살예방사업 협력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3) 중앙심리부검센터

 

보건복지부는 20144월부터 중앙심리부검센터를 설립하고 현재까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자살 유족과의 면담을 통해 자살사망자의 사망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자살 유족 및 전문 인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4) 광역 및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는 시도의 정신건강사업 및 자살예방사업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곳으로서 지역특성을 반영한 사업 수행을 위해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를 비롯한 지역사회 유관기관 간 연계 및 서비스 제공 체계 마련하고,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 기술지원 등 지역 내 자살예방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현재 전국 9개의 광역자살예방센터와 16개의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기초자살예방센터에서는 전국 시군구 단위로 총 26개소가 있으며,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전국 시군구에 총 236개소가 운영 중에 있다.

 

. 마치며

 

(1) 앞서 본 바와 같이 범국가적 차원에서 자살예방에 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한 결과, 2019년 자살백서에 의하면, 2017년에는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자살률이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는 사실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연예인 등 사회적 인지도가 높은 사람들의 자살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에서도 광범위하게 자살이 발생하고 있다. 사망원인 통계에 의하면 여전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사이에서 최고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자살로 인한 폐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

 

(2) 살아온 환경이나 배경, 처지가 크게 상이함에도, 피고인들이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공통의 원인이 무엇인가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 사회적 존재라는 점에 비춰 보면, 결국 인간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상실감 때문으로 보인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 역시 불우한 유년기, 어머니의 사망, 경제적 파탄, 대인관계의 단절 등으로 인해 사회적 존재감이 계속 축소되다 극단적 고립감에 빠져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직전 피고인들이 나눈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대화에는, “저도 어제 가불땡기고 신불자 작업대출까지 해서 올인났네요ㅠ - 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죄송하네요 - 어유 다 그렇죠, 돈 있으면 죽을 일 있나요 뭐, 다 돈 때문이죠 - 네ㅠ - 고생은요 무슨 기쁜 마음으로 갑니다 - 질소중독 치사량 쫌 알아볼 수 있나요? 암만 구글링해도 안 나오네요 - 저도 그거 찾고 있어요, 찾으면 바로 알려드릴께요 - 아침에 돈을 좀 썼는데 어찌어찌 6만 원을 만들었어요, 돈 구하기 진짜 힘드네요, 더 구해 볼께요 - 힘들죠 - 도움이 못 돼서 죄송합니다. 제가 제일 미안해요. 멀리서 오시구. 차 준비해주시구ㅠ -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은 급할 때 3만 원 구하기도 힘들더라구요. 참 쪽팔리고 서럽더라구요ㅠ - 맞아요 ㅋㅋ - 저는 2일 전에 치과카드선불 결제한 거 땡깡 부려서 현금 받아냈어요 ㅋㅋ - ㅋㅋㅋ 우리 이번에 무슨 일이 있어도 좋은 곳으로 같이 가요 -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ㅎㅎ - 3번째 실패해서 하 지긋지긋하네요 - 무슨 일하세요? 저는 직업 없습니다 - 저도 백수 3개월차 ㅋㅋ - 너무 빨리 오신 거 아니에요? - 전 집이 없어서요 ㅋㅋ. 갈 데가 없어요. 방 보증금도 빼서 다 쓴지 오래라. 모텔만 지겹게 있었네요 - ㅎ 전 덤프 몰아요 - 대단하시네요, 전 면허도 없는데 - 인생 하빠리 운전이죠 뭐 - 제가 좀 생각해 봤는데, 질소 혹시 부족할 거 같으면 제 핸드폰 파는 거 어떠신가요. 알아보니까 20만 원 정도 중고값 받을 것 같네요라고 적혀 있다.

 

사회에서 철저히 고립된 피고인들이, 전혀 일면식조차 없던 상태임에도 솔직하고 진지하게 나눈 마지막 대화가 자살에 대한 것이고, 사심 없는 순수한 생의 마지막 호의가 죽음의 동행이라는 점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죽기로 마음먹었을 때에야 비로소 서로 공감할 수 있다는 이 사실이 서글프기 그지없다. 인터넷이 이제 사물에까지 연결되고, 소셜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된 이 시대에서 고립감을 견딜 수 없어 자살에 이르렀다는 이 사실은 너무나 역설적이고 가슴 아프다.

 

제프 딕슨은 일찍이 우리 시대의 역설이라는 시(일부 발췌)에서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 / 너무 적게 웃고 / 너무 빨리 운전하고 / 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 /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 생활비 버는 법은 배웠지만 / 어떻게 가치 있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 / 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은 상실했다 / 달에 갔다 왔지만 /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 졌다 /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을 부수지는 못 한다 / 키는 커졌지만 인품은 왜소해지고 / 이익은 더 많이 추구하지만 / 사람과의 관계는 더 나빠졌다, 통렬히 지적한 바 있다.

 

제프 딕슨의 시에 빗대 말하자면, 우리는 어떤 시대보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너무 많이 연결되어 있어 너무 많은 단절의 두려움을 느끼고, 세상과의 접촉은 쉬워졌지만, 그로 인해 너무 많은 질병에 전염되고 너무 큰 상처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어느 시대보다 많은 정보로 넘쳐 나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타인의 행복을 너무 많이 보게 하고 우리를 타인과 너무 쉽게 비교하게 만든다. 결국 우리는 너무 많이 절망에 빠지고, 너무 많은 소외를 겪는다. 댓글과 좋아요, 구독자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타인의 고통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단 한명의 진지한 청자(聽者)는 찾아보기 어렵다.

 

(3) 피고인 A는 수사기관과 판결전 조사에서 왜 적극적으로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명의 전화 같은 곳에 도움을 요청해 봤자 힘내라는 뻔한 충고가 전부일 것이라 생각되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누구도, 심지어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기관조차, 생의 기로에 선 개인의 불행과 고립감에 진지하고 실효성 있는 관심과 대책을 고민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피고인의 이 인식, 이 사회적 신뢰의 붕괴라는 이 지점이 다른 무엇보다 뼈아프다. A 피고인의 믿음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철저히 타자의 불행을 개인의 문제로만 국한하고 축소시킨 다음, 외부로 드러나지 않게 밀봉해 온 사회다. 설령 한 개인이 열등하고 못나서 그와 같은 처지에 빠진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를 잘라내고 도태시켜서는 안 된다. 개인의 능력 때문이든, 환경 탓이 든, 그 어떤 이유에서든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을 못 본 척 할 순 없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생존방식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면, 우리 모두가 그곳으로 빨려 들지 않으리라는 장담 역시 할 수 없다.

 

(4) 공과금 몇 만원이 없어 단전된 싸늘한 월세 방에서, 몇 달치 치 월세가 밀려서, 누군가에게 배신당해서, 사랑하는 이가 죽어서, 억울한 일을 당해서, 아무도 곁에 없어서누군가 생을 끝내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수많은 이가 무수한 이유로 스스로 목 숨을 끊고 있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그저 관성적으로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죽는다. 살인과 강간이 끊이지 않고, 매일 서너 명이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익명이라는 베일 뒤에 숨어 저주를 퍼붓고, 서로 무시하고, 외면하고, 홀대하고, 핍박하고, 착취하는 이 세상을 두고 차마 아름답고 살만한 곳이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모진 삶을 계속 이어나가는 이유는 세상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세상이 부조리하고 엉망진창임에도 우리가 미련스럽게 살아가는 이유는, 그것이 무릇 모든 숨탄 것들의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살고 싶다. 그 절대적이고 원초적인 욕망을 넘어설 수 있는 고통이, 이처럼 자주, 이처럼 도처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생활고로, 우울증으로 세상에서 고립된 채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는 한 우리는 결코 잘 살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5) 현대인에게 있어 자살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이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사회 문제다. 그 사회경제적 손실을 떠나 우리 주변의 다정한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증발함으로써 그의 부재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충격과 슬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누군가의 가족과 이웃이자 같은 시민으로서 우리의 책임과 역할이 무엇인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자살을 막으려는 수많은 대책과 구호가 난무한다. 그러나 생을 포기하려 한 이의 깊은 고통을 우리는 제대로 공감조차 하기 어렵다. 이해하기 힘들지만, 밖에서 보기에 별 것 없어 보이는 사소한 이유들이 삶을 포기하게 만들듯, 보잘 것 없는 작은 것들이 또 누군가를 살아있게 만든다. 삶과 죽음은 불가해한 것이다. 어스름한 미명과 노을이 아름다워서, 누군가 내민 손이 고마워서, 모두가 떠나도 끝까지 곁을 지켜준 사람에게 미안해서, 이 험한 세상에서 지금껏 버텨온 자신이 불쌍하고 대견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비록 하찮아 보일지라도 생의 기로에 선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은, 그저 그에게 눈길을 주고 귀 기울여 그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그러한 믿음을 그에게 심어 줄 수만 있다면, 그는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삶 역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한 개의 이야기인 이상,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그 이야기는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재판장

 

판사

 

박주영

 

 

 

판사

 

김동석

 

 

 

판사

 

황인아

 

1) 우리나라 자살발생 실태분석과 대응전략에 관한 연구 (한국공안행정학회보) 37, 정덕영(경동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2009년 자료에서 발췌

 

2) ..항은, <2019년 자살예방백서, 보건복지부>에서 부분 발췌인용함. 이 백서는 2017년 통계에 관한 것인데, 2019년 최근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자는 지난 해 기준 인구 10만 명당 26.6명으로 전년도 대비 2.3명이 증가했고, 8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에서 증가하며 여전히 OECD 국가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유지하고 있으며, 40분에 한 명, 하루에 36, 1년에 만3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데,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이보다 40배가 많을 것으로 전문기관은 추정하고 있다(“109명이 자살 전에 SOS”자살방지 골든타임을 잡아라 - 2019. 12. 2. K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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